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목탁 소리 보림 시그림책
한승원 글, 김성희 그림 / 보림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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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이 책의 제목을 읽는 순간 맑게 울리는 목탁 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는 듯 했습니다.

오래 전, 밤산행을 하다 이른 새벽 금산사에서 만났던 소리를 떠올려 봤습니다.

깊은 산의 어둠과 사람들의 소란스러움을 일순간에 잠재우고 피로를 달래 주었던 그 소리.

맑으면서도 진중하게 사람의 마음을 숙연하게 하던 바로 그 목탁 소리.

이 그림책에는 나무를 깎아 목탁을 만드는 노스님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어느 큰 절에 계신 노스님은 귀가 안들리고 글자도 몰라 큰스님의 설법이며 사람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경전도 읽지 못했습니다.

스님은 오로지 쉬지 않고 목탁을 깎고 다듬지만.. 한 달에 겨우 한 개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스님이 만드신 목탁은 소리가 어찌나 그윽한지 그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맑고 향기로워져 모든 스님들이 늙은 스님의 목탁을 갖고 싶어 했습니다.

그리고 스님의 목탁이 신통스럽다는 소문이 나자 절의 재무스님은 한 달에 세 개씩 만들어달라 재촉하게 되지요.

하지만 늙은 스님은 여전히 한결같은 속도로 똑같은 목탁을 한 달에 한 개씩 만들어냅니다.

 

어떤 사건으로 인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이야기가 아니지만 잔잔하게 이어지는 노스님의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며 가져야 할 삶의 자세를 경건하게 보여 줍니다.

'목탁을 깎을 때, 늙은 스님은 관세음보살의 환한 얼굴입니다.' 

마지막의 이 구절이 자꾸  마음에 남습니다. 그림도 다시 보게 하고요.

남이 가진 것에 자신을 비교하고 남보다 더 갖으려 욕심내고.. 그러다 결국은 자신의 마음에 상채기를 내고 괴로워하는 우리들.

스님의 관세음 보살 환한 얼굴은 욕심을 내려놓고 바쁘고 빠르게 변하는 삶의 속도에 지치지 말고 천천히 느리게 가보라 하시는 듯 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에 연연해 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온 늙은 스님의 생이 바로 수행이었고 온화한 미소가 부처님과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이 책은 특히나  책의 내용과 책이 풍기는 느낌, 이미지가 잘 어우러져 있어요. 

늙은 스님이 나무를 깎아 목탁을 만들 듯 이 책의 그림도 나무를 깎은 판화 그림으로 만들어졌는데 생생하게 드러난 나무결의 느낌과 노랑과 청록, 갈색과 검정 네 가지 색이 적절히 어울려 차분함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겐 좀 생소한 곳인 사찰의 여러 이모저모를 만날 수 있었어요.

범종루의 목어며 풍경, 연꽃문양과 초파일 연등과 부처상,, 마루의 나무결까지 크고 작은 모든 곳이 사찰의 느낌 그대로 정성스레 표현되었어요.

또 무엇보다 인물들의 표정에도 눈이 가는데 내내 온화한 미소를 지으시는 늙은 스님이 기분 좋게 합니다.

사람의 마음까지도 맑고 향기롭게 만들어주는 신기한 목탁소리는 스님의 그러한 마음이 담겨 만들어졌기 때문이 아닐까요?

신기한 목탁소리처럼 이 그림책을 통해서도 그 소리가 주는 여운과 교훈을 느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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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새하얗게 눈이 내려 있는데 오늘이 절기상 입춘이네요.

이번 달 2월은 짧을 뿐더러 설에 봄방학, 졸업식까지 있어 더 빠르게 갈거 같아요.

우리 딸이 학교 가는 3월, 그리고 봄이 어서 오면 좋겠습니다.

 

 

1. 추 선생님의 특별한 미술 수업

 

 저자인 패트리샤 폴라코가 화가로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된 사연을 그린 자전적인 이야기다. 더불어 어린이들의 인생에 선생님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며, 예술 자체의 힘을 찬양하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알라딘 책소개에서)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에 어깨가 펴지고 움츠러들고 하던 기억이 떠올라요.

