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진수 - 소진수 포토에세이
소진수 지음 / S Family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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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진수... 진수는 여러 가지 뜻을 지니고 있다. 새로 만든 선박을 선대나 도크에서 처음으로 물에 띄우는 것(위키백과), 사물이나 현상의 가장 중요한 본질적인 부분(나무위키). 책 제목은 둘 다 포함하고 있지 않나 싶다. 행복을 세상에 띄워 보내는 것, 그리고 행복의 본질. 진수는 이 책을 쓰고 사진을 찍은 작가님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귀한 책을 동료 분께 받았다. 행정실에서 근무하시는 분들 중 사진을 전공하신 분은 처음 보았다. 사진을 보통 잘 찍으시는 게 아니다. 이렇게 큰 재능을 가진 분과 같은 곳에서 일한다는 게 영광이다.


책을 감싸고 있는 비닐을 설레는 마음으로 벗기고 책을 펼친 순간, 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사진들이 너무너무 멋졌다. 평소에 보던 하늘과 바다와 자연물, 건축물들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싶었다. 가본 적이 있는 정방폭포와 부산역 풍경이 반갑기도 했다. 멋진 분들의 명언과 솔직 담백한 저자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건강해 보이셔서 아픈 적이 있었다는 걸 알고 놀랐다.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셨을지... 사진이 위로를 주었을 거라 믿는다. 이제는 치료가 끝났다고 되어 있다. 앞으로는 아프지 말고 언제나 건강하시기를 기도했다.


학생들과의 추억을 소중하게 담은 부분이 감동적이었다. 교무실에서 근무할 때 중학생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아이들 사진을 자주 찍어주신 모양이다. 사진 동아리도 운영하고, 심지어 졸업앨범까지 디자인하셨다. 아이들이 전해준 소중한 편지와 글귀들을 떠올리며 힘을 얻으셨을 것이다. 지금은 행정실에서 숫자를 다루는 작업을 늦게까지 열심히 하고 계신다. 조만간 재능을 찬란하게 빛낼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어쩌면 지금도 출퇴근 시간에, 혹은 주말에 백팩에 카메라를 넣고 다니며 아름다운 순간을 담아내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전국을 누빈 수많은 시간이 담긴 포토에세이를 하룻밤에 읽었다는 것이 죄송했다. 앞으로 이 책을 자주 들춰볼 것 같다. 아름다운 사진을 보면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왠지 내 속에 감추어진 창의력이 꿈틀대는 느낌이 든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색감들을 찾아내어 사진으로 표현한 것인지 놀랍기만 하다. 철학이 담긴 사진들이 마음을 흔든다. 앞으로도 멋진 사진을 찍고 마음을 흔드는 글을 계속 쓰시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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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된 어린왕자 - 이대윤 선생님의 독박육아 유니버스
이대윤 지음 / 읽고쓰기연구소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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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님으로부터 추천사용 파일을 받아서 이 책을 읽었다. 아이 셋을 키우는 부부교사의 이야기다. 부인은 일을 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아빠들이 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저자도 그중 한 명이다. '독박육아'가 주로 엄마에게만 쓰이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빠들 중에도 감당하는 이들이 있고, 여느 엄마와 다르지 않은 하루하루를 살고 있음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책에도 나오지만 저자는 <얘들아, 다시 불을 켤 시간이야>라는 초년생 교사의 눈으로 본 교실 이야기를 5년 전에 쓴 적이 있었고 간간이 강의도 했던 모양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아쉬운 건 혼자 음악 들으며 책 읽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아마도 부모라면 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아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 일찍 재운 후, 어린이집 가는 시간과 같은 짬에 어떻게든 책 한 자라도 읽으려 노력하는 저자의 처절함에 나의 그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쁨과 환희는 그 어떤 것에 비길 바가 아님을 저자를 비롯한 세상의 부모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하루하루 힘들지만 살아간다.


교사라는 점, 기독교인이라는 점, 여러 아이를 키운다는 점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의미와 좋은 점을 찾으려 노력하는 삶의 자세가 본받을 만하다. 지금은 학교에 복직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저자가 독박육아 시절을 그리워할지, 아니면 현재에 만족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스스로를 불쌍히 여겼던 처절한 시절이지만 지나고 보면 고통마저도 달콤함으로 남기도 하니까.


어려움 속에서도 읽고 기록하기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 멋지다. 저자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다.






