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와 모네 - 인상주의의 거장들 아티스트 커플
김광우 지음 / 미술문화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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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와 모네는 인상주의의 거장들이다. 둘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은 사이이다. 그 둘의 관계를 해명한 김광우의 마네와 모네는 아티스트 커플 시리즈의 한 권이다. 저자 김광우는 철학 및 현대 미술, 비평을 전공한 분이다. 저자는 예술가의 창조성은 주변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전제한다.

 

마네와 모네의 특징 중 하나는 방대한 자료들을 실었다는 데 있다. 그래야 예술가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두아르 마네(1832 1883)올랭피아풀밭에서의 오찬으로 유명하고 클로드 모네(1840 1926)는 수련(睡蓮) 연작으로 유명하다.

 

마네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모네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마네는 인물화를 주로 그렸고 모네는 풍경화를 주로 그렸다. 마네는 모더니즘을 연 사람이고 모네는 최초의 회화 혁명을 체계적으로 일으킨 사람이다. 마네와 모네는 일본 판화의 특징적인 요소들을 응용했을 뿐 아니라 일본 판화를 그림의 배경으로 장식했다.(46 페이지)

 

모네와 마네는 행복한 시간을 공유했다.(171 페이지) 마네는 모네를 끝없이 도왔다. 모네는 마네에게 금전적 도움을 요청했다.(192 페이지) 모네는 마네 사후 마네를 위대한 화가로 기억되도록 적극 나섰다.(267 페이지) 모네는 마네의 작품이 루브르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청했다.(268 페이지) 둘의 관계는 고흐와 고갱의 그것과 달리 바람직한 것이었다.

 

인상주의란 말이 처음 생긴 것은 모네의 인상, 일출이란 그림을 본 루이 루르아에 의해서이다. 물론 루르아는 이 그림을 보고 얼마나 자유로운가, 얼마나 쉽게 그렸는가라는 경멸조의 말을 했다.(166 페이지) 모네는 빛이 일기(日氣) 변화에 따라 사물에 일으키는 변화를 파악하고 그것을 영롱한 색조로 나타낼 줄 알았으며 빛이 사물에 닿아 분산되는 것을 상상하면서 순간적인 현상을 빠른 붓질로 캔버스에 담았다.(15 페이지)

 

모네가 항상 같은 시간에만 그림을 그린 것을 쿠르베가 기이하게 여긴 것은 유명하다. 모네는 대상 하나하나에 대한 사실주의 묘사를 중요하게 여긴 것이 아니라 빛이 시시각각 대상에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관심을 두었다.(97 페이지) 모네는 인내심이 많은 화가였다. 그는 바라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으면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그리고 또 그렸다.(247 페이지)

 

마네의 불로뉴 해변1868년 작품으로 처음으로 인상주의 화법으로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에서 마네는 사람들을 분명하게 묘사하지 않고 색을 적당히 쓱쓱 문지르는 것으로 처리했다. 이런 화법이 오히려 과학적인데 그것은 시선이 닿는 중심지가 아닌 주변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132 페이지)

 

마네는 많은 예술가들과 어울렸다.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시인 보들레르이다. 마네는 보들레르의 시신이 안장(安葬)되는 모습을 장례식이란 제목으로 그렸다. 한편 시인 말라르메는 마네의 미학적 대변인으로 평가된다. 말라르메는 마네의 10년 연하이다. 보들레르는 마네의 11년 연상이다.

 

조르주 바타유는 마네가 그린 스테판 말라르메의 초상을 보고 위대한 두 영혼 사이의 애정을 표현하는 작품이라 극찬했다.(189 페이지) 모네가 그린 템스 강 풍경 시리즈 석 점은 스케치처럼 그린 인상, 일출에 비해 완성도가 높아진 것으로 평가받는다.(153 페이지) 1872년 모네는 작품의 질과 값에서 큰 결실을 맺었다.(157 페이지) 이런 점은 저자의 의도(예술가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게 하려는..)에 부합한다.

 

에밀 졸라의 나나가 출간되기 전 마네가 나나를 그렸다.(215 페이지) 마네는 평생 일곱 개의 화실을 전전했다.(223 페이지) 마네는 벨라스케스를 우상으로 여겼다. 벨라스케스의 라스 메니나스(시녀들)‘는 마네에게 영향을 주었다. 벨라스케스의 라스 메니나스는 프랑스 철학자 푸코가 말과 사물에서 분석한 그림으로 유명하다.

 

마네는 52세까지, 모네는 86세까지 살았다. 마네는 말년을 투병 속에서 보냈다. 마네는 현대 감각을 일깨워주고 떠난 화가로 평가받는다. 마네는 현대적 감각으로 그림의 주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하며 우발적인 변화라도 주의 깊게 살펴보라는 보들레르의 권유를 소중하게 받아들인 화가이다.(244 페이지)

 

반면 모네는 앞에서도 언급했듯 인내심이 많은 화가였다. 모네는 모파상과 친하게 지냈다. 같은 주제를 연속적으로 그리는 연작은 오늘날 많은 화가가 그리지만 모네가 건초더미 시리즈를 그릴 때만 해도 과거에 없던 획기적인 방법이었다.(278 페이지) 물론 모네의 가장 유명한 연작은 수련(睡蓮)‘ 연작이다.

 

프랑스 철학자, 과학자, 시인인 가스통 바슐라르가 꿈꿀 권리에서 다룬 모네론()은 유명하다. 모네는 지베르니(Giverny)를 유명하게 했다. 지베르니는 파리에서 약 75km 떨어진 곳으로 모네가 거주하며 작업한 마을이다. 모네는 종일 수련을 그리고 그렸다.

 

당시 모네는 아들 장을 먼저 떠나 보낸 70대의 노인이었다. 하지만 1차 대전 발발로 작업에 대한 도취는 중단되었다.(305 페이지) 이 장면은 1차 대전이 발발하자 마의 산을 내려오는 주인공 한스 카스트로프를 그린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연상하게 한다.

 

모네는 오랑주리의 타원형 전시실에 맞는 패널화를 그리려 했지만 백내장으로 시력이 나빠져 계획대로 하지 못했다. 오랑주리는 식물원이었다가 미술관이 된 곳이다.(참고로 오르세 미술관은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개조한 곳이다.)

 

모네, 하면 가스통 바슐라르의 꿈꿀 권리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클로드 모네처럼 물가의 아름다움을 거두어 충분한 저장을 해두고 강가에 피는 꽃들의 짧고 격렬한 역사를 말하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러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네도 거장이었지만 모네를 보며 거장이란 말을 더 떠올리는 것은 작품 때문이기도 하지만 긴 구십에 가까운 나이까지 그림을 그리다가 간 삶 때문이다. ’마네와 모네의 특징은 전기(傳記) 위주의 평이한 글이 인상적이라는 점이다. 같은 저자의 칸딘스키와 클레’, ‘고흐와 고갱’, ‘뭉크, 쉴레, 클림트’,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등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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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먼지로부터 - 상실을 통과하는 한 과학자의 경이로운 여정
앨런 타운센드 지음, 송예슬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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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앨런 타운센드는 생물지구화학자다. 생물지구화학은 생물학, 지질학, 화학 모두를 부분적으로 다루며 그 밖의 많은 것을 아우르는 학문이다. 저자는 과학의 역사는 억압, 남용, 배제,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다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과학은 성취도, 역할도, 잘난 지식도 아니다. 과학은 하나의 과정이며, 세상을 관찰하고 그 안에서 존재하는 방식이다. 과학은 남보다 덜 한심하게 살도록 하거나 죽음을 늦춰주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역경을 만나든지 자아에 매몰되지 않고 경이(驚異)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물론 과학은 신앙이나 영성과 다르지 않게 희망을 준다. 저자에 의하면 과학은 영적인 자기 구원의 실천이 될 수 있고 사랑의 행위가 될 수 있다. 


저자는 사랑이 오래 참고 온유하며 자기 유익을 구하지 않고 다만 진리 안에서 기뻐 하는 것이라면 과학 만큼 순수한 형태의 사랑도 없을 것이라 말한다. 저자는 나무를 불태우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1000년 동안 대기에 머무는 것처럼 우리가 살면서 내리는 선택들은 몸속에 오래가는 변화를 새긴다고 말한다. 저자는 희망이 위안을 주듯이 호기심은 우리의 신경을 진정시키고 마음을 열게 하며 내면에서 우리를 갉아먹는 스트레스 호르몬에 제동을 건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는 세상을 이야기의 틀에 넣고 싶어하고, 삶이 논리적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지구에서 건강하고 희망찬 성장은 필연적으로 붕괴를 수반한다고 말하며 자신의 붕괴에 대해 설명한다. 


두개인두종(頭蓋咽頭腫)에 걸린 네 살 난 딸 이야기가 그것이다. 저자는 한곳의 성장을 지속하려면 다른 곳의 성장을 파괴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파괴의 속도를 극단적으로 높여왔다. 하지만 그런 현실을 감쪽같이 은폐하는데도 도가 터서 정말로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척한다. 각각의 삶이 좇는 공통의 목적이 여전히 성장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이야기다. 저자는 콜로라도 대학교 교수로서 브라질 프로젝트와 코스타리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숲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말해주는 원소들을 연구하는 프로젝트였다.


