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위한 치유의 미술관 - 삶에 지친 마음을 어루만질 그림 속 심리학
윤현희 지음 / 다산초당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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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주신다는 메일을 받고 요즘 관심이 많아진 그림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내주시라고 했다. 책에는 네 가지 고민을 장으로 하여 각 장에 네 명이 화가가 소개되어 있다. 화가마다 네댓 개의 작품이 들어있었다. 화가와 작품소개에 더하여 이들이 겪었을 정신적인 고통과 그림을 통한 극복 과정이 담겨 있는 것이 좋았다. 심리학 박사인 저자는 자신의 지식과 임상 경험을 살려 화가들의 당시 심리 상태를 파악하여 진단하고, 그림에 드러난 심리 변화까지도 담았다.

가난과 질병 극복을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구원에 이르도록 노력했던 고흐가 물감을 두껍게 칠하여 시각과 촉각을 합한 임파스토 기법을 사용했음을 알았다. 고난은 인생의 매장이 아닌 파종일 수 있음을 알고 고난의 때에 힘을 응축하기를 권한다. 에드왈드 뭉크는 태어날 때부터 죽음의 공포와 삶의 고통을 지니고 살았다. 가족 상실이나 여성에게 받은 피해의식과 같은 내면의 어둠을 덮어두지 않고 직면하며 고통에 이름을 붙여 나간 그의 용기가 대단하다. 크뢰위에르는 처음 들어본 화가이다. 자연의 빛과 색채 포착에 주력한 인상주의 화가로 자신의 조울증과 정서장애를 자연주의 화풍으로 극복하려 했다. 에곤 실레는 상처받은 내면 아이를 그림에 여과 없이 분출했다. 로댕에게 배운 크로키 기법을 구사했던 그는 후기에 한결 편안한 그림을 그렸다. 피카소는 군더더기를 걷어낸 본질과 핵심을 간략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했던 화가이다. 자기애가 강했던 그는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기도 했다. 저자는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스스로 독립성을 가지고 단호하지만 부드럽게 대처하라고 조언한다.

베르트 모리조는 프랑스 여성 작가이다. 가족과 남편의 후원으로 평생 그림을 그렸으나 독립된 작업실이 없었고, 공식 서류에 무직으로 기록할 정도로 가면증후군(임포스터 신드롬) 양상을 보인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따뜻한 후원자가 되어줄 필요가 있다. 수잔 발라동은 ADHD 성향을 보였다. 미혼모의 딸로 서커스에 들어갔으나 부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르누아르의 모델이기도 했고 에릭 사티와 연애를 하기도 했던 그녀는 파격적이지만 솔직한 그림을 그렸다. 폴 세잔은 은둔적 화가로 드로잉에 충실했다. 저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목표에 이르는 과정을 즐기라고 조언한다. 세잔은 사망 1년 후 재조명받기 시작하여 ‘현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린다.

에두아르 마네는 파리의 성적 문란과 사회적 위선을 비판하는 그림을 그렸다가 외설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고 한다. 미움받을 용기를 가졌던 자신감 넘치는 그는 자기 확신을 가진 화가였다. 바실리 칸딘스키는 예술의 힘으로 세상을 밝히고자 하였다. 모네의 작품에서 감화받은 그는 법학교수를 사퇴하고 화가로 전향했다. 따뜻한 추상을 그렸던 그는 형태 재현만이 미적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여겼다. 작품 <구성8>이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시각화한 것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저자는 감정과 생각을 타인과 공유하는 예술을 공감의 통로이자 자아확장의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디에고 벨라스케스 역시 공감이 뛰어난 화가였다. 난쟁이, 광대, 노예와 같은 이들에 측은지심을 가지고 이들의 초상화를 그렸다. 평범한 삶을 그렸으며 자신의 노예에게 독립 화실을 마련해 주고 화가로 성공하도록 돕기까지 한 그는 공감적 행동을 실천한 사람이었다.

