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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보는 글쓰기 - 스트레스를 줄이고 내적 평화를 찾게 해주는 366개의 글감
캐슬린 애덤스 지음, 신진범 옮김 / 들녘 / 2023년 7월
평점 :

이 책은 한권의 일기장이다.
다른 노트를 일부러 사용할 필요도 사실상 없다.
명제가 있고 밑에 쓰라고 주어진 공간도 있어서.
52주라는 완주기간이 정해져 있으며,
마지막 53주째엔 그간의 감정을 최종 마무리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을 정확하게 사용하겠다면
읽는 이가 누가됐건 정확하게
1년이란 시간을 공통적으로 들여야만 한다, 1년.
나에겐 그래도 이 일기장 구성마저도 결국은 책.
스스로 써야하는 빈칸은 제쳐두고,
매주마다 부여된 목적성 있는 명제들을 먼저 읽어갔다.
각각의 명제들끼린 아예 독립적인 주제가 대부분이지만,
주와 주끼리 연결되는 내용들도 꽤 있다.
그렇지만, 연결되는 내용들끼리의 공유점은 없다.
1년동안 매주 바뀌는 명제를 맞이하게 되는 구성으로 봐도 좋겠다.
각각은 묶이지만 결국 독자적인 묶음의 명제 속 주제들.
그렇게 해나가다 보면,
하나씩 쌓여가는 글쓰기의 효과로 묶어주는 역할은
글감들로 글을 써낸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에서다.
글을 써온 과거의 자신을 현재의 자신이
돌아보는 시간을 꼭 가지도록 책은 명시적으로
시간을 부여하고 이를 규칙적이고 반복적으로 요구한다.
매번 바뀌는 주제를 미리 나처럼 읽어보거나
아님 진짜 해당 주마다 신선하게 모르는 글감들과 마주치면서
재미를 느껴가며 매주 살아가는 것도 꽤나 행복할 거 같다.
상담사나 실제 누군가가 묻고 있지 않지만
책이 당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거와 마찬가지니까.
이런 것에 생각과 감정이 어떤지 책이 글로써 물어와 준다,
그걸 그렇게 느끼는 당신의 생각과 마음은 어떤지.
어떤 면에선 판단을 물어봐 주는 것이다.
이끌어 가거나 가르치는 타인이 있는게 아닌
결국 모든걸 사실은 자신이 주도하고 있지만,
책이 플레잉 코치가 되어 1년을 동행하며
내적 훈련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경험하도록 돕는 것.
어느 주엔 달리기가 등장하는 때도 있다.
신체의 건강함이 정신적 흔들림을 잡아줄 수도 있다는
대강의 이론도 소개하면서, 달리는 중간 기억나는 것을
메모할 수 있는 준비도 해보라는 대목에선,
대부분 필기구로 써가는 글쓰기가 소개된 책이라
폰 메모장을 활용하면 될 간단할 거 같은데
굳이 꼭 이렇게라도 해야 되는 필요성이 있나 싶기도.
하지만, 손으로 쓰는 글과 노트북 활용 모두
비슷하게 설명된 부분들도 있기에, 폰과 메모지 선택 정도는
각자의 재량으로 판단해도 될 문제 같았다.
독자 본인이 채워가야 하는 구성의 책임에도
각 주마다 소개된 명제들을 읽어보며 들던 생각은,
책 자체를 일기장처럼 채워가거나
따로 준비한 노트를 활용하거나 2가지 방법 모두
그마다의 장점이 있겠다는 점이었다.
명제 밑에 바로 적는다면 올인원 구성이니 그 유용함이 있겠고,
따로 준비된 노트를 활용한다면 좀더
긴 글을 써볼 수 있는 공간확보가 가능할 것 같았다.
또다른 아이디어라면, 책에 실린 많은 명제들을
필사하듯 노트에 써볼 수 있을테니
하겠다면 이것도 나쁘진 않을거 같았다.
이 책엔 페이지 숫자가 표기돼 있지 않다.
만약 어느 대목을 찾아야 할 땐 기억에 의존하거나
몇주 몇일이라던가 책갈피 등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책에 실린 많은 내용 중에서 유독 좋았던 글감이 하나 있는데,
6주 3일차에 실린 인지심리학자 '에드먼드 본'의 말로써
'불안장애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누적된
스트레스의 결과라는 결론'이었다.
따옴표는 결론 앞의 결과에서 끝나있지만
난 결론까지 이 문장을 묶어 봤다.
오히려 결론까지 묶었을 때 더 완결되는듯 기억에 남았다.
깊은 이해까지야 요하지 않는 이 문장이 유독 와닿던 건,
'누적된'이란 표현 때문이었던거 같다.
그렇게 여러 심리학 책들을 읽어 왔으면서도
아직 누적된 의미보다는 불특정 사건과
환경적으로 생긴 단편적인 불안 촉발을 더
불안장애 원인으로 먼저 떠오르는거 같아서.
누르고 누르다 터진게 누군가는
화가 아닌 불안 될 수 있는 거란 다른 발상전환으로도
생각해 보게 만들어 준 평범한 듯 특별했던 구절.
앞서 말했듯, 정확하게 완주하기 위해선
정직하게 쏟아부어야 할 시간이 요구되는 책이다.
어떤 심리학 책들보다 풍부한 내용도 좋다.
앨버트 앨리스의 초창기 이론부터
호흡명, 명상, 심지어 가벼운 웨이트 운동까지
시도할 수 있는 건 거의 모든게 다 등장하는 거 같다.
불안에 관해 좋았던 문장을 하나 소개했지만 이 책은
불안, 상심, 외로움, 고통 등의 특정 요소를 목표로만 쓴게 아닌
모든 감정의 주체인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기 위한 책이다.
그래서 '나를 돌보는 글쓰기'란 제목이기도 한거고.
끝으로, 이 책의 컨셉이 스스로 1년동안
자신의 저널을 써보는 구조이기에,
저널의 백과사전식 정의를 끝으로 이 글은 맺고 싶다.
"저널, 일지(日誌: 하루의 기록),
한국에선 언론을 의미하는 바가 큰 데,
영어에서는 매일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스스럼없이 적는다는 의미로 일기(日記)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