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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지질여행
박기화 지음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제주도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2002년), 자연유산(2007년), 세계지질공원(2010년)으로 이름을 알린 곳이다. [제주도 지질여행]은 바로 이 제주도의 다양한 암석 및 지질 상황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제주도가 유네스코 다중지정지역이라는 사실 만큼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된다. 마그마와 화산재가 물과 관계를 맺었는가 아닌가다. 제주도에는 파호이호이 및 아아 용암이 굳은 암석이 모두 존재한다. 현무암질 용암은 폴리네시안 언어에서 유래된 파오이호이 용암 또는 아아 용암으로 구분된다. 이들 용암의 형성은 마그마의 화학 성분상 차이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용암 분출 당시의 온도, 점성, 유속 등과 같은 물리적 조건 및 탈기체화에 수반된 변화, 지표면 경사 등에 의해 좌우된다.
파호이호이 용암은 표면이 유리질과 같이 반짝이고 매끄러우며 용암 단위의 상하부에 집중된 기공(氣孔)은 대부분 둥근 형태를 지닌다. 아아 용암은 용광로 슬래그처럼 표면이 거칠고 암괴와 같은 형태의 클링커를 지닌 용암류로서 대개 상하부 경계가 불규칙하며 산화로 인해 적색을 띠는 클린커층을 형성하고 중앙부는 비교적 치밀한 용암 상태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마그마가 물과 만나면 급히 식고 물은 끓게 된다. 이런 냉각 및 가열 반응은 매우 격렬하게 일어나 수증기를 다량 함유한 큰 폭발을 일으키게 된다. 이를 수증기 마그마성 분출 또는 수성 화산활동이라 한다.
고온의 마그마가 차가운 물을 만나면 마그마는 작은 반투명한 유리 조각 알갱이로 깨지게 된다. 이런 현상은 뜨거운 유리컵을 찬물에 넣으면 유리컵이 깨지는 현상과 같다. 화산분출에 의해 형성된 응회암은 퇴적암 등의 퇴적 구조에서 관찰되는 평행한 줄무늬 구조인 층리(層理)가 형성되어 있어서 퇴적암처럼 보이기도 한다. 응회암을 구성하고 있는 유리질 파편들은 물리적 성질이 불안정하며 수증기를 흡수하여 안정화되면서 부피가 증가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도 쉽게 단단한 암석이 된다.
제주도 작은 화산체인 오름은 주변 지형에 비해 뚜렷이 솟아올라 봉긋한 지형을 가리키는 제주어다. 악(岳), 봉(峰), 산(山)으로도 불린다. 오름은 열하(熱河) 분출과 관련이 깊다. 지각운동으로 인해 마그마와 지표 사이에 생긴 단층(斷層)과 같은 줄 모양의 틈으로 용암이 스멀스멸 대량으로 흘러 나오는 현상을 말한다. 대체로 유동성(流動性)이 큰 현무암질 용암이 그런 분출을 보인다. 열하분출 하다가 마그마의 양이 떨어지면 지표면의 하나의 통로(화도)나 점을 통해 집중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중심분출을 한다.
소화산체는 주로 규모가 큰 순상화산 또는 성층화산의 주화도의 측방 이동, 열극(裂隙)을 따라 만들어진 화산이란 의미에서 기생화산이라 불렸으나 최근 연구에 의해 이들이 순상화산과 성층화산의 사면 분화(flank eruption) 활동과 관계없이 현무암질 화산암 지대에서 독립적인 화산체로서도 만들어질 수 있기에 단일 마그마의 분화에 의한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화산체라는 의미에서 단성 화산이라 한다.
