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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이야기 - 내 영혼을 위로하는
김현 지음, 조민지 그림 / 오션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육개장을 좋아하는데 생각보다 편하게 사먹을데가 별로 없다.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장례식장의 음식으로 더 익숙해져 버린
이 음식이 그리고 별로 많이 접해보지도 않았던 이 음식이
왜 가끔 떠오르게 된 좋아하는 음식이 된건진 잘 모른다.
그럼에도 이 육개장에서부터 작가의 개인적인
음식들에 대한 기억들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그것들은 나의 추억도 된다는 느낌으로 더듬으며 읽게 되버렸다.
육개장, 정화수, 북어보푸라기, 짜장면, 김밥 등
예전엔 잘 볼 수 있었던 단어들이고 익숙했던 단어들이었는데
지금은 TV에서도 잘 안써주고 흔하게 보긴 힘들어져 버렸다.
물론 짜장면이나 김밥까지 보기 힘든 메뉴는 아니지만
예전엔 각종 영화나 드라마 속 단골 조연과 메뉴가
철가방을 든 중국집 배달원이나 짜장면, 김밥 등이었는데
문화가 바뀐건지 변화를 주려는 의도인지
예전만큼 편히 자주 볼 수 없어진 아이템이 된 건 맞는거 같다.
어쨌거나 너무나 흔한 음식들로 굉장히
자신만의 이야기를 썼는데도 책에 매력이 있는 건
글에서 보다는 음식자체가 주는 공감대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특히 육계장에 대한 얘기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얘기와
그 당시 부고 소식을 받았던 충격과 장례식장의 기억들이 들어있는데
개인에겐 특별하지만 한번쯤 한국에서 장례식의 문화를
경험했던 사람들에겐 특별하지 않은 독자 자신의 이야기도 될 수 있는거 같다.
아버지가 모셔진 장례식장에서 누구도 식사를 할 수 없었다는
그날의 얘기와 결국 산 사람은 살기위해 음식상 앞에 앉았고
맛을 음미할 수 없이 먹었던 그날의 육개장이 지금도
좋아했던 그 음식을 거부하게 됐다는 얘기 등은 그리 특별할 수 없을거 같다.
왜냐하면 그런 상황을 생로병사를 겪어야만 하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과거, 현재, 미래 어느 순간엔 경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래서 더 특별한 얘기였던거 같다.
다 알 거 같은데 자꾸 잊고사는 것들에 대한 무거운 마음도 생기고
이런 무거운 일상도 모두가 겪어야하는 일상일 수 있다는 무거운 마음 또한
육개장이란 한가지 소재만으로도 충분히 공감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북어보푸라기까지 이 책에서 만날 줄은 몰랐는데
정화수까지 등장하는 걸 보면 너무 놀랄거 까진 없을거 같다.
책 사이즈도 작고 자꾸 스마트폰만 끼고 사는 시대가 되고 있는데
오고가는 차안에서나 잠깐씩 읽을 거리를 찾게 될 때
읽는다면 추워지는 요즘 참 좋을 책 같다.
요즘 모두 너무 스마트폰만 끼고 사는게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