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고민, 이런 책 - 인생의 고비마다 펼쳐 볼 서른일곱 권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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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겨울엔가 박균호 작가님께로부터 연락이 왔다. 새로 출간할 책의 원고를 거의 다 써서 출판사를 찾고 계시는 중이었다. 그 덕분에 나의 두 번째 책에 대한 상담을 했다. 이후 잊고 지내다가 익숙한 작가님의 책이 배달되어 온 걸 보고 드디어 출간하셨구나, 했다. 내게도 익숙한 북바이북에서 출간하셨다. 먼저 문자로 축하드린다고 전했고, 책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내가 책을 낼 수 있게 도와주셨고, 책을 무지하게 사고 읽고 쓰시는 선배 교사로도 존경하는 분이다. 어떤 책일지 궁금한 마음으로 잠들었다가 다음날 바로 펼쳐 들었다. 한 권씩 읽어나가는 동안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두 권을 구입했다.

책을 너무나 사랑하시는 마음이 읽는 내내 느껴졌다. 이분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기 하지만 이번 책에서는 개인적인 이야기 비중이 높아 더 좋았다. 헌책 수집을 주로 하시는 줄 알았더니 새책 냄새를 좋아하는 새책 마니아이셨다. 읽을 책 보다 많은 책을 꽂아 놓고도 사고 또 사기도 하는 그야말로 책 수집가이다. 이런 분께는 아마도 방도, 서재도, 거실도 책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매우 좁게 지내지 않으실까 싶다. 책은 반려자이기 때문에 공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울 것이다. 가족에게도 그런가 하는 게 문제이겠지만 말이다. 책 속 사모님도 책을 즐겨 읽으시는 것 같다. 책을 그다지 즐기지 않던 나의 남편이 요즘은 카페에 갈 때마다 책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부부는 닮아가기 마련이니까. 책 속에서 사모님이 수술하셨다는 내용이 나와 마음 아팠다. 얼른 쾌차하시길 바란다.

책 내용으로 넘어와서, 이 책에 소개된 모든 책들이 흥미로운 건 아니었다. 솔직히 전에도, 앞으로도 읽지 않을 것 같은 책들도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기 때문일 수도, 아직 내가 이분의 독서 수준을 못 따라가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 꼭지, 한한 꼭지를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보물을 찾는 마음으로 말이다. 제인에어, 여자의 일생, 돈키호테, 노르웨이의 숲, 도련님, 인생. 여기에 소개된 37권의 책들 중 내가 읽은 건 단 여섯 권이라 부끄럽지만 읽고 싶은 책이 는 것은 고무적이다. 진시륜의 '어느 무명 철학자의 유쾌한 행복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어느 바보의 일생',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이생론, 민병산의 '철학의 즐거움'을 읽어보고 싶다. 스티븐 크라센의 '크라센의 읽기 혁명'이라는 책은 읽던 중 구입했다. 삼국지는 제대로 완독한 적이 없었는데, 이문열의 책은 언젠가 읽어보고 싶다. 오래전 읽은 '노르웨이의 숲'을 다시 만나보고 싶다.

작가님은 어떨 때 읽으면 좋은지로 꼭지를 만드셨다. 누군가로부터 책을 소개해 달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에게는 좋았던 책이 다른 이에게는 어떠지 몰라 조심스러웠던 경험을 떠올리면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용기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쁜 일과 중에 언제 이렇게 책을 쓰시는 것인지 새삼 존경스럽다. 나도 짬을 내어 다시 집필에 돌입하고 싶다. 다음에는 글쓰기 책을 써보고 싶은데, 아직은 스스로 더 연마해야 할 것 같다. 궁극적으로 누군가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보고 싶은 게 꿈이다.

작가님 덕분에 앉아서 즐거운 책 여행을 했다. 다음에는 또 어디로 데리고 가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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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진수 - 소진수 포토에세이
소진수 지음 / S Family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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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진수... 진수는 여러 가지 뜻을 지니고 있다. 새로 만든 선박을 선대나 도크에서 처음으로 물에 띄우는 것(위키백과), 사물이나 현상의 가장 중요한 본질적인 부분(나무위키). 책 제목은 둘 다 포함하고 있지 않나 싶다. 행복을 세상에 띄워 보내는 것, 그리고 행복의 본질. 진수는 이 책을 쓰고 사진을 찍은 작가님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귀한 책을 동료 분께 받았다. 행정실에서 근무하시는 분들 중 사진을 전공하신 분은 처음 보았다. 사진을 보통 잘 찍으시는 게 아니다. 이렇게 큰 재능을 가진 분과 같은 곳에서 일한다는 게 영광이다.


