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자동차의 하루 아티비티 (Art + Activity)
조엘 졸리베 글, 장-뤽 프로망탈 구성, 정지현 옮김 / 보림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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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그림책보다 큼직한 판형의 책이 눈길을 끄는 이 책은 [펭귄 365]를 쓴 장 뤽 프로망탈이 구성하고 같은 책을 그렸던 조엘 졸리베가 그렸다.
두 작가가 만든 책들이란 공통점이라설까?
큰 판형과 굵직한 그림선, 그리고 검정색과 선명한 몇 가지의 색깔이 갖는 깔끔함이 눈에 띈다.
그중에도 [빨간 자동차의 하루]는 연두색과 청록, 빨강이 더해져 이미지 상으로 유쾌함과 발랄함이 두드러지고 아이들의 눈에 들어올 자동차라는 소재가 재미를 더한다.


아침부터 배달을 준비하는 빨간 자동차 라피도.
라피도의 배달 목록에는 올리브기름에서부터 소파, 영사기, 계산기, 농구공, 식빵, 저울까지 다양한 품목들이 써져 있다.
물건을 가득 실은 라피도는 등대와 호텔, 영화관, 공연장, 백화점과 병원, 학교, 소방서, 정비소, 슈퍼마켓 등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이곳저곳을 다니며 물건이 필요한 곳에 배달을 한다.

매 장마다 바뀌는 장소로 라피도의 행로를 따라 가보는 재미와 함께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는 플랩구성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플랩을 열면 라피도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래서 마을에 있는 여러 기관과 그곳에서 하는 일, 그리고 일하는 사람들도 자연스레 살펴보게 된다.

 
큼지막한 판형만큼이나 굵은 검정선으로 그려진 그림은 무척 뚜렷하고 시원시원하다.
빨강과 연두, 주황과 청록이 만난 색은 알록달록 밝고 활력이 넘치는 도시를 연상케 한다.
이 책에서는 배가 다니는 항구동네와 공연장과 영화관, 카페가 있는 문화의 거리 그리고 초원에서 풀을 뜯는 조용한 변두리 마을까지 다양한 마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병원과 호텔, 기차역이 있는가 하면 백화점, 은행, 빵집, 초등학교가 있는 페이지와 체육관과 우체국, 아파트가 있는 페이지에서는 우리가 사는 주변과 우리집을 자연스레 대입시켜 보기도 했다.
글이 플랩 안쪽으로 쓰여 있어 언뜻 글자 없는 그림책인가 했는데 이 책은 글자없는 그림책처럼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게한다.
배와 기차를 비롯해 기중기차와 구급차, 레미콘, 트럭과 승용차등 여러 종류의 자동차도 만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도 보게 된다. 
그리고 이 책에는 라피도 말고 깜장개를 태우고 다니는 오토바이 한 대가 조연으로 등장한다.
설렁설렁 보는 듯 싶으면서도 아이들의 날쌘 눈은 오토바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아마도 작가가 의도적으로 준비한, 아이들을 위한 즐거움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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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모험을 끝내는 법 - 제5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단편 부문 수상작 모음 작은 책마을 34