단성 화산에 해당하는 368개의 오름은 대부분 화산 폭발시 분화구에서 뿜어져 나온 화산쇄설물이 화구 주변에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원추형의 작은 화산체인 분석구(噴石丘)이며 그 외 응회구, 응회환, 사발 모양의 화산 분화구인 마르, 방패형 화산 및 용암돔으로 구성된다. 분석구란 분출한 화산쇄설물이 쌓인 언덕을 말한다. 응회환(Tuff Ring)은 마그마가 지하수나 바닷물, 호숫물 등 풍부한 물과 만나 폭발적인 분출을 일으키면서 형성된 나지막한 고리 모양의 수성화산체를 말한다. 정리하면 응회환은 수성 화산체, 분석구는 분화구 주변의 돌언덕을 의미한다.
응회구(凝灰丘)는 마그마가 풍부한 물(바닷물, 호숫물 등)과 만나 폭발한 수성 화산체, 분석구는 물 없이 마그마 자체의 가스 압력으로 분출한 육성 화산체다. 응회구란 글자에는 물에 대한 정보를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없다. 하지만 화산재 원래 마른 먼지처럼 바람에 쉽게 날아가는 성질을 가진다. 이 화산재가 날아가지 않고 한곳에 단단히 엉겨 붙으려면(凝) 반드시 수분(물)이 필요하다. 마른 모래는 성을 쌓을 수 없지만 물을 섞으면 단단하게 뭉쳐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물이 마그마보다 훨씬 많으면 폭발력이 매우 강력해진다. 물이 순식간에 기화(氣化)하면서 화산재와 파편들을 사방으로 멀리 날려 보내기 때문에 높이 쌓이지 못하고 옆으로 넓고 완만한 고리(環) 모양을 이루게 된다. 이를 응회환이라 한다. 물에 비해 마그마의 양이 많으면 끈적하고 젖은 화산재 반죽이 멀리 날아가지 못하고 분화구 바로 주변에 떨어진다. 이 수분 가득한 화산재 반죽이 흘러내리지 않고 분화구 주변에 그대로 찰떡처럼 가파르게 쌓이면서 높은 언덕(丘) 모양이 된다. 이를 응회구라 한다.
제주도 서쪽 고산포구에는 수월봉과 당산봉이 있다. 낮은 구릉 형태의 수월봉은 응회환이고 경사가 급한 높은 산을 이루고 있는 당산봉은 응회구에 해당한다. 응회환과 응회구가 가까이 분포하고 있어 서로를 비교할 수 있다. 응회암도 물과 관련된다. 응회암은 화산재가 쌓여서 굳은 퇴적암의 한 종류다. 이 화산재가 암석으로 변하는 모든 과정에서 물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물 없이 만들어지는 특이한 응회암도 있다. 화산이 폭발할 때 너무 뜨거운 화산재(수백 도 이상)가 엄청난 무게로 순식간에 짓눌리면 녹아서 떡처럼 들러붙어 굳는다. 이를 용결응회암(Welded Tuff)이라고 부른다. 이 경우는 물보다는 자체 열과 무게로 굳은 예외적 케이스다.
물은 화산재의 1) 요리사, 2) 그릇, 3) 강력 본드 역할을 한다. 땅속에 있던 엄청나게 뜨거운 마그마가 바다나 지하수(물)를 만나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난다. 이 폭발력 때문에 마그마가 잘게 쪼개지면서 엄청난 양의 고운 화산재 먼지가 만들어진다. 물이 마그마를 화산재로 요리해 낸 것이다. 하늘로 날아간 화산재들은 아래로 떨어지는데, 많은 수가 바다나 호수(물속)로 떨어진다. 그냥 땅에 떨어지면 바람에 날아가 사라지기 쉽지만 물속에 떨어지면 물이 그릇처럼 화산재를 안전하게 모아준다.
무거운 재는 먼저 가라앉고 가벼운 재는 천천히 가라앉으면서 시루떡처럼 예쁜 줄무늬(층리)를 그리며 차곡차곡 쌓인다. 화산재 더미 사이로 지하수(물)가 끊임없이 흘러 지나간다. 물속에는 미세한 광물 성분들이 녹아있다. 이 성분들이 화산재 알갱이 사이에 풀처럼 끼어들어 서로를 단단하게 접착시켜 준다. 화산재가 물과 만나면 스스로 화학 반응을 일으켜 끈적한 진흙처럼 변하면서 돌처럼 굳기도 한다.
