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 - 이곳은 도쿄의 유일한 한국어 책방
김승복 지음 / 달 / 2025년 7월
평점 :
2007년에 출판사 쿠온을 설립해 지금까지 한국문학을 일본에 알리는 일과 함께 한국의 시와 소설 등을 일본어로 출판하고 있다. 그후로 8년 뒤인 2015년 7월 7일, 칠석날에 도쿄 진보초에 한국어 책방 '책거리'를 열어 한국문학을 주제로 한 다양한 이벤트와 도서들을 선보이고 있다. - 책 앞날개
도쿄의 고서점 거리로 알려져 있는 진보초는 들러보고 싶은 곳인데 아직도 가보지 못했다. 이제 확실히 가야하는 이유가 생겼다. 진보초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저자 김승복은 유학을 떠났던 일본에서 한국 문학을 알리고자 했다.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쟎아요>라는 책 제목처럼 좋아하지 않으면 엄두도 낼 수 없는 많은 일들을 해내고 있었다.
나에게 좋은 책이란, 읽고 나서 행동하게 하는 책이다. 한번 더 읽은 뒤 주변에 권하고, 그 책이 일본어 책일 경우 한국의 출판편집자에게 열정 가득한 편지를 써서 번역을 권한다. 물론 그 책이 한국어일 때도 마찬가지로 이 책에 관심을 가져줄 일본의 편집자에게 러브레터를 쓴다. 물론 쿠온에서 출판할 때도 있다. 책거리를 시작한 후부터는 그 책의 저자나 번역가를 섭외해 북토크를 부탁하기도 한다. 좋은 것은 나눠야지. -p161
k-book페스티벌등 저자가 벌이는 이벤트는 무모하게도 느껴졌지만 추진력은 정말 대단했다.책으로 연결된 많은 인연들은 엄청난 시너지를 냈고, 일본과 한국 문학의 가교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부끄러운 맘이 들기도 했는데, 내가 읽은 한국 문학의 양이 너무나 빈약한 때문이었다. 우리 문학은 20대 시절 베스트셀러 위주로 읽다가 거의 멈춤상태였다가 올해 들어서 친구 덕분에 그나마 접하고 있는 중이다. k-book페스티벌에 참여한 일본의 북 인플루언서가 처음 읽은 한국 소설이 정세랑 작가의 <피프티 피플>이라고 해서 얼마나 반가웠든지. <피프티 피플>은 정세랑 작가의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다. 책에 등장한 우리 문학을 한 권씩 만나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같다.
놀라운 사실을 두 가지 알았다. 첫째, 쿠온에서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 전 20권의 일본어판 완역이 2024년 9월에 완성되었다는 거였다. 2014년에 착수하여 10년동안 이어온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토지>를 구입하고 10년동안 묵혀두었다가 2017년에 완독을 하고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이런 소설을 어떻게 써낼 수 있었을까? 우리 민족에겐 대단한 소설이라고 여겨질지 모르지만 일본인들에게도 과연 그럴까싶어서 일본어판이 있다는 사실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토지문학관 관장인 김영주 관장에게 이러한 뜻을 밝혔을 때 했다는 말이 딱 내 마음이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토지>는 일본어판으로 세상에 나왔다.
"토지는 길기도 하지만 일본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도 있고, 방언들이 많아서 번역하기가 참 까다로울 거예요......김승복씨의 뜻이 깊어보이니 저는 허락을 합니다만....."p192
두번 째는 2011년에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도 일본어로 번역출판했다고 하니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해야하나? 출판사와 서점 대표로서 먹고 살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인간적인 모습과 책에 진심인 모습을 보면서 왠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내가 하는 일은 결국 다 좋아서 하는 일이고 미쳐서 하는 일이다" 라는 김승복 작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지금까지처럼 우리나라의 좋은 문학 작품들 많이 많이 알려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