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로버트 제임스 월러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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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402716767


  중학교인가 고등학교때 학교 선생님께 추천받아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었다. 영화도 봤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당시 어렸던 나는 나이든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에 별로 관심이 없었나보다. 잠깐의 사랑, 그리고 오랜 기다림이라는 슬픈 사랑의 구조가 답답했나보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 책의 제목이 마음속에 남아 있었나보다. 헌책방을 다니다 이 책을 보고 반가워 사 오게 되었다. 그리고 또 잊고 지냈다. 어느 날 문득 책장을 살피다 다시 만났다. 길지 않은 글이었지만 다시 읽은 이 책은 내 마음을 흔들었다. 안타까움에 한숨을 쉬기도 했다.

 

  외로운 카우보이(자유분방한 자신을 그렇게 불렀다.) 로버트 킨케이드와 작은 시골 마을에서 농사짓던 프란체스카는 우연히 만나 영혼을 나눌 사람임을 알아보게 된다. 이혼한 떠돌이 남자와 유부녀. 이들의 만남과 도를 넘는 관계는 어쩌면 뻔 한 불륜 이야기로 끝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프란체스카는 사랑보다는 책임감을 택하게 되고, 이들의 사랑은 오랜 기다림을 남긴다.

 

  열정이 없이 책임감만 남은 결혼생활. 이건 비단 한두 명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수많은 주부들이 마음에 꿈꾸는 사랑에 대한 로망을 이 책을 통해 대리만족한 건 아닐까? 평생 한 번이라도 가슴 뜨거운 사랑을 한다면 남은 인생 동안 그 사람을 추억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그 사랑이 마지막 사랑이 되어 배우자로 남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같은 책을 나이대별로 읽을 때 그 느낌이 다르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20년 후에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기억을 자녀들에게 드러냈던 노년의 프란체스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말이다.


- 요리가 되는 동안 프란체스카는 다시 그의 앞쪽에 마주앉았다. 부엌에 정갈한 다정함이 내려앉았다. 어쩌면 그런 다정한 느낌은 함께 요리를 하는 데서 왔는지도 몰랐다. 모르는 사람을 위해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그와 함께 순무를 다지고, 그러다 보니 낯선 느낌이 스러져버렸다. 낯선 느낌이 없어지니, 친밀감이 들어설 공간이 생겼다. … 남자들 주변에 있을 때면 그녀는 언제나 그들과 비교해 자기가 우아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로버트 킨케이드와 있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 (72-73쪽)

- 두 사람 다 담배를 피우며 아무 말 없이 브랜디를 마시고, 커피를 마셨다. 들판에서 꿩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개가 마당에서 두 번 짖었다. 모기떼가 식탁 근처의 방충망에 달려들었고, 나방 한 마리가 본능적으로 싱크대의 전등에 현혹되었다. (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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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 - 중국에 남겨진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
안세홍 지음 / 서해문집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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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404215293


  어린 나이에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갔던 꽃다운 우리의 아가씨들이 일본 제국주의의 헛된 꿈을 이루기 위한 군인들의 위안부로 갇혀 얼마나 큰 고통을 당했는지 우리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이제 남은 할머니들마저 건강이 안 좋아 산 증인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 없는 날이 올까 걱정이다. 이 책의 저자는 더 늦기 전에 중국 지역에 살고 있는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사진을 찍었다. 이후 그는 도쿄와 오사카에서 어렵게 사진전을 열었다. 그의 꿈은 세계 여러 곳에서 전시회를 열어 할머니들의 고난을 증언하는 것이다.

 

  인터뷰 내용을 통해 할머니들의 고통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성병을 비롯한 각종 병에 취약했음은 물론이거니와 정신적 상처는 세월이 지나도 아물기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오고 싶어도 돌아올 수 없었던 할머니들의 아픔을 우리는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중에는 중국인 할아버지를 만나 아이를 낳고 살아오신 분도 계시지만 지병으로 고생하며 평생을 외롭게 보내신 분들도 많다. 그동안 또 얼마나 많은 분들이 고통 속에 돌아가셨을까?

 

  부모에게 인사도 하지 못한 채 군인에게 이끌려 갔던 길,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돈을 벌게 해 주겠다는 말만 믿고 단돈 몇 백 원에 팔려 갔던 그 길이 가족과의 마지막이 될 줄은 정말 몰랐을 것이다. 그 중 몇 분은 오랜 세월이 지난 후 한국 땅을 잠깐 밟기도 했지만 중국보다 낯설게 변해버린 고국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어려우셨을지 모른다.

