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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사지가 주는 쓸쓸함과 처량함을 마음에 둔 적이 있었다. 내가 태어난 경기도 양주(楊州)에도 폐사지가 있다. 고려 시대의 절터인 회암사지(檜巖寺址)이다. 어렴풋이 기억하기로 내 어릴 적 어머니께서 다니시던 곳이다.(지금의 회암사는 남양주 봉선사(奉先寺)의 말사로 지어진 사찰이다.)

 

지난 번 친구 어머니 장례때 알게 된 양주 회암사지 박물관 해설사께, 해설을 들으려면 최소 인원 규정이 있는지 물었다. 회암사지는 관람객이 많지 않아 한 사람이 신청해도 가능하다는 답이 왔다.

 

‘안녕하신지요?‘라는 내 물음에 그 분은 ˝안녕하십니다.˝라는 답을 보내왔다. 무언가 함축적인 아니면 시를 생각하게 하는 답이다.

 

<안녕하시냐는 제 물음에 ˝안녕하십니다˝라고 하시니 조용미 시인의 ‘봄, 양화소록‘ 중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내 사는 곳 근처 개울가에 복사꽃 활짝 피어 봄빛 어지러운데 당신은 잘 지내나요... 복사꽃이 지는데 당신은 잘 지냅니다 봄날이 가는데 당신은 잘 지냅니다...˝

아련한 시이지요...>

 

그 분은 아침부터 양화소록에 끌려 고사관수도까지 보았다며 좋은 지적 자극, 좋은 동기 부여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이제 경복궁 해설(12월 23일)에서는 그 분이, 경복궁 이후 곧 찾을 회암사지에서는 내가 듣는 입장이 된다. 내가 먼저 듣는 시간을 갖고 싶지만 부담에 먼저 해설하는 쪽을 택했다. 겨울의 냇물을 건너듯(여與), 이웃을 두려워 하듯(유猶) 한다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처신처럼 조심스러운 행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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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이다. 물론 몇 해 전 일련의 건축 책들을 읽었으니 이번 관심은 생소한 것이 아니다. 과거의 관심이 공간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지금의 관심은 궁궐(宮闕) 공부에서 시작된 공부가 발전한 결과이다. 물론 궁궐에 대해서든 건축에 대해서든 지금 내 공부는 모두 소략(疏略: 꼼꼼하지 못하고 거칢, 엉성함)하기만 하다.

건축을 의미하는 영어 architecture는 으뜸, 처음, 근원 등을 의미하는 아치(arch)와 기술이나 학문을 의미하는 tect가 결합한 말이라고 한다. 그러니 건축은 최고의 학문이란 말이 가능하다. 최고의 학문을, 산을 오를 때 자세를 낮추는 입산위하(入山爲下)의 마음으로 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내 관심은 언제든 건축 철학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갈 능성이 있다.

건축학 박사/ 철학 박사인 브랑코 미트로비치는 ‘건축을 위한 철학‘에서 이런 말을 했다. 본래 철학이 건축을 닮으려 한 것이지 건축이 철학을 닮으려고 한 것은 아니라는... 그는 건축 철학이나 건축미학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건축은 철학과 미학이 탐구하는 바를 이미 그 안에 품고 있다는 말을 한다. 지금 건축학 교수 임기택이란 분의 ‘생성의 철학과 건축이론‘을 읽고 있는데 미트로비치의 말을 수용한다면 철학적 시각으로 건축을 보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들뢰즈와 니체, 라이프니츠와 스피노자, 흄과 베르그손, 그리고 노자(老子) 등의 철학을 건축의 시각으로 보는 저자의 시각은 신선하게 느껴진다. 이는 내가 쉽게 매혹되는 영혼이어서만은 아니다. 철학자 박영욱의 ‘필로아키텍처‘를 필두로 해 숨은 그림을 찾는 것이 될 내 건축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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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수업 마치고 칼국수 점심 후 반장님과 서울역사 박물관에 가는 길에 고궁박물관에 들렀습니다. 오늘 수업 시간에 배운 지붕의 종류를 비롯 궁궐 건축의 많은 요소들을 확인할 수 있는 '영건(營建) 조선 궁궐을 짓다' 전시회를 보았습니다. 거기에 창덕궁 내의 여러 정자(亭子)들 중 지붕이 두 겹인 존덕정(尊德亭)이라는 정자도 있더라고요. 모임지붕이라고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경복궁 해설을 위해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경복궁(정도전) vs 창덕궁(이방원)의 대립 구도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전조후시, 좌묘우사, 제후칠궤 등의 원칙을 지키며 경복궁을 중심으로 왕권과 신권의 조화, 궁역(宮域)과 궐역(闕域)의 확실한 구획을 의도한 정도전의 경복궁과, 신하는 독립된 권역을 가질 수 없고 왕에 종속적일 수 밖에 없는 이방원의 창덕궁.. 