그랜마 모리스는 76세에 그림을 시작하여 20년 동안 2000 점을 남겼다.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순수하고 소박한 그림(나이브 아트)으로 사랑받았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림에서 생생한 계절감과 전원생활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스스로 젊다고 느끼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뇌의 인지기능이 향상되고 신체와 정신이 건강하다고 한다. 헤르만 헤세는 전쟁과 망명으로 입은 상처를 그림으로 치유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대상을 향한 사랑을 표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 그는 많은 수채화 작품을 남겼다. 앙리 루소는 세관원으로 은퇴한 후 바이올린과 그림을 가르치며 생활비를 벌었다. 주말 화가(전업이 아님)라는 말을 들었지만 독자적 화풍을 완성했다. 평범한 삶을 불행으로 여기지 않고 스스로 정신적 풍요를 찾아낸 사람이다. 구스타프 클림트는 숲 속의 고독한 은자라 불렸다. 초록색이 주는 회복탄력성을 인식했을까? 그는 나무가 가득한 공원이나 고즈넉한 마을을 즐겨 그렸다.

때로 고통을 잊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강인한 자신감으로 남의 평에 굴하지 않고 작품 활동을 했던 이들은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유명한 화가로 남았다. 요즘 그림을 그리면서 느끼는 거지만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무아지경에 빠져든다.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여기는 고흐가 사실은 그리 불행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자신이 가진 약점을 그림으로 극복하고, 때로는 좌절하지만 그래도 작품 활동을 지속한 덕분에 결국 인정받은 이들의 생애를 읽으며 스스로를 믿고 나만의 철학으로 세상을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과거를 살았던 화가들과 한결 친해진 느낌이다. 훗날 이들의 작품을 만나게 되면 반가울 것 같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5xYLG7BvexE



* 위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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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소통 - 나를 위한 지혜로운 말하기 수업
박보영 지음 / 성안당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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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소통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이들이 있다. 요즘은 NBTI의 극 I로 대변되는 사람들이다. 저자도 과거에는 여리고 낯가리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아시아나 항공 cabin 승무원 시절 교육 교관을 거쳐 호텔과 청와대를 비롯한 관공서에서 소통법 강의를 25년째 해 온 유튜버이기도 하다. 진심은 통한다는 말이 있지만 제대로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가 속속들이 마음을 알 수 없다. 출판사에서 받은 이 책을 반쯤 읽다가 미용실에 가져가 마저 읽었다. 새겨들을 부분이 많았다. 자존감과 EQ에 대한 부분은 연구 보고서에 추가해 넣으려고 한다.

나 스스로를 생각하는 마음인 자존감과 상대가 바라보는 나를 인지하는 마음인 자존심은 조금 다르지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하였다.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 (47쪽) 학자들이 21세기는 “IQ가 높은 사람보다 EQ가 높은 사람이 자신의 삶을 더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은 감성 지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자존심을 지켜낸다는 의미라고 한다. (53쪽) 감성 지능이 뛰어난 사람은 이기적이고 영악하고 자기중심적이지만 그 앞에 ‘이타적’이라는 말을 붙인다. 이기적 소통이라고 제목을 붙인 이유일 것이다. 다른 이와의 올바른 소통은 결국 나를 이롭게 한다.

우리 감정의 뇌 편도체는 화가 나거나 긴장했을 때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다. 부정적인 감정, 불쾌함, 당황, 불안, 공포 등의 상태에서는 ‘뱀의 뇌’로 변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상대가 뱀의 뇌 상태일 때 나까지 뱀의 뇌가 되면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럴 때는 사람의 것으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한다. 저자는 부드러운 목소리톤과 이름이나 호칭을 불러줌으로 사람의 뇌로 돌아오게 할 수 있다고 하였다. (77쪽)

청소년의 편도체는 아직 성장 중에 있다. 쉽게 말하면 철이 아직 덜 들었다는 뜻이다. 사춘기 아이들과의 소통 과정에 중요한 건 수백 번 넘어지며 성숙해 가는 과정을 보듬으며 기다려주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144쪽) 교사로서 귀담아들을 만한 이야기였다. 소통을 위해서는 ‘당부하는 뇌’보다는 ‘느끼는 뇌’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마음이 열려야 귀도 열린다는 저자의 말(160쪽)을 명심해야겠다.

상대의 마음을 사기 위한 특별한 말하기 팁이 있다. 거절을 할 때는 ‘적어도 세 마디’로 하라고 하였다. 거절하는 말, 호칭, 그리고 대안이다. (176쪽) 같은 답이라도 한 마디로 단호하게 하는 것보다는 호칭을 넣어 부드럽게 말하고, 대안까지 알려주면 거절당하는 상대의 기분이 덜 나쁠 것이다. ‘객관화 과정’이라는 좋은 기술도 있다. 나의 감정을 조절해 소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초작업으로 흥분된 감정이 정돈되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해 준다고 하였다. (191쪽) 자녀의 잘못된 습관을 바라보며 한탄하기보다는 한발 떨어져 ‘남의 집 아이’에게 있는 일처럼 생각해 상황을 객관화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화가 덜 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192쪽) (실천이 어려울 수 있다.)