책을 감싸고 있는 비닐을 설레는 마음으로 벗기고 책을 펼친 순간, 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사진들이 너무너무 멋졌다. 평소에 보던 하늘과 바다와 자연물, 건축물들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싶었다. 가본 적이 있는 정방폭포와 부산역 풍경이 반갑기도 했다. 멋진 분들의 명언과 솔직 담백한 저자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건강해 보이셔서 아픈 적이 있었다는 걸 알고 놀랐다.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셨을지... 사진이 위로를 주었을 거라 믿는다. 이제는 치료가 끝났다고 되어 있다. 앞으로는 아프지 말고 언제나 건강하시기를 기도했다.


학생들과의 추억을 소중하게 담은 부분이 감동적이었다. 교무실에서 근무할 때 중학생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아이들 사진을 자주 찍어주신 모양이다. 사진 동아리도 운영하고, 심지어 졸업앨범까지 디자인하셨다. 아이들이 전해준 소중한 편지와 글귀들을 떠올리며 힘을 얻으셨을 것이다. 지금은 행정실에서 숫자를 다루는 작업을 늦게까지 열심히 하고 계신다. 조만간 재능을 찬란하게 빛낼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어쩌면 지금도 출퇴근 시간에, 혹은 주말에 백팩에 카메라를 넣고 다니며 아름다운 순간을 담아내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전국을 누빈 수많은 시간이 담긴 포토에세이를 하룻밤에 읽었다는 것이 죄송했다. 앞으로 이 책을 자주 들춰볼 것 같다. 아름다운 사진을 보면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왠지 내 속에 감추어진 창의력이 꿈틀대는 느낌이 든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색감들을 찾아내어 사진으로 표현한 것인지 놀랍기만 하다. 철학이 담긴 사진들이 마음을 흔든다. 앞으로도 멋진 사진을 찍고 마음을 흔드는 글을 계속 쓰시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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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리움 -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 제작지원 선정 도서
복일경 지음 / 세종마루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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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년 100세 생일을 맞은 고영재. 그의 집에는 닭과 돼지가 애완동물로 돌아다닌다. 원래 치킨과 삼겹살을 좋아했건만 이젠 마음대로 먹을 수가 없다. 그 이유가 이 책에 펼쳐진다. 채식을 권하는 이야기라기엔 너무 재미있고 박진감 넘친다.

원래 고기를 그다지 즐기거나 찾아 먹지는 않는 편이긴 하지만 육식이 사라진다는 걸 상상하기도 어려운 나는 책을 읽는 동안 갈등하고 있음을 느꼈다. 수의사였던 젊은 시절의 고영재는 준영 선배와 함께 가축을 키우는 100층 건물 센트리움에서 동물들과의 평화로운 공생을 위해 애썼다. 어느 날 우리에 갇힌 채 처절한 삶을 살고 있는 센트리움의 닭과 돼지와 소들은 그간 이어온 삶을 스스로 내려놓고자 한다. 센트리움이 생기기 전 대재앙을 맞았던 대한민국은 먹을 것이 고갈되어 괴로운 시절을 보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그나마 풍요로운 대재앙 시기를 보내고 센트리움에 취직한 고영재는 동물을 잔인하게 다루는 최실장의 행태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스스로 죽음을 택한 동물들을 바라보는 수의사들과 사육사들의 이야기가 처절하게 펼쳐진다. 지금까지 읽어본 적 없었던 내용이라 신선했고, 사육당하는 동물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절로 숙연해졌다. 책을 읽는 사이에 가족과 소고기를 먹으며 죄책감 아닌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센트리움의 멸망과 가축의 자유로운 삶과 같은 세상이 펼쳐질 수 있을까? 다분히 비현실적인 이야기에도 갖은 상상을 더해 가며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그동안 읽어온 작가의 스토리텔링과는 또 다른 발전을 느끼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생겼다. 복일경 작가님의 발전 과정을 목도하는 동시에 소설을 쓰고 싶은 나의 소망을 함께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나는 육식을 멈출 수 있을까? 일부러 찾아 먹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거부하지도 않는 소극적인 육식주의자인 내가 변하게 될 날이 올까? 아마도 앞으로 고기를 먹을 때마다 책 속 장면들이 떠오를 것 같긴 하다. 사실 고기보다 해산물이 나에겐 더 큰 숙제다. 생명의 소중함과 인간의 고귀함. 어느 것이 먼저일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무한 육식이 허용된 사회라 할지라도 가혹할 정도로 동물을 학대해 가며 만들어낸 고기를 행복하게 먹을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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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된 어린왕자 - 이대윤 선생님의 독박육아 유니버스
이대윤 지음 / 읽고쓰기연구소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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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님으로부터 추천사용 파일을 받아서 이 책을 읽었다. 아이 셋을 키우는 부부교사의 이야기다. 부인은 일을 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아빠들이 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저자도 그중 한 명이다. '독박육아'가 주로 엄마에게만 쓰이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빠들 중에도 감당하는 이들이 있고, 여느 엄마와 다르지 않은 하루하루를 살고 있음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책에도 나오지만 저자는 <얘들아, 다시 불을 켤 시간이야>라는 초년생 교사의 눈으로 본 교실 이야기를 5년 전에 쓴 적이 있었고 간간이 강의도 했던 모양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아쉬운 건 혼자 음악 들으며 책 읽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아마도 부모라면 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아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 일찍 재운 후, 어린이집 가는 시간과 같은 짬에 어떻게든 책 한 자라도 읽으려 노력하는 저자의 처절함에 나의 그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쁨과 환희는 그 어떤 것에 비길 바가 아님을 저자를 비롯한 세상의 부모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하루하루 힘들지만 살아간다.


