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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 미술 전문기자의 유럽 미술관 그랜드투어
김슬기 지음 / 마음산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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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가장 싫어했던 과목은 미술이었다. 실기는 못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이론 수업만이라도 미술사 이야기도 들려주시면서 재미있는 수업을 해줄 수도 있었을텐데, 미술에 대한 좋은 기억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 내가 우연히 미술책 한 권을 읽고는 미술사에 빠지고, 그림에 빠졌다. '미술'이란 단어만 보면 설레기 시작했다. 가고 싶은 미술관은 얼마나 많은지, 궁금하지만 다 찾아다닐 수는 없으니 미술 관련 책을 많이 찾아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방문학자로 유럽에 머물게 된1년 동안 100여 곳의 미술관을 다니며 그중 인상적인 공간을 담아낸 책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유럽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대표적인 미술관 외에도 내가 처음 듣게 된 미술관까지 정말 많은 미술관을 방문했다. 미술관 소장품들에 대한 글이 주였지만, 미술관에 대한 역사도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미술관 자체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영국 코톨트 갤러리를 비롯해서 마드리드의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등 개인이 컬렉팅한 작품들을 기증함으로써 만들어진 미술관이 많다는 것도 의미있게 다가왔다. 워낙 많은 미술관을 다루고, 많은 작품들을 다루다보니 언급한 작품들을 다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는 아쉬움은 있었다. 정말 궁금한 작품들은 검색해서 챙겨봤다. 


2월 말에 친구랑 문신 미술관에 다녀왔다. 조각가로 유명해서 회화 작품은 그다지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재법 많은 회화 작품을 만날 수 있었고, 조각을 위한 드로잉도 다수 만났다. 드로잉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이 날 새삼 드로잉이 가지는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책에서 드로잉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크게 다가왔다. 찰스 2세는 거장들의 드로잉을 수집한 최초의 영국 군주였고,세계 최고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드로잉 컬렉션을 소유한 곳이 영국 왕실이라고 한다.책에 수록된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의 드로잉은 그 자체로써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드로잉은 예술 창작의 중심이었다. 발명과 건축의 아이디어도 드로잉을 통해 구현됐다. 또한 공방 워크숍에서 필수 과목이었던 드로잉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예술 형식으로 발전했다.-p132


책에는 다른 책들에서 또는 실제로 미술관에서 봤던 유명한 그림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 그림들을 만나는 것도 좋았지만 왠지 마음에 쏙 드는 그림이 두 점 있었다. 오스트리아 빈 벨베데레 하궁에서 열리고 있었던 기획전 <슬로베니아 회화>에서 만난 이탈리아 화가 조반니 세간티니의 <사악한 엄마>라는 작품을 소개하고 있었는데, 그 작품이 그 중 하나였다.


세간티니는 황량한 풍경 속에서 여인과 아이를 통해 육체적 욕망은 갈구하지만 모성은 거부하는 여성의 운명을 그렸다. 세간티니는 도덕적인 교훈이 담긴 이 그림을 '연옥의 채찍질'로 설명했다. 이 여성은 구원을 위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춤을 추는 것처럼 그려졌지만 이 여인은 고통 속에서 몸부림을 치는 듯 보였다.-p244~245



사실, 이 그림을 봤을 때 여인과 아이의 모습은 보지 못했다. 단지,새하얀 설원에 부러질듯 서 있는 나무 한 그루가 너무 외롭게 보였고 그 자체로서 뭔가 마음에 쏙 들어왔었는데, 화가는 그림에 많은 의미를 숨겨두고 있었다. 화가의 깊은 뜻을 다 헤아릴 수는 없어서 미안하지만, 내 나름의 방식으로 이 그림을 기억하게 되었다. 


다른 한 작품은 에밀 클라우스의 <햇살 좋은 날>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베를린으로 옮겨진 우크라이나 오데사에 있는 서양 및 동양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던 작품이라고 한다. 설명없이 그림을 먼저 봤을 때 햇살 가득한 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정겨웠다. 막상 우크라이나 이야기를 듣고나니 전쟁터에 나가는 아버지와 헤어지던 아이들의 영상이 떠올라 먹먹해졌다.  


삶은 때때로 잔인하고 불행은 쉽게 우리를 놓아주지 않는다.하지만 예술은 우리의 삶을 구원할 수 있다.-p451



노래 한 곡, 그림 한 점, 책 속 문장 하나가 커다란 위로가 되는 순간들이 있다. 저자와 함께 수많은 미술관들을 돌아다니고, 예술가들이 사람들에게 전하고픈 메세지를 담아  창조해낸 많은 작품들을 만나면서 타인을 이해하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들을 가질 수 있었다. 이것 또한 예술이 가지는 힘의 한 조각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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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6-03-18 0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다닐 때 미술 시간이 싫었다 해도 책을 보고 그림이나 미술사에 관심을 가지고 그런 책을 많이 보셨군요 앞으로도 보시겠네요 여러 미술관에 가고 거기에서 그림을 보는 것도 멋진 일이겠습니다


