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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명 시인의 ‘비 그치고, 사이’는 명상을 하던 때 마음에 두던 시이다. “내 마음이 나도 몰래 수시로 뛰쳐나가는구나/ 이 들판 저 들판 휘돌다 비칠대며 돌아오는구나/ 아주 떠나지도 못하고 봉우리 몇 개 넘어 넘어 되/ 돌아/ 오는구나 매일이 되풀이구나 이 모진 뿌리 매몰차게/ 끊어버릴 수는 없는지...” ‘일찍 피는 꽃들’이란 시를 통해 해마다 산당화가 피는 계절이면 영화의원 앞 신호등을 제때 건너지 못한다고 한, 꽃망울 터뜨리는 그 나무를 보고 있으면 어떤 기운에 취해 돌아갈 수 없는 곳까지 와버린 듯하다고 말한 조은 시인이 생각나는 순간. 내 블로그 이름인 ‘산당화 그늘’은 바로 조은 시인의 ‘일찍 피는 꽃들’이란 시에 나오는 산당화에서 얻어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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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래 전 읽던 최승자 시인의 ‘길이 없어’의 구절들이 생각나는 순간들이 있다. “길이 없어 그냥/ 박꽃처럼 웃고 있을 뿐,// 답신을 기다리지는 않아요./ 오지 않을 답신 위에/ 흰 눈이 내려 덮이는 것을/ 응시하고 있는 나를 응시할 뿐....” 이 응시하는 나를 응시한다는 표현이 생각하게 하는 것이 염명순 시인의 ‘국경을 넘으며’의 한 부분이다. “나는 내 인생을 여행하지도 않았으며/ 정박하지도 않았다/ 단지 입회했을 뿐이다..” 그리고 장석남 시인의 ‘한진여’란 시. “나는 나에게 가기를 원했으나 늘 나에게 가기 전에/ 먼저 등뒤로 해가 졌으며 밀물이 왔다 나는 나에게로 가/ 는 길을 알았으나 길은 물에 밀려가고 물 속으로 잠기고/ 안개가 거두어갔다...” 리얼해서 참혹하고 그래서 아름다운 감정이입(感情移入)의 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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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8-21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네요!^^ 시들이 !!
전문을 찾아봐야겠어요!^^

벤투의스케치북 2016-08-21 14:11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까? 최승자 시인의 시는 `기억의 집`에, 염명순 시인의 시는 `꾸을 불어로 꾼 날은 슬프다`에, 장석남 시인의 시는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에 수록되었습니다....

[그장소] 2016-08-21 14:13   좋아요 0 | URL
아 ..장석남 시집만 있나봐요!^^
최승자 시인과 염명순 시인 의 시집은 리스트에 넣어놓고..있는것부터 봐야겠네요!^^
 

 

슈테판 클라인은 철학과 물리학을 공부하고 생물물리학 박사 학위를 가진 특이한 존재이다. 그는 ‘어젯밤 꿈이 나에게 말해주는 것들’(2016년 7월)에서 프로이트의 꿈 및 무의식 이론과 반대되는 견해를 다수 제시한다. 대표적인 것이 무의식적 충동은 자동적인 행동 습관이지 억압된 감정이 아니라는 말이다. 잠든 뇌는 낮의 뇌와 다른 길을 가고 다른 법칙을 따른다는 말도 주목할 만하다. 꿈을 설명하는 열쇠는 현재이며 꿈 시험의 배후에는 억압된 유년기의 트라우마가 숨어 있지 않으며 현재의 불안이 자신과 어울리는 기억을 불러낼 뿐이라는 말도 그렇다.

 

이 말들은 스켑틱 vol 6에 실린 이지형의 ‘음양오행이라는 거대한 농담, 위험한 농담’의 구절들을 생각하게 한다. “괘 또는 효와 그 같은 유학적 언급들의 관계는 자의적일 뿐이다. 왜 주역의 15번째 지산겸 괘가 겸손을 뜻하는 겸의 괘여야 하며, 이 괘의 5번째 효에 관한 해설이 침범하는 게 이롭다는 것은 복종하지 않는 지역을 정벌한다는 뜻이 되어야 하는지 음양적 근거 따위는 없다.” 요즘 프로이트는 여기 저기에서 비판받고 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서 텔레마코스 콤플렉스로’란 부제를 가진 마시모 레칼카티의 ‘버려진 아들의 심리학’(2016년 8월)도 그런 시도들 중 하나이다. 물론 온갖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아버지의 귀환을 기다리는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에게서 유래한 텔레마코스 콤플렉스를 일반화해 볼 수는 없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꿈 해석에서만은 프로이트는 타당하다고 볼 여지가 거의 없다. 이지형의 글 제목을 따 꿈 해석이라는 거대한 농담, 위험한 농담이라는 말을 떠올려도 무방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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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5, 26일, 9월 1, 2일 마포에 갑니다. 일군(一群)의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듣는 모임. 두드리라 열릴 것이라는 성경 말씀대로 나 스스로 문을 두드렸고 청강생으로 접수한 사람의 포기에 힘입어 극적으로 기회를 얻었지요.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가고 싶은 곳은 또는 갈 곳은 많은 사람이 부리는 억지 같지만 다행인 것은 물론이지요. 일정도 모른 채 문을 두드렸는데 다행히 모임 7일전이었던 것도 극적이지요. 8월 22일부터 8주에 걸쳐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고척동 강의 듣기 모임도 마지막 순서인 서른 번째로 기회를 얻었지요. 운이 좋은 것인지, 아슬아슬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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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 있는 꽃을 잠깐 보았는데 벌써 꽃이 떨어지고 있다.”는 뜻의 ‘재견개화우낙낙(纔見開花又落落)’이란 구절을 송재학 시인의 산문집 ‘풍경의 비밀‘에서 읽는다.(纔: 겨우 재.. 시인은 이 시를 쓴 사람이 누구인지 말하지 않는다.) “앉았다 일어섰을 뿐인데/ 두근거리며 몸을 섞던 꽃들/ 맘껏 벌어져 사태 지고/ 잠결에 잠시 돌아누웠을 뿐인데/ 소금 베개에 묻어둔 봄 맘을 훔친/ 희디흰 꽃들 다 져버리겠네...”란 정끝별 시인의 ’늦도록 끝‘의 정조(情調)와 통하는 시이다. 조용미 시인의 “..별이 스러지듯 꽃들도 순식간에 사라지니까요..”란 구절(’하늘의 무늬‘)도 유사한 분위기로 읽힌다. 번득이는 삶의 순간들을 포착하는 시인들의 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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