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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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스탠드업 코미디가 이스라엘 거주 현대 유대인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웃음을 주지 못하는 한 코미디언의 말,,, 지금 팔레스타인 지역 평범한 유대인들은 전쟁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아이러니한 세계에 던지는 질문들이 떠올라 그로스만이 노벨 문학상을 받는것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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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5-10-09 1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에 노르웨이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했으면, 흠... 상을 받을 수도 있겠다 싶네요. 문학성이고 뭐고 하여간 눈치만 보게 되는군요. 세상에 이런 문학상이라니 ㅋㅋㅋㅋ

그레이스 2025-10-09 20:51   좋아요 1 | URL
^^;;

2rjfnr 2025-10-10 0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시도해봐야겠어요 .~~^^♡♡

그레이스 2025-10-10 14:3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세트] 빌레뜨 1~2 세트 - 전2권 창비세계문학
샬롯 브론테 지음, 조애리 옮김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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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는 그들의 공저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 빌레뜨는 여러 가지 면에서 샬럿 브론테의 가장 명백하고 절망적인 페미니즘 소설이고 주인공 루시 스노의 이야기는 아마도 지금까지 여성의 박탈을 다뤄왔던 이야기 중 가장 감동적이며 무시무시하다고 했다.

 

빌레뜨의 화자이자 주인공 루시는 체념적이다. 그러나 고향을 떠나고 런던을 경유해 바다를 건너 빌레뜨로 가는 그녀의 여정을 보면 그녀는 충동적이고 욕망에 즉각적인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 여행에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면 수동적인 듯 보이지만, 당시 낯선 곳을 향해 그렇게 쉽게 떠날 수 있었을까를 상상해보면, 그렇게만 볼 수 없는 타고난 기질이 그녀에게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이 황야를 떠나자.” 그런 말이 들렸다. “그리고 이제는 나아가자.”

어디로?” 그리고 떠오른 물음이었다.

멀리 볼 것도 없었다. 풍요로운 영국 중부의 평야에 있는 이 시골 교구에서 나는 육체의 눈으로는 아직 본 적이 없는 그곳을 손에 닿을 듯 가까운 곳처럼 떠올렸다. 런던이었다.

- 빌레뜨 15. 66-67p

 

그녀가 마치몬트 여사의 시중을 들 때나 빌레뜨의 기숙학교에서 교사로 있을 때 복종과 침묵으로,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존재하려 한다. 이 태도는 몸에 배어 있다. 그러나 가끔씩 드러나는 충동적 행동과 반발은 숨겨져 있는 욕망을 엿보게 한다.

 

영국에서 가정교사나 하녀 그리고 빌레뜨의 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루시는 가부장 사회의 구속을 내면화한다. 단조롭고 위장된 모습으로 뒤로 물러나 고통을 회피하는 자신의 모습을 자각한다. 그런 태도로 더 이상 도피할 곳이 없다는 것과 자신 안에 있는 욕망으로부터 그녀가 될 수 있었던 모습, 의미, 목적, 정체성 힘 등을 박탈당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것은 직관적일 수도 논리적일 수도 있다.

 

그녀가 이방인으로서 도착한 빌레뜨라는 도시는 가부장적 전통과 구교의 계율이 어둡고 강력하게 지배하는 곳이다. 그 지배 방식은 비밀스럽고 음모적이다. 성적인 범죄를 당한 수녀가 묻혀 있는 오솔길, 죽은 영혼이 나타나는 다락방, 교장의 감시와 검열이 그것이다. 산책길과 다락방은 그녀의 유폐된 욕망을 상징한다. 주검이 묻혀 있는 산책을 즐기고 다락방에서 비밀을 즐기려는 그녀의 충동은 억압과 부딪힌다. 두드러지지 않게 조용히 존재하기를 좋아하는 그녀는 모두가 피서를 떠난 텅빈 도시에서 심리적 불안을 느낀다. 양가감정이다. 욕망과 죄의식으로 인해 분열을 일으킨다.

 

기숙학교 교장 베끄 부인이 루시를 감시하고 그의 사물을 몰래 뒤지고 검열하는 모욕적인 행위를 참고 묵인하는 루시는 역으로 폴리나와 지네브라와 베끄 부인을 관찰한다. 그녀에게도 관찰하고 지배하려는 욕망이 감춰진 존재이다.