제주도는 한반도에서 남쪽으로 약 9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한라산을 중심으로 남남서-북북동의 장축과 약 41km의 폭을 지닌 타원형의 본섬 및 8개의 사람이 사는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주도는 바다에 의해 둘러싸여 있지만 대륙붕 위에서 이루어진 대륙 지각 내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화산섬이기 때문에 그 지질학적인 특징은 울릉도, 독도 그리고 하와이 같은 다른 해양 화산도와는 근본적인 차이를 지닌다. 중앙부에 한라산이 자리하고 368개의 오름이 섬 전체에 고루 분포한다.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은 화구로서 지름이 575m이고 깊이가 100m이다.
제주도를 멀리서 보면 서쪽과 동쪽은 완만하고, 한라산에서 제주시와 서귀포시 쪽은 험준하다. 서쪽과 동쪽에 완만한 저지대 지역에는 파호이호이 용암이 굳어서 된 암석이, 북쪽과 남쪽 지역에는 아아 용암이 굳어서 된 암석이 주로 분포한다. 제주도에는 용암 분출에 의해 형성된 화산암과 화산 폭발에 의해 형성된 화산쇄설암 또는 응회암이 있으며 용암과 용암 사이의 퇴적층도 나타난다.
시추 조사에 의하면 제주도 동부는 해수면 하부로 150m까지, 서부지역은 해수면 하부 50~ 70m까지 용암이 분포하고 있고 그 밑으로는 서귀포층과 U층(unconsolidated formation; 굳지 않은층 또는 미고결층)이, 더 깊은 곳에는 중생대 화산암과 화강암이 기반암으로 자리한다. 응회구와 응회환은 수성 화산분출에 의해 만들어진 화산체로 제주도 해안에 주로 분포한다. 이 화산체는 수 cm에서 수십 cm 두께로 반복된 응회암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출봉과 같이 높은 산을 이루고 있다.
응회암층의 수평 분포는 수백m에서 수 km에 이르며 근원지로부터 멀어지면서 그 두께는 점차 얇아진다. 제주도 지표 하부에도 용암에 의해 덮여 응회암층이 분포해 있는 것이 시추 조사로 확인된다. 제주도는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지표 부분으로 기반암-U층-서귀포층-화산암류 및 퇴적층 순서의 지질 분포를 이루고 있다. 분출 시기를 달리하는 용암과 용암 사이에는 수m 내지 수십m에 이르는 퇴적층이 사이에 존재한다. 이들 퇴적층은 화산활동의 휴지기 동안 또는 종료 이후 퇴적된 것으로 역질(礫質) 내지 이질(泥質)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 퇴적물은 대부분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굳지 않은 화산회(火山灰)가 빗물에 의해 씻겨나가고 계곡이나 얕은 곳에 퇴적된 것이다.
곳에 따라서는 하천이나 바닷물에 의해 이동 퇴적되어 형성된 퇴적층에는 사층리, 비늘 구조 등의 퇴적 구조도 발달한다. 제주도의 해수면 44m-258m 하부에 모래와 점토로 구성된 퇴적층(U층)이 나타난다. U층은 해수면이 가장 낮았던 시기에 육지와 연결되어 있던 제주도 초기의 환경을 알려주는 지층이다. 모래와 점토로 구성된 제주도 하부의 퇴적층은 아직도 굳지 않아 물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마그마가 약 150m 두께의 U층을 뚫고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물을 만나게 된다. 이 때문에 화산 폭발의 모습은 매우 격렬하고 마그마가 깨지면서 수많은 작은 돌 알갱이들로 이루어진 수성 화산체를 만든다.