윤아린 외 지음, 이경국 외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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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수상작으로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내 이름은 모험을 끝내는 법]을 비롯해 모두 세 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책이 주인공이기도 하고 상상하기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이 책 속의 새로운 주인공이 될 법한 이야기들로 상상이 주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대상 수상작인 [내 이름은 모험을 끝내는 법]에는 결말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마지막 페이지가 찢겨진 책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재활용 쓰레기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모험을 끝내는 법'은 지칠대로 지쳐 자신의 모험이 그대로 끝났으면 하고 체념해 있었다.
다른 재활용품들의 이야기에 화가 난 모험을 끝내는 법은 표지만 보고서 자기를 데려갔다가 버린 아이를 원망한다.
우리 아이들이 흔히 접하는 것중에 으뜸은 아마도 책이 아닐까? 아이들에게 책은 무엇일지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다.
표지가 멋있지만 이야기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어렵고 지루하다고 두 번 다시 펴보지 않는 책들도 부지기수일테다.
그런데 책의 결말이 싫다고 찢어 버리다니.. 책의 입장에서 보자면 너무 안타깝고 또 그것만큼 서러운 것도 없겠다.
그런 순간 모험을 끝내는 법은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된다.
재활용통에서 모험을 끝내는 법을 찾은 남자아이는 집으로 가져가 책을 읽고 결말을 새롭게 글로 써낸다.
결말없이 버려졌던 책은 다시 책 속 주인공이 행복한 결말을 얻으면서 행복해지고 아이는 어느새 책의 독자에서 책의 저자가 되어 책에 자신의 이름을 쓰게 된다.
'모험을 끝내는 법'의 저자 서영우처럼 우리 아이들도 책을 제대로 읽을 줄 아는 아이로 또 이야기를 만드는 데 어려워하지 않고 상상을 즐기는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괴물 난동 사건의 진실]은 어느 날 우연히 괴물을 만나게 된 승찬이의 모험을 일기체로 담은 동화다. 
방학식날 동화축제를 하느라 엄마가 만들어주신 괴물 옷을 입게 된 승찬이는 외진 숲길로 집에 오다가 괴물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괴물 회의에 참석하게 된 승찬이는 다시 또 얼떨결에 사람들을 혼내주는 특공대원에 지원하게 되었다.
어릴 때는 승찬이의 엉뚱한 경험같은 상상을 했던거 같다.
저녁엔 도깨비들도 살아나 돌아다니고 산 뒤에는 다른 나라로 바로 갈 수 있는 길이 있기도 하다고.. 책에는 벼락바위에서 괴물들이 회의를 하러 모이는 구름까지 바로 가는 통로가 있고 그래서 그들이 움직일 때 비가 쏟아진다는 즐거운 상상이 담겨 있다.
괴물의 권리를 찾기 위해 인간을 혼내주기로 했던 괴물들은 되레 사람들로부터 감사인사를 듣고 되고 사람들과 괴물들은 승찬이를 통해 화해의 물꼬를 트게 된다.
오해와 불신으로 가졌던 원망을 어렵지않게 풀어낸 이 이야기에는 유쾌한 상상으로 풀어낸 소재들이 많아 재밌었는데 우리 큰아이도 세 편의 이야기중 이 동화가 가장 재밌다고 꼽았다.

