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북촌 한옥 마을 테마 해설을 듣는 날이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의 마을인 북촌은 지난 2002년 창덕궁 인근에 화실을 가지고 있던 친구를 만나기 위해 몇 차례 들른 곳이다. 영화평론가 옥선희 씨가 북촌에 정독도서관이 없었다면 이사 오지 않았을 것이란 말을 한 생각이 난다. 어떻든 당시 나는 현대 사옥 인근의 원서동에 자리한 정신세계사에서 강의를 듣기도 했다. 지금은 폐쇄되었다. 현대 사옥은 계동에 있다는데 그 앞의 관상감 관천대(觀象監 觀天臺)는 원서동(창경궁의 서쪽에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에 있는 것으로 소개되어 있어 약간 의아하다.


우리는 내일 관상감 관천대 앞에 모여 현장으로 간다. 관천대는 천문 관측 기구인 간의(簡儀)를 설치했던 대(臺)이다. 현재 간의는 없고 대만 있다. 원서동에는 공간 사옥이란 유명한 건물이 있다. 지금은 미술관으로 활용되고 있는 이 건물은 김수근이 설계한 것이다. 김수근은 수많은 민주인사들과 학생들을 고문하는 곳으로 악용된 남영동 대공분실을 설계했다고 알려졌다. 조한(건축가)은 김수근이 "남영동 대공분실의 설계에 직접 관여했는지, 관여했다면 그 건물이 고문의 용도로 사용될 것을 알고 있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서울, 공간의 기억 기억의 공간' 참고)고 주장한다.


반면 유영호는 현장을 둘러 보면 대공분실이 철저히 고문을 위한 공간임을 쉽게 알 수 있다고 전제하며 김수근을 철저하게 독재정권에 협력하면서 독재자의 사고와 희망을 자신의 건축 속에 구현한 사람으로 규정한다.('한양 도성 걸어서 한 바퀴' 참고) 흥미로운 것은 인사동의 기원이다. 1920년대 후반에 이르러 관직을 잃고 생활이 궁핍해져 돈이 될 물건들을 내다 팔게 된 북촌의 주인들로 인해 우정국 주변에 골동품 매매 상점이 생겨 인사동의 기원이 된 것이라고 한다. 내일 우리는 무엇을 배우게 될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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