 

존 그레이엄 브레턴의 편지를 기다리는 그녀는 이성상상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킨다. 이성과 감정이 아닌 이성과 상상이라는 것에 주목하게 된다. 외적인 행동이 아닌 내면에서만 일어나는 갈등인 것이다. 수동적인 삶의 태도이다. 이성은 우리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주로 금지로 지배한다. ‘감정상상도 왜곡될 수 있지만, ‘이성도 왜곡된다. 통제와 억압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개인의 이성은 왜곡된다. 그녀는 이곳 빌레뜨에서 어떻게 그 지배를 벗어나 주체적으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이방인의 신분을 벗고 동일성 아래로 들어갈 것인가?

 

그녀를 감시하고 통제하던 기숙학교로부터의 해방은 뽈 에마뉴엘로부터 왔다. 진정한 해방이라고 볼 수 없다. 뽈은 감시하고 통제하는 방식으로 그녀를 사랑한 남자다. 그녀의 재능과 지적 능력을 발견하고 고양시킨 사람이지만, 현대의 눈으로 보면 그의 사랑은 폭력적이다. 빅토리아 시대라는 한계를 경험하는 부분이다. 그를 사랑하는 루시는 또 다른 지배 권력에 예속된다.

 

한편 뽈 역시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사회의 희생자이다. 구교의 신부에 의해 마치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듯 보이고,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 또한 루시를 사랑하는 그를 멀리 떠나보내려는 외적인 방해와 금지 보다 출몰하는 유령에 의해 심리적인 억압을 당한다. 그가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함으로 인해 마음이 아프지만, 한편 돌아온 후 루시와의 사랑이 이루어진 그 이후의 시간이 더 걱정스럽다.

 

명백하고 절망적인 페미니즘 소설이고 여성의 예속에 관한 무시무시한 소설이라고 할 만하다. “자유쇄신을 얻었다고, 말하자면 자기 자신을 찾았다고 생각하지만, 하루가 지나기 전에 사랑에 얽매이고 조바심을 내는 그녀를 본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소외 시키고 타자화 하는 듯하다. 그 관계가 불평등할 때 더욱 그렇다. 전통적 가부장제 사회에서 사랑은 여성을 더욱 예속시킨다. 오늘날엔 무엇이 여성을 타자화하는지. 나는 자유로운지, 그렇지 않다면, 무엇에 의한 것인지 질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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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5-09-30 1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빌레뜨가 도시 이름이었군요. 전 사람이름인줄 알았습니다... 요즘 살롯 브론테의 작품이 많이 보이네요~! 어느시대나 사랑이 문제입니다~!!

그레이스 2025-09-30 12:36   좋아요 1 | URL
샬럿이 머물렀던 브뤼셀을 가상 도시로 해서 이름을 빌레뜨라고 붙인듯요
불어로 작은 마을을 뜻하는 것으로 (찾아보지 않아서,,,,) 이해했습니다^^
네 사랑이 문제이면서도, 여전히 욕망하는 것이죠^^

페크pek0501 2025-10-01 1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2권을 읽고 뿌듯하셨겠습니다. 저도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1, 2를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1을 읽고 나면 2을 안 읽을 수 없죠. 여성은 끝까지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일단 자기 몸을 지켜야 하는 것만 해도 그래요. 절에 가서 3년간 공부를 한다고 칩시다. 남자나 가능하지 여자는 불가능하죠. 밤마다 문을 잠그고 자도 불안할 것 같아요. 늘 나쁜 남자를 의식해야 하는 것, 형벌 같습니다. 스스로 형벌을 받는 거죠. 제가 너무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밤길 조심시켜야 하고 등등. 불편한 게 많아요.

그레이스 2025-10-03 06:49   좋아요 1 | URL
^^
저도 딸이 있어 말씀 공감 가네요.
그러지 않아도 디킨스 데이비드 코퍼필드 읽어야겠다 생각중이었습니다.

독서괭 2025-10-12 0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성의 예속에 관한 무시무시한 소설… 진짜 제인에도 그렇고 빌레뜨도, 여자 혼자 홀로서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ㄱ레이스님은 제인에어와 빌레뜨 중에 어느 작품이 더 좋으셨나요?ㅎㅎ

그레이스 2025-10-28 17:48   좋아요 0 | URL
제인에어를 먼저 읽어서 그런지 제인에어가 더 나았습니다.
샬럿 브론테의 작품들은 자기복제같은 느낌을 주네요.
일단 감금되고 유폐되고 주검으로 묻혀있는 고딕적 요소가 있죠^^
 

 암스텔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던 책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암스텔담 국립 미술관(Rijksmuseum Amsterdam)을 보고 싶었다. 17세기 전성기를 이뤘던 네덜란드 미술사를 읽기 위해 찾아본 책들 중에 시선을 끌었던 책이었다. 표지 그림이 램브란트의 유대인 신부여서 눈길이 갔고 17세기 네덜란드 미술 읽기라는 부제도 당시 내가 알고자 했던 주제와 딱 맞아떨어졌었다.