- 자고 있는 네가 그립다! (54쪽)

- 내 공간을 소개해보겠다. 그래도 여러 방 중 하나를 내 서재로 만들어놓은 건 참 다행이다. (75쪽)

- 나는 내가 불쌍하다. 이런 생활을 지속해 온 아내의 젊음이 불쌍하고, 우리 엄마와 아빠의 과거도 불쌍하다. 그리고 육아 동지들의 삶도 불쌍히 여길 줄 알게 되었다. 요즘 나는 자주 운다. 항상 긍정적인 나였음에도, 육아는 나를 이렇게 만들고 말았다. 자기 연민. 너무 깊이 빠지면 안 되겠지만, 누군가에 대한 연민을 몸소 느껴볼 수 있음이 유익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76쪽)

- 7시 30분. 아내가 일어난다. 그 시간이면 나는 이미 내 시간을 두 시간이나 가진 상태, 즉 내 영혼이 충만한 상태다. (101쪽)

- 최소한 누군가의 삶이 저마다의 짐과 무게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만은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우리 모두의 삶은 저마다의 깊이로 힘들고 짠하다. 모두에게 위로가 필요하다. (2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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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쳤지만 무너지지 않는 삶에 대하여 - 탈진의 시대, 인류사 내내 존재했던 피로의 인문학 A to Z
안나 카타리나 샤프너 지음, 김지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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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받고 다른 책 읽느라 두었다가 여행 전 다 읽을 생각으로 책을 들었다. 요즘 인기 많은 힐링 도서라는 생각으로 펼쳤다가 논문에 버금갈 정도로 많은 연구와 조사를 해서 쓴 책임을 알고 연필을 들고 밑줄을 긋기 시작했다. 결국 여행지에서 들고 다니며 다 읽었다. 저자는 영국 켄트 대학교 문화사 교수이기도 하고, 과학적 연구 결과와 석학들의 지혜를 바탕한 번아웃 전문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수많은 내담자들과 대화를 하며 번아웃 상태, 혹은 그 상태로 가고 있는 현대인들을 돕고자 이 책을 썼다. 남을 도우려는 책은 그 진심이 통한다고 믿는다. 책의 내용 중 많은 부분에 공감하며 읽었다.

책의 진행이 독특하다. 보통은 장과 꼭지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 책은 A부터 Z까지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단어 혹은 문구가 주제이다. 알파벳 중에서 책과 관련 있는 말을 찾고 그에 맞는 여러 연구 결과나 위인들의 말을 가져와 설득력 있는 글 하나하나를 완성해 갔던 그녀의 작업 방식을 상상해 본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것이다. 어느 주제에 관해서는 많이 쓰고 싶기도 했을 것이고, 어떤 알파벳은 떠올리기 힘들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짐작을 해 보았다. 어쨌든 저자는 이렇게 훌륭한 책을 완성했고, 그 덕분에 나는 번아웃과 관련한 여러 지식과 말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 심리학자 크리스티나 매슬라크가 1980년에 최초로 번아웃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와 정의를 제시했다고 한다. 그녀는 번아웃 증후군의 대표 증상으로 탈진, 괴리감, 능률 저하를 들었다. 주로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나타난다고 보았다. 탈진에 이른 사람들은 자신이 상대해야 할 사람들을 점점 냉소적이고 무관심한 태도로 대한다고 한다. 서비스 직이 많아진 현대 사회에 번아웃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번아웃을 ‘에너지가 고갈되고 열정이 적고 능률이 저하되어 의욕이 떨어진 상태’로 정리하였다.(41-42쪽)

앤 헬렌 피터슨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번아웃이 많은 이유를 ‘복잡한 사회 구조’라고 보았다.(43쪽)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멀리 있는 우리들을 연결시켜 주고, 먼 곳까지 순식간에 갈 수 있게 해 주었지만 그 덕분에 언제든 연락 가능한 상태가 된 우리는 온전한 쉼을 누리기 어렵게 되었고, 먼 곳으로 출퇴근하면서 복잡다단한 삶을 살게 되었다. 전에는 몰라도 되었던 수많은 스마트한 일들을 배워서 사용해야 하며 배운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계속 배워야 할 새로운 것들이 등장한다는 중압감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번아웃의 원인은 외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면의 비평가로부터도 끊임없이 공격받는다. 특히 완벽주의자들은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일이란 없을 것이다.

