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4
모옌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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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고향의 체험, 고향의 풍경, 고향의 전설을 벗어나기 어렵고그것을 소설로 바꾸려면 그것들에 사상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고향을 가오미 둥베이 향으로 소설 안의 환상적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자신이 겪은 역사와 인물들, 고향의 삶을 사실과 환상으로 엮어 넣었다. 천재지변과 같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는 역사의 비극과 나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 존재 앞에서 나는 분노와 헛웃음 사이를 오간다. 그리고 작가의 통렬한 비판과 마지막까지 붙잡는 가치를 읽는다.

 

환각적 리얼리즘 공간 가오미 둥베이 향에서 대약진 운동반우파 투쟁문화 대혁명과 민담습속의 지배를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서술된다. 그 중 화자의 고모 완신의 일생은 이 공간과 시간을 담아낸 표본적 인물이다. ‘베이비 붐계획 생육사업이 전통 관습과 지배 정신, 개인의 욕망과 대립하고 그 대립으로 인한 갈등과 사건의 중심에 고모가 있다.

 

고모의 이야기에 깊은 인상을 받고 소설이나 시, 극본 같은 작품을 써보라고 격려했던 스기타니 요시토 선생에게 쓰는 편지글이 담겨 있다. 소설의 5개의 부() 앞에 5개의 편지가 달려있다. 시대별로 나뉘어져 있는 이야기 앞에 회상에 대한 소회를 담고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글을 썼음을 편지를 쓴 날짜를 통해 알게 된다. 이방인에겐 고모 완신이 자전거를 타고 꽁꽁 언 강을 달려가는 여의사”, “약 상자를 등에 메고, 우산을 들고, 바짓가랑이를 접어 올리고 개구리 떼와 씨름하며 바삐 길을 서두르는 여의사, 소매가 온통 피로 얼룩진 채 한 손에 갓난아기를 받쳐 들고 큰 소리로 환하게 웃고 있는 여의사, 구깃구깃한 옷에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담배를 물고 있는 여의사(1)”의 감동적인 형상으로 그려지겠지만, 시대를 관통한 그녀의 여러 개의 형상은 치열한 내면의 갈등을 숨긴 채 생존을 위해 투쟁했던, 죄의식만 남은 존재로 합쳐진다.

 

1937년생 완신은 위생학교를 졸업하고 신식 조산 훈련을 받은 조산사다. 195344, 난생 처음으로 아이를 받은 후 글을 시작하는 시점까지 약 1만 명을 받았다.

봉건적 부계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지워진 짐 중 하나는 아들을 낳아서 대를 이어야 하는 의무다. 사회적 관계도 그렇지만, 일차적으로 여성 개인에게 일어나는 문제는 많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질환과 높은 사망률이다. 완신도 이런 여성들에게 그 위험을 경고하지만, 그녀들은 남자 아이를 낳기 위해 계속해서 임신한다. ‘베이비 붐시기가 지난 뒤, 정부는 계획 생육사업을 시작한다. 이 사업을 홍보하고 시행하는 완신과 사람들은 갈등을 일으킨다. 완신은 남성들에게 불임시술을 하고, 임신한 여성들에게 억지로 중절 수술을 시킨다. 이 과정에서 태아 뿐 아니라 여성들까지 희생되는 위험을 맞기도 한다.

 

개인은 그가 속한 국가나 사회의 격변의 시기, 자유를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 산둥성의 한 현에서 삶 역시 긴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베이비 붐계획 생육사업은 전통 관습과 지배 정신, 개인의 욕망과 대립한다. 국가사업 계획생육에 평생을 받쳤던 공무원 완신의 선택과 행동에는 인간으로서 사회적 책임이 당연히 존재한다.

 

편지가 거듭되면서 그의 생각이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의 역사관은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는 고모 완신이 한 일에 대하여 그건 역사였다고 말한다. 중국의 계획 생육을 옹호한다. 그러나 그는 아내와 아이가 이 계획생육에 희생된 후에는 개인의 재난이 되고 죄의식을 엿보게 된다. 타인이 아닌 나의 비극은 삶을 뒤바꿔 버린다. 그 뒤 화자의 삶은 나약하고 비겁할 정도로 추락한다. 고모가 점토인형을 만들며 자신이 죽인 아이들에 대한 죄의식을 달래는 것과 화자가 키워준 천메이를 통해 얻는 것은 다를 바 없는 자기위안이다. 화자의 고모와의 동일시, 그것은 그가 고모를 주인공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심리적 배경이다.

 

그는 개구리라는 희곡을 쓴다. 화자의 개구리에 대한 거부감, 고모의 개구리에 대한 공포와 연관되어 있다. 시간이 흘러 현대 가오미 둥베이 현에는 대리모 중개 업체가 등장한다. 식용 개구리 양식장이 사실은 대리모 중개를 음성적으로 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고 화자는 거부감을 갖는다. 고모는 역시 환각적인 현상을 통해 개구리에 대한 공포를 갖게 된다. 개구리가 다산의 상징이라는 것이 아이러니다. 이 아이러니가 화자와 고모의 심리를 극대화시킨다.

 

중국의 계획생육처럼 강한 통제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산아제한정책이 있었다.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욕망이 부딪치는 지점과 담론은 많다. 국가의 이익을 위한 개인에 대한 통제, 개인의 국가에 대한 희생은 어디까지일까? 인간 존재를 인구라는 숫자로 표시하고 그 숫자를 조절할 수 있다는 생각이 폭력은 아닐까? 인구 감소, 인구 절벽이란 단어가 익숙한 우리 사회의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정책들에도 생명을 숫자화한 폭력을 엿보게 된다. 그 저변에 깔린 사유 역시 환원주의다. ‘계획생육’, 미개하고 어이없는 단어로 읽혀지지만, 현대 사회의 생명을 돈으로 평가하는 현상에도 폭력성과 야만성은 노골적이어서,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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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2025-08-13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옌의 <개구리> 읽어보고 싶어서 관심 두던 중이었는데 그레이스님 리뷰가 반갑게도 올라왔네요. :)

그레이스 2025-08-13 11:38   좋아요 1 | URL
저도 반가워요
꼭 읽어보시고 리뷰 올려주세요~
읽어볼께요

페크pek0501 2025-08-13 1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모옌 작가에 관심이 있어 찾아 보았는데 6백 쪽이 넘는 책이네요.
소설인 줄 알았더니 희곡인가요?

그레이스 2025-08-13 18:45   좋아요 1 | URL
소설 중 화자가 작가예요. 그 화자가 쓴 희곡이 5부에 등장해요.
6백쪽이 넘어도 읽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두번째 읽는 건데,,, 다시 생각해본 지점들이 많았습니다

젤소민아 2025-08-25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옌, 참 대단한 작가 같아요. 저도 두께에서 좌절했는데, 겁내지 말고 읽을게요~그레이스님 후기에 용기가! 희곡이 개입된다니 굉장히 독특하기도 하네요, 형식이.

그레이스 2025-08-25 21:26   좋아요 0 | URL
강추, 응원합니다~~
네,, 희곡이 전하는 메시지도 인상적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