교사라는 점, 기독교인이라는 점, 여러 아이를 키운다는 점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의미와 좋은 점을 찾으려 노력하는 삶의 자세가 본받을 만하다. 지금은 학교에 복직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저자가 독박육아 시절을 그리워할지, 아니면 현재에 만족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스스로를 불쌍히 여겼던 처절한 시절이지만 지나고 보면 고통마저도 달콤함으로 남기도 하니까.


어려움 속에서도 읽고 기록하기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 멋지다. 저자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다.






- 자고 있는 네가 그립다! (54쪽)

- 내 공간을 소개해보겠다. 그래도 여러 방 중 하나를 내 서재로 만들어놓은 건 참 다행이다. (75쪽)

- 나는 내가 불쌍하다. 이런 생활을 지속해 온 아내의 젊음이 불쌍하고, 우리 엄마와 아빠의 과거도 불쌍하다. 그리고 육아 동지들의 삶도 불쌍히 여길 줄 알게 되었다. 요즘 나는 자주 운다. 항상 긍정적인 나였음에도, 육아는 나를 이렇게 만들고 말았다. 자기 연민. 너무 깊이 빠지면 안 되겠지만, 누군가에 대한 연민을 몸소 느껴볼 수 있음이 유익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76쪽)

- 7시 30분. 아내가 일어난다. 그 시간이면 나는 이미 내 시간을 두 시간이나 가진 상태, 즉 내 영혼이 충만한 상태다. (101쪽)

- 최소한 누군가의 삶이 저마다의 짐과 무게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만은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우리 모두의 삶은 저마다의 깊이로 힘들고 짠하다. 모두에게 위로가 필요하다. (2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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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을 위한 치유의 미술관 - 삶에 지친 마음을 어루만질 그림 속 심리학
윤현희 지음 / 다산초당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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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주신다는 메일을 받고 요즘 관심이 많아진 그림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내주시라고 했다. 책에는 네 가지 고민을 장으로 하여 각 장에 네 명이 화가가 소개되어 있다. 화가마다 네댓 개의 작품이 들어있었다. 화가와 작품소개에 더하여 이들이 겪었을 정신적인 고통과 그림을 통한 극복 과정이 담겨 있는 것이 좋았다. 심리학 박사인 저자는 자신의 지식과 임상 경험을 살려 화가들의 당시 심리 상태를 파악하여 진단하고, 그림에 드러난 심리 변화까지도 담았다.