늘 화내는 상사, 말 안 듣는 자녀를 보며 속상해하지 말고 ‘아는 그림’으로 ‘오늘도 그는 이렇게 할 것이다’하고 미리 예상하면 그런 상황이 놀랍지 않다. 저자의 말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래도 그나마 ~해서 다행이야.”(204쪽) 거절할 때도 단호히 ‘안 돼’가 아니라, 일단 긍정하며 ‘네, 하지만~’으로 이야기하는 게 좋다. 같은 말이라도 어투에 따라 전혀 다르게 들리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목소리 톤과 어조는 중요하다. 대화를 시작할 때 ‘호칭’을 부르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호칭은 그 사람이 원하는 것으로 불러준다.

칭찬과 감사는 네 단계로 하는 걸 권한다. 호칭, 칭찬(감사), 질문, 다시 칭찬(감사). (264쪽) 생각해 보니 호칭을 제외하고는 평소에 나도 이렇게 하는 경우가 있다. 앞으로는 호칭을 꼭 붙여 말해야겠다. 이 책에는 감탄사도 중요하다고 나온다. 고등학교 때부터 별명이 감탄사였던 나는 어딜 가나 호응은 잘하는 편이다. (가끔 진심인지 의심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옷차림도 소통 방법이라는 말을 새겨들어야겠다. 어딜 가든 나 편한 대로 입는 경향이 있는데 앞으로 중요한 자리에는 예의 있게 입고 가야겠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N6-2LPiCgFw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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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영화 속 생명과학 빼먹기 - 2024 문화체육관광부 제작 지원 선정 도서
루카 지음 / 글씨앗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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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 작가로 만나 지금은 리뷰어와 출판사 대표님 관계가 된 복일경 님이 글씨앗에서 새로 과학책을 발간했다고 책을 보내주셨다. 저번에도 리뷰한 적 있는 루카 님의 책이다. 청소년들에게 과학을 재미있게 알려주기 위해 책을 쓰신다는 저자는 저번에는 SF영화에 숨은 우주과학의 신비를 알려주셨고, 이번 책에는 흥미롭게도 좀비 영화에 숨은 과학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영화를 워낙 좋아하는 나는 책을 받자마자 읽어 내려갔다. 책은 세 개의 장으로 나뉜다. 오리지널 좀비관, K-좀비관, 별의별 좀비관이다. 오리지널 좀비관은 좀비 영화의 기원인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으로 시작한다. 제목은 많이 들었지만 어떤 영화인지 전혀 몰랐던 나는 유튜브에 있는 아주 오래된 흑백 영화와 새롭게 리메이크된 영화 요약 영상을 보았다. 요즘 좀비와는 조금 다르지만 시초라고 하니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복어 독을 주입했다는 부두교도의 이야기와 실제로 좀비를 만들기 위해 연구한 학자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어지는 영화들을 통해 분노 바이러스와 항원 항체, 유전물질과 DNA, RNA와 같은 전문 과학 지식을 아버지가 딸에게 설명해 주는 방식으로 알기 쉽게 들려준다.


연가시라는 영화를 통해 곤충을 좀비로 만드는 동충하초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부산행에서는 좀비의 진행 단계와 좀비 상태에서의 증상, 그리고 신체적 특징이 나온다. 좀비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신 모양이다. 영화 기묘한 가족에서는 젊어지기 위해 좀비에게 물리는 노인이 나와 노화에 대해 설명한다. ‘지금 우리 학교는’ 부분에서 미국 국방부에서 좀비 발생 시 작전 계획을 수립해 두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실제로 여러 관계 기관들이 합동 재난 훈련을 했다고 한다. 미국 질병통제관리본부에서는 좀비 발생 시 생존 요령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고 하니 실제로 좀비를 예상한 건 아니겠지만 유사 사건 발생 시에 대응 방안을 체계적으로 세워둔 것 같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플래닛 바이러스), 전자파의 유해성(셀), 좀비의 사랑(웜 바디스), 부성애(카고), 군집 생활(아미 오브 더 데드)에 대해 3장에서 다루고 있다. 책을 읽다가 영화들을 계속 찾아보았다. ‘나는 전설이다’라는 영화는 있는지도 몰랐다가 쿠팡 플레이에 있는 걸 알고 책 읽는 도중에 다 보기도 했다. 2편을 찍고 있는 모양이다. 너무 빠르고 무시무시한 좀비 떼와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의 대조가 감명 깊었다. 카고와 아미 오브 더 데드는 넷플릭스에 있어 조만간 볼까 하고 웜 바디스는 책으로 만나보려고 한다.