저자는 코스타리카는 대륙판이 충돌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소개한다. 저자는 섭입(攝入)을 더없이 느리지만 장대한 전투가 일어나듯 한 판이 다른 판 밑에 깔리는 현상으로 설명한다. 지구핵에 가깝게 떠밀린 패자(敗者)는 녹아내리는 것으로 복수를 한다. 그 결과 생긴 마그마 거품이 포개진 판을 뚫고 솟아올라 화산을 형성한다. 아래 깔린 판은 눌린 상태에서도 부단히 저항하며 상층의 땅을 들어올린다.(53 페이지) 


한 번의 이혼을 겪은 저자는 프로젝트를 통해 두 번째 아내 다이애나를 만났다. 저자의 책은 과학 프로젝트와 일상을 과학적 통찰과 연결짓는 내공이 돋보이는 책이다. 가령 저자는 우리의 삶과 감정, 그리고 투쟁과 수용의 순환이 자신이 연구하는 원소들의 순환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며(66 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비옥한 토양은 모두 화산 분출, 빙하, 대홍수 등 재앙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말을 한다.(97 페이지) 저자는 이런 말을 한다. “각 생명의 전초기지는 암석 틈새로 흐르는 물에 농축된 이산화탄소를 더해주어 화학적 풍화작용을 촉진하고 물속에 광물의 양분이 방출되도록 한다. 그러면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가 생기와 푸르름을 되찾는다.”(98 페이지) 


저자는 뇌수술을 받은 딸 네바를 위해 우블렉을 만든다. 네바는 우블렉이란 이름을 듣고 웃기는 이름이라 말한다. 우블렉은 비뉴턴유체다. 상부 맨틀과 비교할 부분이다. 저자는 부드럽게 다루면 액체처럼 흐르지만 충격을 가하면 고체처럼 단단해지는 우블렉을 보며 인간 정신의 가소성(可塑性)과 한계를 떠올린다. 충격과 트라우마가 혈액을 농축시키는 것을 보면 충격을 가하면 고체처럼 단단해지는 우블렉을 생각할 법하다. 저자는 힘든 상황에서도 인간은 과학 분야에서든 자신에 관해서든 위대한 발견을 하고 대단한 해법에 도달할 수 있겠지만 진정한 배움과 발견, 천재성의 발현은 노는 듯한 마음 상태 즉 충분히 이완되었을 때 훨씬 수월하게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인류가 진화하는 동안 일부 유전자는 부모가 아닌 여러 생물체를 거쳐 우리 DNA로 들어왔다. 이를 수평적 유전자 이동이라 한다. 저자의 아내 다이애나는 바로 이런 미생물을 연구하는 과학자다. 다이애나는 “답을 찾는 과정의 복잡함과 불확실성을 지칠 줄 모르고 즐겼”으며 “다들 그냥 진실로 받아들이는 답에 안주하지 않고 진짜 답을 알고 싶어했다.” 저자는 과학을 무한히 즐기는 듯한 다이애나의 태도가 한계를 받아들였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135 페이지) 저자는 자신이 과학절대주의에 빠졌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의 오만함은 또다른 형태의 광신이었고 그것은 바람직한 과학적 태도와 근본적으로 불일치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과학사는 다른 어떤 분야의 역사만큼이나 추악하며 그 추악함은 과학이 지향하는 기본 원칙의 근본적인 잘못이 아니라 인간의 결점에 기인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과학의 본질은 우리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의문을 던지는 것이라 말한다.(126 페이지) 우리는 과학을 통해 자신의 한계 안에서 아름답게 춤출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다이애나가 연구를 통해 알아낸 사실이다. 가장 처음 유리병에 들어온 박테리아는 무작위로 결정되는 듯 보였으나 이후 모이는 박테리아에 굉장한 영향을 미치더라는 것이다. 그 첫 박테리아를 좋아하는 박테리아만 이어 모인다는 것이다.(145 페이지) 


남극에 가서 크라이오코나이트(cryoconite)를 연구하고자 했던 다이애나는 교모세포종(膠母細胞腫) 진단을 받는다. 저자 입장에서는 딸과 아내가 뇌종양을 앓게 된 것이다. 저자가 추산한 아내와 딸이 모두 뇌종양에 걸릴 확률은 3/1000억보다 희박하다. 저자는 이 상황에서 카오스 이론을 떠올린다. 카오스이론이란 세상을 규정하는 복잡한 시스템 다수가 초기 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무작위라고 생각했던 것들 속에도 놀라운 수준의 자기조직화와 패턴이 존재한다는 점을 설명해준다. 카오스 이론의 창시자 에드워드 로렌츠는 나비 날개짓이 한 마을을 초토화한 토네이도가 되기까지 모든 점을 연결하는 것이라는 대중의 생각을 무척이나 탐탁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179 페이지) 


저자는 뇌종양을 앓는 상황에서도 호기심을 잃지 않는 아내를 보며 정신과의사 노먼 도이치의 ‘기적을 부르는 뇌’를 인용한다. 즉 호기심이 아내의 비밀스러운 힘의 근원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새로운 정보를 꾸준히 습득하는 사람의 뇌는 스스로 발전해 새로운 생각과 세계를 탐구하는 능력을 키워간다는 것이다.(213 페이지) 도이치는 도파민 보상이 답을 찾는 데서 오기도 하지만 때로 답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통해 더 강하게 온다고 말했다. 과학과 삶을 연결짓는 저자의 성찰력은 숲과 암석 이야기로 이어진다. 저자에 의하면 숲은 광합성을 통해 공기에서 탄소를 얻고 단백질의 핵심 구성요소인 질소도 결국 공기에서 얻는다. 그러나 칼슘을 비롯해 그 밖에 숲이 필요로 하는 것들은 전부 암석에서 온다. 암석은 열기와 빗물, 침범하는 식물 뿌리의 영향으로 서서히 풍화하면서 자신이 품은 풍요를 내어준다.(221 페이지) 


저자는 기적적이고 획기적인 답을 찾아내는 것만이 성공이라는 생각으로 과학에 접근하면 과학이 지닌 진짜 중요한 힘을 놓치고 만다고 말한다. 우리가 저항하지 않는다면 과학은 우리에게 한계와 받아들임을 가르쳐준다.(224 페이지) 강인한 의지와 과학 연구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았던 아내는 병세가 심해진다. “네바는 오른쪽 얼굴 일부가 마비된데다 언어장애까지 겪는 엄마를 무서워했다. 그 역시 이해가 갔으나 지켜보고 있으면 마음이 무너졌다.”(252 페이지) 수술 후 항암 치료, 그리고 백신 요법을 받았으나 결국 아내는 과학을 향한 호기심과, 원하면 언제든지 그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갔다.


저자는 원자의 관점에서 우리의 불멸은 보장되어 있다고 말한다. 칼 세이건은 이런 말을 했다. “우주의 관점에서 우리 모두는 소중하다, 만일 어떤 사람이 당신과 뜻이 맞지 않는다면 그냥 내버려두기를. 1000억 개 은하 속에 우리와 똑같은 사람은 찾을 수 없을 테니까.” 병세가 악화되어 고통이 심해진 아내는 모르핀 주사를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까지 몰렸다. 마지막 순간까지 미소로 딸을 대하는 아내를 보며 저자는 우리의 영혼 가장 깊숙한 곳까지 당신의 존재가 영원히 새겨졌다고 말한다. 저자는 가장 중요한 순간 아내가 그토록 특별할 수 있었던 것은 가장 근접한 답의 원천일뿐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방법 – 인 과학에 헌신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우주의 먼지로부터’는 저자가 세상을 떠나기 몇 주 전 아내로부터 써달라고 부탁을 받고 쓴 책이다. 아내는 “우리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방법을 찾아줘”란 말을 했다. 저자는 자신이 아내와 달리기를 통해 변함없이 연결될 수 있었기에 아픔이 희석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람을 마비시키는 슬픔의 수렁으로 더 깊이 추락하던 저자는 “슬픔은 하나의 원소다. 탄소나 질소처럼 자신의 주기를 가지고 있다.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것에 들고 날 뿐이다.”란 글을 읽는다. 피터 헬러의 ‘도그 스타’의 한 구절이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과학의 목적은 세상의 가능성이 피어나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만큼 혼돈의 일부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286 페이지) 저자는 가장 어두운 시간을 지나 문을 열어보니 여태껏 몰랐던 평온이 있었다고 말한다. 아내 무덤에 찾아간 저자는 아내가 작신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생각한다. “대담하게, 관대하게, 충만하게 살라. 가장 중요한 곳에 에너지를 쏟고, 남을 먼저 살림으로써 나를 살리라. 관대해지고, 무한히 궁금해하고, 실패를 절대 두려워하지 않는 데서 얻는 것만큼 커다란 위로와 기쁨은 없다. 그러니 가장 기쁜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 닫힌 마음이 아니라 즐기는 태도로 질문할 것. 더러 부서지고 불타버릴지라도 눈앞에 놓인 큰 기회를 붙들 것.” 