세 번째 [책이 된 어느 날]은 실제 현실을 담은 이야기이면서 상상의 끈을 적절히 당기어 재미를 준다.
아이들에게 다독보다는 정독이 그리고 거짓보다는 진실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느끼게 하는 이야기이다.
큰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그렇고 요즘은 독서에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추진하면서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권한다.
이 동화에서도 독서인증제때문에 도서실에서 책을 빌려 독서 권수를 늘리고 책을 제대로 읽는 대신 인터넷서점의 서평으로 대략의 내용을 알게되는 아이가 등장한다.
학교 대표로 다독상을 받게 되었지만 친구들로 부터 사실이 밝혀진 영우는 집을 가출하려다 책이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영우를 찾으러 학교를 간 엄마는 영우의 사정을 듣게 되고 영우인 책 [나 좀 봐 주세요]를 읽는다.

'솔직히 나는 책 읽는 게 재미가 없다. 읽어도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엄마는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데 이걸 안 보느냐고, 늘 덜떨어진 애 취급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차라리 내가 책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한 번쯤은 엄마가 나를 제대로 봐 줄 테니까.  (p. 96 본문에서)
주인공 영우는 다독상을 타기 위해 그리고 책읽기를 즐기는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받기 위해 그런 실수를 하게 된다.
그야말로 책읽기의 즐거움 보다는 다독상이라는 결과물에 연연해 정작 자신의 본질까지 변해 버린 것은 아닐까?
영우의 속마음을 알게 된 엄마 그리고 엄마의 이해를 보면서 다시 영우로 돌아오는 결말이 다행이기도 하지만 이 이야기는 정말 나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영우의 엄마는 일주일에 한 번씩 책을 사들이는데 주로 베스트셀러들로 책을 다 읽지는 않는다. 장식품처럼 책을 꽂아 놓고 온라인 서점에 올라온 서평을 읽으며 내용을 다 아는 것처럼 그리고 무척이나 책을 좋아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영우를 누나와 자주 비교하고 있는데 내 모습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리 비춰질 수 있겠단 생각에 갑자기 호흡이 빨라졌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을 가볍게 보지 않는가?
한 번 읽고 다 아는 것처럼 말하지는 않는가?
아,, 내 앞에 놓인 이 책은 나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책을 읽는 나도 잠깐 즐거운 상상을 해보게 된다.  
[내 이름은 모험을 끝내는 법] 동화 세 편은 현실과 상상이 잘 어우려져 신선한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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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바위 똥바위 옛날옛적에 12
김하늬 글, 권문희 그림 / 국민서관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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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글 / 권문희 그림 / 국민서관


옛날 옛적에 신선님들은 비와 바람, 눈과 태풍 등 날씨를 살피는 일을 하며 세상을 돌보았어.

그리고 일이 끝나면 전라도 땅에 있는 신선바위에 내려와 바둑을 두며 놀았지.
바위 아래 사람들은 농사를 지어 먹고 살았는데 어느해 가뭄이 들었지 뭐야.
사람들은 속닥속닥 일을 꾸미는가 싶더니 그날부터 음식을 준비해 배불리 먹고 놀았어.
그리곤 몇날 동안 큰일을 보는 건 꾸욱! 참았단다.
마을 사람들은 신선바위에 올라 상을 차려 놓고 농사지을 단비를 내려달라 빌었어.
대장엄마는 대나무 줄기로 비가 언제 올까 여쭈었고 사람들은 신선바위에서 한바탕 시끄럽게 놀았지.
남자 어른들이 저만치 내려가고 대장엄마가 "싸시요잉!"하고 말하자 엄마들과 아이들은 서둘러 쪼그려 앉아 똥을 누기 시작했어.
바위 위에는 찰똥, 물찌똥, 고드름똥, 알똥, 활개똥, 무더기똥, 황금똥이 가득~ 똥판이 벌어졌어.
사람들은 서둘러 마을로 내려가고 신선바위를 본 신선님들은 화가 단단이 났어.
신선님들이 비구름에 천둥 번개, 소나기, 꿀비, 단비, 작달비 모두 부르자 주룩주룩 큰 비가 내렸단다.
가을이 되어 들판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신선바위 아래 사람들은 해마다 농사를 지어 잘 먹고 잘 살았어.
그것은 다 비를 부르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래.

신선님들이 놀다가시는 신성한 신선바위가 똥바위가 된 재미난 사연을 담은 이 이야기는 전라남도 곡성군에 전해 내려오는 민담이라고 해요.
농사를 천하의 근본이라 여겼던 그 옛날에는 날씨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을텐데요..
이 책에는 비가 오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간절함을 담은 색다른 기우제 풍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신선놀음에 도끼 자루 썪는 줄 모른다'는 옛말처럼 신선님들이 바둑을 두느라 날씨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생각했을까요?
그리고 신성한 제를 모시며 아녀자들이 똥을 싸다니!
좀 엉뚱하기도 하지만 바위를 더럽히면 신선들이 그것을 씻어내려 할 것이라 생각한 그네들의 재치가 엿보입니다. 

농사를 지어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는 가뭄은 그야말로 하늘을 원망할 일이었겠지요?!!

먹을 것은 없고 농작물은 말라가고 속도 바짝 타들어갈것인데 사람들은 없는 살림에 먹을 것을 장만해 몇날며칠 실컷 먹습니다.
그리곤 신선바위에 올라 제를 지내고 한바탕 뛰논 다음, 큰 일을 치루지요.
먹자판, 놀자판, 똥판을 벌이는 이들을 보자면 어떤 어려움과 걱정 앞에 전전긍긍하지 않고  여유있게 문제를 풀어가는 슬기와 지혜가 느껴집니다.