제주도를 이루고 있는 용암 전체를 걷어낸다면 일출봉과 같은 화산체가 곳곳에 분포하는 제주도 형성 초기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가 만들어지는 동안에 여러 번의 빙하기가 있었다. 빙하기에는 지금보다 해수면이 130m 정도 낮아서 여러 차례 육지와 연결되었던 적이 있었다. 해수면이 높아진 시기에 분출한 용암은 물속으로 흘러 들어가 베개 모양의 암석을 만들었다. 제주도에 여러 차례 빙하기가 찾아왔다는 말은 우리나라 전체의 빙하기가 찾아왔다는 말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얼음으로 뒤덮이지 않은 비빙하 지역이었다. 제주도 삼양 해변은 검은 모래로 유명하다. 이 검은 모래는 해안 주변에 분포하는 화산암이 오랜 기간 파도의 침식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과 하천을 통해 운반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으로 현무암은 규소의 함량이 적은 대신 철과 마그네슘 함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고철질(苦鐵質) 마그마로부터 생성되기 때문에 감람석, 휘석, 각섬석, 흑운모 등의 광물들이 많아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을 띤다. 현무암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암편과 광물들은 해양생물 파편보다 무겁기 때문에 파도에 의해 멀리 운반되지 않고 연안에 잔류할 수 있어 검은 모래사장이 발달할 수 있다.
삼양 해변 이외에 이호 해변, 성산읍 종단, 성산 해변, 남원읍 공천포 해변, 안덕면 화순 해변, 대정읍 하모 해면 등도 제주의 주요 검은 모래 해변 지역이다. 만장굴과 김녕사굴은 신흘리 현무암이 분출할 때 만들어진 용암 동굴이다. 용암 동굴은 파호이호이 용암에서 흔히 형성된다. 넓이는 수m에서 수십m에 이르고 길이는 수백m에서 수십km에 이른다. 파호이호이 용암은 점성이 낮고 높은 온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표면이 얇게 굳어도 내부에서는 높은 온도의 용암이 계속 흐르게 된다.
용암의 공급이 줄어들거나 용암의 흐름을 막고 있던 방해물이 제거되면 굳은 표면은 남아 있고 내부에 흐르던 용암의 높이가 낮아져 동굴이 만들어진다. 용암 동굴 내에는 용암이 흐르던 높이가 변한 현상이 동굴 벽에 남아 있다. 계단 모양으로 층을 이루고 있는 지붕 모양의 암석을 동굴 입구에서 볼 수 있다. 이것은 동굴 속을 흐르던 용암의 높이가 여러 차례 변했음을 의미한다. 동굴의 천장에는 오각형 또는 육각형의 절리들이 발달해 있다. 동굴 벽에는 용암이 흘렀던 기록들이 남아 있고 천장 가까이에는 돌고드름처럼 생긴 용암 종유석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용암은 상당히 묽은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한다.
제주도의 여러 오름 가운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것이 있다. 거문오름 용암 동굴계이다. 용암이 내부에서 밀어 올려져 용암 표면이 부푼 빵처럼 만들어진 구릉을 의미하는 투물러스를 만들 때 절리를 따라 내부 용암이 치약이 짜진 것처럼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를 스퀴즈업이라 한다.(베개 용암 형성시 용암이 빨리 식은 겉면을 뚫고 나오는 것을 수중 스퀴즈업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투물러스에 생긴 틈을 따라 내부의 용암이 코끼리 발톱 모양으로 지표로 나온 것을 라바토(lava toe)라 한다. 투물러스 표면에 형성된 거북등 절리도 있다. 주상절리를 위에서 바라본 것을 거북등 절리라고 한다.