 

내밀한 미술사의 첫 번째 장은 브뤼헐의 풍경화로 시작하고 있다. 얼어붙은 운하 위 사람들의 풍경은 한겨울에 그 많은 사람이 활동하는 것도 놀랍지만, 썰매를 타고, 놀이를 즐기고, 손을 잡고 스케이트를 타는 연인 등 각자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활력을 보여주고 있어 경이롭다. 그 속에 세심하게 그려진 죽음과 상실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인물을 발견하는 순간 탄식한다. “! 여기……!”하고 말을 멈춘 채 오랜 응시를 하게 된다. 브뤼헐이라는 이름과 함께 얼어붙은 운하 위 사람들의 풍경은 그렇게 각인되었다.

 

17세기 네덜란드 미술품에 대한 수요 급증의 원인과 그에 따른 화가들과 그들의 작업실과 작품 시장에 미친 영향과 미술론 등에 대해 서술하면서 저자는 램브란트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또한 페이메이르도 소개하고 있다. 램브란트에 비해 남긴 작품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페이메이르를 서로 견준다는 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BBC에서 사이먼 샤마와 트레이시 슈발리에가 이 위대한 두 명의 화가 중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면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청중들이 모의투표를 벌였다는 기이한 장면은 급부상한 페이메이르의 위상을 시사한다. 저자는 페이메이르의 작품 수가 많지 않은 이유를 그의 작업 스타일에서 찾고 있다.

 

마지막은 램브란트의 초상화의 주인공 얀 식스와 그 가문의 이야기로 마치고 있다. <얀 식스의 초상화의 주인공이고, 램브란트의 친구인 얀 식스는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인이었다. 정치적 역량과 예술적 소양을 갖춘 엘리트였다. 그는 램브란트가 파산한 뒤 돈을 빌려주고 그의 작품을 사주었다고 한다. 그가 소유했던 미술작품을 유산으로 이어받은 그의 자손들은 그 작품들을 보존해왔고, 현재 11대 식스가 관리하고 있다.


 암스텔담 국립 미술관에서 단연 관심을 갖고 본 것은 램브란트와 페이메이르의 작품이었다. 고흐 미술관에서도 기대하던 그림들을 보게 되어서 국내 전시회에서 볼 수 없어 느끼던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항상 겪는 경험이지만 미술관에 직접 가서 보면, 처음 목적과 달리, 다른 작품들이 새롭게 다가온다는 사실! 이번에는 프란스 할스(Frans Hals)였다. 그의 초상화 앞에 서면 가장 먼저 느끼게 되는 것은 초상화 속 인물들 눈이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네덜란드 화가들도 그렇지만 특히 프란스 할스의 작품 속 인물들의 눈동자는 성격과 말을 담고 있다. 그 눈동자를 오래 동안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리면 목과 손목에 둘러져 있는 주름 잡힌 얇은 레이스가 들어온다. 하얗고 투명하게 비치는 레이스의 디테일 묘사에 감탄하는 관람자들을 여럿 보게 된다.

하를렘 골목을 돌아다니다 마주친 프란스 할스 뮤지엄(Frans Hals Museum)의 정경과 잘 가꾸어진 중정의 모습은 그가 17세기 미술에 중요한 화가였음을 알게 해준다. 민병대 집단 초상화와 어느 기사의 초상화 등 주인공들은 그저 바라보고만 있지 않았다.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그들의 눈은 한시도 말을 멈추고 있지 않고 있다. 수다스럽다. 그 앞에 서면 그들이 저마다 외치는 큰 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압도되는 느낌을 받는다.

