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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기담집 - 기이하고 아름다운 열세 가지 이야기
나쓰메 소세키 지음, 히가시 마사오 엮음, 김소운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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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현암사 전집을 읽고있다.그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진 기담집은 새로운 나쓰메 소세키를 만나는듯한 즐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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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 스타킹 한 켤레 - 19, 20세기 영미 여성 작가 단편선
세라 오언 주잇 외 지음, 정소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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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세기 영미 여성 작가 단편선. 이 시대의 여성작가라고 하면 버지나아 울프, 이디스 워튼, 캐서린 맨스필드등 떠오르는 몇몇 이름이 있지만, 그다지 잘 알지는 못한다.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면서 내 시야가 얼마나 좁은 곳에 머물러 있었는지 새삼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엮은이는 이 시기의 여성작가들을 세기 전환기의 여성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문학에서 그들은 어떤 얘기를 하고 싶었을까?  남성에 대한 복수라는 주제가 등장하는 세 작품이 있다고 해서 후다닥 그 작품들을 먼저 읽었다. 인과응보, 권선징악 좋아한다. 

아내가 남편을 죽였다는 심증은 있는데,  동기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집을 돌아보던 이웃 여자 두 명은 동기를 찾아냈지만 말하지 않았다.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남자들이 그 장면을 봤을 때, 과연 그것을 살해 동기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여자이기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싶었다. <여성 배심원단-수전 글래스펠>  유령의 짓일까? 실수였을까?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제 3의 그림자 인물-앨런 글래스고>아내를 철저히 무시하고 협박하던  남편, 자신이 뿌린 씨앗을 그대로 거뒀으니 얼마나 통쾌하던지. <땀- 조라 닐 허스턴>

표제작인 <실크 스타킹 한 켤레-케이트 쇼팽>은 기대하지도 않았던 15달러를 손에 쥐게 된 서머스 부인의 이야기였다.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그녀가 막상 선택한 것은 실크 스타킹이었다. 스타킹에 어울리는 부츠, 예쁜 장갑,  옛날 즐겨 읽었던 잡지 두 권을 샀다. 평소 보는 것으로만 만족했던 식당에 들어가 맛있는 식사를 하고, 연극도 한 편 봤다. 서서히 변해가는 그녀의 감정 선을 따라가며 공감하고 있었다. 나를 위해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서머스 부인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있었다. 커다란 사치가 아니어도 자신을 위해 살 수 있는 잠깐의 시간은 필요할듯했다.

새 스타킹과 부츠와 딱 맞는 장갑이 그녀의 태도를 기적처럼 바꿔놓았다. 그것들로 인해 그녀는 자신감이 생겼고, 잘 차려입은 사람들 무리에 속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p 118

비혼으로 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던 <뉴 잉글랜드 수녀- 메리 E.윌킨스 프리먼>는 현대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했다.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면 누군가와 함께 하는 생활이 힘들어 질 수 도 있지 않을까? 시대를 앞서간 주인공이었다. <폭풍우- 케이트 쇼팽>는 로버트 제임스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를 떠올리게 했다. 당사자들은 한 순간의 격정에 휩싸여서 만족했는지 모르지만 배우자들은 어떡하지? 모르는 게 약이라고 해야하나? <누런 벽지-샬럿 퍼킨스 길먼> 와 <벽의 자국-버지니아 울프>  두 작품은 흡인력이 대단했다. 글을 쓰고 싶은데  쓰지 못하게 된 한 여성이 히스테릭하게 변해가는 과정 ,  벽의 자국을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펴가는 과정에  한껏 몰입할 수 있었다. 작가이니 당연하겠지만 정말 잘 쓰는구나 그런 느낌 . 