산굼부리는 용암 분출을 일으킨 마그마의 공급이 갑자기 줄어들거나 마그마가 다른 곳으로 이동 함으로써 지하의 공간이 형성되어 위에 있던 암석들이 지금의 깊이로 침강하여 만들어진 함몰 분화구다. 함몰구조는 지름 크기에 따라 1km 이상이면 칼데라(caldera), 1km 이하이면 함몰 분화구(pit crater)라 한다. 제주도에는 화산암 뿐 아니라 화산활동이 멈춘 기간에 형성된 퇴적암도 있다. 퇴적암은 빗물에 씻겨 내려온 커다란 암괴와 미세한 암석 부스러기로 구성되어 있다. 미세한 입자들은 대부분 화산회다.
푸른 바다 사이에 우뚝 솟은 성채와 같은 모양 봉우리 정상에 있는 거대한 사발 모양의 분화구, 그리고 그 위에서 맞이하는 일출의 장관 때문에 성산일출봉은 많은 사람들의 감흥과 탄성을 자아낸다. 제주도에 있는 수많은 오름 중에서 그 모양과 멋이 가장 두드러진 일출봉에 대해 군계일학이라 표현에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출봉은 다른 오름과는 어떤 차이가 있고, 그 차이는 왜 생긴 것일까? 제주도 대부분 지역은 온도가 1200°C에 가까운 현무암질 마그마가 분출한 후 용암이 되어 흐르다가 식어서 만들어진 암석으로 이루어졌다. 이렇게 뜨거운 마그마가 지표를 향해 올라오던 중 지하수를 만나거나 바닷물이나 호수 물 또는 빙하와 같은 얼음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마그마나 용암은 급히 식고 물은 끓게 된다. 이런 냉각과 가열 반응은 매우 격렬하게 일어나 큰 폭발을 일으키게 된다. 물이 풍부한 지역의 마그마가 관입한 것이 바로 1963년 아이슬란드의 셧시(Surtsey) 화산과 일출봉을 만든 수성화산활동의 원인이다.
마그마나 용암이 물에 의해 급격히 냉각되어 산산이 부스러져 분출한 화산재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흑색 유리와 같다. 이렇게 수성 화산활동에 의해 생긴 유리질 화산재가 쌓여 만들어진 소규모 화산체를 응회구 또는 응회환이라 한다. 제주도에 분포하는 대부분의 오름은 분석구다. 이들은 구성물질, 화산체의 크기와 형태가 응회환(응회구)과 다르다. 분화구의 바닥이 해발 90m에 있으며 높이가 180m에 이르고 경사가 30°를 넘는 유리질의 화산재 층으로 구성된 일출봉은 전형적인 응회구에 해당한다.
일출봉에서 우리가 가장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구조는 황갈색 또는 짙은 회색의 응회암층들이 무수히 쌓여 만들어진 층이다. 화산재가 화구 근처에 겹겹이 쌓이면 사면의 경사가 점점 가파르게 변하지만 사면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 경사각에는 한계가 있다.(78 페이지) 재들이 쌓이다가 어느 한계점에 이르면 더 이상 쌓이지 못하고 미끄러지거나 무너지게 된다. 이런 경사각도를 안식각이라 한다. 자연환경에서 가장 높은 자갈의 안식각이 35°인데 일출봉의 응회암층들이 보여주는 경사는 최대 45°에 이른다.
그 원인은 일출봉의 화산재들이 분출할 당시 물기를 머금고 있어서 안식각보다 가파른 경사면에 쌓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짝 마른 모래로는 모래에서는 싸울 수 없지만 축축한 모래로는 여러 모양을 만들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우리가 스쳐 지나가며 보아왔던 일출봉의 가파른 경사는 수성 화산활동의 선물이었기에 가능했다. 일출봉의 화산력(礫)을 자세히 살펴보면 화산재가 수 mm 두께로 덮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화산재가 화산역에 달라붙었을까?