희선
 
오늘도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 미술 전문기자의 유럽 미술관 그랜드투어
김슬기 지음 / 마음산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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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유럽 미술관 투어라니, 듣기만 해도 설레는 일이다. 이 지도를 따라 투어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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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의 국부國父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느 곳을 가도 볼 수 있는 월터 스콧의 초상화와 동상도 물론 있었다. 에든버러에 있는 가장 높은 건축물은 고딕 양식으로 지은 월터 스콧 기념탑이다. 심지어 에든버러의 중앙역 이름은 웨이벌리Waverley로 월터 스콧이 자코바이트 전쟁을 다룬 역사소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 p43~44

















지난 달에 월터 스콧의 <아이반호>를 읽었다. 함께 읽어보자는 친구의 권유가 있기 전까지는 알지도 못했던 작가였다. 읽으면서 역사 소설의 창시자이며 가장 위대한 역사 소설가로 손꼽힌다는 사실을 알았다. <웨이벌리>는 그의 첫 소설로 이 작품을 통해 역사 소설의 창시자가 되었다고 <아이반호>의 책날개에 적혀있었다. 700페이지에 가까운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아이반호>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스코틀랜드에서 차지하는 입지가 상당함을 <오늘도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읽고나니 그의 이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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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6-03-13 0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터 스콧이 역사 소설 창시자군요 역사 소설을 가장 처음 쓴 사람인가 봅니다 대단하네요 이름 처음 들어봤습니다 <아이반호>는 한번쯤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march 2026-03-13 21:33   좋아요 1 | URL
그런 평을 받고있더라구요. 새로운 작가를 안다는 것도 책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인듯해요.

2026-03-17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예술의 나이듦 - 예술가의 노년, 그럼에도 늙지 않는 예술에 관해
이연식 지음 / 마로(MARO)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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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인간은 나이들어감에 따라 변화가 일어나기마련이다. 예술가라면 작품에서도 변화가 있지않을까? 예술가들은 그들의 작품세계에서 과연 어떤 변화를 겪어나가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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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미술관 - 화가들이 사랑한 자연, 그 치유의 풍경
강민지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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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명의 화가를 다루고 있는데, 첫 화가가 카미유 피사로라니. 여기서부터 <초록색 미술관>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초록이 가득한 <햇살 가득한 에라니의 아침>을 보는 순간 그냥 기분이 업되었다. 그렇지, 이것이 초록의 힘이지. 서양에서는 12세기부터 초록색이 악마의 색으로 여겨져 고딕 시기까지 사탄 혹은 악마를 그릴때 사용되었다고 한다. 자연의 색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후반인 낭만주의 시대에 이르러서였다고 하니 놀라웠다.




미술 에세이는 작품과 함께 화가의 삶을 다루는데, 특히 좋았던 것이 화가의 새로운 시도에 따라 작품이 변화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거였다. 그러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그냥 뚝딱 유명한 화가가 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고민과 좌절과 노력을 해왔는지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도.  


세잔의 사과가 왜 유명한 작품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도 그릴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어느 순간 그의 사과가 좋아졌다. 하나의 그림에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모두 담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때부터였는데. 나에게는 그것이 아주 새롭게, 아주 대단하게 다가왔던 거였다. 세잔의 영향을 받은 피카소의 작품도 더 잘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때까지 화가들은 원근법을 사용해 그림을 그렸습니다. 하나의 소실점을 활용해 오직 하나의 시점만 존재했던 것이죠. 하지만, 우리의 눈은 한 곳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아무리 한 곳만 응시하려고 해도 사람의 눈은 무관하게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눈앞의 사물을 여러 각도에서 볼 수 밖에 없어요.-p125





존 앳킨슨 그림쇼의 작품은 좋아하지만 화가에 대해서는 잘 알지못했는데,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달빛이 은은하게 비치고, 정적이 감도는 밤 분위기의 그림은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그런 그림만을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다른 화가들의 영향을 받으면서 새로운 양식의 그림을 시도하기도 했었다. 익숙한 화가들의 등장에 괜히 반가운 친구들을 만난듯 설레는 마음으로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저자는 그의 밤 풍경화가 단순한 도시 묘사를 넘어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자연과 인간, 전통과 현대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 깊이 있는 회화의 성과라고 했는데, 예술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초록 미술관>이라는 제목에 가장 어울리는 화가를 꼽으라고 한다면 토머스 윌머 듀잉이 아닐까?  '초록의 화가'로 불렸을 만큼 초록색을 잘 다룬 화가였다고 하는데, 그 말에 전혀 반기를 들 수 없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림의 내용은 둘째치고 색감만으로도 확실하게 각인이 되는 화가였다. 






 애들을 키우면서 위인전을 많이 읽히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위인전이란 형식을 갖춘 책은 아니더라도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이 들려줄 필요가 있지않을까싶다. 화가들의 삶을 보면서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 뭔가를 이뤄내기 위해서 열심히 사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원대한 목표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소중히 여기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했다. 초록 풍경을 담은 그림 15점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에너지, 위로와 다정함으로 독자를 다독여주고자하는 저자의 맘이 가득 담겨있는 <초록색 미술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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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8 0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2-16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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