저자가 인용한 책들이 다 인상적인데 가장 크게 마음을 끄는 것은 로버트 맥팔레인의 ‘언더랜드’의 한 구절이다. “우리 자신도 일부는 광물이다. 치아는 암초, 뼈는 돌이다. 땅에서만이 아니라 신체에서도 지질작용이 일어난다.” 저자는 말한다. “나를 구성하는 원소들이 흩어져 아직 형성되지 않은 생명을 이루기 전까지 다이애나가 계속 내 안에 알아 숨쉬리라는 것을. 하지만 언젠가는 새로운 우주먼지가 생겨나리라는 것도.“ 이 부분이 대단한 감동으로 읽은 책의 대단원이다. ‘우주의 먼지로부터’는 과학에 근거한 아름다운 책, 슬픔과 두려움과 허망을 이기는 과학자의 감동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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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방주에 새끼 공룡들을 태웠다고? - 기독교인이면서 진화를 믿을 수밖에 없는 이유
자네트 켈로그 레이 지음, 노동래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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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방주에 새끼 공룡들을 태웠다고?'의 저자인 자네트 켈로그 레이(Janet Kellogg Ray)는 진화와 우주의 나이를 받아들이는 과학교육자이자 생물학자인 한편 교회에 출석하는 헌신적인 그리스도인, 복음주의 교회의 신실한 교인, 성경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 사도신경과 니케아 신경(信經)의 모든 단어를 믿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설명한다. 저자가 인용하는 자연과학 교사인 존 클레이튼의 주장이 주목할 만하다. 클레이튼에 의하면 창세기 11(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은 날짜가 특정되지 않았고 시간 표시가 없는 구절이다. 즉 이 구절로 지구 나이 6000년을 뒷받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는 어느 때에는 과학을 창세기에 맞추려고 하고, 또 다른 때에는 창세기를 과학에 맞추려고 한다고 말한다. 두 경우 모두 엄청난 지적 곡예가 요구될 수 있다. 책의 제목인 '노아 방주에 새끼 공룡들을 태웠다고?'는 기독교인들의 시대착오적 인식을 일깨우는 제목이다. 물론 이때의 기독교인들이란 지구 역사가 6000년에 불과하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공룡이 등장한 것은 228백만년전이고 멸종한 것은 6600만년전이다. 지구 역사가 6000년에 지나지 않는다고 믿는 기독교인들을 젊은 지구론자라 한다. 이런 지질학적 연대상의 문제뿐 아니라 다른 문제도 발생한다.

 

즉 성경에 의하면 노아는 모든 종류의 육상 동물 두 마리씩을 방주에 태우라는 명령을 받았다. 창조론자들은 홍수 때 50~60종의 공룡이 있었다고 추정한다. 그러므로 모든 종류의 육상동물 두 마리 및 정결한 짐승 일곱 쌍, 그리고 100~120 마리의 공룡을 방주에 실어야 했다는 답이 나온다. 거기에 그 모든 육상동물들과 1년의 항해에 대비한 식량 및 물, 사람들을 위한 물과 식량이 탑재되어야 한다. 제목에 나오는 새끼 공룡들이란 말은 바로 이런 물리적 공간 확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저자는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이론이란 용어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에 의하면 이론이란 법칙들과 사실들을 짜서 논리정연한 전체로 만든다. 즉 과학 이론이란 법칙이나 사실보다 위에 위치한다. 저자는 과학은 단순한 사실 수집 이상이며, 과정이며, 우리가 자연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라고 설명한다. 과학은 또한 스스로를 교정하며 진리를 추구한다. 과학은 이기기 위해 어떤 입장을 옹호하지 않는다. 과학은 실재를 알고자 한다.

 

다윈 시대에 사람들은 생물이 정태적(靜態的)이라고 생각했다. 즉 모든 생물이 약 6000년전에 하나님에 의해 현재 형태로 특별하게 창조되었다고 생각했다. 다윈은 최초로 어떻게 변화가 일어났는지에 관한 아이디어를 진척시킨 인물이다. 다윈은 생명이 진화했다고 제안한 유일한 사람도 아니고 최초 인물도 아니다. 다윈은 자연선택을 최초로 제안했고 수백만년에 걸친 종의 진화를 의미하는 딥 타임(deep time) 개념을 편입시켰고 모든 생명은 서로 관련이 있다는 의미의 계통수 모델을 제안했다.

 

중요한 사실은 자연선택이 완벽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적자생존은 최적자가 아닌 생존하고 짝을 찾고 후손을 남기기에 충분한 자의 생존이다.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는 무작위적이지 않다.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무작위적이지만 어느 집단에서 돌연변이가 시작될지는 확실히 무작위적이지 않다. 종들은 그것들이 지닌 특질들이 그것들을 환경에 적합하게 만들기 때문에 진화한다. 자연선택은 주사위 던지기의 명제인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니다. 환경은 생물들에게 있어서 진화적 변화의 강력한 동인이다.

 

어류, 포유류, 파충류를 보자. 세 동물 모두 해양 생활이라는 환경상의 압력을 받는다. 공기역학적으로 물속을 이동할 필요가 있는가? 그러면 유선형의 신체를 지니게 된다. 물속에서 빠르게 헤엄치고 신속하게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는가? 그러면 지느러미와 물갈퀴를 지니게 된다. 진화는 다른 세 동물에게서 유사한 문제(해양 환경에서 사는 것)에 대한 해답을 유사한 방식(유선형 신체, 지느러미와 물갈퀴)으로 풀었다. 상어, 돌고래, 어룡의 신체의 유사성은 공통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아니다. 그것들의 신체적 유사성은 공통적인 환경상의 압력 때문에 생겨났다. 물론 세 동물에게는 아주 오래전에 공통의 척추동물 조상이 있었지만 그것들의 공통 조상은 유선형 신체, 지느러미, 물갈퀴를 지니지 않았다.

 

오래된 지구 창조론자들은 자연에 나타난 하나님의 계시와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계시라는 두 계시 모델을 통해 과학적 증거에 접근한다. 하지만 과학과 성경 사이에 충돌이 생기면 그들은 성경편을 든다. 오래된 지구창조론자들은 과학적 증거가 궁극적으로 성경과 일치할 것이라고 믿는다. 가령 그들은 창세기에 수록된 창조하다라는 단어의 의미가 과학의 빅뱅 묘사와 일치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들은 모든 생명의 공통 조상에 관한 증거를 거부한다. 그들은 하나님이 지구의 역사 전체를 통틀어 각각의 모든 종을 수십억번 기적적이고 개별적으로 만드셨다고 믿는다. 즉 그들은 생물학적 진화의 모든 측면을 거부한다. 지적 설계는 창조론 견해들과 별도의 견해가 아니라 그런 견해들을 방어하는 방법의 하나다. 그들은 공통 조상의 가능성을 허용하지만 계통은 설계된 것이지 진화의 결과가 아니라고 가정한다. 우라늄 238의 원소들은 불안정하다.

 

우라늄 238은 좀 더 안정적인 원소인 납 206으로 변할 때까지 입자들을 떨쳐낸다. 우라늄 238의 반감기는 엄청나게 긴 45억 년이다. 우라늄 238과 납 206을 함유한 암석의 연대를 추정하기 원하면 납 236에 대한 우라늄 238의 비율을 측정하면 된다. 이 비율을 알면 우리는 방사성 연대 측정법을 사용해서 그 암석의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 좀 더 무거운 돌들이 맨 먼저 가라앉고 좀 더 고운 모래가 그 다음에 가라앉고 좀 더 고운 실트가 그 뒤를 따르고 마지막으로 가장 고운 점토가 가라앉는 것을 지질학에서는 상향 세립화라 부른다.

 

홍수 물이 물러갈 때 우리는 홍수 물에 의해 쌓인 토양의 층들에서 상향 세립화 순서를 관찰한다. 즉 바닥에는 입자가 조악한 층들이 나타나고 꼭대기로 갈수록 입자가 점점 더 고와지는 것이다. 교대하는 층들 중 일부는 다른 층들보다 크다. 그리고 우리가 큰 홍수 뒤에 진흙층을 보리라고 예상하는 그랜드 캐니언의 윗부분에서는 그런 층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랜드 캐니언의 윗부분은 이암이 아니라 홍수 퇴적물에서 관측된 적이 없는 점토암, 사암, 석회암층들이다. 그랜드 캐니언에 있는 암석들은 방대한 시간에 걸쳐 여러 번의 퇴적이 이루어졌고 그 중간에 여러 번의 침식이 있었다는 것을 증거한다.

 

더구나 그랜드 캐니언에 있는 모든 퇴적물이 평평한 수평층으로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지역에서 우리는 뒤틀리고 갈라지고 단층이 진 층들을 목격한다. 이는 다른 종류의 힘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암석을 밀고 당기고 암석에 압력을 가한 역사를 증거한다. 홍수 지질학자들은 그랜드 캐니언의 형성시간 틀을 노아의 홍수가 일어난 해 또는 홍수 기간 중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그들은 이 증거를 거부한다. 대신 홍수 지질학자들은 암석 변형의 원인을 홍수에 의해 새롭게 쌓인 부드러운 퇴적물의 접힘에 돌린다. 석회암은 대개 연체동물이 살다가 죽어서 껍데기 조각들과 골격잔해를 남기는 얕은 바닷물에서 형성된다. 그랜드 캐니언에 있는 가장 큰 절벽 전면은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계적으로 얕은 바닷물에서 석회암이 형성되는 많은 예가 있다. 석회암은 격렬한 홍수 물에서 형성되지 않는다.

 

21세기의 창조론자들은 홍수에 의한 분류 설명을 확장해서 체중과 이동성 외에 동물의 행태와 지능을 포함시킨다. 해양 무척추동물은 무겁고 느리기 때문에 가장 이른 화석층들에서 발견된다. 어류는 좀 더 이동성이 있기 때문에 해양 무척추동물들 위의 암석층들에서 발견된다. 다른 동물들은 그것들이 행태 면에서 얼마나 유연한가에 따라 다른 층들에서 발견된다. 가장 지능이 낮은 양서류가 먼저 발견되고 이어서 파충류와 조류가 발견되고 마지막으로 포유류가 발견된다. 가장 지능이 높은 생물들은 높은 곳으로 올라갔고 궁극적으로 거기서 죽었다. 그래서 창조론자들은 지능이 높은 인간이 가장 새로운 암석층 즉 꼭대기 층에서 발견되는 것에 놀라지 않는다.

