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 - 운, 재능, 그리고 한 가지 더 필요한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
브라이언 키팅 지음, 마크 에드워즈 그림, 이한음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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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도 유익한 책을 읽었다. 물리학자가 등장하는 자기 계발서라니. 기발한 발상이 과학자답다. 지은이는 우주론을 연구하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물리학 교수이자 과학자이다. ‘불가능 속으로(Into the Impossible - 이 책의 원서 제목과 같다)’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도 한다. 그는 노벨상 수상자들을 인터뷰하여 그들에게서 얻은 인생의 지혜들을 모아 책을 썼다.

좋은 성적으로 일류학교에 들어가고 추천장을 받아 대학원에서 좋은 연구주제를 받고, 논문을 발표해 박사학위를 딴 후 연구원과 교수로 재직하며 노벨상을 따는, 저자가 말하는 ‘학계 헝거 게임’ (33쪽)을 통과한 이들은 어떤 삶의 지혜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까?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비사회적이고 독특한 천재가 아니라 호기심을 가지고 함께 연구하는 이들을 잘 이끌며 좌절을 두려워하지 않고 새롭게 도전하는 사람들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호기심을 아주 큰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 호기심이 일자리를 주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외부에 의존하는 삶보다 덜 지치고 지속 가능하며, 앎 자체가 목적이라면 성공으로 인해 쉽게 들뜨거나 허무해하지 않고, 실패했다고 좌절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34쪽) 다른 이의 비판을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오류를 발견하여 앞으로 나아갈 기회로 삼으라고 한다. (45쪽)

1979년 ‘소립자 사이의 약한 상호작용과 전자기 상호작용의 통합 이론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셸던 글래쇼는 어렸을 때 <놀라운 과학소설>이라는 잡지를 탐독했다고 한다. 과학소설이 과학자로 자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셈이다. 아인슈타인도 어린 시절 과학소설에 푹 빠져 읽으며 사고실험을 하여 상대성이론의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93쪽) 그는 소설과 과학의 차이를 증명이 되었느냐, 아니냐에 두고 있다. 증명되지 않은 소설은 앞으로 얼마든지 증명될 수 있다. 소설은 과학적 사고와 호기심을 일으키는 좋은 도구인 셈이다. 어린 시절 읽은 책이 미래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 있을 것이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중에는 후학을 양성하는 일을 하는 이들이 많다. 저자는 가르치는 일이 가르치는 이에게 영감을 주고 능동적으로 생각하게 할 수 있다면 자기 영향력을 키우는 동시에 삶도 풍요로워진다고 하였다. 공부만 하는 것보다 가르치는 동안 더 많은 부분이 머리에 남으며, 그것이야말로 교사만이 느낄 수 있는 은밀한 보상이라고 하였다. (131쪽)

수상자들은 경쟁자들과 협력했다. 스티븐 호킹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자 옥스퍼드대학교 수학 명예교수인 로저 펜로즈는 생산적인 경쟁관계를 맺었다고 한다. 견해는 달랐으나 상대에게 배우기를 좋아하여 서로 지적으로 보완하고 자극하여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다. (144쪽) 자신이 주장하는 바와 의견이 다른 사람과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저자는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위축되거나 이기려 들지 말고 그들과 협력하고 도움을 받으라고 충고한다. ‘흑체 형태와 우주배경복사의 비등방성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고 메릴랜드 대학교 물리학 교수로 재직하는 존 매더는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임으로 역사에 남을 발견을 이루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220쪽)

노벨 수상자를 비롯해 유명 과학자들이라고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다. 때로 이들은 가면증후군 증상을 겪는다. 자신의 성공을 운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업적을 과대평가된 것으로 인식하며 자신을 과소평가한다. 이 또한 그들이 극복해야 할 일이다. 행운만으로 노벨상을 타는 사람은 없다. 그들은 미리 준비했고, 찾아온 행운을 잡은 것이다. 그들은 또한 수많은 갈등과 인내의 시간을 보냈다. (259쪽) 그것만으로도 박수받을 만한 일인 것이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zzj2zGmMcX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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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 속 우주과학 빼먹기 - 2023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콘텐츠 창작지원 선정작
루카 지음 / 글씨앗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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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이웃이자 책 쓰기 선배인 복일경 님이 이 책을 보내주셨다. 세 번째로 소설을 내시고 1인 출판사까지 만드시다니 정말 대단한 분이다. 이 책의 저자는 생물학을 전공하고 대학원과 연구소에서 동물생리학, 면역학, 우주중력생물학 등을 연구한 분이다. 청소년에게 과학을 재미있게 소개하기 위해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결과물이 이 책일 것이다.


책에는 달용박사라는, 어쩌면 작가의 아바타가 등장하여 이야기를 진행한다. 영화를 보기까지의 과정과 영화 속 과학 원리를 자연스럽게 담았다. 책은 다섯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고, 각각의 장에는 영화가 3~5편 정도 소개된다. 우주 탐험관, 외계인관, 우주 생명관, 우주 환경관, 우주 로맨스관의 장으로 주로 우주에 대한 내용를 다룬다.


책에는 내가 익히 본 영화들이 꽤 많이 나온다. 히든 피겨스, E.T, 커버넌트, 마션, 인터스텔라, 승리호, 월-E, 패신저스 등이다. 좀 오래된 영화인 카프리콘 원이나 러시아 영화인 스푸트니크와 같은 건 보지 못했다. 오래전 개봉한 엑스마키나라는 영화는 책에 나오는 걸 보고 검색해 이번에 처음 만나보았다.