 램브란트의 야간경비대는 유리로 막아놓은 방 안에 복원 중인 상태로 전시되어있었다. 가까이서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나는 오히려 복원 작업 과정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기대했던 페이메이르의 여성들! 첫 번째 인상은 생각보다 작품 크기가 작다는 것이다. 눈이 시릴 정도로 옷의 푸른색이 작품 전체를 압도한다. 디테일한 화가의 붓질에 몸은 점점 앞으로 기울이게 되고 감탄하며 그 앞에서 떠날 수가 없다. 내가 시간에 쫓기는 여행자가 아니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새벽 스키폴 공항에 도착해서 숙소에 짐을 맡기고, 트램을 타고 아침을 맞는 암스텔담을 통과해 중앙역까지 갔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 청소하는 사람들, 가을빛이 든 나무들, 유럽식 테라스로 장식된 낮은 높이의 공동주택과 빌딩들이 운하와 다리들과 어우러지는 풍경에 감탄하게 된다. 8월 중순의 암스텔담의 인상은 가을이었다. 카메라는 예쁜 건물들과 운하와 다리와 오가는 배들을 향했지만 앵글은 그 실루엣을 만드는 파란 하늘에 초점이 맞춰졌다. 짙푸른 하늘빛은 페이메이르의 그림 속 여인의 치마 빛을 떠올리게 했다. 그가 '라피스 라줄리(Lapis lazuli)'를 고집한 이유를 해지기 전 더욱 짙푸른 하늘에서 찾게 된다.

 짧은 일정 때문에 브뤼셀에 갈지, 쾰른엘 갈지 동생과 아이들과 고민하다 이번에 안가면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쾰른을 선택했다. 도이치 반을 타고 다녀오는 하루 일정이라 아침 일찍 출발해 밤늦게 돌아오게 되어 있었다. 기차역 출구로 나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쾰른 성당이 웅장한 몸체를 드러낸다. 구름 낀 하늘을 배경으로 높이 솟은 첨탑과 짙은 색의 건물이 내뿜는 아우라에 압도되어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미술평론가 이주헌이 무장한 창 기사의 이미를 떠올린 것을 실감하게 된다. 고딕의 전성기 3대 고딕 성당에 포함되는 건물이라고 한다. 고딕식 성당의 외부에 초기나 중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부벽이 잘 보이지 않고, 프랑스처럼 장미창이 보이지 않았다. 내부로 들어가면 높은 기둥과 천정의 첨두아치리브볼트가 돋보인다.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 월도 시선을 끈다. 아미앵의 높이와 생 샤펠의 장식을 들여와 더 발전시켰다고 한다. 호엔촐레른 다리에서 바라본 성당은 잊지 못할 풍경이다. 쾰른을 선택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다.

 돌아와 고딕 성당의 역사와 구조 지역마다의 특징들을 다룬 고딕 성당, 거룩한 신비의 빛을 읽고 다시 복기했다. 책으로는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경험이란 생각을 다시 확인하기도 했다.

 매일 숙소 앞에 있는 암스텔 파크에서 산책했다. 6시가 지나면 달리기를 하고, 자전거를 타고, 요트와 카누를 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 자체가 풍경을 이루어 평화로움을 느낀다. 우리는 도대체 이 여행지를 어떻게 생각하고 왔을까 생각했다. 소매치기, 마약 등을 떠올리며 출발했던 것을 떠올리며 웃음이 나왔다. 아이들은 여기 살아보고 싶다고 한다. 공기도 너무 좋고, 깨끗하고 친절하고하며 이유를 댄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본 암스텔담은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생활은 다를지도 모르겠다. 어떻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다음엔 어디를 어느 미술관엘 갈까? 갈 수 있을까? 하는 궁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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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감금광기 그리고 독립된 주체, 이 소설의 플롯을 짜나가고 담론을 형성하는 주제들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요구되는 희생과 억압에 순응하지 않고 분노로 저항할 때, 감금당하고 감금은 광기를 일으킨다.

 

제인은 사촌 존 리드의 폭력에 저항하다 붉은 방에 갇히고, 공포로 인해 정신을 잃는다. 제인이 갇혔던 붉은 방은 로우드 기숙학교를 거쳐 버사 메이슨이 감금된 손필드 저택 다락방으로 연결된다. 제인은 다른 여자아이들처럼 고분고분하지 않다. 다른 여성들처럼 시대가 요구하는 태도를 거부한다. 강압적인 상황을 만났을 때는 말로든 침묵으로든 분노를 표시한다. 그녀가 붉은 방에 감금당하고, 수용소와 다름없는 기숙학교에 보내지는 까닭이다.