 

흔히 진화는 갑작스러운 사건으로서 진화를 통해 어류가 양수를 낳았다거나 파충류가 포유류를 낳았다거나 유인원이 인간 아이를 낳았다고 오해된다. 그것은 진화에 대한 오해일뿐만 아니라 기초 생물학에 대한 오해이기도 하다. 진화가 참이라면 우리는 화석 기록에서 거대한 도약이 아니라 연속체를 불 것이다. 화석 기록에서 점점 더 복잡한 신체 형태가 최초로 출연한 후에도 가장 덜 복잡한 형태들이 사라지지 않는다. 화석 기록의 추세들이 있지만 원시적인 형태들이 좀 더 복잡한 형태들과 더불어 계속 살아간다. 가장 오래된 암석들에 나타나는 생명은 원시적이고 단순하며 이후의 층들에서는 변이, 다양성, 복잡성이 증가한다.

 

과도기종들은 인어나 원숭이- 다람쥐 - 물고기 같은 기괴한 뒤죽박죽이 아니라 원시적인 특성들과 진보된 특성들의 혼합이다. 과도기종들은 종의 진화를 증명한다. 닐 슈빈은 최초의 네 발 동물들이 나타나는 암석의 나이를 알았다. 그는 진화가 참이고 공통 조상이 사실이라면 수생 동물과 육상 동물 사이의 과도기 동물들은 중간 나이의 암석들에서 발견되리라고 예측했다. 화석 기록에서 공룡에서 새로의 진화는 아주 매끄럽다. 공룡에서 새로의 진화는 매우 잘 입증되어서 현대의 분류 체계는 이제 새들을 좀 더 넓은 파충류 그룹 안에서 공룡 분지(分枝)에 위치시킨다. 특히 새들은 수각룡 분지에 속한다. 현대의 많은 생물학 책들과 교과서들은 새들을 조류 공룡으로 부르고 전통적인 공룡들을 비조류 공룡으로 부른다.

 

진화는 한 조상으로부터 현대의 종까지 시간상으로 곧게 행진하는 직선이 아니다. 대다수 지적 설계 옹호자들은 소진화에 동의하지만 대진화를 부인한다. 소진화는 종에서의 작은 변화들로 새들에서 나타나는 부리 행태 같은 적용을 허용한다. 대진화는 공통 조상으로부터 종들의 유래를 의미한다. 진화는 수선장이다. 자연은 검소하다. 진화는 무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원숭이들이 인간으로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주위에 여전히 원숭이들이 존재한다. 원숭이들은 원숭이인 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인간으로 진화하지 않는다. 아무도 내게 만일 당신과 당신의 8촌들이 모두 당신의 고조부의 후손들이라면 왜 당신에게 여전히 8촌이 존재하는가?라고 묻지 않는다. 내가 태어났을 때 내 8촌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8촌들은 그들의 삶을 살았고 그들 자신의 가계도를 발전시켰다.

 

인간은 대형 유인원과 공통 조상을 공유하며 침팬지와 가장 가깝다. 좀 더 가까운 인간의 친척들이 과거에 살았지만 지금은 모두 멸종했다. 침팬지가 살아있는 동물 중 우리와 가장 가까운 진화상의 친척이다. 하나의 빠진 고리를 요구하는 것은 진화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오해한 처사다. 인간의 진화에서 변화는 하나가 다른 종류로 변하는 직선적인 과정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진화는 서서히 퍼지고 가지가 갈라져서 궁극적으로 점점 더 다양해지는 과정이다. 수천 년에서 수백만 년 동안 많은 가지가 죽어서 계통수의 끝이 죽은 가지를 구성한다. 다른 가지들은 생존해서 오늘날 우리가 보는 현대의 종이 된다.

 

마지막 챕터인 12장의 제목은 하나님을 떠나지 않고 창조론을 떠나기이다. 아무도 물의 순환이 성경이 강수에 관해 말하는 내용과 모순되다고 다투지 않는다. 아무도 과학을 창세기에 맞추기 위해 물리적 창고 모델을 옹호하지 않는다. 아무도 바람이 만들어질 때 기압과 기온 차이의 과학을 부인하지 않는다. 아무도 성경 기상학을 고집하지 않는다. 현대 과학 중 생물학, 지질학, 천체물리학만 의심을 받는다. 그것도 그 학문들이 기원 문제에 적용될 때 그렇다. 젊은 우주론자들은 항공학과 우주여행, 현대 공학의 모든 영역에서 물리학과 화학 및 수학을 신뢰하면서 바로 그 과학이 우리에게 지구와 우주의 나이를 말해줄 때는 그것들을 불신한다.

 

창조론자/ 지적 설계 운동의 표어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것에 틈새가 있는 곳마다,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수수께끼가 있는 곳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단계나 구조가 있는 곳마다 그들의 기본적인 대답은 하나님이다. 생화학 과정에서 설명되지 않는 과정들은 매우 복잡한 설계 탓으로 돌려지고 자연은 결코 그것을 만들어낼 수 없었다고 설명된다.

 

본문에는 두 가지의 그렇게 보이게 만들어졌다는 말이 등장한다. 하나는 젊은 지구론자들이 한 말로 아담과 하와가 성인으로 창조되었듯 지구와 우주가 완전히 성장한 상태로 창조되었으며 빛, 암석, 얼음, 나무, 호수 바닥들이 모두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창조되었다는 것(115 페이지)이고 다른 하나는 지적 설계론자들이 한 말로 멸종된 동물들과 현재 살아 있는 종들 사이에 실제로 관계가 있는 듯 하게 보이는 것은 단지 그렇게 보이는 것일뿐이라는 것(200 페이지)이다.

 

우리가 생명이 어떻게 출현했는지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오늘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우리가 내일에도 답을 가지고 있지 않으리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생각해 보라. 생명의 복잡성이 모두 설계자만 아는 설계에 따라 갖춰지도록 설계자에 의해 이루어진 선택이라면 우리가 무언가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생명의 복잡성이 자연 과정을 통해 설명될 수 없다면 우리가 무엇 때문에 연구하는가? 어떤 과학 이론이든 그것의 강점은 새로운 지식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다. 설계자에게만 알려지고 설계자에 의해 이루어진 선택들은 과학의 막다른 종점이다. 아무것도 예측될 수 없다.

 

창세기를 읽을 때 우리는 현대 과학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 관한 것을 배운다. 성경은 누가, 왜 창조했는지에 대한 답을 준다. 과학은 언제, 어떻게 창조되었는가에 대해 답한다. 인간이 묻는 가장 중요한 질문들은 과학을 통해 답변될 수 없다. 진화는 우아하다 진화는 창의적이다. 진화는 계속 창조하는 창조 세계를 낳았다. 진화가 본질적으로 불경한 것은 아니다. 진화는 만물의 창조자와 유지자로서의 하나님을 작아지게 하지 않는다. 진화에 관한 어느 것도 우리가 "우리가 그를 힘입어 살며 기동하며 존재하는"(사도행전 1728) 분으로서의 하나님을 배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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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지구 격동의 이력서, 암석 25 오파비니아 21
도널드 R. 프로세로 지음, 김정은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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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물학자이자 지질학자인 도널도 프로세로가 ‘진화의 산 증인, 화석 25’에 이어 쓴 책이다. 첫 번째 편인 '응회암; 불카누스의 분노 – 베수비오 화산의 분출‘에서 우리는 화산재(volcanic ash)와 부석(浮石; pumice)으로 이루어진 버섯구름(mushroom cloud)을 만드는 폭발형 분출을 (관찰자인) 대(大) 플리니우스의 이름을 따서 플리니형 분출이라 부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응회암이란 화산재가 굳어 만들어진 암석이다. 기원전 4000년경부터 구리가 채굴된 키프로스 이야기가 뒤를 잇는다. 구리의 원천은 키프로스 중부의 트로도스산맥의 오피올라이트(ophiolite)였다. 오피올라이트는 뱀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오피스(ophis)에서 유래한 단어다. 


대부분의 오피올라이트는 해저 용암에서 시작된다. 용암이 식으면 검은 색의 현무암이 되지만 변성이 일어나면 뱀가죽처럼 매끈하고 윤기 있는 사문암이라는 암석이 된다. 맨 위에는 해양 퇴적물이 있고 그 아래에는 물방울 또는 베개모양을 닮았다 하여 베개용암(pillow lava)이라 불리는 암석이 있다. 베개용암층 아래에는 굳은 용암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수직 암벽인 판상 암맥(sheeted dike)이 있다. 이는 지각의 틈새로 상승하여 베개용암을 만들던 마그마가 그 틈새에서 그대로 굳어 수직의 얇은 판 모양의 판상 암맥을 만든 것이다. 베개용암과 판상 암맥의 아래에는 오래전에 식은 마그마 저장소인 층상 반려암(layered gabbro)이 있다. 층상 반려암의 화학적 조성과 구성 광물은 그 위에 놓인 현무암과 같다. 다만 용암으로 분출되지 않고서 마그마 저장소 안에서 천천히 식었기 때문에 현무암에 비해 결정이 훨씬 크다. 마지막으로 많은 오피올라이트 복합체의 바닥에는 감람암(peridotite)이라는 암석층이 있다. 이는 맨틀 상부에서 떨어져 나온 얇은 조각이다. 


