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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책 쓰는 책 만드는 - 영화 속 책의 장면들
이하영 지음 / 페이퍼스토리 / 2023년 9월
평점 :
이번 리뷰는 사심이 가득한 내용일 것이다. 이 책은 내가 존경하는 나의 편집자님이 쓰신 것이다. 카톡 선물하기로 보내주셨는데 처음에는 내 책을 한 권 보내주신 줄 알고 감사하다고만 했었다가 책이 도착하고는 이 예쁜 책을 누가 보낸 것일까 궁금해했었다. 한참을 읽다가 작가 이름이 익숙하다 했더니 바로 나의 편집자님이 쓴 것이었다. 그제야 카톡 선물을 확인하니 바로 이 책이었다. 방송작가, 영화 칼럼니스트이자 지금은 편집자에 출판사 대표님인 저자의 이 책은 편집자와 작가가 등장하는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원래 ‘기획회의’라는 출판전문잡지의 ‘영화 속의 편집자’ 코너에 쓴 글이라고 한다.
이 책에 소개된 영화 중 내가 본 것은 미드나잇 인 파리와 베스트셀러, 행복어 사전, 미스 포터, 그리고 미저리이다. 열두 편 중 다섯 편을 보았으니 꽤 많이 본 셈이다. 아무래도 이미 본 영화의 내용이 이해가 빨랐다. 아직 보지 못한 영화들을 하나씩 보고 다시 읽으면 느낌이 다를 것 같다. 그중 ‘지니어스’를 바로 검색해서 보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점이 좋았다. 탁월한 편집자 맥스 퍼킨스와 천재 작가 토마스 울프의 이야기를 보며 걸작은 이렇게 탄생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다음에 보려고 사 둔 것은 ‘내 남자는 바람둥이’다. 아직 인트로 부분만 보았지만 연필로 수정 작업하는 장면이 벌써 재미있다.
이번에 나의 첫 책 '태권도와 바이올린'을 출간하면서 편집자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몸소 깨달았다. 작년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코로나에 걸려 일주일 동안 격리되어 있으면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 쓴 건 그야말로 아무도 읽지 않을 것 같은 재미없고, 잘난 척만 하는 글이었는데 편집자님이 그 사실을 알려주셨다. 열심히 쓴 글을 버리고 다시 쓰기 시작했다.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가?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장면이 선명하게 그려지는가? 새롭게 방향을 잡아서 썼다. 일 년 남짓 되는 기간 동안 분량을 채우고, 이번 여름방학 내내 수정 작업을 했다. 고쳐도, 고쳐도 계속 고쳐야 할 부분이 보였다. 결국 편집자님이 인쇄를 맡기셨다. 그래서일까? 이 책 속 ‘실천과 사고의 지치지 않는 반복을 거듭하다가 어느 지점에서 일단락을 지어 세상에 내놓고, 그다음은 세상에 물어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그러다 시간이 되면 그다음은 후대에 맡기고 떠나는 것’이라는 말이 너무 마음에 와닿았다.
누군가에게는 관심 밖의 인물일 ‘편집자’가 나에겐 너무 큰 존재가 되었다. 이 책에도 소개된 ‘베스트셀러’에 등장하는 작가 해리스 쇼가 자신에게 최고의 편집자였던 아내의 사망 이후 책을 세상에 내놓지 못한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동안 책은 작가만의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출판 작업을 하면서 책이라는 것이 작가만의 것이 아닌 편집자의 것, 출판사의 것, 삽화가의 것, 책 디자이너의 것,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독자의 것’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아는 분의 책이라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딸이 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한 이유를 알 것 같다.
* 목소리 리뷰
* 위 글은 저자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