 

올해 수업과 리허설을 위해 경복궁을 여러(?) 차례 찾았는데요 정자들 하나하나가 독특하고 모두 아름다운 창덕궁은 언제 갈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가야 하는 것일까요? 그나저나 창덕궁의 아름다운 정자들에 맞서 경복궁이 내세울 것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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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북촌 한옥 마을 테마 해설을 듣는 날이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의 마을인 북촌은 지난 2002년 창덕궁 인근에 화실을 가지고 있던 친구를 만나기 위해 몇 차례 들른 곳이다. 영화평론가 옥선희 씨가 북촌에 정독도서관이 없었다면 이사 오지 않았을 것이란 말을 한 생각이 난다. 어떻든 당시 나는 현대 사옥 인근의 원서동에 자리한 정신세계사에서 강의를 듣기도 했다. 지금은 폐쇄되었다. 현대 사옥은 계동에 있다는데 그 앞의 관상감 관천대(觀象監 觀天臺)는 원서동(창경궁의 서쪽에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에 있는 것으로 소개되어 있어 약간 의아하다.


우리는 내일 관상감 관천대 앞에 모여 현장으로 간다. 관천대는 천문 관측 기구인 간의(簡儀)를 설치했던 대(臺)이다. 현재 간의는 없고 대만 있다. 원서동에는 공간 사옥이란 유명한 건물이 있다. 지금은 미술관으로 활용되고 있는 이 건물은 김수근이 설계한 것이다. 김수근은 수많은 민주인사들과 학생들을 고문하는 곳으로 악용된 남영동 대공분실을 설계했다고 알려졌다. 조한(건축가)은 김수근이 "남영동 대공분실의 설계에 직접 관여했는지, 관여했다면 그 건물이 고문의 용도로 사용될 것을 알고 있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서울, 공간의 기억 기억의 공간' 참고)고 주장한다.


반면 유영호는 현장을 둘러 보면 대공분실이 철저히 고문을 위한 공간임을 쉽게 알 수 있다고 전제하며 김수근을 철저하게 독재정권에 협력하면서 독재자의 사고와 희망을 자신의 건축 속에 구현한 사람으로 규정한다.('한양 도성 걸어서 한 바퀴' 참고) 흥미로운 것은 인사동의 기원이다. 1920년대 후반에 이르러 관직을 잃고 생활이 궁핍해져 돈이 될 물건들을 내다 팔게 된 북촌의 주인들로 인해 우정국 주변에 골동품 매매 상점이 생겨 인사동의 기원이 된 것이라고 한다. 내일 우리는 무엇을 배우게 될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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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사용한 지 백일이 지났다. 수시로 자판을 두드려 글을 쓰다 보니 손가락 마디가 아프기도 하다. 급한 마음에 자판을 세게 두드리다 보니 충격이 누적되어 지금은 많이 안 좋다. 우스운 이야기이겠지만 피아니스트들의 손가락 질환이 생각난다. 강렬한 터치를 하는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나 빠른 연주를 하는 누군가가 생각난다. 스마트폰은 그야말로 소프트하게 접촉해도 되는데 나는 아직 옛 습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스마트폰 터치도 연주라 할 수 있으니 아름다운 음악이 되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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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12-07 2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마트폰 터치도 연주, 아름다운 음악이 되게 하고 싶다, 정말 기발합니다! ^^

벤투의스케치북 2016-12-07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다행이네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