오피올라이트 복합체는 판구조론의 등장과 함께 설명되었다. 깊은 해저에서 형성된 암석이 육지에 올라온 것도 판구조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오피올라이트는 석면, 니켈, 구리 등의 주요 공급원이다. 오피올라이트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지각 운동 환경에서 형성된다. 하나는 판이 갈라지고 마그마가 상승하여 새로운 암권을 형성하는 해양 산맥, 다른 하나는 해양 암권이 다른 판 아래로 밀려들어 화산 활동을 일으키는 섭입대다. 거의 모든 베개 용암은 현무암 성분이므로 일반적으로 베개 현무암이라 부른다. 


저자는 1977년 우즈홀(Woods Hole) 해양연구소 과학자들이 거의 4800미터 깊이의 심해로 들어갈 수 있는 연구용 소형 잠수정인 앨빈호를 이용해 갈라파고스 제도 인근 중앙해령의 해저를 몇 시간씩 조사한 일을 소개한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블랙스모커라 불리는 굴뚝이었다. 이는 지각 틈새로 스며든 차가운 바닷물이 마그마를 통과하면서 황화물을 풍부하게 함유한 뜨거운 물이 되어 상승할 때 만들어진다. 이 물에는 황철석뿐 아니라 황화구리, 황화아연, 황화납, 망가니즈, 은, 금 등의 광물이 들어 있다. 이 광물들은 원래 지각의 암석에 있던 것으로 지각 틈새로 스며든 초고온의 바닷물에 용해되었다가 차가운 바닷물과 만나면서 다시 결정화된 것이다. 열수분출공의 생태계는 세균을 기반으로 하는 화학합성 생태계다. 바닷물 속에 녹은 금속 종류에 따라 열수분출공이 내뿜는 뜨거운 물 가운데 검은 연기를 내뿜는 것은 블랙 스모커, 흰 연기를 내뿜는 것은 화이트 스모커라 한다. 흰색 바륨, 칼슘, 실리콘 퇴적물 등으로 구성된 굴뚝은 화이트 스모커다. 


지구 화산의 대부분은 해저에 있다. 화산 폭발은 특정 지역에서만 발생하며 무작위로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지구의 지각이 지각판이라고 불리는 여러 개의 판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이 판들은 단단하지만 지구 내부의 더 뜨겁고 부드러운 층 위에 떠 있다. 판들이 움직이면서 서로 벌어지거나, 충돌하거나, 미끄러져 지나간다. 모든 활화산의 60%는 지각판 경계에서 발생한다. '주석석(朱錫石)'편에서 우리는 초고온의 지하수가 주위의 데본기 기반암에 스며들어 암석 속 희귀원소를 모두 긁어모으고 그렇게 형성된 물질이 후에 다시 침전되어 광물이 풍부한 암맥을 형성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경사 부정합; 태초의 흔적과 지질학적 시간의 광대함'편에서 제임스 허턴(1726-1797)을 만난다. 그가 의학 공부를 한 것은 당시에는 화학이나 다른 자연과학을 공부할 수 있는 학문이 의학뿐이었기 때문이다. 허턴은 성경 속 노아의 홍수 같은 초자연적인 천재지변은 과학적 설명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현상은 과학 원리가 적용되지 않고 증거를 이용한 실험이나 조사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침식이라는 파괴 과정의 중요성을 깨달은 학자는 많았지만 경관의 창조나 융기에 대해서는 그만큼 설득력 있는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 그 과정이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에 대해 허턴이 가장 큰 통찰을 얻은 것은 오늘날 경사부정합이라 불리는 노두를 관찰하고서였다. 그에게 경사부정합은 지구의 나이가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증거였다. 허턴은 퇴적암이 한때 모래와 진흙이었다고 주장했다. 육지에 있던 모래와 진흙이 강물을 따라 바다로 흘러간 다음 바다 밑바닥에 퇴적되어 단단한 암석으로 굳었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암석이 굳는 과정이 열과 압력에 의해 일어난다고 주장했는데 현재 지질학에서는 물속에 녹아 있던 물질이 침전되면서 암석으로 교결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66 페이지) 열과 압력은 암석이 녹는 데 필요한 것들이다.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침식으로 인한 기록의 단절을 의미하는 부정합이다. 부정합이 있으면 그간의 시간을 나타내는 암석이 없다. 암석은 기록보다 공백이 더 많다. 상당히 많은 열을 공급하는 방사능은 지구 내부에서 측정할 수 있는 유일한 열원이다. 모든 암석이 물속에서 만들어졌다는 수성론은 화학이 발전하지 못했던 사정, 여행이 제한적이었던 사정에서 기인한 것이다. 변성암은 엄청난 열과 압력에 의해 변형되는 암석이다. 허턴은 화학에 대한 애정을 공유하던 조지프 블랙과 함께 열이 암석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를 연구했다. 블랙은 숨은열의 존재와 가열된 물질에서 압력의 중요성을 알아냈다. 이를테면 높은 압력을 받는 물은 일반적인 조건에서라면 기화될 정도의 열을 가해도 액체 상태를 유지한다. 


제임스 허턴의 제자 찰스 라이엘(1797- 1825)은 변호사가 되기 위해 법률을 공부했지만 곧 따분함을 느끼고 취미로 새로운 분야인 지질학 연구에 심취했다. 그는 동일과정설이 타당함을 압도적으로 증명했다. 동일과정설은 제임스 허턴에 의해 제창되었고 찰스 라이엘에 의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저자는 수성론자들이 백기를 들고 지질학이 현대과학이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질학이 현대과학이 된 것은 대륙이동설과 판구조론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영국에서는 산업혁명이 싹튼 후 최초의 대규모 탄광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탄광에서는 어린아이들도 일을 했다. 몸집이 작아 유리한 면이 있었다. 광부는 폭발, 매몰, 화재 같은 갑작스러운 사고 외에 진폐증으로 일찍 죽었다. 장시간 노동이 일상이었다. 노동 시간 단축, 어린이 노동 금지 등이 노동조합의 힘겨운 노력에 의해 법제화되었다. 석탄 탐사는 산업혁명에서 경제적으로 대단히 중요했을뿐 아니라 지질학 연구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나무가 죽어서 물에 가라앉으면 흰개미와 다른 여러 분해자들이 빠르게 분해하지만 석탄기는 나무를 소화할 수 있는 곤충이 진화하기 전이었다. 그 때문에 엄청난 양의 식물이 썩어 없어지지 않은 채 석탄 늪에 고인 산성 진흙 아래로 가라앉아서 영원히 지각 속에 파묻혔다. 지각에 너무 많은 석탄이 축적되다 보니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에서 끌어들인 수 톤의 이산화탄소 속 탄소가 그대로 갇히게 되었다. 방사성 붕괴는 붕괴되는 모(母) 원자가 처음 결정 속에 갇힌 시간부터 측정되기에 기본적으로 마그마가 냉각되어 만들어지는 화성암에서 측정된다. 이런 화성암에 속하는 암석으로는 용암류, 화산재 퇴적층, 마그마의 관입으로 형성된 암맥 같은 것이 있다. 


지질연대학자(방사성 연대 측정 전문가)는 되도록 가장 신선한 결정을 얻으려 한다. 모 원자나 딸 원자가 빠져나가거나 외부로부터 오염되면 붕괴 속도가 왜곡되기 때문이다. 1억±500만년이란 의미는 9500만년~1억 500만년 사이에 있을 확률이 95퍼센트라는 의미다. 방사능을 갖는 우라늄 238은 자연적으로 붕괴되어 납 207이 되고, 우라늄 235는 자연적으로 붕괴되어 납 206이 되고, 포타슘 40은 자연적으로 붕괴되어 아르곤 40이 된다. 붕괴 속도는 아주 느리다. 


아서 홈스(1890-1965)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질연대학의 아버지 또는 지질연대표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다. 홈스는 베개너의 대륙이동설을 전적으로 수용했다. 홈스는 바다 밑바닥이 멀어져야 한다고 가정했다. 이는 해저 확장의 증거가 발견된 1950년대 후반보다 수십 년 앞서는 발상이었다. 아서 홈스는 찬란한 업적을 남겼다. 1942년 영국 왕립학회 회원으로 선출되었고, 1940년 런던지질학회의 머치슨 메달을 받았고, 1946년 울러스턴 메달을 받았고, 1946년 미국 지질학회의 최고 영예인 펜로즈 메달을 받았고, 사망 1년전인 1964년 지질학의 노벨상이라는 베틀슨상(Vetlesen Prize)을 받았다. 