저도 그랬지만 우리 아이들도 선생님의 말씀은 또 엄마의 말과 다른 힘을 발휘하기도 하더군요.

아마 저희 큰아이는 선생님이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을 거에요.

그런 절대적인 신념은 어디서 나오는지..^^

추 선생님의 수업은 어떤 특별함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패트리샤처럼 활짝 웃으며 좋아할 선생님을 만나면 좋겠습니다.

 

 

2.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

 

 초등학생들을 위한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 시리즈 5권. <가지 않은 길>의 작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와 칼데콧 아너 상 수상작가 수잔 제퍼스의 그림이 선사하는 겨울 숲의 보석 같은 아름다움을 담은 그림책이다. (알라딘 책소개에서)

 

 눈꽃이 하얗게 핀 나무가 멋스럽게 보이네요.

이런 풍경은 아직 어린 아이들 눈에 잘 담기지 않겠지만 어떤 고요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져 선택해 보았어요.

표지 뿐만 아니라 본문에도 아름다운 설원의 풍경이 이어지고 있을 듯 하지요?

겨울이 가기 전에 읽어보고 싶네요. 

 

 

3. 여우 시집가고 호랑이 장가가고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시리즈 14권. ‘호가호위(狐假虎威)’라는 고사성어와 ‘여우비’에 얽힌 속설을 재치 있게 버무려 전통 혼례의 이모저모를 알려주는 책이다. 지식이나 정보에 앞서 재미있는 이야기와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이들의 흥미를 이끈다. (알라딘 책소개에서)

 

해가 떠있는데 비가 내리면 어른들은 "호랑이 장가간다" 했었답니다.

왜 호랑이가 장가가는 날이라 했는지 살짝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치고 말았죠.

그 말 뒤에 숨은 옛이야기가 있었다니 늦은 호기심이 발동하네요.

여우 시집가고 호랑이 장가가는 날, 그 유래담이 알. 고. 싶. 다. 입니다.^^

 

 

 

 

4.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비룡소 전래동화 시리즈 23권. 한 아버지가 자식이 오래 사는 이름을 지어 주고 싶은 마음에 세상에서 가장 긴 이름을 지어 주었지만, 자식은 오히려 그 이름 때문에 큰 위기에 처하고 만다는 옛이야기이다. (알라딘 책소개에서)

 

 책 제목이 상당히 길지요?
서른에 자식을 얻으면서도 넘 설레여 아이를 보고 또 보고 했었는데요..
환갑이 다 되어 얻은 아이는 얼마나 귀하고 또 귀한 자식일까요?
옛날엔 귀한 자식의 이름을 오히려 낮춰 짓거나 김수한무처럼 길~게 지었다고 하던데 이름에 담긴 남다른 의미들을 재미난 옛이야기로 만나면 좋겠어요.
소중애 선생님의 글이라 하니 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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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2-06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고 갑니다.
 
[신기한 붓]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신기한 붓 사계절 그림책
권사우 글.그림, 홍쉰타오 원작 / 사계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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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림을 그리면 실제로 살아나게 하는 신기한 붓,

이렇게 신통방통한 붓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누구나 한 번쯤 꿈꾸었을 상상이 아닐까요?

이 그림책은 우리 마음에 먼저 즐거운 상상을 불러 일으키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주인공 마량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지만 너무 가난해서 붓 한 자루도 살 수 없었습니다. 

항상 붓이 있었으면 하던 마량은 꿈에서 만난 할아버지로부터 신기한 붓을 하나를 건네 받지요.

바위에 그린 수탉이 살아나는 걸 보고 그것이 신기한 붓이란 걸 알게된 마량은 배가 고파 울고 있는 아이들에게 밥과 예쁜 옷을 그려 주고 혼자 힘들게 밭을 가는 할아버지에겐 소를 그려 줍니다.

여기선 붓을 주며 좋은 그림을 그리라던 할아버지 말씀이 떠오르더군요.

자기 욕심으로 바라는 것들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그림, 그것이 바로 좋은 그림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마량의 신기한 붓을 욕심낸 원님이 마량을 감옥에 가두고 이 붓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하지만 붓이 주인을 알아보는 것일까요?