 

기숙학교 교장 브로클허스트와 세인트 존은 그녀를 억압하는 초자아의 화신이다. 그것은 그녀를 둘러싼 여성에 대한 편견, 관습, 관념 등이다. 그들의 말이나 요구는 그녀에게 분노를 일으킨다. 샌드라 길버트는 제인 에어가 발표되었을 때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이 경악한 것은 제인의 분노였다고 말한다. “억압된 분노를 신화화하는 것과 억압된 섹슈얼리티를 신화화하는 것은 유사할지라도 억압된 분노를 신화하는 것이 훨씬 더 위험(다락방의 미친여자601p)”하기 때문이다. 분노는 이 소설에서 중요한 요소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샬럿 브론테의 분노에 대해 거론한다. “개인적인 비탄에 신경은 쓰느라 마땅히 자신이 전념했어야 할 이야기를 그만 내버렸다(자기만의 방4. 버지니아 울프)”고 말한다. 제인이 지붕 위로 올라가 멀리 바라보며 자유를 꿈꾸는 아름다운 장면에 이어 작가의 감정을 개입시킨 문장들이다.

 

여성들이란 집안에 처박혀서 푸딩이나 만들고 양말이나 짜고 피아노나 치고 가방에 수나 놓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보다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는 남성들의 소견 없는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관습에 의해서 여성에게 필요하다고 선고된 일 이상의 것을 하고 또 배우려고 하는 여성을 탓하거나 비웃는 것은 소갈머리 없는 짓이다. (제인 에어1199p 12)”

 

버지니아 울프는 샬럿이 자신에게 적합하고 응당 누려야 할 경험에 굶주렸다는 사실을 기억했고. 세상을 자유로이 방랑하고 싶을 때, 목사관에서 양말을 키우며 침체되어야만하는 상황에 대한 분노로 인해 상상력이 빗나갔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여주인공의 자유에 대한 동경과 갈망을 탁월한 상상력으로 그리는 글 속에서 잠시 멈춘 작가의 그 덜그럭거림에 마음이 움직인다. 이내 작가는 곧 길을 찾는다. 홀로 생각을 이어가던 제인의 귀에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중얼거림을 배치함으로 다락방에서 들리는 소리에 대한 심리적 층위를 쌓는다.

 

샌드라 길버트는 이 중얼거림은 버사의 것인지 제인의 것인지 모호하고, 다락방에 감금된 것은 제인의 잠재의식이라고 해석한다. 그렇게 보자면 버사가 로체스터의 침대에 불태우려 한 것도 제인의 웨딩드레스를 훼손한 것도 제인의 불안함이나 로체스터에 대한 양가 감정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로체스터는 오만하고 제인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당시 남성들과 다를 바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에게 끌리지만 자신을 지배하려는 태도에 제인은 분노를 느끼는 양가감정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락방에 숨겨진 버사가 그의 아내임이 밝혀진 날, 진실을 듣고 그를 용서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녀는 도망을 친다. 이 도망은 너무나 필사적이어서 의문이 생긴다. 다음날 짐을 챙겨서 마차를 부르고 이별을 고하고 조용히 떠나도 되는 것 아닐까? 그녀를 멀리 서둘러 떠나게 했던 원인은 아마도 로체스터의 그녀를 장악하려는 힘이 아니었을까? 그녀를 붙잡으려 하는 그의 태도에서 강압적인 힘을 느낀다. 그의 곁에 머물면 구속되는 것이고 자유는 포기하게 된다. 그러나 로체스터를 사랑하는 정도도 저항할 수 없이 크기에 그녀의 도망은 필사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소설은 그날은 산보가 가당치 않은 날씨였다로 시작된다. 그것이 기뻤다고 하는 제인에게 일상의 산보가 즐겁지 않은 것임을 보여준다. 자신을 통제하는 하녀들과 유쾌하지 않은 사촌들과 추운날씨에 걷다가 다시 답답한 집으로 돌아오는 산책은 그녀에게 고통만 안겨주는 것이다. 그녀가 원하는 산책은 로체스터를 우연히 마주친 것처럼, 걷다가 예기치 않은 기쁨을 발견하는 것이고, 멀리 가보지 않은 세계로까지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이다.

 

손필드를 떠나 마시엔드에 다다르기까지 폭풍우를 만나고 기아 상태에 놓이며 여행한 것처럼 그녀의 욕망은 대가를 치른다. 그녀가 살던 빅토리아 시대가 여성들에게 이러했으리라 짐작한다. 뛰어난 학업적 성취를 이루어도 그녀들이 구할 수 있는 직장은 가정교사 자리에 불과한 것이었다. 제인이 마시엔드에서 생존을 위해 직장을 구할 때 가게 점원과 나눈 대화에서 여성들의 처지를 가늠하게 한다.