2020년 수상자인 지구 물리학자 애니 카제나브(Anny Cazenave; 1944 - ), 2023년 수상자인 물리학자 데이비드 콜스테트(David Kohlstedt; 1943 - ) 등 지질학회의 노벨상이라는 베틀슨상(Vetlesen Prize) 수상자가 물리와 관련된 인물이다. 2008년 월터 알바레즈(Walter Alvarez; 1940 - ; ’이 모든 것을 만든 기막힌 우연들’의 저자)는 내가 책을 읽어 아는 유일한 인물이다. 1964년 아서 홈즈(Arthur Holmes; 1890 – 1965), 1978년 지구물리학자 투조 윌슨(John Tuzo Wilson; 1908 – 1993)도 아는 인물이다. 흥미롭게도 1966년 수상자인 얀 핸드릭 오르트(Jan Hendrik Oort; 1900 – 1992)는 천문학자이고, 1973년 수상자인 윌리엄 파울러(William Alfred Fowler; 1911 – 1995)는 천체물리학자이다. 파울러는 1983년 수브라흐마니안 찬드라세카르(Subrahmanyan Chandrasekhar; 1910 – 1995)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9장에서는 콘드라이트 운석을 만난다. 이 운석은 태양계 형성 초기에 만들어져서 지구보다 더 오래된 특별한 운석이다. 이 운석을 이루는 물질은 태양계 성운이라고도 불리는 초기의 태양 먼지 구름이다. 별개의 핵과 맨틀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커지지 못한 작은 행성의 잔해다. 초기 태양계의 진화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단서다. 멕시코 치와와의 아옌데 마을에 떨어진 운석은 탄소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탄소질 콘드라이트로 전체의 5퍼센트 미만에 해당하는 귀한 운석이다. 탄소 함량이 높은 것은 태양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서 탄소나 물 성분이 제거될 정도로 충분한 열을 받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지구 자기장이 생기기 전 다른 천체들이 엄청난 방사선을 맞고 있을 때 지구에서 아주 먼 곳에서 형성되었다.(아옌데 콘드라이트 운석에서 방사선에 손상된 작은 검은색 반점들이 발견된 것이다.) 


아옌데 운석에서 방사성 원소인 알루미늄 26이 붕괴되어 만들어지는 희귀 동위원소인 마그네슘 26이 많이 발견되었다. 이로써 오랜 의문이 풀렸다. 초기 지구에 풍부했던 알루미늄 26이 붕괴하면서 지구를 몇 번이나 녹일 수 있는 열이 발생했음을 알게 한 것이다. 1969년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의 머치슨 근처에 떨어진 운석에서는 여러 종의 아미노산이 발견되었다. 아미노산은 지구의 따뜻한 작은 연못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았기에 충격을 주었다. 철 - 니켈 운석은 아주 희귀하고 특별한 운석이다. 알려진 운석의 약 6%만이 이런 조성을 이루며 석질 운석인 콘드라이트가 훨씬 더 풍부하다. 철 - 니켈 운석을 하나 집어서 들어보면 깜짝 놀랄 정도의 묵직함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철 - 니켈 운석은 콘드라이트 같은 석질 운석보다 훨씬 더 치밀하기 때문에 철 - 니켈 운석의 질량은 알려진 모든 운석 질량의 90%를 차지한다. 이 운석은 문외한의 눈에도 독특하게 보이고 지표면에서 일어나는 풍화를 더 잘 견디며 대기를 통과하는 동안의 마찰로 인한 용융이나 증발도 더 잘 견디기 때문에 운석 수집품 중에서 유난히 눈에 띈다. 특정 소행성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철 - 니켈 운석과 조성이 같다는 것이 드러난다. 이런 지구화학적 증거를 통해서 우리는 철 - 니켈 운석이 원래는 원시 행성의 핵을 이루던 조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이 운석에는 마그네슘의 동위원소인 마그네슘 26이 모여 있다. 이 동위 원소는 원시 행성을 용융시키는 방사성 열원이었다. 


밀도가 더 높은 물질은 핵에 가라앉고 행성의 분화가 일어나는 동안 맨틀에서 분리되었다. 이 정보는 지구의 핵에 대한 물리학적 증거와 일치한다. 우리는 지진학을 통해서 핵의 크기를 알아냈다. 지진학 자료의 중력 측정을 추가하면 핵의 밀도가 물보다 10에서 12배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정도의 밀도는 엄청난 압력을 받는 아주 치밀한 금속에서만 나타날 수 있다. 지구가 자기장을 가진다는 건 핵이 철이나 니켈 같은 금속으로 이루어진 훌륭한 전도체임을 암시한다. 이런 운석들 덕분에 우리는 본래 태양계의 물질들 중에서 이 모든 특성(높은 밀도, 전기 전도성)을 공통적으로 지닌 물질이 철과 니켈뿐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구 역시 철 – 니켈 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유일한 합리적 설명이다. 


상업적으로는 다이아몬드가 더 귀중하지만 과학적으로 훨씬 더 많은 정보가 담긴 것은 지르콘이다. 지르콘은 실험실에서뿐 아니라 자연에서도 오래간다. 아주 심하게 풍화되어 전체의 약 99퍼센트가 석영인 모래에도 나머지 1퍼센트 중에는 여전히 소량의 지르콘이 있을 것이다. 태양계에서 가장 오래된 물질인 운석과 월석은 연대가 최소 45억 5000만 년인데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은 43억 2100만 년 이상 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자. 왜 이런 차이가 날까? 해답은 판구조 운동, 물과 바람에 의해 일어나는 지구 표면의 극심한 풍화에서 찾을 수 있다. 지구 표면은 녹아서 맨틀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태어나는 판의 운동에 의해 끊임없이 재활용되고 재구성된다. 이와 달리 달 표면은 판구조운동이 없이 죽은 듯 있기 때문에 일부 원석의 연대는 처음 형성된 시기와 같은 45억 년이다.


지르콘 결정 내 산소동위원소 분석으로 초기 지구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산소 동위원소 비율을 토대로 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지르콘이 형성될 때 뜨거운 용융상태의 암석이 담수와 바닷물이 섞인 물과 상호작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40억년 전 만들어진 지르콘 결정에 비정상적으로 가벼운 산소 동위원소가 존재하는데 이런 가벼운 산소 동위원소는 지하 수㎞ 아래에서 뜨거운 담수가 암수를 변화시킨 결과라는 것이다. 산소동위원소간의 비율 변화가 물 순환을 증거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저자는 초기 지구에 충돌한 혜성들이 녹아서 대양이 형성되었다는 생각은 버리자고 말하며 지구는 처음부터 물을 품은 채 탄생했고 냉각되어 응축될 때에는 이미 존재했을 것이라 덧붙인다. 최초의 바다가 만들어지기까지 필요한 것은 표면 온도가 섭씨 100도 아래로 떨어지는 것뿐이었다. 13장 ‘스트로마톨라이트; 시아노 박테리아와 가장 오래된 생명체’에서 저자는 지구는 생명 역사의 80퍼센트 이상에 걸쳐 더껑이(scum)의 행성이었다고 말한다. 더껑이는 액체 표면에 낀 더러운 찌꺼기나 막을 의미한다. 


대형 광상의 대부분은 호상철광층(縞狀鐵鑛層; banded iron formation; BIF)이라고 알려진 퇴적층에서 나온다. 이런 암석에는 붉은 띠 모양의 철이 들어 있다. 물에 녹아 있는 철과 이산화규소로 이루어진 퇴적층은 어떻게 모래나 진흙과 섞이지 않고 바다 밑바닥에 쌓이게 되었을까? 오늘날에는 철이 바닷물에 용해될 수 없다. 철은 빠르게 산화되어 다양한 형태의 산화철(녹)을 형성하고 다른 광물에 달라붙거나 바닥에 가라앉는다. 엄청난 양의 철이 바닷속으로 운반되어 농축되기 위해서는 산소 함량이 매우 적어 철에 녹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 아주 오래전 철광층이 퇴적된 바닷속에는 산소가 전혀 없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지질학자는 대기 중에도 산소 농도가 매우 낮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BIF를 연구하는 지질학자들이 최근 알아낸 바에 따르면 가장 거대한 철 퇴적층 중 일부는 엄청난 규모의 현무암 분출로 거대 화성암 지대(Large Igneous Province; LIP)가 형성되었을 때에 나타났다. 26억년전~24억년전에 가장 규모가 큰 BIF들이 형성되었다. BIF는 대부분 사라졌지만 GIF(granular iron formation)라는 알갱이 형태의 철 퇴적층은 여전히 형성되고 있었다. 이들은 산소대폭발로 7억 5000만년~5억 8000만년전의 눈덩이 지구 기간에 나타난 몇몇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완전히 사라졌다. 물론 산소 농도는 오늘날의 농도인 21퍼센트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다만 대양에 녹아 있는 철이 녹슬기에는 충분했다. 


산소 농도가 낮았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BIF는 대양의 산소 농도가 낮아서 철이 녹으로 석출되지 않고 바닷물에 녹은 상태로 존재할 때에만 형성될 수 있다. 산소 농도가 아주 낮은 곳에서 형성되는 황화철(황철석; 가짜 금이라고 불리는)이 발견된 것이 증명한다. 황철석이 분해되면 철은 빠져나오고 황은 황산염으로 산화되어 석고 같은 광물을 만든다. 어느 정도 규모가 큰 석고 퇴적층은 연대가 18역년 이상인 경우가 드물고 그 시기 이후에 황철석 자갈이나 모래 알갱이가 없다. 


오늘날 해저에서 분출하는 모든 용암은 현무암질 용암이다.(201 페이지) 석영은 화학적으로 활성이 없고 장석과 같은 쪼개짐도 없다. 기반암이 침식되면서 떨어져 나오는 석영 알갱이는 강물이나 시냇물에 휩쓸려 내려가면서 다른 단단한 알갱이에 부딪히거나 시달려도 끄덕없고 물에 용해되지도 않는다. 운반되어온 모래들은 재활용된다. 퇴적 분지에 파묻히고 사암으로 굳어진 뒤에 다시 융기되었다가 산이 침식되면서 다시 한 번 퇴적층을 형성한다. 이 과정이 반복될 때마다 사암 속에는 석영이 점점 더 풍부해지고 불안정한 모래 알갱이는 거의 다 사라진다.(202 페이지) 강물에 운반되어 마침내 저지대의 범람평야에 닿거나 바다로 들어가는 모래에는 대부분 석영이 풍부하며 다른 광물의 양은 아주 적다. 