영화 소개나 일상 스케치 외에 여러 과학적 사실들은 굉장히 유익했다. 내가 평소에 관심도 갖지 않았던 달 착륙선이나 우주선, 화성 탐사선 등의 이름과 업적을 알게 되었다. 아직도 이름들이 모두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으나 적으며 읽으니 다음에 다시 들으면 낯설지는 않을 것 같다. 우주에서는 우리 신체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되니 우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줄어든다. 어떻게든 지구를 다시 살려야겠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우주에서의 방사선 피폭량이 어마어마하다고 하니 그나마 안전한 지구에서 앞으로도 살고 싶다.


2015년,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상추를 키워 먹는 실험(Veggie 식물재배 시스템)에 성공했다고 한다. 우주 쓰레기의 위협이 있긴 하지만 언젠가 우주정거장까지 엘리베이터가 생길지도 모른다. 요오드화은을 공기 중에 살포하여 인공강우를 내리는 기술까지 개발했지만 이 모든 것에는 엄청난 예산이 든다. 나라 간에 경쟁하며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바람에 우주 쓰레기가 최소 1억 7천만 개라니 나중에는 지구가 우주 쓰레기로 뒤덮여 태양이 지구까지 제대로 도달하지 못하는 날이 올까 걱정된다.


우주개발도 좋지만 나라들이 모여 지구와 우주에 해를 끼치지 않을 방법을 먼저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두려움도 여전하다. 나는 과학 발달에 있어 두려움과 걱정이 많은 사람 중 하나인 것 같다.


* 목소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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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공부하는 과학
최준호 지음 / 머스트리드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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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보물 같은 책을 받았다. 과학책을 얼마 만에 읽는지 모르겠다. 이 책이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는 작년 한 해 동안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토론하고 함께 살펴본 우주 쓰레기, 인공지능, 환경문제에 관한 내용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6학년을 하게 되어 수업할 때 이 책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부가 우주와 천체에 대하여, 2부는 생물다양성과. 인공지능에 대하여, 그리고 마지막 3부는 지구 환경에 대하여 고찰하고 있다. 문과 출신으로 뒤늦게 과학에 흥미를 가졌다는 저자는 이 책으로 오랫동안 과학을 잊고 지냈던 이들에게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학창 시절 일종의 암기과목이었던 과학이 사실은 실생활과 맞닿은 중요하면서도 아주 재미있는 분야라는 것을 보여준다. 

  내가 생각했던 우주여행은 화성이나 목성에 가는 것인데 사실은 지구 대기권 안쪽을 도는 것도 우주여행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주의 경계라는 카르만 라인은 중간권에 가까운 열권에 속해 있다. 고도 100킬로미터를 넘으려면 엄청난 속도 때문에 생기는 중력가속도를 견뎌야 하는데 인간 최대 한계치를 버티기 위해 훈련을 받지 않으면 건강하고 안전한 여행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우주여행은 그 안쪽을 다녀오는 것으로 계획되고 진행된다. 인류가 우주로 눈을 돌린 이후 여러 나라가 앞다투어 인공위성을 발사하고, 달이나 화성 탐사를 하고 있다. 그로 인한 우주 쓰레기는 조만간 포화상태가 될지도 모른다.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 파편이 땅으로 떨어지는 일도 생기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크기지만 속도가 어마어마한 파편은 인공위성을 파괴하고, 우주여행자를 위협할 것이다. 나사 과학자 도널드 캐슬러가 제기하여 ‘케슬러 증후군’이라는 말로 불리는 이 시나리오는 우주탐사가 불가능한 건 물론, 우주쓰레기에 막혀 지구를 떠날 수 없게 된다는 호킹의 경고에 다다른다. 유엔이 ‘우주 쓰레기 경감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고 하나 중국이 미사일로 인공위성을 파괴하여 수천 개의 파편을 만들기도 하는 등 앞으로의 미래가 걱정된다. 

  인류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한편 위기감을 갖게 하는 것이 유전자 연구이다. 2장에서 수많은 흥미로운 실험들을 예로 들고 있는데 두 사람의 머리와 몸을 연결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경악했다. 장기나 신체 부분을 접합하고 이식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두 사람을 연결하는 것은 왠지 무서운 생각이 든다.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선별적 출산도 마찬가지다. 인간 윤리에 어긋나는 실험들이나 원숭이를 이용한 유전자 실험에 대해서는 무조건 긍정하기가 어렵다. 동물 학대의 이유로 유럽에서 원숭이 실험을 금지하면서 그 점에 대해서는 비교적 허용적인 중국이 유전자 연구에 엄청난 발전을 이루고 있다니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기후재난은 이제 영화 속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전 세계 곳곳에 이상기후와 홍수, 가뭄, 토네이도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음을 지난 학기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알았다. 다른 나라의 일이라고 간과해선 안 된다. 우리나라도 급격한 폭우로 바닷물이 일시적으로 민물로 바뀌어 양식장의 굴이 폐사한 일도 있었다. 앞으로 기상 이변 발생 빈도가 가속화될지 모른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지구를 살리는 에너지 개발이 필수다. 또한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으로 미세 플라스틱을 먹는 시대가 오고 있다. 지구의 온난화 현상과 쓰레기화를 막기 위해 전 세계가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공멸의 시대가 조만간 다가올지 모른다.

  리뷰를 쓰면서 생각해 보니 이 책을 통해 많은 걱정거리들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살기보다는 발전에 따른 부작용을 항상 생각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자국 욕심을 채우기 위해 무분별한 연구를 계속하기보다는 다 같이 잘 사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나라 간 손을 잡아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미미하다 하더라도 나부터 작은 실천을 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이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6OlFOLK5yzM

https://www.podty.me/episode/16887075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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