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억을 새기고 보존하는 일을 한다. 우리는 책을 읽거나 작품을 감상하며, 잊힌 것들을 곱씹는 일종의 기억 여행을 떠난다. 예술가들은 우리를 낯선 장소로 이끌기도 하지만, 출발지든, 도착지든, 혹은 경유지든, 집 없이는 이야기가 전개되기 어렵다. 우리의 삶이 집을 떠나 집으로 돌아오는 매일의 일상이 쌓여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은 과거와 현재의 기억이 공존하는, 거대하면서도 내밀한 공간이다.-p114



욕창이 생겨서 수술을 하고 40여일의 치료가 끝났지만 상처가 완전히 아무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지금은 요양병원에 계시는데, 엄마에게 갈때마다 집이 아닌 병원에 모셨다는 것이 너무나도 마음에 걸려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이것이 정말 최선일까? 동생은 그렇게 말했다. 엄마가 집에 있어도 병원에 있어도 아무것도 하지않고, 앉아있는 것은 똑같은데 차라리 병원이 낫지 않겠냐고. 정말 그럴까? 치매는 갈수록 심해지셔서 지금 계신 곳이 어디인지 인식을 못하시지만 집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계신다. 익숙한 공간, 가족과 함께 생활했던 공간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것은 당연할 터. 이 문장을 읽는데 엄마 얼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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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0 2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7-26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 여행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4
자우메 카브레 지음, 권가람 옮김 / 민음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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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의 그림이, 세상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음악이 등장하는 몇몇 단편을 보면서 뭔가 연결되는 느낌이 들었다. 단편소설집이라고 알고 있는데 뭐지 이런 전개는? '열네 편의 단편들은 각각 독립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동시에 세밀한 문학적인 장치들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또 다른 서사를 형성한다.' 는 뒷 표지의 글을 읽으면서 뜬금없는 생각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중에는 독립적인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그 이야기들조차 제목에서 오는 '겨울'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에서는 벗어날 수가 없었던 것같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잔혹함, 전쟁으로 인한 가족간의 비극에서는 눈을 돌리고 싶었다. 어떤 희망도 없는 절망. 하지만, <손안의 희망>이라는 단편에서는 굳이 희망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신체적 자유가 보장되지는 않았지만 심리적으로는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주인공을 보면서 조금은 위로가 되기도 했다. 어느 장소에 있느냐보다 누군가랑 연결되어 있다는 것,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유언장>에 등장하는 남자의 인생은 가여웠다. 모든 공포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 순간 복병이 버티고 있었으니......세상에는 모르는게 약인 경우도 있는데말이다. 


왜냐하면 살아남은 자들 앞에 펼쳐진 미래 또한 매우 끔찍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서서히 받아들여야 했으니까.-p42


<고트프리트 하인리히의 꿈>에서는 자기를 지키기 위한 본능이 신의보다 앞섬으로써 묻혀지는 진실들이 얼마나 많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어쩔 수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뭐랄까? 예술의 힘에 대해서 느낄 수 있는 지점들이 많았다. 인간의 사심이 가득히 들어차 예술의 본질을 흐리기도 하지만, 진정으로 그 가치를 알아봐주는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 

책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와닿는 부분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엄마의 기억이 점차 사라져가는 것을 보고 있어서인지 기억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나를 보게 된다.


... 그리고 네게는 너의 기원을 상기시켜 주는 작품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기억의 상실보다 더 고통스러운 죽음은 없으니까.

-p110


졸탄은 그녀가 그 약속을 기억하지 못해 그곳에 나타나지 않을 경우가 가장 두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망각이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이라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p 264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 기억을 잃어가는 사랑하는 이를 지켜보는 사람 중에서 누가 더 불행할까? 시간이 흐른 후에야만 알 수 있는 선택을 매 순간 하면서 살아야하는 인간의 삶이 왠지 서글프게도 느껴지는 문장도 있었다.


"좋아. 하지만 누구랑 결혼하는 것 자체로 네가 실수하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는 없어."

"그렇지. 누구나 시간이 지나봐야 우리의 선택이 실수인지 아닌지 알 수 있으니까."  -p 261 ~262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단편들도 있었는데, 그 작품들은 다시 읽어봐야할 것같다. 자우메 카브레는 정말 생소한 작가였다. 친구를 통해서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 도서관 신간 코너에 있어서 너무나도 반가웠다. 조금은 특이한 서술 방식도 있었고, 쉬웠다고만은 할 수는 없었지만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 미술, 음악,신화, 문학등을 잘 버무려 놓은 잘 차린 한 상 이었다. 이젠 낯선 이름이 아니라 나에게 좋은 기억을 남긴 자우메 카브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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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7-17 0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기를 볼 때는 자신과 비슷한 일이 있으면 더 관심을 가지고 볼 듯합니다 기억이 사라지는 건 슬프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것도 잊겠네요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도 슬프겠네요 다 슬프겠군요 그래도 지금을 사는 게 좋을 듯합니다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기억하면 되겠지요


희선

march 2025-07-26 11:08   좋아요 0 | URL
맞아요. 현재를 사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같아요.
엄마가 어제 일을 기억하지 못해도 현 순간은 살고 있으니까 감사한 일이죠.^^
 

새 달이 시작되면 희망도서 신청을 할 수 있어서 좋다.

6월엔 중반에 신청을 했더니 7월에 책을 만날 수 있었고,

7월엔 빨리 신청하기도 했지만 금방 비치되어서 벌써 내 손에 들어왔다.

희망도서 신청하는 사람이 많은건지, 예산이 적은 것인지 작년엔 9월에 끝이 나버렸는데

올해는 어떨지 모르겠다. 


'도서관은 내 서재다'라고 생각하니 든든하다. 



6월 신청 도서



















7월 신청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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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행복 -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정원을 걷다 열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모명숙 옮김 / 열림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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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사랑하고 그 아름다움에 진심이었는데.....그녀의 우울은 어디에서 시작된걸까? 계속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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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을 털어볼까하고 창을 열었다.

무성한 나뭇잎들이 떡 버티고 있어 나무 밑으로 지나가면 사람이 안보이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문장을 만났다.

겨울이 되고 저 나뭇잎들이 모두 떨어지면 사람이 가려지지 않겠다.





해가 지면 걸어도 그다지 덥게 느껴지지 않았다.

막 나갔을 때는 가로등이 꺼져있었는데 

걷다보니 하나씩 켜졌다.

밤으로 가는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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