방귀, 똥 이야기 나오는 이야기치고 아이들이 싫다 하지 않는거 같아요.
이 책도 그러한 소재에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쓰여진 글이 옛이야기의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말풍선 글을 따라 읽으며 책 속 인물이 되어 보는 것도 즐겁고요..
그리고 <줄줄이 꿴 호랑이>와 <내 더위 사려!>를 그린 권문희 작가 특유의 재미난 그림이 있어 책속으로 한껏 끌리게 되네요. 
부드럽게 간드러진 그림들과 생생한 표정과 몸짓을 가진 인물들, 특히나 사람들이 똥을 싸는 장면과 신선님들의 노한 얼굴은 웃음이 절로 나와요.
맨 마지막에 아이들이 부르는 <뿌지직 뽕!>노래는 인터넷에서 찾아 듣고 같이 따라 불러 보기도 했어요.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던 이야기를 재미난 이야기와 그림, 노래로까지 다시 만나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날씨를 다스리는 신선님들은 안개비, 여우비, 꽃바람, 소슬바람, 가랑눈도 뿌리고 꿀비, 단비, 작달비도 내리게 한다지요.
비와 바람, 눈 등 날씨를 알려주는 예쁜 우리말들인데 저도 잘 모르는 것이 있어서 과연 그것이 무얼까 찾아 보기로 했어요.
그리고 이왕이면 날씨에 어울리는 작은 책을 만들어 적어 보기로 했습니다.


좋아하는 색깔로 골라 한다며 유주는 보라색과 분홍, 빨강을 골랐어요.
색종이를 대각선으로 접은 다음 삼각접기를 해서 다시 접어 모으고 모양그림을 대고 오려냈어요.
밑판이 되는 종이에 한쪽을 붙여주고.. 우산대를 빨대로 넣어주면 어렵지 않게 완성입니다.
각각 바람과 비, 눈 이름을 적고 그것이 어떤 이름인지 적어 보게 했어요.

유주가 글을 적고 있으니 규현이도 해보고 싶다 하네요.
규현이도 유주처럼 좋아하는 색을 골라 접고 오리고 붙이고 쓰고 바빴습니다.
유주는 다 완성한 다음 글을 썼는데 글을 쓴 다음 모양을 붙여주는 것이 여러모로 한결 나았어요.


우산보다는 파라솔처럼 생긴 우산북이 만들어졌어요.
꽃바람, 소슬바람, 단비, 꿀비, 작달비, 함박눈.. 날씨 이름들이 참 예쁘지요?!
집에 있는 다른 책을 찾아보니 이 외에도 날씨에 관련한 이름들이 참 많았어요.
샛바람, 높바람, 남실바람, 건들바람, 잎샘바람, 잠비, 떡비, 채찍비, 도둑눈, 잣눈..
생소해서 아이들이 아직은 어려워했지만 나중에 더 크면 좀 더 큰 우산에 더 많은 날씨 이름을 넣어도 좋겠다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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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의 재판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21
홍성찬 글.그림 / 보림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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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과 현명함 사이에서 우리는 망설일 때가 많다.
어려움에 처한 이를 돕는 것은 인정이고 또 우리가 추구해야할 바이지만 상황에 따라 선택을 달리해야 하는 경우도 분명 있다.
옛 이야기 [토끼의 재판]은 그것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다.
함정에 빠진 호랑이를 구해주었다가 잡아먹힐 위기에 처한 나그네를 구해주는 지혜로운 토끼 이야기를 어릴 적 교과서에서 읽었던가..
우리가 잘 아는 토끼의 재판이 이번에 보림의 옛이야기 까치호랑이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책 내용이 주는 교훈 이전에 팔순을 넘은 홍성찬 작가가 쓰고 그린 책이라는 게 더 값지다.