책에 수록된 작품들의 주인공은 모두 여성이었다.  이런 작품들을 통해 당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어떠했는지 등 시대적인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단편소설집을 읽으면 맘에 들지 않는 작품들도 있기 마련인데, 소개한 작품 외 나머지 작품들도  모두 좋았다. 새로이 알게된 작가들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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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5 2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특수청소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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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에 접어드니 삶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지난 해 후배가 암 투병으로 고생하다가 세상을 떠난 후 더 생각이 많아졌다. 내 삶의 끝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무섭긴하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려한다. 이 책을 읽고나니 책에서 만나는 죽음은 아니길, 떠나는 길에 누군가는 옆에서 지켜주기를 바라게 된다. 고독사한 사람들의 방을 청소하는 사람들, 특수 청소부들이 등장했다. 사람이 떠난 장소를 깨끗하게 원상태로 복구하고 유품 정리까지 하는 사람들이었다. 특수청소업체 '엔드 클리너'는 대표 이오키베, 가스미, 시라이 총 3명이 꾸려나가고 있다. 뇌경색으로 갑자기 떠난 삼십대 여성, 욕조에서 죽은 채 발견된 사십 대 벤처 대표, 전기가 끊긴 집에서 열사병으로 죽은 이십 대 남성, 지병인 협심증 발작으로 죽은 80대 자산가. 경찰 조사상으로는 사건성이 없는 사고사, 병사였다. 이오키베는 청소만으로 끝나지 않고, 고독사 한 이들의 마지막 메세지에 귀를 기울였다. 청소를 의뢰한 사람들은 빨리 깨끗하게 마무리해 달라고 했지만 이오키베는 한 사람이 살다 떠나간 흔적은 그리 쉽게 지울 수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너무 쉽게 지워진다면 너무 서글프지 않은가?

특수 청소란 사는 곳에 배어 있는 한까지 닦아내는 일이야. 스님처럼 성불시키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집에 서린 고인의 넋을 위로할 수 있지 않을까  -p 156

집에는 거주자의 성격과 취향이 드러나지. 정리한 상태를 보면 정신상태를, 쓰레기를 보면 생활 수준을 알 수 있어 .-p173


눈에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었다. 이오키베도 말했듯이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 자들의 말로만 규정되어버리니까.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부정당하는 것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 것인지, 꿈을 이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두 사람의 삶은 안타까웠다. 특수청소부에 의해 그들의 아픔을 알 수 있어서,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카야마 시치리는 피아니스트 탐정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로  만났다. 이 책에서도 전직 경찰이었던 이오키베를 주인공으로 하여 추리소설의 묘미를 보여주었다. 이오키베는 아주 합리적이고 냉철하고 인간적인 캐릭터였다. 추리 영역이 큰 분량을 차지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아무래도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추리는 필수불가결한 요소. 억울한 죽음이었음이 밝혀지기도 했고, 죽었지만 자신의 의견을 전할 수 있었다. 

혼자 사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고독사의 비중은 조금씩 늘어나지 않을까? 이런 소설의 등장도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 아닐까싶다. 소설 속 인물들을 보면 다른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고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혼자서 고민하고, 문제를 끌어안고 있는 경우들이 많았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 한 사람만 있어도 비극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주변 사람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관심을 기울이는 시간이 갈수록 필요해지는 것같다. 고독사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그렇다면 적어도 고인이 미련이 남지 않도록 일해야겠군. 타인의 불행으로 밥 벌어먹고 산다면 적어도 몇 명은 불행에서 구해줘야 도리에 맞지.-p 45

모든 특수청소부가 이런 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미련이 남지 않도록 살아 있을 때 목소리를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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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사람들
헨리 제임스 지음, 김윤하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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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당히 난해한 작가라고 들었는데 잘 읽혀서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작가는 율리시스를 쓴  '제임스 조이스'. 제임스 조이스의 책도 읽은 적 없지만 헨리 제임스도 이 책으로 처음 만났다. '여인의 초상','나사의 회전' 제목은 많이 들었는데 이제서야 헨리 제임스의 책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본문만 704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지만 70~80 페이지를 넘는 순간 속도가 붙었다. 어떤 결말에 다다를까 너무너무 궁금했다. 