다량의 물이 마그마와 섞이면서 수성 화산활동이 일어날 경우 습기를 머금어 끈끈한 상태인 화산재는 콩알처럼 뭉치기도 하고 화산력의 표면에 달라붙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화산력을 부가 화산력 또는 피복 화산력이라 한다. 이런 화산력들이 일출봉에 많이 나타나는 것은 수성 화산활동이 물이 풍부한 상태에서 일어났음을 의미한다. 현무암질 마그마가 얕은 바다 밑에서 분출하며 형성되기 시작했다. 수심이 낮은 곳에서 분출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분출 초기부터 폭발적인 분출을 하였다. 다량의 물이 마그마와 섞이며 폭발이 일어나 화산재와 화산 력은 많은 물을 머금은 채 차갑고 끈적끈적한 상태로 분출하였다.
수백 m 높이의 분수처럼 솟구친 화산재와 화산력들은 화구 주변에 한 겹씩 쌓이며 다른 화산에서는 보기 힘든 뚜렷한 층리를 만들어 갔다. 화산재가 차곡차곡 쌓임에 따라 안식각(30도)을 훨씬 넘는 가파른 경사면을 가진 응회구가 만들어져 갔다. 가파른 경사로 인해 응회구의 사면에서 종종 크고 작은 사태가 일어났고 지층의 변형이 일어났다. 화산분출이 끝난 후에는 빗물과 유수에 의한 침식이 일어나 일출봉의 가장자리를 따라 한 번 쌓였던 화산재나 화산 쇄설물이 빗물이나 흘러내리는 물(유수) 등에 의해 다시 깎이고 이동하여 다른 곳에 쌓이게 된(재동; 再動; reworked) 퇴적층이 쌓이게 되었다.
바닷가까지 운반된 화산 기원 물질들은 파도와 해류의 작용을 받으며 퇴적되어 신양리층이란 현세의 퇴적층을 만들었다. 응회구는 지하에서 상승하던 마그마가 지하수나 바닷물 같은 많은 양의 물과 만나 폭발적으로 분출하면서 만들어진 소규모 화산체를 말한다. 응회퇴적물의 지층 경사 방향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화구가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섭지코지 지역에는 분석구에서 흘러나온 아아 용암에 의해 낮은 구릉을 이룬 조면 현무암이 분포한다.
성산일출봉이 형성될 때 운반 퇴적되어 만들어진 성산층이 조면현무암을 덮었고 곳곳에 풍성(風性) 사구가 있다. 제주도에는 360여개의 오름이 있다. 이 가운데 약 340여개는 분석구이다. 나머지는 수성 화산체(물과 마그마의 반응)와 용암 원정구(점성이 높은 용암)다. 더데오름은 분석구도, 수성화산체도 아닌 끈적끈적한 조면암질 마그마가 분출하여 지표에서 멀리 흐르지 못하고 굳어진 용암돔(종상화산체)이다. 섭지코지에는 분석구의 형성 비밀이 담겨 있다. 섭지코지 해안에는 분석구가 침식되어 분석구의 중심부인 화도와 이로부터 멀리 날아가 쌓인 스코리아 층까지 노출되어 있다. 이렇게 분석구의 중앙부부터 외곽부까지 모두 관찰할 수 있는 곳은 제주도에서도 섭지코지가 유일하다. 섭지코지는 바다 쪽으로 좁게 길게 뻗은 땅이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조면암(Trachyte)은 산성 또는 중성 화산암이다. 조면암은 제주도와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암석이다. 섭지코지 일대의 아아 용암은 섭지코지에 있는 분석구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표면이 매우 거칠고 크고 작은 암편들이 서로 뒤엉켜 있다. 분석구(오름)가 먼저 형성된 후 또는 형성되는 과정 후기에 용암이 흘러나온 것을 의미한다. 분석구는 화산 활동으로 생긴 산(구릉) 자체를 말하고 분화구는 그 산 꼭대기에 뚫려 있는 구멍(분출구)을 뜻한다.