탈진감은 비단 오늘날만의 개념은 아니다. 과거에는 멜랑콜리아, 아세디아, 신경쇠약증으로 불렸다고 한다. 핵심 증상이 번아웃과 비슷하다. 무기력, 사고와 행동의 둔화, 신경 쇠약, 신경과민, 절망감, 비관주의를 가져온다. 멜랑콜리아는 가장 오래된 진단명으로 히포크라테스와 갈렌이 처음 기술했다고 한다. 두려움과 원인 없는 슬픔이 합쳐져 허탈감, 무기력감, 혐오감을 동반한다. 당시에는 원인을 체액의 불균형으로 보았다. 기독교 시대에 와 아세디아로 불리는 이 말은 무관심, 무기력, 무감각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마음의 피로를 의미하는 아세디아는 영적 도덕적 실패의 결과라고 생각했다. 19세기 후반 급속한 산업화 중에 미국 생리학자이자 전기치료사인 조지 비어드는 ‘신경쇠약’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고, 이후 대중화되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심리 질환이 아닌 신체 질환으로 보았다는 것이 특이하다. 섬세한 조직을 가진 사람이 이 병에 취약하다고 보았다. 심적 고갈 상태는 시대에 따라 예상 원인도, 치료법도 달랐던 것이다.

심적 고갈 상태를 극복할 수 있을까? 저자는 취미생활을 좋은 방편으로 예를 들고 있다. 내 책 ‘태권도와 바이올린’과 맞물리는 부분이다. 취미활동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실패나 완벽이라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롭고(128쪽), 오늘날 사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창출이나 현대 문화적 조건에 반대되는 활동으로 혁명적인 행동이라고 말한다.(129쪽) 단순하고 혁명적인 취미활동의 가장 큰 장점은 ‘기쁨을 준다’는 것이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순수한 기쁨을 누리며 번아웃을 극복하여 인생을 풍요롭게 가꾸어간다는 생각은 나의 생각과 완전히 일치한다. 저자는 조깅, 피아노 연주, 그리고 무에타이를 하고 있다. 나는 태권도와 바이올린을 통해 스트레스를 날린다. 완벽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너는 안 된다는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인내심으로 노력한다면 번아웃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저자는 또 한 가지를 강조한다. 혼자만이 아닌 사람, 자연, 예술, 신 등 타자와의 연결에 의존하라는 것이다. 이 연결성 속에서 인생의 의미가 탄생한다고 한다. 나의 존재가 왜 의미가 있는지, 우리 인류가 왜 이어져야 하는지를 생각한다면 함께 겪는 고난과 현재의 어려움들을 극복해야 할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FV3M7A7A8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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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지 않는 교실 - 창의성을 가꾸는 봉암 아이들 19년의 이야기
권정언 지음 / 읽고쓰기연구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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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을 출간해 주신 읽고쓰기연구소 편집자님이자 대표님이 신간 소식을 알려주셨다. 정년퇴직을 하고 19년 동안 수업을 하신 분의 이야기이다. 얼핏 계산해도 80세 정도로 나의 부모님보다 연세가 많으시다. 40년의 세월을 학교에서 보내신 분이 어떤 미련이 남아 교육을 계속할 생각을 하신 것일까? 저경력 교사도 퇴직을 생각하는 요즘 시대에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책을 구입해 두고 여러 일정으로 미루다 날 잡아 이틀 동안 다 읽었다. 가르치지 않는 교실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책 전체를 꿰뚫는 생각은 틀이 없다는 것, 스스로, 창의성, 호기심, 생각하는 힘, 독서 등이다. 아이들은 생각하는 힘이 있어 스스로 배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독서와 토론으로 이런 능력이 최대한 발휘된다. 틀에 짜이지 않은 기발하고 다양한 수업 내용은 아이들의 생각하는 힘을 자극하고 키운다. 2학년부터 6학년까지 저학년은 주 4회 1시간, 고학년은 주 1, 2회 한두 시간씩 봉암교육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낸다. 13평 미니 아파트를 거점으로 전국 각지에 다니며 배움을 쌓아 나간다.


책은 봉암(저자의 아호) 교육의 탄생기, 자연 속에서 보낸 이야기, 역사 기행, 글쓰기, 창의력, 회상의 내용을 담은 여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때로는 아이들과 함께 어떤 때는 아이들끼리 역사와 자연을 탐방하며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경험을 한다. 자연물이나 역사에 대한 지식이 충만한 선생님과 다니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꼬마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보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나온다. 아이들은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쑥쑥 자라났을 것이다.


존경심이 절로 우러나는 선배 선생님의 책을 읽으며 「배움의 발견」, 「나, 건축가 안도다다오」, 「학교혁명」, 「거꾸로 교실」 등 여러 권의 책을 구입했다. 읽고 싶고 읽어야 할 책이 많았다. 책을 다 읽은 후 봉암에 아이들을 보낸 학부모님과 봉암 출신자들, 지금은 교사, 대학생, 회계사, 한의사 등이 되어 있는 이들의 글을 읽었다. 선생님의 그간의 노고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들과 보낸 선배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나의 수고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남은 교직 생활 동안 이분을 떠올리며 핑계 대지 말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했다. 책에는 내가 갖고 싶은 컵, 별난 입사시험 문항에 답하기, 시집 함께 읽기 등 수업에 대한 팁도 많이 담겨 있다. 내년에 학교로 돌아가면 아이들과 해보고 싶다. 책에 소개된 권정생 생가나 기념관, 창녕 우포늪에도 가보고 싶어 진다. 교사에게 영감을 주는 책이다.