홍성찬 작가의 그림은 까치호랑이 시리즈중 [땅속나라 도둑괴물]과 솔거나라의 [단군신화]에서 먼저 만났는데 요즘에 나오는 그림책의 그림과는 많이 다르다.
사실적이고 치밀한 그림은 한 번 보기만 해도 강한 느낌을 남긴다.
이 책에서도 옛 사람들이 어울려 살면서 서로 의논하고 협동해 일하는 모습이나 여러 가지 사실적인 그림은 옛날 우리 조상들의 생활상을 잘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60년 그림을 그려온 홍성찬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지켜온 철저함이지 싶다. 
우리나라 1세대 삽화가이신 홍성찬 작가는 당뇨에 노안이 겹쳐 이 그림책을 한 권을 만드는데 2년이 걸렸다고 한다.
60년간 그림을 그려온 노작가가 공들인 2년, 어릴 적 아버지께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려 한쪽 눈을 감고 작업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려 보니 더 애틋하고 글과 그림 하나 허투루 봐지지 않는다.

요즘 들어 호랑이에게 화를 입는 일이 부쩍 늘자 마을 사람들은 훈장 집에 모여 허방다리를 파기로 의논하였다.
가을걷이가 끝나갈 무렵 마을 사람들은 도르래로 커다란 허방다리를 파 놓았고.. 드디어 그곳에 호랑이가 잡혀 들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보다 먼저 호랑이를 만난 나그네는 호랑이의 울부짖음을 지나치지 못하고 호랑이를 구하게 된다.
지나가던 장끼 한 마리가 호랑이를 구해 주면 분명 잡아먹으려 들것이다 말리기도 하고 본인 스스로도 의심을 하기는 했지만 나그네는 선행을 택했다.
그리고 후회 대신 자신의 행동을 옳다 생각한 나그네는 호랑이에게 다른 이에게 물어 올바른 해결법을 찾아보자 권한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그에게는 스스로 판 허방다리, 함정이나 다름 없었다.
아홉 번을 묻기로 하고 만난 것은 나무와 멧돼지, 닭, 소, 염소, 곰, 여우, 사슴과 토끼..
'사람들 때문에' 다들 아픔이 있던 이들은 거의 하나같이 호랑이에게 나그네를 잡아 먹으라는 판결을 내린다.
그들의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자면 그도 합당한 이유들이고 읽는 동안에 인간의 처사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그나마 사슴은 사람과 호랑이 둘 다 자신들의 적이라 하고 드디어 마지막이자 주인공 재판관인 토끼가 등장한다.
허방다리로 되돌아온 이들은 토끼에게 허방다리 일을 자세히 알렸고 토끼는 재판을 제대로 하려면 처음 허방다리에 갇혔던 모습을 그대로 보아야 한다 말한다.
그리고 허방다리로 다시 들어간 호랑이에게 "급하면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달콤한 거짓말을 내뱉고, 은혜를 입은 상대에게 오히려 해를 입히니, 너 스스로 말하는 '산속의 왕'이란 형편없는 몸가짐과 보잘것없는 마음 씀씀이를 일컫는구나. 너는 이제 거기에서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고통스러운 마지막을 맞을 것이니라." (본문에서) 라고 말한다.
작지만 당돌하리만치 명쾌한 판단과 조언을 내린 토끼는 나그네에게도 한 마디 더해준다.
"나그네여, 어찌 호랑이를 풀어 주셨습니까? 허방다리를 팠을 때는 그만한 까닭이 있었을 터인데 말입니다."라고 말이다.
 

극적으로 살아난 나그네를 보자면 덕행에도 지혜와 현명함이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그리고 처음엔 살려달라고, 맹세코 나그네를 잡아먹는 일은 없을거라던 호랑이가 은혜를 갚기는 커녕 욕심을 내다 다시 허방다리에 갇히는 걸 보자면 거짓과 교만이 얼마나 위험하고 옳지 않은지를 잘 보여준다.
나그네의 목숨을 놓고 아홉 재판관이 내리는 판결은 매순간 긴장을 고조시키는 거 같다.
그것은 바로 이야기가 주는 재미이자 매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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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좋다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31
고대영 글, 한상언 그림 / 길벗어린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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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글 / 한상언 그림 / 길벗어린이

