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주제로 우리 그림을 만난 적이 있지만 나무를 주제로 만난 것은 처음인것같다.
가장 처음 만난 나무가 배롱나무였는데, 내가 이 그림을 만난 시점이 그려진 시기라고 하니 왠지 더 반가웠다.
화려한 여름꽃인 배롱나무가 제철을 만난 듯 이제 막 피어나고 있으니 때는 장마가 끝난 7월 중하순쯤일 것이다. 가을까지 거의 100일에 걸쳐 붉은 꽃을 볼 수 있다고 해서 다른 이름은 '백일홍 나무'다. 물론 꽃 하나가 100일을 가는 것은 아니다. 가지 아래서 이어달리기로 꽃이 피어올라 가기 때문에 오랜 기간 꽃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p15

이렇듯 그림 속에서 그려진 시기를 찾아내고, 그림이 그려진 지역을 유추하고, 그림에 담긴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재미있다. (그림 속 풍경과 그려진 계절이 다른 경우도 있다고 한다.)
몇 년 사이에 아파트에 배롱나무가 많이 늘어서 여름내내, 가을 초까지 배롱나무를 만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존재를 알게된 자귀나무를 만났다. 아파트 옆 공원에 있는 나무가 너무도 신기해서 이름을 찾아봤는데 자귀나무였다. 몇 년동안 지나다녔을텐데 왜 이제야 내 눈에 띄었는지. 검색해보고 자귀나무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다. 그림의 제목은 <안압도> 였다. 기러기와 오리가 주인공이라 자귀나무는 희미하게 보이지만 특징은 잘 살아있었다. 이렇게 또 만나게 되다니, 자귀나무는 잊을 수가 없겠다.

치자꽃이 그려진 그림도 있었다. 매년 봄 아파트를 산책할 때면 강한 향기로 사로잡는 하얀 치자꽃. 16세기 후반~17세기 초반에 그려진 우리 그림에서 만나는 치자나무는 신비로운 느낌이다.

남천나무의 열매는 가을이면 붉게 물들어 꽃들이 진 자리를 대신해서 환하게 세상을 밝혀준다. 아파트에 많이 자라고 있어 익숙한 나무다. 신사임당의 <화조도>에 등장하므로 벌써 5백여 년 전부터 중국에서 직접 가져다 심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인간보다 더 오랜 삶을 살아온 것이 당연한데도. 인간의 삶이 너무나도 짧다는 것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수록되어 있는 작품 다수가 국립중앙박물관과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었다.내가 국립중앙박물관 갔을때는 하필 회화관이 리뉴얼중이라 많은 작품을 볼 수가 없었다. 그림들 보러 다시 한 번 가야겠다.
(2026년 6. 15 ) 자귀나무

(2026. 6.14) 치자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