원님이 그린 금덩이는 똥이 되고 돈 나무는 뱀 나무가 되어 버린답니다.

원님은 마량을 다시 불러 그림을 그리게 합니다.

온통 황금덩이로 된, 번쩍번쩍 빛나는 커다란 산을 그리라 하자 마량은 먼저 바다를 그린 다음 황금산을 그렸고 원님은 황금산에 빨리 갈 수 있는 배와 바람을 그리라 합니다.

그리고 계속 "더 세게, 더 세게, 더 세게" 센 바람을 그리라던 원님은 결국 집채만 한 파도에 삼켜져 버리고 맙니다.

원님의 욕심이 결국은 스스로를 파도에 휩쓸리게 만든 것입니다.

 

이 신기한 붓은 그림을 살아나게 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꿰뚫어보는 신통력이 있나 봅니다.

그 신통력은 반복해서 이어지고 자기 욕심 채우기에 급급했던 원님은 결국 통쾌한 결말을 보게 되는데요..

이 그림책은 중국의 옛이야기로 중국의 홍쉰타오가 쓴 <신필마량>을 우리나라의 권사우 작가가 새롭게 각색했다고 해요.

'아주 많이 많이!, 아이쿠, 냄새야!, 에그머니나!, 딱 한 번 만, 더 세게!'

글자크기와 높낮이를 다르게 편집해 더 실감나고 익살맞게 이야기가 읽혀지는데요.. 거기다 이 책은 그림까지 즐겁습니다. 

십여 년 넘게 권사우 작가님은 이 책을 품고 있었다는데 정말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그림들이 그 노력을 보여주는 거 같아요.

따뜻한 파스텔톤의 색채로 그려진 수채화 그림으로 꼼꼼하게 묘사된 그림들과 한편으론 재치있고 유머스런 장면이 많습니다.

어린 아이들이나 수염이 하얀 할아버지, 원님의 부하들에게선 중국풍의 느낌도 나고 수탉이나 황소, 뱀 등은 정말 섬세하게 그려졌어요.

이 책에선 근엄했다 능글맞아지고 놀라고 히죽대고 긴장하고  코를 싸쥐고 웃고 환호성을 지르는 원님의 표정이 다양하게 그려졌어요.

고약하고 악한 원님이지만 그림으로 보자면 미워하지만 못하게 귀엽고 정말 웃기답니다.

마량과 원님, 두 인물의 서로 다른 마음은 그들의 모습으로도 짐작해볼 만하게 표현되어 있어요.

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이 마량과 뒤룩뒤룩 살진 모습에 커다란 입과 부리부리한 눈이 탐욕스런 그의 마음까지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이 둘의 대조적인 모습과 행동이 미치는 결과를 보면서 아이들도 자연스레 베품과 탐욕의 끝이 무언지 느끼게 될거 같아요. 

아이가 방학동안 쓴 독서록을 보니 가장 재미있는 책으로 이 책을 꼽았네요.

옛이야기가 주는 재치와 교훈은 물론 그림책을 보는 재미까지 두루 갖춘 신판 신필마량, [신기한 붓]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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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1-29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았습니다.
 
산골 아이 나더덕 작은 책마을 36
원유순 지음, 이지선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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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산뜻한 표지그림이 먼저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래 아기자기하고 정감있는 모습으로 다가온 산골아이 나더덕. 

[까막눈 삼디기], [눈꽃나무], [고양이야, 미안해]를 쓰신 원유순 선생님의 작품인 이 책에는 열 살 더덕이가 살고 있는 산골생활과 더덕이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집이 네 채뿐인 작은 산골마을, 윗범실에 사는 더덕이는 아빠와 단 둘이 산다.

어릴 적 아빠가 택시운전을 하다 사고가 나는 바람에 엄마 아빠와 헤어져 할머니하고 살았던 더덕이는 이제 아빠하고 산골로 들어와 살고 있다.

산골생활에 익숙해진 더덕이는 이제 혼자 쌀을 씻어 밥도 짓고 몇 가지 반찬도 만들 수 있다.

거기다 맨손으로 굼벵이도 거뜬히 만지고 집에 드나드는 까만 쥐 까망이를 친구 삼아 지낸다.