노크하지 않고 누나 방에 들어갔다가 누나에게 혼나고.. 엄마는 누나 뒤 좀 그만 따라다니고 독립하라고 하신다.
누나는 나보다 두 살이 많다.
다섯 살, 고모네 집에서 이층 침대를 가져왔을 때 나는 누나와 둘이서 작은방에서 자게 됐다.
엄마와 따로 자야했지만 누나랑 함께여서 괜찮았다.
누나와 함께 있으면 심심하지 않고 누나하고 노는 게 가장 재미있다.
누나는 그림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카드놀이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
일요일이면 가족이 함께 목욕탕에 갔는데 다섯 살 때부터는 누나랑 함께 여탕에 못들어가게 돼서 나는 목욕하는 게 하나도 재미없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물어도 나는 누나라 대답했고 유치원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그릴 때도 누나를 그렸다.
일곱 살 때 방이 세개인 아파트로 이사해서 내 방도 생겼지만 나는 하나도 좋지 않았다.
이사한 다음 날부터 나는 혼자 자야 했기 때문이다.
잠을 자려고 해도 잠이 잘 안 오고 괜히 목도 마르고 오줌도 마려웠다.
자기 방에 불쑥 들어오고 내가 만날 자기 뒤만 졸졸 따라다닌다며 누나가 아빠한테 일렀다.
아빠도 어렸을 때 그랬고 큰 고모가 시집갔을 때 많이 서운했다며 누나한테서 독립하라 하신다.
 그날 밤, 나는 누나가 누나 짝꿍한테 시집가는 꿈을 꾸었다.
"안 돼!" 엄마가 깨우는 바람에 벌떡 일어났지만 꿈인 것이 정말 다행이다.

지원이 병관이시리즈를 쓰시는 고대영 작가님이 쓴 책이에요.

그래서일까요?
그림 속 아이의 이름이 따로 없고 생김새도 다르지만 이 두 남매의 이야기 속에 지원이와
병관이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우리 유주에게 고대영작가님의 자녀 이름이 진짜 지원이 병관이라고 이야기를 했던터라 유주가 책표지에서 고대영 작가의 이름을 보고는 이 주인공 아이가 병관이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아니라고 했두만,, 잠시 뒤에 엄마는 틀렸답니다.
엄마 아빠가 만나 데이트를 하고 결혼을 하는 장면에서 '어머나 멋져 대영씨~' 하는 대목을 손으로 가리키고는 "맞잖아~~" 하며 반박을 하네요.^^
이런들 저런들~~ 병관이가 아니더라도 이 이야기는 형제나 자매가 있다면 마치 우리집 이야기, 둘째들의 이야기 같습니다.
남매긴 하지만 반대로 오빠와 여동생인 저희집도 동생이 완전 오빠 매니아에요.
티격태격 다툴 때도 있고 심통을 낼 때도 많지만 놀고 먹고 자고 거의 모든 일상을 함께 하면서 오빠를 자신과 가장 가까운 존재로 여기지요. 오빠가 좋아하는 반찬은 앞으로 당겨 놓아주고 오빠 양치할 치약도 짜놓고.. 거의 누나같이 챙기는 동생은 사랑의 부등호로 쳐도 완전 기울어진 사랑이라지요.
서로에게 가장 의지하고 때론 다투거나 경쟁하면서 자라는 이 두 남매처럼 우리 아이들도 이 아이들의 심정을 더 공감하며 볼 듯 하네요.

면지에 그려진 강아지처럼 이 남동생도 누나 뒤를 졸졸 따라 다녀요.
어떤 놀이를 하든 둘이 함께 하고 그러다 서로 봐줘라, 안된다 삐지기도 하고.. 기분이 풀린 누나가 책을 읽어주면 누나를 바라보는 눈에선 반짝반짝 광채가 일고 이러니 가장 좋아하는 사람도 항상 누나입니다.
엄마랑은 떨어져 자도 아무렇지 않지만 누나랑 떨어져서는 잠을 못이룰 정도라니 이 누나가 얼마나 절대적인 존재일지 짐작할 만 하지요.
그런데 이 누나가 자기를 두고 시집을 간다니~~~ 얼마나 당황되었으면 "안 돼!!" 하려 해도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을까요?
눈물 콧물 다 쏟으며 식장에서 울어퍼대는 이 동생을 보 참 귀엽습니다.

