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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아름다움을 논하는 책을 읽다가 잠시(?) 산에 대한 책을 읽는다. 두루 아는 것일 테지만 인자요산(仁者樂山), 지자요수(知者樂水)란 개념이 생각난다.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고 해석되는 말이다. 나는 어진 사람은 산처럼 조급하지 않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처럼 순발력 있다는 의미로 읽는 것을 선호한다. 어진 사람은 변화에 민감하지 않아 긴 호흡으로 사람을 사귀는 유형의 사람이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처럼 순발력이 있어 변화를 선도하는 유형의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정약용(丁若鏞)이 다산(茶山)과 열수(洌水)라는 호를 쓴 것은 흥미롭다. 정약용은 열수라는 호를 더 좋아했다고 한다. 나도 열수라는 호가 더 마음에 든다. 나는 어진 인성과 거리가 멀고 지혜 이전의 지식 추구에 힘을 쏟는 사람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제 한탄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도감포 인근의 임진강 주상절리에서 해설을 할 때 강 지도를 활용했다. 예성강, 임진강, 한탄강, 한강, 북한강, 조강 등이 나오는 지도였다.

 

정약용은 북한강이 한강으로 흘러드는 현 남양주 마재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18년의 유배 생활을 마친 후 그곳에서 18년의 삶을 살았다. 정약용은 6살 때 연천 현감으로 부임한 아버지 정재원(丁載遠)을 따라 연천에 와 몇 년의 삶을 살았다. 그런 그가 정조 타계 6년전인 1794년 연천, 적성, 마전, 삭녕을 돌아보는 암행어사 직을 수행한 것은 인연이라 할 수 있다. 태풍전망대에 가면 삭녕 우화정에 관해 쓴 그의 시가 게시되어 있다. 우화정은 겸재, 창애, 청천의 임술년(1742) 뱃놀이의 시작점인 만큼 물과 관련이 있는 곳이다.

 

전기한 물의 아름다움을 논한 책은 물과 아시아 미()라는 책이다. 학자 관료인 사대부가 중국 지성계의 흐름을 주도한 11세기 후반 물길을 따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강변의 모습을 횡으로 긴 장권(長券)에 그린 산수화가 유행했다는 글이 눈에 띈다. 물론 이런 유형의 그림에서 주가 되는 것은 물이다. 정약용은 예성강을 저수(), 임진강을 대수(帶水)로 표현한 분으로 물과 관련이 깊다.

 

전기한 산에 대한 책은 사람의 산 우리 산의 인문학이다. 저자 최원석은 우리 겨레는 산의 정기를 타고나서 산기슭에 살다가 산으로 되돌아가는 삶의 여정을 살았다고 말한다. 산에서 시작해서 산으로 될아가는 삶의 여정 곳곳에서 우리는 물을 만나 어울리며 감탄한다. 바다라는 뜻과 자궁이라는 의미를 갖는 수메르어 mar, 바다라는 의미와 무엇을 낳다/ 잉태하다란 의미를 갖는 일본어 우미(うみ)를 보며 나는 물과 생명이 연관이 깊다는 사실을 음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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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해 사이에 산 과학책들 가운데 아직 읽지 못한 것들이 꽤 있다. 찰스 코겔의 생명의 물리학, 김우재의 과학의 자리, 박문호 박사의 빅 히스토리 공부, 로버트 비숍 외의 기원이론, 랠프 스티얼리 외의 그랜드 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 등이다. 이렇게 목록을 작성하는 것은 콜린 스튜어트의 시간 여행을 위한 최소한의 물리학을 읽은 자신감에 기인한다. 친구가 루이스 다트넬의 오리진(지구는 어떻게 우리를 만들었는가)을 읽고 있으니 기원이론을 읽어야 할 것 같다. 


제리 코인의 지울 수 없는 흔적, 임택규의 아론의 송아지 등 노아 홍수론(격변론)의 오류를 파헤친 책을 읽었으니 노아 홍수가 그랜드 캐니언을 설명할 수 있을까?란 부제를 가진 그랜드 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를 읽어야겠다. 그런데 역사 책은 언제 읽고 지질학 책은 또 언제 읽지? 기도도 해야 하고 잠도 자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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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접경 지역 기행 시리즈를 쓴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DMZ 연구팀의 일원이었던 조배준 교수가 첫 단독 저서인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 근대 자본주의 정신은 무엇인가’를 냈다.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DMZ 연구팀은 지난 2020년 연천 지질해설사들을 대상으로 16주 일정으로 통일인문학 강의를 했던 팀이다.

 

축하 인사를 드렸더니 ‘출간을 어떻게 아셨는지요?’라 하셨다. 내가 책을 사 읽겠다고 하자 읽을 만하지 않은 부끄러운 작품이라고 하셨다. 베버 관련 책이기에 베버의 글에서 영감을 얻어 책 제목을 삼은 한 문학평론집을 소개했다.