미시시피 출신의 변호사이며 보수주의자인 베이질 랜섬은  먼 친척이며 여성 참정권 운동가 올리브의 초대로 보스턴에 오게 되었다. 여성의 권리에 대한 연설을 하는 버리나에게 그들은 모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랜섬은 사랑의 감정으로, 올리브는 동지의 감정으로. 하지만, 올리브에겐 동지의 감정만 있었던 갓은 아니었다. "세 남녀의 기이한 삼각관계로 그려낸 격변하는 시대의 초상"이라는 소개글처럼 삼각관계가 시작되었다. 미국의 사회사를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세기 말은 여성 해방, 참정권 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시기였던 것같다. 올리브는 버리나에게 지적인 소양을 쌓을 수 있는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여성 운동가로서 큰 역할을 해내기를 바라고 있었다. 버리나에게 사람들을 감화시킬 수 있는 소양은 충분했지만, 랜섬에게 끌리는 것이 문제였다. 너무나 보수적인 랜섬을 감화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불가능해보였다. 오히려, 버리나는 올리브와 함께 추구했던 것을 뒤로한 채 사랑을 택했다. 

딱히 원하는 결말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람에게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고, 사랑의 힘이 무섭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런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을거라고 추측은 했지만, 버리나의 선택에 실망하고 말았다. 은근히 신념을 따라주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같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버리나는 그냥 분위기에 휩쓸렸던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신념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사람을 끄는 연설을 하는 자질이 있었고, 그것을 이용하는 부모가 있었고, 더 더욱 올리브가 그 능력을 키우기를 원했고. 책장을 덮었을 때는 그녀에 대한 반감이 강했는데, 자신의 의지로 사랑을 택한 그녀를 대견해 해야하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뭔가 외곬수로 보이고, 보수적인 랜섬에게 너무나 가혹하게 대하는 올리브를 보면서  저럴 필요까지 있을까 했는데, 차라리 신념을 지키는 올리브에 마음이 갔다. 버리나가 사랑을 선택하는 순간 올리브는 버리나의 자리에 대신 섰다. 수줍음이 많다고, 연설을 못한다고  했던 그녀였지만 버리나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것을 스스로 이뤄나가기를 응원했다.

 올리브와 버리나의 동지면서 동성애적인 요소, 랜섬과 버리나의 사랑등 로맨스가 하나의 축이라면, 다른 축은 여성의 권리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들이었다.  소설 속에서 오가는 상황들과 현 상황들을 비교해보면 문제점들은 여전하고 커다란 변화가 이루어졌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을 것같다. 하지만, 이런 논의들이 계속되는 한 그 자리에 머물기만 하지는 않으리라고 믿고싶다. 헨리 제임스 소설 중에서 그다지 비중있는 소설로 다뤄지지는 않는 것같다. 그래도, 헨리 제임스와의 첫 만남이어서 나에겐 정말 의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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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1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5-03 1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 (리커버 에디션)
성수영 지음 / 한경arte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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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문화부에서 미술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주 1회 연재했던 글을  모았다. 그림을 작가의 삶과 연관 지어 설명함으로써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출발했다고 한다. 작품에는 화가의 삶이 담겨있기 마련이라 화가의 삶을 알고, 이해하면 그림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다양한 주제로 미술 에세이는 쓰여지고, 화가의 삶을 다루는 책은 많은데, 저자의 관점에 따라 새로운 것들을 만날 수 있어서 항상 기대가 되는 분야다. 

이 책에서는 27명의 화가들의 삶과 작품을 다루고 있었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의 지원을 받으면서 예술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화가가 있는 반면, 가난한 살림에 그림이 그리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힘든 과정을 견뎌낸 화가도 있었다. 당대에 인정받고 행복한 일생을 살았지만 서서히 잊혀진 화가가 있었던가 하면, 당시에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후세에 이름을 떨치는 화가도 있었다. 다른 모습의 삶을 살았지만 그들에게서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술에 진심이었다는 것. 진심을 담은 작품들은 작품을 만나는 이들에게 크고 작은 감동을 주기도 하고, 때론  어떤 이에게는 삶의 의미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처음 만난 화가는 프레데릭 레이턴이었다. 읽어나가다보니 정리가 하고싶어져서 화가별로 포스팅을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려서 네 명의 화가를 끝으로 포스팅은 하지 않고, 리뷰로 대신하기로 했다.  