 

혹시 이 근처에서 식모를 구하는 댁이 있는지 모르시나요?”

글쎄요, 모르겠어요.”

여기서는 주로 무슨 직업들을 갖고 있나요? 사람들은 대개 무슨 일을 하나요?”

농부도 있고, 올리버 씨의 바늘 공장과 주물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죠.”

올리버 씨는 여자 일꾼도 쓰나요?”

아뇨, 남자의 일인걸요.”

그러면 여자들은 무슨 일을 하나요?”

모르겠어요.”

(제인 에어2178p 28)

 

샬럿이 굳이 이 대화를 넣는 의도를 읽게 된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얼마나 제한적이며, 결혼이나 유산을 받는 것 외에는 그녀들의 경제적 여건을 향상시킬 수 없는 상황을 고발하고 있다. 손필드를 떠났던 제인은 친척의 유산을 받고 부자가 된다. 그녀는 저택을 잃고 장애를 입은 로체스터에게 저는 부자일 뿐만 아니라 독립해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저의 주인은 제 자신이에요.(제인 에어2393p 37)”라고 말한다. 제인이 그리고 그 시대 여성들이 독립된 존재로 살기엔 경제적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가를 보여준다. 오늘날 역시 주체적 삶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긴 하다. 더욱 주목되는 지점은 제인의 욕망이 구체적이고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주인인 삶이다. 로체스터에게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존재로서 사랑하기를 원한 것이다.

 

제인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로체스터의 반응도 인상적이다. 그의 외모가 어떻게 변했든지 그는 제인의 사랑과 도움을 당당히 요구하고 받아들인다. 사실 이것이 현실적이면서 아름다운 사랑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의 사랑은 어리기만 하다는 반성을 한 지점이었다.

 

제인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가려 할 때 맞닥뜨리게 되는 고난들-게이츠헤드에서의 억압과 감금, 로우드에서의 굶주림, 손필드에서의 광기, 마시엔드에서의 추위-가부장적 사회에서 모든 여성이 직면하고 극복해야 하는 곤경의 징후(다락방의 미친 여자602p)”이다. 그러기에 그녀는 분노하고 그녀는 감금되고 그녀는 광기를 일으키는 것이다.

 

한편, 손필드 저택에 초대된 로체스터의 지인들이 벌이는 놀이에서 유럽 중심의 왜곡된 시선이 포착된다. 로체스터와 잉그램이 연기한 엘리자와 리브가는 족장시대 근동지역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들이 재현한 이 이미지는 당시 사람들의 관념 속에 자리 잡은 동양에 대한 왜곡된 모습이다. 제국주의 시대 오리엔탈리스트 학자들은 식민지에 대한 언어, 문화, 종교, 풍습에 대해 연구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것은 유럽인들에게 참고서와 같은 역할을 했다. 이 문헌은 제국주의적 시각으로 본 것이기에 왜곡과 폄하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1차 문헌들은 또 다른 텍스트가 재생산 되는 근거 자료가 되었다. 이 텍스트는 다시 문학이나 예술에서 재현되었고 이런 왜곡된 이미지는 사람들의 관념 속에 동양의 전형으로 표상되었다. 이 작품에서도 역시 그런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주로 이슬람권 동양에 대한 이런 시각은 그들이 식민지로 삼는 유럽 바깥의 모든 곳을 향했다. 버사 메이슨이 서인도 제도 태생의 크리올’-유럽인과 식민지인 사이의 혼혈 또는 식민지 태생의 유럽인-인 것도 맥을 같이 한다. 광기를 가진 여인이 유럽인이 아닌 크리올이고 어두운 피부와 검은 머리를 가지고 있다는 설정에 오리엔탈리즘이 묻어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오리엔탈리즘의 저자 에드워드 사이드가 비판하는 문학에는 제인 오스틴, 까뮈, 조셉 콘라드, 플로베르 등의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다. 샬럿 브론테 역시 시대의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여러 번 읽고 깊이 들어갈수록 많은 담론과 변주를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참고할 책이 한 권 두 권 늘어났고, 그만큼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읽기 전까지 생각도 못했던 많은 심리적 철학적 역사적 주제들을 얻었다. 그 중 다락방의 미친 여자란 제목은 이 제인 에어와 관련 있다. 소개된 더 많은 작품을 읽고픈 욕구를 일으키는 탁월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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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5-08-24 14: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인에어를 그냥 재미있게만 읽었었는데 그 안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나 봅니다. 책을 읽다보면 이렇게 연관 책도 더 찾아 읽게 되더라구요~!!