학교에 다니지 않고 일주일에 한 번 구석골에 사는 예랑이네서 홈스쿨링을 하는 더덕이는 산과 자연, 그리고 이웃한 사람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며 건강히 자란다.

하지만 더덕이의 산골생활이 이렇게 정겹고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때 헤어져 엄마 얼굴도 기억 못하지만 항상 더덕이 가슴엔 엄마의 빈 자리가 크다.

어미닭 얌체가 병아리를 모두 품어 주는 모습을 보며 뽀글뽀글 파마머리 아줌마가 자신을 꼭 안아주는 꿈을 꾸었다는 더덕이의 이야기가 그 그리움의 크기를 짐작케 한다.

똑부러지고 밝은 성격의 더덕이지만 엄마를 향한 그리움은 그렇게 꿈에서라도 나타난다.  

 

그토록 애타게 그리던 엄마를 만나게 되었지만 엄마는 더덕이가 그리던 모습과 많이 달랐다.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겉모습 뿐만 아니라 생각까지도 전혀 다르다.

엄마는 더덕이와 함께 살고 싶다 하지만 불편한 산골생활은 절대로 싫단다.

더덕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산골의 생활을 엄마에게도 보여주고 또 맛보게 해주고 싶다.

 

'말린 다래도 있고, 말린 머루도 있다고. 또 아빠가 키운 표고버섯 볶음이 얼마나 맛있는지 아냐고. 또 한여름 밤, 반짝반짝 별빛처럼 빛나는 반딧불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냐고. 또 겨울에는 눈꽃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고. 또 나무 난로를 피우고 밤과 고구마를 구워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아냐고. 또 엄마하고 나하고 눈썰매를 타면 정말 재미있을 거라고. 또...... (P.137)

 

산골로 들어오기 전 아빠는 산골에 가 살면 매일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며 꾀였는데 이제 더덕이에겐 아이스크림보다 좋은 것들이 산골에 가득하다.

'또, 또, 또' 해가며 한 번만 와 보면 엄마도 홀딱 반할거라고 말하는 더덕이의 마음이... 엄마에겐 통하지 않을거 같아 짠하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더덕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참 따뜻하게 다가온다.

밤마다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빠와 책보다 더 재미나게 옛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땅콩 할머니 또 자기 마음을 헤아려주는 산골친구들..

더덕이 이야기가 왜 따뜻하고 행복한지 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다.

 

이 책을 쓰신 원유순 선생님은 어려서 산골에서 자랐고 지금도 산골 생활을 하고 계신다고 한다.

그래서 더덕이 주변의 모든 것, 더덕이의 일상과 산골의 풍경이 눈에 보듯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거기다 글이 더덕이의 입말체로 쓰여져 더덕이의 이야기를 실제로 듣는 듯 하고 허구가 아닌 실제 같은 기분이었다.

호랑이가 득시글댔다는 범실마을, 

한 번 와보면 홀딱 반할거라던 그 곳에 정말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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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단길로 간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는 비단길로 간다 푸른숲 역사 동화 6
이현 지음, 백대승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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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자가 된 아이]에 이어 두 번째로 읽는 푸른숲주니어의 역사동화다. 

두 동화 모두 주인공을 아이들로 두어 아이들의 입장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또 문제를 직접 해결해가는 과정이 역사적인 상황과 절묘하게 어울려 읽혀진다.

[첩자가 된 아이]가 고려 삼별초 항쟁의 역사를 들려 준다면 이 이야기는 우리 발해사와 발해의 활발했던 무역에 대해 다루고 있다.

 

붉은 비단, 홍라..

주인공인 홍라는 어머니 금씨를 따라 일본에서 교역을 하고 상경성으로 돌아오던 중 갑작스런 풍랑을 만나 어머니를 잃는다.

혹시나 어머니가 먼저 와 계시지 않을까 기대하지만 정작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빚 뿐이다.

거기다 사장시의 영은 그녀에게 부왕의 혼례식에 비단 오백 필을 바쳐야 하는데 기한내 이뤄지지 못하면 관아의 부족이 될거라며 금씨 상단을 다른 상단에 넘겨 주고 두 살때 헤어진 아버지를 찾아가라고 권한다.