지하 깊은 곳에서 올라온 마그마는 탄산음료와 같다. 처음에는 가스가 꽉 차 있어서 뚜껑을 열자마자 콰아아 하고 공중으로 엄청나게 뿜어져 나온다. 이때 공중에서 식어 떨어진 자갈들이 분출구 주변에 모래성처럼 높이 쌓인다. 이것이 바로 오름(분석구)이다. 시간이 지나 가스가 다 빠지면 뿜어져 나갈 힘(압력)이 없어진 걸쭉하고 무거운 치즈 같은 용암만 남게 된다. 이 무거운 용암은 자갈로 대충 쌓여 있는 약한 모래성(오름) 꼭대기까지 올라갈 힘이 없다. 대신 모래성의 맨 아랫부분이나 약한 옆구리 틈새를 뚫고 스르륵 삐져나와 주변 바닥으로 흘러가게 된다. 마치 꽉 찬 치약의 옆구리가 터져서 나오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오름을 현대적 의미의 천문대는 아니지만 별을 관측하기 가장 좋은 자연 천문대로 본다. 1928년 일본인 지질학자 하라구치 쿠만이 서귀포시 천지연 폭포 서쪽 새섬 앞 해안가에 패류 화석을 많이 포함한 지층을 서귀포층이라 명명했다.
대포동 주상절리에서 바닷물과 만나는 부분은 절리가 뚜렷하지만 클링커층이 있는 윗부분에서는 주상절리가 희미하다. 주상절리의 상부에 있는 두꺼운 클링커(clinker)층이 외부 열을 차단하는 보온 역할을 하여 용암류 상부가 서서히 식었기 때문이다. 주상절리의 치슬마크(Chisel mark; 끌 무늬 또는 마디층)는 용암이 한 번에 쭉 갈라진 것이 아니라 석공이 조각칼(끌)로 바위를 조금씩 쪼아내듯 단계적으로 균열이 깊어지면서 기둥 표면에 남은 수평 방향의 무늬를 말한다.
제주도에 분포한 화산암을 모두 제거하면 해수면 하부 100m 지점부터 200m의 두께로 분포하는 굳지 않은 퇴적층이 나타난다. 제주도는 약 188만 년 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에는 퇴적층만 제주도에 분포했었다. 이 퇴적층은 뚫고 올라온 마그마는 퇴적층에 들어 있는 물과 접촉하여 수성 화산분출부터 시작하였을 것이다. 용머리 응회환은 이 시기에 발생한 수성 화산분출에 의해 만들어졌다.
제주도 서남쪽에 자리한 송악산은 우리나라 최남단 섬인 마라도를 볼 수 있고, 한라산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 제주도 전체 경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라산 정상 북쪽에는 한라산 조면암이 분포하고 조망대 지역에는 백록담 현무암이 분포한다. 한라산 조면암은 높은 점성을 가지고 돔상(狀)으로 솟아 한라산을 더 웅장하게 만들었다. 한라산 정상은 백록담 현무암을 만든 용암이 마무리하였다. 이 용암이 북동쪽으로 오동동까지 10km, 남동쪽으로 신례리까지 11km를 흘러갔다. 관음사 부근에 구린굴을 만들고 곳곳에 밧줄 구조를 남긴 것으로 보아 점성이 낮은 파호이호이 용암이었다.
제주도에는 연 평균 2,061mm에 해당하는 비가 내리지만 연중 물이 흐르는 하천이 없다. 물이 잘 빠지는 다공질 화산암으로 제주도가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과거 제주도는 물이 매우 귀한 섬으로 알려졌지만 지하수를 개발해 이용하면서부터 물 부족 문제는 사라졌으며 제주 삼다수가 국내 먹는 샘물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제주도에 1년 동안 내리는 빗물을 양으로 환산하면 37억 6900m³에 달한다. 이 중 55%의 빗물은 중발산작용과 직접 유출 과정을 통해 손실되고 나머지 45%는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된다. 제주도의 지하수 함량률이 이처럼 높은 것은 투수성이 좋은 다공질 화산암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며 우리나라 대륙지역 평균 지하수 함양률보다 3배나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