그레이스 2025-08-24 14:24   좋아요 1 | URL
^^
저도 첫번째 읽기에는 그랬어요,,, 너무 오래전 일이네요. 안보이던 것이 보인건 나이때문이기도, 읽어온 책들 덕분이기도 한 듯 해요~♡

젤소민아 2025-08-25 1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인 에어, 제 인생소설입니다~. 가장 좋아해요. 그레이스님 후기 읽고 또 읽고 싶어졌어요

그레이스 2025-08-25 21:27   좋아요 0 | URL
인생소설이라고 하시니,,, 후기가 기대됩니다.~~

단발머리 2025-09-07 0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이에요~~ 저도 젤소민아님처럼 인생소설이라고 부르는 책 중의 하나입니다ㅎㅎㅎ
재독할수록 더 깊고 두터운 면면을 보여주는 소설인데, 그레이스님 리뷰 따라 읽는 이 시간이 참 좋네요. 제인이 마시엔드에서 나눈 대화나 로체스터 집 근처에서 벌어진 놀이에 대한 부분은 기억이 잘 안 나서 따로 찾아봐야겠다, 생각했어요.
<브론테 자매 평전>도 제목만 듣던 책인데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그레이스님!

그레이스 2025-09-09 20:0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다들 인생소설이라 하시니,,, 다시 기억을 소환해봅니다.
전 지금 빌레뜨 읽는 중이고, 셜리도 읽을 예정이예요. 계속 좋았으면 좋겠네요.^^
 
개구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4
모옌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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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고향의 체험, 고향의 풍경, 고향의 전설을 벗어나기 어렵고그것을 소설로 바꾸려면 그것들에 사상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고향을 가오미 둥베이 향으로 소설 안의 환상적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자신이 겪은 역사와 인물들, 고향의 삶을 사실과 환상으로 엮어 넣었다. 천재지변과 같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는 역사의 비극과 나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 존재 앞에서 나는 분노와 헛웃음 사이를 오간다. 그리고 작가의 통렬한 비판과 마지막까지 붙잡는 가치를 읽는다.

 

환각적 리얼리즘 공간 가오미 둥베이 향에서 대약진 운동반우파 투쟁문화 대혁명과 민담습속의 지배를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서술된다. 그 중 화자의 고모 완신의 일생은 이 공간과 시간을 담아낸 표본적 인물이다. ‘베이비 붐계획 생육사업이 전통 관습과 지배 정신, 개인의 욕망과 대립하고 그 대립으로 인한 갈등과 사건의 중심에 고모가 있다.

 

고모의 이야기에 깊은 인상을 받고 소설이나 시, 극본 같은 작품을 써보라고 격려했던 스기타니 요시토 선생에게 쓰는 편지글이 담겨 있다. 소설의 5개의 부() 앞에 5개의 편지가 달려있다. 시대별로 나뉘어져 있는 이야기 앞에 회상에 대한 소회를 담고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글을 썼음을 편지를 쓴 날짜를 통해 알게 된다. 이방인에겐 고모 완신이 자전거를 타고 꽁꽁 언 강을 달려가는 여의사”, “약 상자를 등에 메고, 우산을 들고, 바짓가랑이를 접어 올리고 개구리 떼와 씨름하며 바삐 길을 서두르는 여의사, 소매가 온통 피로 얼룩진 채 한 손에 갓난아기를 받쳐 들고 큰 소리로 환하게 웃고 있는 여의사, 구깃구깃한 옷에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담배를 물고 있는 여의사(1)”의 감동적인 형상으로 그려지겠지만, 시대를 관통한 그녀의 여러 개의 형상은 치열한 내면의 갈등을 숨긴 채 생존을 위해 투쟁했던, 죄의식만 남은 존재로 합쳐진다.

 

1937년생 완신은 위생학교를 졸업하고 신식 조산 훈련을 받은 조산사다. 195344, 난생 처음으로 아이를 받은 후 글을 시작하는 시점까지 약 1만 명을 받았다.