 

  역사 속 희생자였던 그들을 기억해야겠다. 그분들뿐 아니라 억울하게 죽어간 수많은 우리 조상들의 아픔을 잊지 말아야겠다. 역사를 잊고 자만하는 순간 우리는 또다른 위험에 직면할 수 있음을 마음에 새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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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서로 알고 있었던 것처럼 문학동네 시인선 57
윤희상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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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405056219


  교과서에 글이 실리기도 했다는 윤희상 시인의 시집을 만났다사랑 노래를 엮어낸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애환을 그려낸 그의 시들이 정겹고도 섬뜩했다혼란스러웠던 광주의 사건들을 경험한 그의 시는 이후 검열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지금은 스스로 검열을 한다고 하니 시인이 사회를 보는 눈을 잃을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임진왜란 일본에 항거해 싸우다 죽었던 조상이 있는 그의 어머니는 일본인이다그가 평생 겪었을 색안경 낀 사람들의 시선이 얼마나 아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오죽하면 그것을 시로 썼을까?

 

  시인의 눈에는 귤 값도 시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 재미있다그런가 하면 줄글도한 행의 시도 있다니 요즘 시들은 정말 자유분방하다.시라고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시는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매일의 우리의 대화 속에도 시가 있고풍경에도 시가 들어 있다우리가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윤희상님의 시들에서 슬픔과 인생무상의 정서가 느껴진다글에는 그 사람의 인생이 묻어나오기 때문일 것이다암울한 시대를 거쳐 나온 그가 아무리 떨쳐내려 해도 기억의 한 구석에 숨어 있는 아픔을 누르기는 어려웠으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웃음이 픽 나오는 시들도 있다. 그는 원래 유쾌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 북악 스카이웨이 (46쪽)

지름길로 가기 위해
돈암동에서 우회전하여 산길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지금 앞서가는 차는
단풍놀이를 한다.
천천히 간다.
빨리 갈 필요가 전혀 없다.
나는 빨리 가야 한다.
일하러 가는 길이다.
가는 길은 한 길,
그러니, 앞질러 갈 수도 없다.
아, 나도 저럴 때가 있었으니
단풍이 곱다.

- 무등산의 마음 (57쪽)

어느 해 여름, 소쇄원과 식영정을 둘러보고
환벽당을 둘러보고
취가정을 둘러보고
호숫가로 내려가서 혼자 앉아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호수 건너편의 무등산이
호수를 건너왔다 도무지, 올 수 없는 곳을
그림자로 왔다. 큰 산이 물을 적시지도 않고
호수를 건너는 것을 보았다 그러니, 내가 엉겁결에
산속으로 들어간 것은 당연하다

- 윤희상의 시는 사실 통상적인 의미에서의 해설이 필요 없다. 시가 평이할뿐더러 저 자신을 늘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 아마도 우리 시대에 읽기 쉬운 언어로 가장 많음 비밀을 끌어안고 있는 시집을 고른다면 윤희상의 이 시집을 몇 손가락 안에 꼽아야 할 것이다. (94쪽)

- 윤희상에게서는 그 평이한 언어 자체가 문명 비판의 가치를 지닌다. (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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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앨리스
리사 제노바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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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398301371


  누구보다 철저하고 지적이던 사람이 점점 기억의 끈을 놓게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어떤 기분이 들까? 늘 다니던 길에서 방향을 잃고, 상대방이 5분 전에 한 말을 되묻게 된다면 모든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되지 않을까? 약으로 조금 나아지거나 늦출 수 있으면 좋은데 현대 의학으로는 획기적인 치료법이 없다는 것이 더 좌절감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다른 질병에 비해 치료법이 발달하지 않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50대 젊은 여교수는 이러한 사실이 괴롭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그녀의 가족들은 그런 그녀의 변화를 사랑으로 지켜본다. 어쩌면 변해 가는 자신보다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이 더 괴로울지도 모른다. 노인성 치매도 아니고, 젊고 똑똑하던 엄마가 서서히 무능하게 변하다 못해 자신들도 못 알아보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진 못할 것이다. 게다가 50%는 유전이 된다는 조발성 알츠하이머라 자신은 물론 자식에게까지 전해질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슬픔이 아닐 수 없다.

 

  건망증이 있는 데다 가족 중 노인성 치매를 앓으시는 걸 본 적이 있어서인지 이 책을 그냥 넘길 수가 없다. 고령화 사회에서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치매이기 때문에 남의 일이 아니기도 하다. 하루빨리 좋은 치료약이 개발되었으면 좋겠다.

