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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분 용기를 주는 일본어 필사
@everyday.meigen 지음, 서인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12월
평점 :
필사는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거나 펜으로 써내려가는 느낌을 즐기거나 좋은 문장을 오래도록 남겨두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듯하다. 짧게 짧게 메모를 하기는 했어도 책 한 권을 필사해본 것은 일본어 원서를 읽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책을 그대로 옮기고, 모르는 단어를 찾고, 그런 과정에서 글을 읽는 즐거움과 일본어를 공부해가는 기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필사의 즐거움을 알기에 동양북스에서 필사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것을 알고 바로 신청했다. 보통 출판사 이벤트는 책을 보내주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는데, 책을 구입하라고 했다. 잠시 망설였다. 이벤트라는 이름은 붙어있는데 책은 내 돈으로 산다고? 하지만, 고민의 시간은 짧았다. 바로 구입하고, 구매 인증하고, 위젯 만들고, 필사 이벤트 시작. 13일부터 31일까지 기간 안에 15일 필사 인증하고, 리뷰까지 쓰는 것으로 참여가 마무리 된다. 15일 동안 필사했고, 마지막 단계 리뷰 쓰기.
인스타그램에 매일 아침 업로드한 글 중에서 100편을 골라 책으로 엮었다. 슬프거나 우울한 마음이 드는 이들이 이 글을 읽고 쓰며 조금 더 편안하고 긍정적으로 변화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저자는 말했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 영화 배우 오드리 헵번, 철학자 스피노자, 작가 헤밍웨이 등 익숙한 이름의 유명인들과 조금은 낯선 일본인들의 글이 다수 실려있었다. 누가 글을 썼는지 보다는 내 마음에 얼마나 와닿는 글인가가 중요하지 않을까싶다.
책의 구성은 단순했다. 왼쪽 페이지에는 좋은 글이 일본어로 적혀있고, 우리 말로 해석이 되어있다. 글쓴이도 소개되어 있다. 오른 쪽 페이지에는 옅은 글씨로 원문이 적혀 있어 그대로 덮어쓰기로 따라해볼 수 있도록 해 두었고, 아래 여백에 한 번더 필사하도록 해두었다. 100개의 문장 중에서 1번부터 31번까지 총 31개의 문장을 필사했다. 짧은 문장일 경우에는 일본어와 함께 우리 말까지 필사를 했고, 긴 문장인 경우에는 다른 노트를 이용해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내게 익숙해진 글씨체가 있어서인지 베껴쓰는 것이 더 어색했다. 예쁜 글씨가 되려고 하면 베껴쓰기가 편하게 느껴졌어야할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
필사하면서 느낀 것을 두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을 것같다. 첫째, 독서로서의 가치. 일본어로, 우리 말로. 큰 소리로 읽으면서 썼다. 어떤 문장은 마음에 확 와 닿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공감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문장들도 있었다. 저자가 '내가 먼저 공감할 수 있는가','이 말이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고민했다고 하지만, 모든 이들이 저자와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받아들이는 것은 읽는 이에 따라서 조금씩은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100개의 문장을 읽고, 그 중 몇 개의 문장이라도 내 마음을 건드릴 수 있는 문장을 만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독서의 가치는 충분할 것같다.
둘째, 일본어 공부로서의 가치를 말할 수 있겠다. 다른 책도 아니고 일본어 필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나처럼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싶다. 본문에 읽는 방법이 다 적혀있고, 단어에 대한 설명도 해 두어서 공부 용도로도 나쁘지 않았다. 단어 한 번 정리해보고, 문법적인 내용이 있으면 한 번 체크해보고 공부하는 느낌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공부를 위해서만으로는 선택하는 것은 추천하고싶지 않다. 기초를 다지는 입장이라면 나쁘진 않겠지만. 모든 문장을 들어볼 수 있도록 해두어서 좋았는데 차분히 명상의 시간을 가지는데도 도움이 될듯하다. 듣기 연습용으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남은 문장들은 천천히 필사해서 마무리하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