좀비 영화에서 과학의 원리를 찾을 기발한 생각을 하신 작가님이 정말 대단해 보인다. 다음에는 또 어떤 영화들을 통해 과학의 원리를 알려주실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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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편한 게 아니라 상처받기 싫은 거였다 - 관계에 지친 나를 보듬어주는 치유의 심리학
하정희 지음 / 한밤의책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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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로 연락이 와 읽어보고 싶다고 보내주시라고 하고 잊고 있다가 우편함에 책이 들어있는 걸 발견하고 가져왔다. 메일을 받은 지가 꽤 되어 언제 책을 보내셨을지 모르겠다. 신문을 가져가면서 안까지 확인하지 않아 오랫동안 들어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이라도 읽고 리뷰를 쓸 수 있어 다행이다.


책은 아주 읽기 수월했다. 한양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 교수님이자 다문화교육학과 주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상담센터의 센터장이기도 하고 청소년 상담과 부교수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상담심리사 1급의 상담 전문가인 이분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내담자들을 만나셨을까? 아마도 가명일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의 고민이 자신만의 것은 아니라는 것을 독자들이 깨닫게 될 것 같다.


읽다 보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 본문을 찍어 보내기도 했다. 이 책에는 가족 관계나 동료 관계에 대한 상담 내용도 있지만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많은 부분 차지하고 있다.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너무 가까워지다 보면 실수하는 일이 생길 수 있고, 너무 멀어졌다가는 관계가 끊어질 수도 있으니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라는 당부를 위해 달과 지구의 관계를 예로 들며 책을 시작한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아주 어려울 수 있겠지만 정말 중요한 일이다.


틱낫한의 말이 인상 깊다.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이 무얼 하고 있는지 생각하고 순간순간에 의미를 두라는 것이다. 다음에 있을 일만 생각하며 현재의 일을 소홀히 하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남을 사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것이 모든 관계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문을 닫고 들어가 소통하지 않는 아들 방 문을 떼어버린 부모님의 이야기가 충격적이었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싶기도 했다.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교사나 부모가 알아두어야 할 내용도 있다.


책 뒷면의 인간관계가 편해지는 마음 다섯 가지가 의미심장하다. 모든 사람과 친할 필요 없고, 가족이라도 가끔은 미워질 수 있으며, 사랑하는 사이지만 사생활은 필요하고, 변화를 강요하기보다는 조언만 하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니 사람에게 큰 기대 하지 말라는 조언은 살아가면서 꼭 기억해야 할 만한 명언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에게 읽어보라고 권할 것이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 위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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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쳤지만 무너지지 않는 삶에 대하여 - 탈진의 시대, 인류사 내내 존재했던 피로의 인문학 A to Z
안나 카타리나 샤프너 지음, 김지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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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받고 다른 책 읽느라 두었다가 여행 전 다 읽을 생각으로 책을 들었다. 요즘 인기 많은 힐링 도서라는 생각으로 펼쳤다가 논문에 버금갈 정도로 많은 연구와 조사를 해서 쓴 책임을 알고 연필을 들고 밑줄을 긋기 시작했다. 결국 여행지에서 들고 다니며 다 읽었다. 저자는 영국 켄트 대학교 문화사 교수이기도 하고, 과학적 연구 결과와 석학들의 지혜를 바탕한 번아웃 전문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수많은 내담자들과 대화를 하며 번아웃 상태, 혹은 그 상태로 가고 있는 현대인들을 돕고자 이 책을 썼다. 남을 도우려는 책은 그 진심이 통한다고 믿는다. 책의 내용 중 많은 부분에 공감하며 읽었다.