미술 에세이를 많이 읽다보니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화가들의 이름은 낯설지가 않다. 유일하게 모르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덴마크 화가인 페데르 뫼르크 묀스테드(1859~1941)였다. 화가는 뛰어난 재능으로 유명해졌고, 많은 돈을 벌었으며 평생  어려움 없이 행복하게 살았다고 하는데, 죽은 뒤에 그 이름은 잊혔다고 한다. 책에 있는 그의 그림들을 보는 순간, 이건 사진인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적인 그림이었다. 사진이 발명된 이후 사실적인 그림들의 인기가 시들해진 부분도 분명 있었겠지만 이렇게 사실적으로 묘사를 해낸 화가의 능력은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굴곡없는 삶, 너무 큰 인기때문에 더 위대한 화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잃은거라는 평도 있지만,저자의 말처럼 사실적이고 아름다운 그림에 마음의 평화를 얻는 나같은 사람도 있다.  후세에 잊혀졌다고 해도 그의 작품이 가치를 잃지는 않을 것같다. 


아름다운 그림만으로 기억되는 르느와르. 가난때문에 입양을 보냈던 딸을 끝까지 책임졌고, 마흔일곱 이른 나이에 찾아온 류머티즘성 관절염으로 고통을 받았고,아끼고 의존했던 사람과의 이별등 조금 더 자세히 르느와르의  삶을 알게 되었다. 굳어버린 손가락 사이에 붓을 끼우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르느와르를 떠올려봤다. 몸은 아프고, 절망적인 일들을 겪으면서도 그림엔 행복을 담았던 르느와르가 새삼 위대하게 느껴졌다. 그의 삶을 알지 못했다면 예쁘다, 행복해 보이네라는 단순하고 가벼운 감상만을 가졌을 뿐일텐데, 인간이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 곰곰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책을 읽는 동안 선거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밀레에 대한 글이 기억에 남았다. 밀레는 어렵게 살아가는 농부들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고, 거기서 위대함을 발견해서 단지 그들의 모습을 그릴뿐이었는데, 세상은 밀레의 그림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한다. 우파는 그를 매도하고, 좌파는 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정치적 작품이라는 낙인이 찍혀 그림 살 사람은 드물었고. 예술을 비롯해 특별할 것도 없는 것을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하는 분위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듯해 씁쓸했다. 


제임스 앙소르의 가면을 쓴 인물들의 그림을 봤을 때의 첫 느낌은 기괴함이었다. 그런 독특한 그림들은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한 길을 가던 그에게 성공은 찾아왔다. 타인의 평가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꿋꿋이 걸어갔던 그의 성공에 나도 뿌듯했는데, 이런 예술가들의 모습은 조금 힘들면 포기해버리는 연약한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지 않을까싶다. 


"세속적인 것에 고결한 의미를,일상에 신비를, 알고 있는 것에 진기한 특징을, 유한에는 무한을 부여하는 것"이라는 독일의 시인 노발리스가 정의한 낭만주의는 이렇게 그림을 통해 우리네 삶과 만납니다.-p189

저자는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를 이야기하면서 노발리스의 이 말을 인용했는데,낭만주의를 비롯해 다른 사조의 예술에도 통용되는 말이 아닐까싶었다. 페데르 뫼르크 묀스테드를 제외하고는 자주 만났던 화가였지만 저자 덕분에 새로운 사실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그런 지식과 함께 저자의 관점으로 화가와 작품을 보면서 새로운 시각도 가지게 되었다. 다양한 미술 에세이를 읽으면서 나는 한뼘 자람을 느낀다. 조지 프레더릭 와츠의 <엘렌 테리 (선택)> (표지 그림), 붉어서 강렬한 표지의 양장본, 다수의 작품과 눈에 쏙 들어오는 편집. 내용도 외양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 자꾸 자꾸 쳐다보게 되는 사랑스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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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1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5-03 1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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