점이층리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모래와 진흙이 섞인 흙탕물이 가라앉았다는 의미다. 가장 큰 입자는 빨리 가라앉고 입자가 고운 진흙은 아주 천천히 가라앉아 굵은 입자와 가는 입자가 분리되는 것이다.(203 페이지) 저자는 지질학 연구 경력의 대부분을 사막과 황무지 등에서 보냈다고 한다. 지층이 그대로 드러난 곳이 화석을 찾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다.(211 페이지) 저자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지질학을 하는 것은 축복이자 도전이라 말한다. 좋은 점은 대륙 대부분이 사막이나 덤불숲이어서 암석이 그대로 드러난 노두가 많다는 점이다. 나쁜 점은 대단히 큰 대륙지각의 안정 지괴여서 퇴적층이 매우 얇고 불연속적이라는 점이다. 


16장 ‘다이어믹타이트; 열대의 빙하와 눈덩이 지구‘에서는 알베도 피드백 고리라는 말이 나온다. 눈덩이 상태의 지구가 녹기 시작한 것은 화산으로 설명이 제시되었다. 지구는 꽁꽁 얼어붙은 우주의 다른 행성들과 달리 활발한 구조 활동을 하는 지각판으로 이루어져서 수많은 화산이 활동하는 곳이다. 화산이 폭발하면 다량의 기체가 방출된다. 이산화탄소, 수증기, 메테인, 이산화황 같은 온실 기체가 특히 많이 나온다. 조 커슈빙크가 만든 눈덩이 지구라는 표현은 인상적이고 기억하기도 쉽다. 저자는 커슈빙크가 일주일만에 떠올린 생각은 대부분의 사람이 평생에 걸쳐 하는 생각들보다 더 대단하다고 말한다. 


조 커슈빙크는 '지구의 삶과 죽음'을 쓴 피터 워드와 함께 '새로운 생명의 역사'를 쓴 인물이다. 커슈빙크는 만일 지구가 완전히 얼어 있었다면 호상 철광층이 생겼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얼어붙어서 움직임을 멈춘 대양은 산소가 줄어들고 탄산염이 포화 상태까지 녹으면서 산성도가 아주 높아질 것이다. 대양은 강이 완전히 얼어붙었기에 흘러들어오는 퇴적물이 없기 때문에 황산염 유입이 차단되어 저산소, 저황산염 상태인 산성 바다에 철이 풍부하게 녹을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는 37억년~17억년 전 사이에 그랬던 것처럼 철이 해저에 쌓일 수 있었을 것이다. 


사라진 바다가 그 자리에 다시 생긴다는 발상은 그런 생각을 처음 떠올린 투조 윌슨의 이름을 따서 윌슨 주기라 부른다. 외래 암층(exotic terrane)은 다른 곳에서 유래한 것이 확실한 지각 물질로 이루어진 지괴(地塊)를 말한다. 거대한 지각 덩어리들이 지난 2억 5천만년 동안 인도네시아에서 브리티시컬럼비아까지 태평양을 건너왔다는 이야기를 지질학자들과 고생물학자들은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증거가 확실하다. 화석 증거뿐 아니라 판구조 운동의 증거까지도 알래스카, 브리티시컬럼비아, 북아메리카의 태평양 연안 대부분이 주요 단층선을 따라 지괴들이 들러붙어 형성되었음을 뒷받침해준다.(243 페이지) 마침내 이 지괴들이 정말로 적도 이남에서 왔고 오늘날의 인도네시아도 확실히 비슷한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 고지자기 자료를 통해 확인되었다. 


윌슨에 의하면 대서양 동물상과 태평양 동물상을 분할하는 찰스 둘리틀 월컷(Charles Doolittle Walcott; 1850 – 1927)의 경계선은 지금은 사라진 예전의 대서양에 의해 분리되었던 두 대륙 사이의 봉합선이었다. 오래전에 사라진 이 대양은 때로 원시 대서양이라 불렸으며 지금은 이아페투스해(海)라 불린다.(234 페이지) 대륙이 이동한다는 베게너의 생각은 맞았지만 오류도 있었다. 그는 대륙들이 지구 전체를 돌아다녔다고 주장했다. 지질학자들은 베개너의 생각이 맞다면 대륙이 해양지각 위를 지나갈 때 카펫처럼 우그러진 곳이 아주 넓게 생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늘날 우리는 해양지각이 다른 대륙 아래의 섭입대로 미끄러져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베개너는 대륙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또는 무슨 힘으로 움직이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베개너가 계산한 대륙 이동 속도는 1년에 250센티미터였다. 대륙 이동 속도는 1년에 대략 2.5센티미터다. 유럽 지질학자로서 드물게 아서 홈스가 대륙이동설을 지지했다. 아프리카에서 연구를 진행한 덕이었다. 남반구에서 대륙이동설을 입증하는 사실들이 수집되었는데 당시는 브라질이나 남아프리카로 가는 원양 정기선이 매우 느리고 비쌌기에 그 지역까지 직접 가서 암석을 보고 온 지질학자는 아주 소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 심해에 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었다. 심해는 잠수함전이 중요해짐에 따라 알려지게 되었다. 심해 퇴적물 코어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백악은 일반적으로 점토와 비슷하지만 점토보다 풍화와 붕괴를 잘 견딘다. 백악에는 틈새가 많아 다량의 지하수를 저장할 수 있다. 그래서 건조한 철에는 물을 서서히 방출하는 천연 저수지 역할을 한다. 한때는 진짜 백악이 분필로 쓰였지만 오늘날 분필은 석고 가루를 막대 형태로 압축한 것이다. 진짜 백악은 방해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과학에서 우연한 발견이 많음을 지적한다. 단순히 뭔가를 알아보고자 탐구하고 순수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설명해주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월터 앨버레즈의 사례도 세렌디피티에 해당한다. 그는 이탈리아 아펜니노 산맥에서 암석 구조와 지층이 기울어지고 접힌 방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공룡 멸종은 유카탄 반도에 대한 소행성 직격이 원인으로 지목되었다가 현재는 데칸 화산 폭발이 원인인 것으로 바뀐 상태다. 분명한 것은 충돌, 폭발, 해수위 하강이 같은 시기에 일어났다는 점이다. 세 사건이 모두 멸종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저자는 자연은 복잡하며 단순한 모형을 거부한다고 말한다. 월터 앨버레즈는 여러 원인의 복합적 작용을 지지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지구 자기장의 뚜렷한 움직임뿐 아니라 오래된 암석의 자성에는 다른 놀라운 특성이 있다. 자기장의 방향이 이따금씩 뒤집히는 것이다. 마리 샤프(1920-2006)의 이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대양저 전체의 지도를 완성한 과학자다. 해구(海溝) 가운데 몇몇이 챌린저호라는 범선에 감지되기도 했다. 1950년대까지 해구(海溝)는 미스테리 자체였다. 가장 충격적인 결과 중 하나는 해구 아래의 중력이 극히 낮다는 점이다. 해구 아래의 아주 깊숙한 곳에는 무거운 맨틀 대신 밀도가 작은 지각 물질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고압, 저온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청색 편암(blueschist)을 기억할 필요도 있다. 


저자의 책을 읽다 보면 지구과학은 판구조론이 있기 전과 후로 나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많은 부분이 판구조론에 의한 현상임을 알게 된다. 흥미로운 이야기는 석유회사들이 퇴적암에만 관심을 둔다는 점이다. 석유는 퇴적암에서 형성되어 퇴적암에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칠리아와 이탈리아 본토 사이에 위치한 메시나 해협(Messina Strait)은 가장 좁은 지점의 폭이 3.1km다. 이 해협은 시칠리아를 통과하여 아프리카와 유럽 사이를 오가는 거의 모든 철새의 중요 이동 경로다. 


대부분의 초기 지질학자들은 층을 이루는 모든 암석이 흔히 노아의 홍수라고 하는 대홍수의 작용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암석이 멀리 옮겨지는 작용을 설명할 수 있었지만 자갈층을 완전히 쓸어버리지 않고 어떻게 그런 큰 바위만 골라서 움직이게 했는지와 같은 의문들에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게다가 그 바위들은 표면이 거칠고 모가 나 있다. 지질학자들은 이런 퇴적물이 홍수에 떠밀려 형성되었다고 하여 표이층(drift)이라고 했다. 홍적층(diluvium)은 홍수 퇴적층이란 의미다. 흐르는 물은 갑자기 에너지를 잃더라도 바위, 자갈, 모래, 진흙이 마구잡이로 뒤섞인 퇴적물을 내려놓지 않는다. 알갱이 크기 순서대로 자갈층과 모래층이 먼저 쌓이고 마지막으로 실트와 진흙으로 된 얇은 층이 덮인다. 


빙하 바닥에 끌려가는 암석은 엄청난 얼음 무게에 짓눌린다. 이 때문에 강판의 톱니처럼 자국이 난다. 밀란코비치가 천문 주기와 빙하시대의 원인에 관한 문제를 천문학자나 수학자가 계산할 수 있는 수준에서 다루기는 했지만 지질학에서는 아직 그것을 뒷받침할 명확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밀란코비치가 지적한 세 가지 주ㅇ요한 기후 변동 요인은 이심률, 자전축 기울기(변화), 세차운동 등이다. 