책의 진행이 독특하다. 보통은 장과 꼭지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 책은 A부터 Z까지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단어 혹은 문구가 주제이다. 알파벳 중에서 책과 관련 있는 말을 찾고 그에 맞는 여러 연구 결과나 위인들의 말을 가져와 설득력 있는 글 하나하나를 완성해 갔던 그녀의 작업 방식을 상상해 본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것이다. 어느 주제에 관해서는 많이 쓰고 싶기도 했을 것이고, 어떤 알파벳은 떠올리기 힘들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짐작을 해 보았다. 어쨌든 저자는 이렇게 훌륭한 책을 완성했고, 그 덕분에 나는 번아웃과 관련한 여러 지식과 말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 심리학자 크리스티나 매슬라크가 1980년에 최초로 번아웃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와 정의를 제시했다고 한다. 그녀는 번아웃 증후군의 대표 증상으로 탈진, 괴리감, 능률 저하를 들었다. 주로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나타난다고 보았다. 탈진에 이른 사람들은 자신이 상대해야 할 사람들을 점점 냉소적이고 무관심한 태도로 대한다고 한다. 서비스 직이 많아진 현대 사회에 번아웃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번아웃을 ‘에너지가 고갈되고 열정이 적고 능률이 저하되어 의욕이 떨어진 상태’로 정리하였다.(41-42쪽)

앤 헬렌 피터슨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번아웃이 많은 이유를 ‘복잡한 사회 구조’라고 보았다.(43쪽)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멀리 있는 우리들을 연결시켜 주고, 먼 곳까지 순식간에 갈 수 있게 해 주었지만 그 덕분에 언제든 연락 가능한 상태가 된 우리는 온전한 쉼을 누리기 어렵게 되었고, 먼 곳으로 출퇴근하면서 복잡다단한 삶을 살게 되었다. 전에는 몰라도 되었던 수많은 스마트한 일들을 배워서 사용해야 하며 배운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계속 배워야 할 새로운 것들이 등장한다는 중압감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번아웃의 원인은 외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면의 비평가로부터도 끊임없이 공격받는다. 특히 완벽주의자들은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일이란 없을 것이다.

탈진감은 비단 오늘날만의 개념은 아니다. 과거에는 멜랑콜리아, 아세디아, 신경쇠약증으로 불렸다고 한다. 핵심 증상이 번아웃과 비슷하다. 무기력, 사고와 행동의 둔화, 신경 쇠약, 신경과민, 절망감, 비관주의를 가져온다. 멜랑콜리아는 가장 오래된 진단명으로 히포크라테스와 갈렌이 처음 기술했다고 한다. 두려움과 원인 없는 슬픔이 합쳐져 허탈감, 무기력감, 혐오감을 동반한다. 당시에는 원인을 체액의 불균형으로 보았다. 기독교 시대에 와 아세디아로 불리는 이 말은 무관심, 무기력, 무감각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마음의 피로를 의미하는 아세디아는 영적 도덕적 실패의 결과라고 생각했다. 19세기 후반 급속한 산업화 중에 미국 생리학자이자 전기치료사인 조지 비어드는 ‘신경쇠약’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고, 이후 대중화되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심리 질환이 아닌 신체 질환으로 보았다는 것이 특이하다. 섬세한 조직을 가진 사람이 이 병에 취약하다고 보았다. 심적 고갈 상태는 시대에 따라 예상 원인도, 치료법도 달랐던 것이다.

심적 고갈 상태를 극복할 수 있을까? 저자는 취미생활을 좋은 방편으로 예를 들고 있다. 내 책 ‘태권도와 바이올린’과 맞물리는 부분이다. 취미활동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실패나 완벽이라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롭고(128쪽), 오늘날 사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창출이나 현대 문화적 조건에 반대되는 활동으로 혁명적인 행동이라고 말한다.(129쪽) 단순하고 혁명적인 취미활동의 가장 큰 장점은 ‘기쁨을 준다’는 것이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순수한 기쁨을 누리며 번아웃을 극복하여 인생을 풍요롭게 가꾸어간다는 생각은 나의 생각과 완전히 일치한다. 저자는 조깅, 피아노 연주, 그리고 무에타이를 하고 있다. 나는 태권도와 바이올린을 통해 스트레스를 날린다. 완벽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너는 안 된다는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인내심으로 노력한다면 번아웃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저자는 또 한 가지를 강조한다. 혼자만이 아닌 사람, 자연, 예술, 신 등 타자와의 연결에 의존하라는 것이다. 이 연결성 속에서 인생의 의미가 탄생한다고 한다. 나의 존재가 왜 의미가 있는지, 우리 인류가 왜 이어져야 하는지를 생각한다면 함께 겪는 고난과 현재의 어려움들을 극복해야 할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FV3M7A7A8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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