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1월 4주

 

 

 

 

 

  

  

'바람'의 주연인 정우를 처음 본 영화가 뭐였더라?
떠올려보려 해도 떠올려지지 않았다.
단지 그가 기억나는 영화로는 '짝패'에서의
안길강 고교시절을 연기했던 그 모습뿐.
바람의 정확한 한글표기는 '바램(wish)'이 아닐까 싶은데
과감히 동음이의어의 효과를 노리려는 듯
'바람'이란 제목을 영화에 달아 놓았다.

보기 전부터 선입견이 마구 생길만한 영화...
주연은 무명, 감독도 거의 무명, 조연은 더더욱 무명,
제목은 너무 단순하고, 홍보마저 많이 안 된 듯한 영화...
나같은 보통의 관객이 보기엔 악조건이라 여겨질 만한
여러가지 상황을 딛고 과감히 개봉한 영화로 보여졌다.

1시간 15분 정도의 이 영화...보며 많이 웃으며 즐겼다.

보고 나서야 이 영화 자체가
주연 정우의 개인사를 옮긴 것임을 들었다.
알고보면, 마지막에 올라오는 정우의 어릴 적 가족사진도
합성이 아닌 실제였고 나름 이유가 있는 등장이었다.

부산배경에 부산사투리,
영화 '친구'가 떠오르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고
'말죽거리 잔혹사'도 떠오르는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지만,
위의 두 영화보다 가볍지만 코믹했고,
코믹하면서도 묘한 여운도 색다르게 전해졌다.

특히, 에피소드 별로 진행되는 이 영화가
고교생만을 위한 하이틴물처럼 유치해지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불량스러운 역을 적절히 코믹하게 표현해 낸 정우의 연기력과
경극을 떠올리게 하는 '챙 챙'소리가 인상적이었던
독특한 배경음악 덕분이라 생각된다.

정말 너무 평범하고 성인이 보기엔 별거 아닌 고교생활을
추억의 얘기로, 웃음이 터질 얘기거리로 포장해 낸 자체가
이 영화의 미덕이자 힘으로 느껴지던 건
오래 전이라 고등학교의 그 추억마저 희미해졌기만
나만 느꼈을 특별한 기분은 아니었으리라.

내 인생이 아닌 주연 정우의 인생의 단편이지만
찍으며 그도 많은 후회가 새삼 새록새록 느껴지지 않았을까
한편으론 내 일처럼 맘이 무거워졌다.
어른이 되버린 나의 눈에 그 시절 그의 호기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회색빛으로도 보였다.
누구나 있었던 17살부터 19살까지의
중요하고 소중했던 시절이 그나 관객이 똑같을 순 없더라도
쓸데없이 낭비해버렸다는 후회가 다시금 피어날 수 있다는
웃음속 씁쓸함이 전달되었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가 누군가에겐 많은 가출 청소년들을
집으로 들어가게 만들었다는
서태지의 '컴백홈'같은 영화가 될지도 모른다.

조용히 혼자 극장을 찾아 보고와도 웃고 즐길수 있고
극장을 나갈 쯤엔 뭔가 건져 갈 수도 있는
나름마다의 추억을 건드려 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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