가난과 질병 극복을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구원에 이르도록 노력했던 고흐가 물감을 두껍게 칠하여 시각과 촉각을 합한 임파스토 기법을 사용했음을 알았다. 고난은 인생의 매장이 아닌 파종일 수 있음을 알고 고난의 때에 힘을 응축하기를 권한다. 에드왈드 뭉크는 태어날 때부터 죽음의 공포와 삶의 고통을 지니고 살았다. 가족 상실이나 여성에게 받은 피해의식과 같은 내면의 어둠을 덮어두지 않고 직면하며 고통에 이름을 붙여 나간 그의 용기가 대단하다. 크뢰위에르는 처음 들어본 화가이다. 자연의 빛과 색채 포착에 주력한 인상주의 화가로 자신의 조울증과 정서장애를 자연주의 화풍으로 극복하려 했다. 에곤 실레는 상처받은 내면 아이를 그림에 여과 없이 분출했다. 로댕에게 배운 크로키 기법을 구사했던 그는 후기에 한결 편안한 그림을 그렸다. 피카소는 군더더기를 걷어낸 본질과 핵심을 간략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했던 화가이다. 자기애가 강했던 그는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기도 했다. 저자는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스스로 독립성을 가지고 단호하지만 부드럽게 대처하라고 조언한다.

베르트 모리조는 프랑스 여성 작가이다. 가족과 남편의 후원으로 평생 그림을 그렸으나 독립된 작업실이 없었고, 공식 서류에 무직으로 기록할 정도로 가면증후군(임포스터 신드롬) 양상을 보인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따뜻한 후원자가 되어줄 필요가 있다. 수잔 발라동은 ADHD 성향을 보였다. 미혼모의 딸로 서커스에 들어갔으나 부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르누아르의 모델이기도 했고 에릭 사티와 연애를 하기도 했던 그녀는 파격적이지만 솔직한 그림을 그렸다. 폴 세잔은 은둔적 화가로 드로잉에 충실했다. 저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목표에 이르는 과정을 즐기라고 조언한다. 세잔은 사망 1년 후 재조명받기 시작하여 ‘현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린다.

에두아르 마네는 파리의 성적 문란과 사회적 위선을 비판하는 그림을 그렸다가 외설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고 한다. 미움받을 용기를 가졌던 자신감 넘치는 그는 자기 확신을 가진 화가였다. 바실리 칸딘스키는 예술의 힘으로 세상을 밝히고자 하였다. 모네의 작품에서 감화받은 그는 법학교수를 사퇴하고 화가로 전향했다. 따뜻한 추상을 그렸던 그는 형태 재현만이 미적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여겼다. 작품 <구성8>이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시각화한 것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저자는 감정과 생각을 타인과 공유하는 예술을 공감의 통로이자 자아확장의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디에고 벨라스케스 역시 공감이 뛰어난 화가였다. 난쟁이, 광대, 노예와 같은 이들에 측은지심을 가지고 이들의 초상화를 그렸다. 평범한 삶을 그렸으며 자신의 노예에게 독립 화실을 마련해 주고 화가로 성공하도록 돕기까지 한 그는 공감적 행동을 실천한 사람이었다.

그랜마 모리스는 76세에 그림을 시작하여 20년 동안 2000 점을 남겼다.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순수하고 소박한 그림(나이브 아트)으로 사랑받았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림에서 생생한 계절감과 전원생활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스스로 젊다고 느끼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뇌의 인지기능이 향상되고 신체와 정신이 건강하다고 한다. 헤르만 헤세는 전쟁과 망명으로 입은 상처를 그림으로 치유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대상을 향한 사랑을 표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 그는 많은 수채화 작품을 남겼다. 앙리 루소는 세관원으로 은퇴한 후 바이올린과 그림을 가르치며 생활비를 벌었다. 주말 화가(전업이 아님)라는 말을 들었지만 독자적 화풍을 완성했다. 평범한 삶을 불행으로 여기지 않고 스스로 정신적 풍요를 찾아낸 사람이다. 구스타프 클림트는 숲 속의 고독한 은자라 불렸다. 초록색이 주는 회복탄력성을 인식했을까? 그는 나무가 가득한 공원이나 고즈넉한 마을을 즐겨 그렸다.

때로 고통을 잊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강인한 자신감으로 남의 평에 굴하지 않고 작품 활동을 했던 이들은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유명한 화가로 남았다. 요즘 그림을 그리면서 느끼는 거지만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무아지경에 빠져든다.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여기는 고흐가 사실은 그리 불행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자신이 가진 약점을 그림으로 극복하고, 때로는 좌절하지만 그래도 작품 활동을 지속한 덕분에 결국 인정받은 이들의 생애를 읽으며 스스로를 믿고 나만의 철학으로 세상을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과거를 살았던 화가들과 한결 친해진 느낌이다. 훗날 이들의 작품을 만나게 되면 반가울 것 같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5xYLG7BvexE



* 위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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