얼마 전 저자인 권정언 선생님이 봉암 출신자와 학부모님을 불러 모아 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여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19년 간의 봉암에서의 시간을 책 선물로 멋지게 마무리하신 선생님의 이야기가 감동을 주었다. 퇴직과 함께 자신만을 위한 제2의 인생을 꿈꾸는 보통의 교사들에게 ‘이런 삶도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신 천상의 교사다. 전국의 초등학교 도서관에 내 책과 함께 이 책이 꽂히기를 꿈꿔 본다. 선생님이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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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오믈렛 - 동인 수수밭길 제8호 수필집
동인 수수밭길 지음 / 한국산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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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좋은 블로그 이웃 솔나무 님으로부터 서울디지털대학교 수필 동아리인 동인 수수밭길의 여덟 번째 수필집인 『수필 오믈렛』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수필집이 나오면 늘 먼저 보내주시는 감사한 분이다. 이분과의 인연은 오래전 시작되었다. 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과에 다니고 있던 나에게 그 학교에 대해 물으셨고, 내가 아는 한 자세히 설명을 드렸으며 이후 그 학교를 졸업하셨다. 멀리에서 동인 모임에 참여하실 정도로 열정적인 활동을 하셨다. 나는 수필 동아리가 아닌 소설사랑 동아리에서 소설을 썼고, 직장과 육아로 오프라인 모임에 잘 참여하지 못했던 나는 이후에도 서로 교류하며 동인지에 계속 참여하시는 솔나무 님이 부럽고 대단해 보였다.


이번 호에도 정말 많은 분이 참여했다. 책의 제목처럼 다양한 직업과 삶의 모습이 버무려져 오믈렛 같은 맛을 내고 있었다. 아파트 관리소장, 주택임대업, 우체국 직원, 꽃집 주인, N잡러를 비롯해 에어컨 보조기사인 솔나무 님까지 내가 알지 못하는 직업 세계를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다. 미국에 사시는 분, 두바이, 이스라엘 성지순례, 호놀룰루, 코타키나발루로 여행한 이야기, 부모님 이야기, 맨발 걷기, 선교를 위해 침술을 배운 이야기, 서예활동 등 재미있고, 아프고, 파격적이거나 잔잔한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다양한 이야기들 속에는 나와 생각이 다른 부분도 있었고, 어머니와 아버지를 보내드린 이야기와 같이 진한 감동으로 눈물을 뽑게 한 것도 있었다. 부부간의 다툼이나 사랑을 다룬 생활 주변의 소재부터 시간에 관한 철학적인 내용까지 그 가벼움과 무거움도 다양했다.


책을 읽다가 매화차를 주문했고, 영화를 검색하기도 했다. 138년 동안 사용되던 전보가 작년 12월에 없어졌다는 걸 알았고, 메니에르증후군이라는 병에 대해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탱고를 즐겨 추는 분들이 있다는 것, 탱고를 추는 장소인 ‘밀롱가’가 우리나라에 몇 군데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탱고 추는 여성을 ‘땅게라’라고 한단다. 앞으로 이런 말을 들으면 귀가 솔깃할 것 같다. 인형 옷을 전문가 수준으로 만드시는 솔나무 님처럼 취미를 넘어선 몰입, 침과 서예처럼 늦은 배움의 세계에 박수를!


양파 1/4개, 토마토 반 개, 버터 한 큰술, 달걀 세 개, 우유 두 큰술, 소금 한 꼬집의 여섯 개의 장으로 나뉘고 각 장마다 네다섯 분이 각 두 개의 꼭지를 맡았다. 각각의 재료가 어우러져 예쁘고 풍미 가득한 오믈렛이 되듯 이들의 싱싱한 재료들이 모여 맛있는 책이 되었다. 건강한 재료로 만든 요리가 사람을 이롭게 하듯 이 책의 작은 이야기들이 우리의 삶에 에너지를 주고, 생기를 주리라 믿는다. 다양한 분들의 다채로운 이야기에 많은 곳을 여행을 한 느낌이었다. 블로그에서 보았던 솔나무 님의 글을 책으로 다시 접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앞으로도 쭉 활약하시길 바란다. 동인 수수밭길의 찬란한 앞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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