 

베버의 글이란 종교 개혁의 문화적 영향은 상당 부분 종교개혁가들 활동의 예상치 못했던 혹은 심지어 원하지 않았던 결과였으며 때로는 그들 자신이 염두에 두었던 것과 동떨어졌거나 심지어 대립되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는 글이다.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137 페이지) 책 제목은 문학평론가 오문석의 책 ’현대시의 운명, 원치 않았던’이다. 저자 오문석은 자신의 책은 설계 도면 없이 진행된 연구 내용의 사후적 구성물에 가깝기에 굳이 따지자면 원치 않았던 혹은 예상치 못했던 결과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를 훤히 분석해도 미래를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다른 사람의 글에서 쉽게 통찰을 얻는다 해도 그것을 내 삶에 적용해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는 어렵다. 원치 않았거나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시인 조지훈의 삶이 아닐지? 조지훈 시인의 경우 수업 시간에 장난삼아 쓴 고풍의상은 등단작이 되었고 심혈을 기울여 쓴 세기말적 탐미의식 및 자의식 계열의 작품들은 제외되었다.

 

기이하지만 묵묵히, 예상을 벗어나는 진폭이 크지 않기를 기대하며 또는 바라며 내 읽기와 쓰기의 루틴을 이어가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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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을 다 읽지 못하는 습관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 생각한다. 완독할 필요가 있는 책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책도 있다. 완독하면 좋은 책을 부분적으로 읽었다 해도 읽은 그 만큼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전체를 다 읽어야 바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경우가 있기에 의견 제시나 생각 정리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읽고 있는 서민아 교수의 ‘빛이 매혹이 될 때’는 오랜만에 완독할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다. 완독과 서평 작성은 별개의 문제다. 요즘 책을 선택하는 내 기준에 다소 변수가 생겼다. 전체의 문제의식에 여전히 주목하면서도 한 챕터 또는 몇몇 구절에 꽂혀 책을 선택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다소 이동한 것이다.

 

뇌과학 책을 거의 읽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눈에 띄는 챕터가 있는 책을 만났다. 심리학 박사 에노모토 히로아키의 ‘하루 한 권, 기억’이다. 이 책의 챕터들 중 읽기 욕구를 자극하는 것들은 ‘기억 천재의 의외의 단점’,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강화되는 기억’, ‘출처 감시로 기억의 혼란 막기’, ‘기억력 향상에 좋은 음식’ 등이다.

 

신경과학자 리사 펠드먼 배럿의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을 통해 누렸던 이슈적 문제의식을 얻을 만한 것이 아니지만 유용한 책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슈적 문제의식이란 뇌가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제어해 잘 살아 가게 하는 것이라는 주장 등을 이르는 말이다. 이 주장은 처음(2021년 8월) 접했을 때와 달리 그리 새롭게 다가오지 않는다. 생각은 탄탄한 토대 위에 세우는 잉여이기 때문이다.

 

이시즈 도모히로의 ‘아름다움과 예술의 뇌과학 - 입문자를 위한 신경미학’은 기대된다. 저자는 신경미학자다. 이 책에 빙하기 미술, 즐겁지 않은 아름다움, 숭고와 아름다움, 예술은 ‘억제’인가? 생물학적 욕구와 인간적 품성 같은 주목할 챕터들이 있다. 이 책들 후에 박문호 박사의 ‘뇌, 생각의 출현’을 다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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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7일 오산 문화원에서 오시는 분들에게 선사박물관, 호로고루, 태풍전망대 해설을 하게 되었습니다. 태풍전망대에서는 북한 삭녕의 우화정을 그리는 마음으로 전망대 앞에 게시한 다산의 시 ‘우화정에 올라‘에 대해 이야기할 것입니다. 이 시는 1794년 33세의 다산이 암행어사로 경기도 지방을 순찰하는 길에 우화정에 올라 쓴 시입니다. 미수 허목을 그리는 마음도 개입하였으리라 생각합니다. 태풍전망대에서 북녘을 바라보려면 갈 수 없는 곳이라는 점으로 인해 생기는 아련함과 멋진 풍경을 보는 데서 나오는 감탄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것이 아닐지요? 

 

지우재(之又齋) 정수영(鄭遂榮; 1743~1831)의 우화정 그림도 준비해 연관된 설명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역시 소동파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화정이란 이름이 소동파에서 연원(淵源)했기 때문입니다. 삭녕은 홍경보, 신유한, 정선(鄭敾)의 우화등선과도 관련된 곳이지요. 물론 태풍전망대에서는 분단 이야기, 생태 이야기도 아울러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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