육상 기록은 침식으로 쉽게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1970년대 심해 퇴적층 코어가 분석되면서 해결되었다. 육상의 불완전한 퇴적 기록과 달리 깊은 해저에는 해수면에서부터 거의 일정하게 고운 진흙과 플랑크톤 껍데기의 비가 내려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쌓인다. 전 세계 대양에는 200만-300만년에 거친 기후가 거의 연속적으로 기록된 코어가 아주 많다. 과학자들은 특정 온도에 민감한 플랑크톤을 이용해 특정 코어 속 대양의 온도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지질학사를 보면 획기적인 생각들은 대부분 처음에 극심한 반대, 조롱, 비난 등에 노출되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자료가 축적되면서 생각을 바꾸는 경우도 간혹 있다. 마음으로는 인정하지만 자존심, 당시까지의 연구가 아까워서 등의 이유로 인해 침묵하거나 무시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막스  플랑크는 과학은 장례식이 한 번 있을 때마다 발전한다는 말을 했다. 반면 저자가 '화석은 말한다'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마셜 케이는 일생의 연구가 퇴물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60대에 들어선 나이에도 판구조론의 관점에서 자신의 연구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나올만한 지질학의 이론들은 다 나온 것일까? 훌륭한 지질학자들도 제한된 경험, 한계에 봉착한 상상력, 자료 부족 등으로 인해 잘못된 선택을 한 사례는 참 많다. 내막을 아는 우리는 행복하다. 하지만 상세히, 구체적으로 알고 설명해야 할 것들이 많다. ’지구 격동의 이력서 암석 25‘를 강력 추전한다. 지구 과학이야말로 종합과학이고 흥미로운 학문이라는 생각을 하며 읽은 책이다. 물론 이해하는 것은 기꺼이 치러야 할 과제이고 앞으로 계속 그래야 한다. 본문에 퍼즐 맞추기, 큰 그림 보기 등의 말이 나온다. 지구과학 공부는 이리저리 퍼즐을 맞추어 자연이라는 큰 그림을 이해하는 수단이다. 이 책 다음에 어떤 지구 과학 책을 읽을 수 있을지, 어떤 지구과학 글을 써야 할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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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순간의 물리학 -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물리학의 대답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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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과학에 대해 아예 모르거나 아는 게 별로 없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는 모든 순간의 물리학은 일곱 편의 강의를 수록한 책이다. 첫 번째 강의는 상대성이론에 관한 강의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론이다. 저자는 상대성이론은 발표와 동시에 찬사를 받기는 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중력 즉 사물을 추락시키는 힘과 서로 논리적으로 충돌한다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상대성이론은 특수 상대성 이론을 말한다. 아인슈타인은 어릴 때부터 전자기장의 매력에 흠뻑 빠져 아버지가 지은 전기 발전소의 회전자를 돌려보면서 중력에도 전력처럼 일정한 범위 즉 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전기장과 동일한 중력장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장이 공간 속에서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중력장 자체가 공간이라는 천재적인 발상을 했다. 이제 공간도 물질과 다를 바 없는 것이 되었다. 공간은 파도처럼 물질을 이루며 휘기도 하고 굴절도 하고 왜곡되기도 하는 실체라는 의미다. 태양은 자신의 주변 공간을 굴절시키고 지구는 신비로운 힘에 이끌려서가 아니라 기울어진 공간 속에서 직선으로 주행하기 때문에 태양 주위를 도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공간이 중력파의 영향으로 바다의 표면처럼 물결을 이루며 이는 쌍성(雙星)에서 관찰될 것이라 예측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이 화려하고 경이로운 세상에서 우주가 폭발하고 공간이 출구도 없는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시간은 한 행성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느려지고 별과 별 사이에 펼쳐진 공간은 바다의 표면처럼 물결 모양을 이루며 흔들린다고 설명한다.

     

    아인슈타인은 빛이 무리를 이루어 즉 빛 입자들이 모여 만들어진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광자(光子)라고 부르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빛 에너지가 공간 내에 연속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 속의 특정한 지점들에 위치하고 이동은 하지만 분리되지 않으며 각각 하나의 개체로서 흡수되는 일정한 수의 에너지 양자로 이루어진다는 가설을 염두에 두었다. 이 간단한 설명이 바로 양자이론의 서막을 알리는 것이었다. 플랑크가 양자이론을 낳은 아버지라면 아인슈타인은 양자이론을 기른 아버지라 할 수 있다. 모든 원소는 양자역학 기본 방정식을 따른다. 화학 전체가 이 하나의 방정식에서 나온 것이다.

     

    양자역학에서는 다른 무엇인가에 부딪히지 않는 이상 그 무엇도 확실한 자기 자리를 갖지 못한다. 모든 개체가 어떤 상호작용에서 다른 상호작용으로 넘어가는 양자도약은 대부분 우발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전자는 어디에서 또다시 나타날 것인지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저 여기 또는 저기에서 나타날 가능성만 계산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어떤 것과 상호작용을 하는지와 상관없는 객관적인 실체가 실재로 존재한다는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양보하려 하지 않았다. 양자물리학 이론들은 물리계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설명하지 못하면서 한 물리계가 다른 물리계에 어떻게 인지되는지만 설명한다.

     

    저자는 과학은 실험, 측정, 수학, 엄격한 추론이기 이전에 시각적인 것이라 말한다. 공간은 평면이 아닌 곡선이다. 은하들이 흩뿌려진 우주의 조직 자체가 바다의 파도와 비슷한 파동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바다에서 배가 지나가면 파도가 요동치듯 블랙홀이 지나가면 우주 공간도 동요한다. 우주의 입자들은 공간을 채우고는 있지만 자갈 같은 물체가 아니라 기본적인 장()에 상응하는 양자(量子). 진짜 빈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세상의 기본 입자들은 모두 하루살이 같은 짧은 삶을 불안해하며 계속 만들어지고 파괴된다. 양자역학과 입자이론을 통해 우리는 세상이 불안정하지만 끊임없이 나타나는 물질들이 떼를 지어 있는 곳, 하나가 나타나면 다른 것은 사라지는 일이 꾸준히 반복되는 곳임을 배운다.

     

    우리 눈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끊임없이 탄생과 소멸을 거듭하는 몇 종류의 기본 입자들이 진동과 함께 우주 공간에 무리를 지어 나타난다. 일반상대성 이론은 모든 것이 연속적인 곡선 공간임을 말하고 양자역학은 에너지 양자들이 불연속적으로 점프하는 평평한 공간임을 말한다. 두 분야를 통합하려는 이론이 양자중력이론이다. 물리학계에서 두 가지 이론이 완전히 상반됨에도 동시에 대성공을 거둔 예는 처음은 아니다. 뉴턴의 경우 갈릴레오의 포물선과 케플러의 타원을 조합해 만유인력을 찾아냈다. 맥스웰은 전기이론과 자기이론을 조합해 전자기 방정식을 찾아냈다. 아인슈타인은 전자기와 역학 사이의 심각한 모순을 해결하려다 상대성이론을 발견했다. 이 때문에 물리학자들은 성공적인 이론들 사이의 모순을 찾는 것을 좋아한다.

     

    양자들은 그 자체가 공간이기 때문에 공간 속에 있지 않다. 공간은 각각의 양자들을 통합하여 만들어진다. 세상은 단순한 물체가 아니라 관계처럼 보인다. 모든 자연의 춤은 이웃해 있는 것들과는 상관없이 자신만의 리듬에 따라 진행된다. 시간의 흐름은 세상 안에 있고 그 세상 안에서 그리고 양자들 간의 관계에서 만들어진다. 양자들 간에 발생하는 사건들이 이 세상이고 그 자체가 시간의 원천이다. 물리학자들은 19세기 중반까지 열이 열기라는 유동체의 일종이거나 온기와 냉기 두 가지의 유동체라는 전제를 두고 연구했지만 맥스웰과 볼츠만은 이 전제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해 완벽하게 알지 못할 수 있지만 그에 대한 최대한 혹은 최소한의 가능성은 부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내일 내가 사는 곳에 비가 올 것인지 맑을 것인지 모르지만 지금이 8월이라면 적어도 내일 눈이 올 확률이 매우 낮다는 것쯤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절친했던 미켈레 베소가 죽었을 때 이런 말을 했다. “미켈레는 나보다 조금 더 일찍 이 기이한 세상을 떠났다. 이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 우리처럼 물리학을 믿는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구분하는 것이 고질적으로 집착하는 환상일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의 생각과 말은 시간 속에 존재하고 우리의 언어 구조 자체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저자는 거대한 은하와 별들의 바다에서 우리는 한없이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라고 말한다. 현실을 구성하는 무수한 형태의 벽화들 사이에서 우리는 수많은 물결무늬 중 하나일뿐이라 말한다. 우리는 학습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해서 얻은 지식들을 바탕으로 우리의 개념 구조를 조금씩 바꾸는 법과 그에 적응하는 법도 익히고 있다. 우리가 만든 세상의 이미지들은 우리 안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고의 공간 속에 살고 있다. 이 이미지들이 우리가 속한 현실 세계를 어느 정도는 설명해준다. 그래서 이 세상을 조금 더 잘 설명하기 위해 그 이미지들의 흔적을 따라가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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