봉건적 부계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지워진 짐 중 하나는 아들을 낳아서 대를 이어야 하는 의무다. 사회적 관계도 그렇지만, 일차적으로 여성 개인에게 일어나는 문제는 많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질환과 높은 사망률이다. 완신도 이런 여성들에게 그 위험을 경고하지만, 그녀들은 남자 아이를 낳기 위해 계속해서 임신한다. ‘베이비 붐시기가 지난 뒤, 정부는 계획 생육사업을 시작한다. 이 사업을 홍보하고 시행하는 완신과 사람들은 갈등을 일으킨다. 완신은 남성들에게 불임시술을 하고, 임신한 여성들에게 억지로 중절 수술을 시킨다. 이 과정에서 태아 뿐 아니라 여성들까지 희생되는 위험을 맞기도 한다.

 

개인은 그가 속한 국가나 사회의 격변의 시기, 자유를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 산둥성의 한 현에서 삶 역시 긴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베이비 붐계획 생육사업은 전통 관습과 지배 정신, 개인의 욕망과 대립한다. 국가사업 계획생육에 평생을 받쳤던 공무원 완신의 선택과 행동에는 인간으로서 사회적 책임이 당연히 존재한다.

 

편지가 거듭되면서 그의 생각이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의 역사관은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는 고모 완신이 한 일에 대하여 그건 역사였다고 말한다. 중국의 계획 생육을 옹호한다. 그러나 그는 아내와 아이가 이 계획생육에 희생된 후에는 개인의 재난이 되고 죄의식을 엿보게 된다. 타인이 아닌 나의 비극은 삶을 뒤바꿔 버린다. 그 뒤 화자의 삶은 나약하고 비겁할 정도로 추락한다. 고모가 점토인형을 만들며 자신이 죽인 아이들에 대한 죄의식을 달래는 것과 화자가 키워준 천메이를 통해 얻는 것은 다를 바 없는 자기위안이다. 화자의 고모와의 동일시, 그것은 그가 고모를 주인공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심리적 배경이다.

 

그는 개구리라는 희곡을 쓴다. 화자의 개구리에 대한 거부감, 고모의 개구리에 대한 공포와 연관되어 있다. 시간이 흘러 현대 가오미 둥베이 현에는 대리모 중개 업체가 등장한다. 식용 개구리 양식장이 사실은 대리모 중개를 음성적으로 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고 화자는 거부감을 갖는다. 고모는 역시 환각적인 현상을 통해 개구리에 대한 공포를 갖게 된다. 개구리가 다산의 상징이라는 것이 아이러니다. 이 아이러니가 화자와 고모의 심리를 극대화시킨다.

 

중국의 계획생육처럼 강한 통제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산아제한정책이 있었다.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욕망이 부딪치는 지점과 담론은 많다. 국가의 이익을 위한 개인에 대한 통제, 개인의 국가에 대한 희생은 어디까지일까? 인간 존재를 인구라는 숫자로 표시하고 그 숫자를 조절할 수 있다는 생각이 폭력은 아닐까? 인구 감소, 인구 절벽이란 단어가 익숙한 우리 사회의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정책들에도 생명을 숫자화한 폭력을 엿보게 된다. 그 저변에 깔린 사유 역시 환원주의다. ‘계획생육’, 미개하고 어이없는 단어로 읽혀지지만, 현대 사회의 생명을 돈으로 평가하는 현상에도 폭력성과 야만성은 노골적이어서,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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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2025-08-13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옌의 <개구리> 읽어보고 싶어서 관심 두던 중이었는데 그레이스님 리뷰가 반갑게도 올라왔네요. :)

그레이스 2025-08-13 11:38   좋아요 1 | URL
저도 반가워요
꼭 읽어보시고 리뷰 올려주세요~
읽어볼께요

페크pek0501 2025-08-13 1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모옌 작가에 관심이 있어 찾아 보았는데 6백 쪽이 넘는 책이네요.
소설인 줄 알았더니 희곡인가요?

그레이스 2025-08-13 18:45   좋아요 1 | URL
소설 중 화자가 작가예요. 그 화자가 쓴 희곡이 5부에 등장해요.
6백쪽이 넘어도 읽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두번째 읽는 건데,,, 다시 생각해본 지점들이 많았습니다

젤소민아 2025-08-25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옌, 참 대단한 작가 같아요. 저도 두께에서 좌절했는데, 겁내지 말고 읽을게요~그레이스님 후기에 용기가! 희곡이 개입된다니 굉장히 독특하기도 하네요, 형식이.

그레이스 2025-08-25 21:26   좋아요 0 | URL
강추, 응원합니다~~
네,, 희곡이 전하는 메시지도 인상적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