하지만 홍라는 대대로 교역을 해온 자신의 가업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섭씨 영감에게 진 빚과 부왕의 혼례식에 쓰일 비단 오백 필을 위해 그녀는 어머니가 준 묘원의 열쇠를 꺼낸다.

가문에 위기가 닥쳤을 때 쓰라던 열쇠, 그곳엔 소그드의 은화가 있었다.

홍라는 상단의 호위무사 친샤와 천문 수습생 월보, 그리고 신라에서 만났던 비녕자로 단촐한 상단을 꾸려 은화의 값어치를 잘 받을 수 있는 솔빈으로 떠난다.

가는 중에 섭씨 영감의 아들 쥬신타와 동행하게 된 그녀는 장사에 재능이 있는 쥬신타의 도움으로 소그드의 은화를 팔고 말을 구하게 된다.

거래가 계획대로 수월히 풀리자 홍라는 등주로 가 비단을 구하면 상단을 지킬 수 있는 길이 가까워질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비녕자의 배신으로 한달 반간의 여정은 실패로 끝나고 그녀와 함께 있던 이들 또한 모두 떠나게 된다.

그러나 홍라는 주저않지 않는다.

잃어버린 것들 뒤로 그녀에겐 값진 경험과 꿈이 남았기 때문이다.

 

거래를 성공적으로 마친 상황이었지만 자신과 함께 했던 이들이 떠난다 했을 때 그녀는 큰 상실감에 젖는다.

여태 자기 곁에 있는 사람들은 당연 자신을 위해 일하는 이들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들이 자라온 환경, 그들의 꿈과 실제의 마음을 돌아보며 조금씩 그들을 이해하게 되고 비로소 그들이 거래를 이뤄준 고마운 존재란 걸 알게 된다. 

아무리 대상주라 하더라도 열세 살의 소녀가 어찌 다른 이들의 맘까지 다 헤어릴 수 있을까..

그것은 누가 가르쳐서도 아니고 스스로 깨달아가며 배우는 경험이자 깨달음이다.

 

교역을 떠나는 중에 만났던 아버지와 쥬신타는 그녀에게 왜 교역을 하는가 물었다.

대대로 내려오는 금씨 상단을 지키기 위해서도 아니고 이문을 남기려는 욕심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뭐라 선뜻 말할 수 없었던 그녀였다.

하지만 상경성에 돌아와 새로운 교역을 시작하며 자신의 꿈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길. 아무도 가지 않은 길. 그곳에서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만나고 새로운 나를 만나고 싶다는 그녀의 꿈 말이다.

어리지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일구고 넒은 세상으로 나가고자 하는 홍라의 열망이 발해인들의 당찬 기개로 느껴진다.

   

발해가 신라, 일본, 당나라, 서역에 이르기까지 다른 나라와의 활발한 무역을 하고  장보고가 청해진에서 교역의 중심을 이루었던 때에 교역을 시작하게 된 열세 살 홍라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에는 흥미진진한 발해의 역사가 담겨 있었다.

발해의 무역로와 당나라 황제의 죽음과 발해 가독부의 맏아들인 부왕의 결혼식, 발해장군 장문휴, 장보고의 죽음등의 역사적 사건이 등장한다. 그리고 고구려 후예를 중심으로 신라, 당나라, 서역, 일본인, 말갈인등 다민족으로 이뤄진 발해의 사회상이나 종교, 벽화문화 등은 물론 홍라와 그 일행의 무역로,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 거래를 하는 방법이나 거래 물품등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부록 '발해는 어떻게 해동성국이 되었을까?'에는 발해 국가의 건국과 멸망, 발해 유물과 무역길 등이 실려 있어서 이 동화의 역사적 배경을 다시 한 번 소개해 준다.

역사와 이야기의 재구성, 그것은 읽는 재미와 더불어 역사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즐거움을 주었다.

작가의 상상력에서 만들어진 인물이지만 웬지 실제로 그 비단길에 말을 타고 달려가는 홍라가 보이는 듯 실제같은 기분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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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1-24 0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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