평소때 우리 아이들을 보듯 생생한 일상을 그려낸 이 책에선 그림만 보면서도 웃음짓게 되는 부분이 많아요.
엄마, 아빠의 만남에서부터 아이들의 출생이 담긴 페이지도 그렇고 아이들이 서로 게임을 하며 실랑이를 벌이거나 누나를 이기고 좋아하는 동생과 거꾸록 동생에게 져서 분한 누나의 표정이 재밌게 그려졌어요.
낙서같은 그림이 잔뜩 그려졌는가 하면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짐작해 볼 수 있을 만큼 그림이 굵직굵직, 인물들의 표정이 크게 보입니다. 
일반적인 그림책과 달리 노란색 소포지같은 재질의 종이에 물감과 연필로 자유롭게 그려졌고 글도 제법 많아 그림이 재잘재잘 더 수다스러운 거 같아요.      
내용으로나 그림으로나 시끌벅적한 [누나가 좋다]입니다.

책을 읽고서 어떤 책놀이를 할까 하다가 책 속에서 끝말잇기를 하는 주인공들을 보고 유주에게 끝말잇기를 하자고 했어요.
주거니 받거니 말로 좀 하다가 유주에게 끝말잇기를 적으면서 해보자고 했더니 좋다네요.
유주가 놀 동안 후다닥 A4종이를 접고 아예 책 모양으로 엮어 유주만의 책이라 주었어요.
(아주 바쁘게 열심히 만든 엄마의 정성을 봐서라도 글씨 좀 바르게 써보라고 ㅎㅎ )


끝말잇기를 하겠다고 앉았는데 흰 종이를 보고는 또 그림본능이 살아났습니다.^^;;

우선 책에 나온 꼬마 고대영을 그리겠다며 시집가는 큰누나를 보고 우는 아이를 펼치네요.
그리곤 해맑게 웃는 아이도 옆에 그리고는 병관이라 하고 뒷장에는 지원이가 나오는 책을 뽑아다가 책상에 앉은 지원이를 그렸어요.

한참 그림 그리기를 하고는 끝말잇기를 시작했어요.
책 제목인 '누나'가 제시어.. 따로 정해진거 없이 계속 페이지가 끝날 때까지 적기로 했는데 하나 적고 '엄마는 뭐로 할꺼냐?" 묻고 또 하나 적고.. 아주 더디게 적었습니다.

페이지가 끝날 때까지 하루에 한 쪽씩 하기로 해서 담날에도 끝말잇기를 하는 유주..
속도가 느려서 왜 그러냐 물었더니 말로 할 때는 생각이 나는데 글로 적으려니까 생각이 잘 안난다며 투정반입니다.
맞은편에서 숙제를 하던 규현이가 슬그머니 나서서 좀 거드니 속도가 다시 붙어서는 다 마쳤다고 가져왔어요.
역시 유주에겐 멋진 오빠! 이래서 유주에겐 '오빠가 좋다!!' 입니다. 



'료'로 끝나면 '요'로 쓰는거라더니 료가 요로 바뀌어 쓰여지기도 하고 틀린 글자도 보입니다.

언제나 파도타기하는 유주체 글씨..

아이들에게 첫 시작 낱말과 마지막 낱말로 문장을 만들어 보자고 했어요.
'누나가 수박을 먹는다.', '사냥꾼이 돼지를 잡는다.' 
이렇게 아주 간단한 문장을 만들고는 둘이 이어서 두 번째 단어와 뒤 두 번째 단어.. 계속 해 문장 만들기를 해 봅니다.
말도 안되고 얼렁뚱땅인 것도 부지기수이지만 그냥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노는 모습이 흐뭇하고 둘이라서 좋단  생각 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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