 

  영화로 먼저 만났던 이야기의 원작 번역본을 읽으며 영화가 원작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알 수 있었다. 영화가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아마도 책 속의 앨리스를 누구보다 잘 표현해 낸 배우의 역량이 클 것이다. 영화에서 앨리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 것처럼 책도 점점 기억과 총기를 잃어 가는 앨리스의 입장에서 기술한 것이 독특하고도 흥미롭다.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 배우 지망생인 막내는 ‘여배우’로, 첫 딸은 ‘아기 엄마’로 인식하는 앨리스이지만 아기를 예쁘게 안고, 딸의 연기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전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지만 가족에게 그녀는 여전히 ‘앨리스’라는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 앨리스가 강의를 중요시 하는 건 자신이 이 분야의 차세대 학자들에게 영감을 줄 의무와 기회를 갖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녀는 인지학 분야의 위대한 권위자가 될 차세대 인재가 자기 때문에 심리학 대신 정치학을 선택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자체를 좋아하기도 했다. (58쪽)

- 이런 결정을 할 땐 딴 사람의 사정에 따라선 안 돼요. 자신의 공부가 달린 문제니 스스로 결정해야지. 스물넷이면 성인이니 아버지 뜻에 꼭 따를 필요는 없어요. 자신의 인생에 맞는 결정을 내려요. (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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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뺑덕
백가흠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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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395684595


  사랑과 복수는 양 날의 칼이어야만 할까? 복수 없는 사랑이야말로 완벽한 사랑일까?

 

  전혀 만나지 못했을 영화와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건 이 책을 쓴 작가를 만났기 때문이다. 얼마 전 디지털 대학교 모임에 강사로 왔던 백가흠 작가를 만나고 <마담 뺑덕>이라는 영화의 원작을 썼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영화가 개봉했을 때 그런 류의 성인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영화를 보지 않았었다. 작가를 만난 후 VOD로 만났다. 청소년이 보면 안 되는 장면들이 있었지만 의외의 재미를 느껴 책으로도 만나보게 되었다.

 

  인기 많은 교수였던 학규는 여학생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인해 교수직을 박탈당하고 시골 마을로 내려간다. 혼자 시골마을에 내려와 문화센터에서 소설 쓰는 법을 가르치게 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술로 세월을 보낸다. 그곳에서 먹고 살기 위해 다방 마담을 하는 여자와 딸이 있었는데 그들의 인생과 얽히게 된다. (영화에서는 장애를 가진 어머니로 등장한다.) 마담의 딸 덕이와 서울에서 온 학규는 서로에게 빠져들게 되지만 그건 또 다른 불행의 시작이었다.

 

  순간의 유희와 이기적인 결말은 복수를 불러오고, 그 복수는 결국 스스로를 파멸에 이르게 한다. 이 책과 영화는 책 제목과 등장인물들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심청전의 모티프를 깔고 있지만 그 이야기와는 다르게 전개된다. 학규가 눈이 멀게 되면서 오히려 나은 사람이 되고 그런 그를 보며 복수의 칼날을 갈았던 덕이의 마음도 서서히 변해간다. 하지만 돌이키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음을 알게 되는 덕이와 학규의 딸 청이는 암울한 미래를 맞게 된다.

 

  시작은 비슷하나 결말은 서로 다른 영화와 책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암울하면서도 멋진 소설의 문장들을 읽는 맛이 있다. 무엇보다 엉망진창인 인생을 살던 학규가 시력을 잃으며 변해가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소설 <롤리타>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 눈을 감으니 잠잠하던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했다. 모두 남 탓이었다. 모든 문제는 자기로부터 시작됐고 커졌지만, 자신 말고는 모든 것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했지만, 그러기에 그는 너무 젊었다. 겨우 서른여섯, 너무 일찍 출세한 그는 자신감이 때론 독이 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늘 당당한 쪽이었다. 잘못을 후회하는 일보다 남을 원망하는 편이 더 속 편하다 여겼던 것이다. (25쪽)

- 그는 책 읽기를 멈추었다. 모두 자신의 지난날들과 겹쳐지며 형체 불분명한 이상한 모멸감 같은 것이 스멀스멀 자기의 몸을 기어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40쪽)

- 그는 자신을 사랑하고 믿고 아끼는 사람들에게만 상처를 주었다. 모든 문제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생겨났고, 자기의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아무런 해결책도 나올 수 없었지만 그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71쪽)

- 지나간 사랑의 다른 이름은 복수다. 그것은 원래 한 몸이어서 변화하는 과정이나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다만 계기가 필요한 것뿐이었다. (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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