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우리는 결코 세상의 끝에 도달할 수 없다.

다만 한 세계에서 또 다른 세계로

끊임없이 옮겨 다니는 것으로 만족할 뿐이다. -p 240  (장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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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의 기록
존 버거.장 모르 지음, 민지현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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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라는 이름이 있어 읽게 된 책이었는데, 생소한 사진작가 장 모르를 만나게 되었다. 일반인들이 발을 들여놓기 어려운,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지만 동떨어진 느낌이 드는 장소들.그런 곳들에 대한 장 모르의 사진과 글들. 사진 속 시간들에서 그다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현재인듯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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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 미술 전문기자의 유럽 미술관 그랜드투어
김슬기 지음 / 마음산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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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가장 싫어했던 과목은 미술이었다. 실기는 못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이론 수업만이라도 미술사 이야기도 들려주시면서 재미있는 수업을 해줄 수도 있었을텐데, 미술에 대한 좋은 기억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 내가 우연히 미술책 한 권을 읽고는 미술사에 빠지고, 그림에 빠졌다. '미술'이란 단어만 보면 설레기 시작했다. 가고 싶은 미술관은 얼마나 많은지, 궁금하지만 다 찾아다닐 수는 없으니 미술 관련 책을 많이 찾아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방문학자로 유럽에 머물게 된1년 동안 100여 곳의 미술관을 다니며 그중 인상적인 공간을 담아낸 책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유럽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대표적인 미술관 외에도 내가 처음 듣게 된 미술관까지 정말 많은 미술관을 방문했다. 미술관 소장품들에 대한 글이 주였지만, 미술관에 대한 역사도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미술관 자체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영국 코톨트 갤러리를 비롯해서 마드리드의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등 개인이 컬렉팅한 작품들을 기증함으로써 만들어진 미술관이 많다는 것도 의미있게 다가왔다. 워낙 많은 미술관을 다루고, 많은 작품들을 다루다보니 언급한 작품들을 다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는 아쉬움은 있었다. 정말 궁금한 작품들은 검색해서 챙겨봤다. 


2월 말에 친구랑 문신 미술관에 다녀왔다. 조각가로 유명해서 회화 작품은 그다지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재법 많은 회화 작품을 만날 수 있었고, 조각을 위한 드로잉도 다수 만났다. 드로잉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이 날 새삼 드로잉이 가지는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책에서 드로잉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크게 다가왔다. 찰스 2세는 거장들의 드로잉을 수집한 최초의 영국 군주였고,세계 최고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드로잉 컬렉션을 소유한 곳이 영국 왕실이라고 한다.책에 수록된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의 드로잉은 그 자체로써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드로잉은 예술 창작의 중심이었다. 발명과 건축의 아이디어도 드로잉을 통해 구현됐다. 또한 공방 워크숍에서 필수 과목이었던 드로잉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예술 형식으로 발전했다.-p132


책에는 다른 책들에서 또는 실제로 미술관에서 봤던 유명한 그림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 그림들을 만나는 것도 좋았지만 왠지 마음에 쏙 드는 그림이 두 점 있었다. 오스트리아 빈 벨베데레 하궁에서 열리고 있었던 기획전 <슬로베니아 회화>에서 만난 이탈리아 화가 조반니 세간티니의 <사악한 엄마>라는 작품을 소개하고 있었는데, 그 작품이 그 중 하나였다.




세간티니는 황량한 풍경 속에서 여인과 아이를 통해 육체적 욕망은 갈구하지만 모성은 거부하는 여성의 운명을 그렸다. 세간티니는 도덕적인 교훈이 담긴 이 그림을 '연옥의 채찍질'로 설명했다. 이 여성은 구원을 위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춤을 추는 것처럼 그려졌지만 이 여인은 고통 속에서 몸부림을 치는 듯 보였다.-p244~245



사실, 이 그림을 봤을 때 여인과 아이의 모습은 보지 못했다. 단지,새하얀 설원에 부러질듯 서 있는 나무 한 그루가 너무 외롭게 보였고 그 자체로서 뭔가 마음에 쏙 들어왔었는데, 화가는 그림에 많은 의미를 숨겨두고 있었다. 화가의 깊은 뜻을 다 헤아릴 수는 없어서 미안하지만, 내 나름의 방식으로 이 그림을 기억하게 되었다. 


다른 한 작품은 에밀 클라우스의 <햇살 좋은 날>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베를린으로 옮겨진 우크라이나 오데사에 있는 서양 및 동양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던 작품이라고 한다. 설명없이 그림을 먼저 봤을 때 햇살 가득한 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정겨웠다. 막상 우크라이나 이야기를 듣고나니 전쟁터에 나가는 아버지와 헤어지던 아이들의 영상이 떠올라 먹먹해졌다.  




삶은 때때로 잔인하고 불행은 쉽게 우리를 놓아주지 않는다.하지만 예술은 우리의 삶을 구원할 수 있다.-p451




노래 한 곡, 그림 한 점, 책 속 문장 하나가 커다란 위로가 되는 순간들이 있다. 저자와 함께 수많은 미술관들을 돌아다니고, 예술가들이 사람들에게 전하고픈 메세지를 담아  창조해낸 많은 작품들을 만나면서 타인을 이해하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들을 가질 수 있었다. 이것 또한 예술이 가지는 힘의 한 조각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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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6-03-18 0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다닐 때 미술 시간이 싫었다 해도 책을 보고 그림이나 미술사에 관심을 가지고 그런 책을 많이 보셨군요 앞으로도 보시겠네요 여러 미술관에 가고 거기에서 그림을 보는 것도 멋진 일이겠습니다


희선

march 2026-03-18 23:04   좋아요 1 | URL
유럽의 미술관을 1년동안 돌아다닐 수 있다는 건 정말 부러웠어요. 여행을 간다고 해도 제대로 한 군데 보고 오기도 힘들텐데. 대리만족하는 시간이었어요. 앞으로도 책은 열심히 읽어보려구요.^^
 
오늘도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 미술 전문기자의 유럽 미술관 그랜드투어
김슬기 지음 / 마음산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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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유럽 미술관 투어라니, 듣기만 해도 설레는 일이다. 이 지도를 따라 투어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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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의 국부國父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느 곳을 가도 볼 수 있는 월터 스콧의 초상화와 동상도 물론 있었다. 에든버러에 있는 가장 높은 건축물은 고딕 양식으로 지은 월터 스콧 기념탑이다. 심지어 에든버러의 중앙역 이름은 웨이벌리Waverley로 월터 스콧이 자코바이트 전쟁을 다룬 역사소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 p43~44

















지난 달에 월터 스콧의 <아이반호>를 읽었다. 함께 읽어보자는 친구의 권유가 있기 전까지는 알지도 못했던 작가였다. 읽으면서 역사 소설의 창시자이며 가장 위대한 역사 소설가로 손꼽힌다는 사실을 알았다. <웨이벌리>는 그의 첫 소설로 이 작품을 통해 역사 소설의 창시자가 되었다고 <아이반호>의 책날개에 적혀있었다. 700페이지에 가까운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아이반호>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스코틀랜드에서 차지하는 입지가 상당함을 <오늘도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읽고나니 그의 이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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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6-03-13 0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터 스콧이 역사 소설 창시자군요 역사 소설을 가장 처음 쓴 사람인가 봅니다 대단하네요 이름 처음 들어봤습니다 <아이반호>는 한번쯤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march 2026-03-13 21:33   좋아요 1 | URL
그런 평을 받고있더라구요. 새로운 작가를 안다는 것도 책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인듯해요.

2026-03-17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3-18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