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앨리스
리사 제노바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398301371


  누구보다 철저하고 지적이던 사람이 점점 기억의 끈을 놓게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어떤 기분이 들까? 늘 다니던 길에서 방향을 잃고, 상대방이 5분 전에 한 말을 되묻게 된다면 모든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되지 않을까? 약으로 조금 나아지거나 늦출 수 있으면 좋은데 현대 의학으로는 획기적인 치료법이 없다는 것이 더 좌절감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다른 질병에 비해 치료법이 발달하지 않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50대 젊은 여교수는 이러한 사실이 괴롭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그녀의 가족들은 그런 그녀의 변화를 사랑으로 지켜본다. 어쩌면 변해 가는 자신보다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이 더 괴로울지도 모른다. 노인성 치매도 아니고, 젊고 똑똑하던 엄마가 서서히 무능하게 변하다 못해 자신들도 못 알아보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진 못할 것이다. 게다가 50%는 유전이 된다는 조발성 알츠하이머라 자신은 물론 자식에게까지 전해질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슬픔이 아닐 수 없다.

 

  건망증이 있는 데다 가족 중 노인성 치매를 앓으시는 걸 본 적이 있어서인지 이 책을 그냥 넘길 수가 없다. 고령화 사회에서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치매이기 때문에 남의 일이 아니기도 하다. 하루빨리 좋은 치료약이 개발되었으면 좋겠다.

 

  영화로 먼저 만났던 이야기의 원작 번역본을 읽으며 영화가 원작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알 수 있었다. 영화가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아마도 책 속의 앨리스를 누구보다 잘 표현해 낸 배우의 역량이 클 것이다. 영화에서 앨리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 것처럼 책도 점점 기억과 총기를 잃어 가는 앨리스의 입장에서 기술한 것이 독특하고도 흥미롭다.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 배우 지망생인 막내는 ‘여배우’로, 첫 딸은 ‘아기 엄마’로 인식하는 앨리스이지만 아기를 예쁘게 안고, 딸의 연기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전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지만 가족에게 그녀는 여전히 ‘앨리스’라는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 앨리스가 강의를 중요시 하는 건 자신이 이 분야의 차세대 학자들에게 영감을 줄 의무와 기회를 갖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녀는 인지학 분야의 위대한 권위자가 될 차세대 인재가 자기 때문에 심리학 대신 정치학을 선택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자체를 좋아하기도 했다. (58쪽)

- 이런 결정을 할 땐 딴 사람의 사정에 따라선 안 돼요. 자신의 공부가 달린 문제니 스스로 결정해야지. 스물넷이면 성인이니 아버지 뜻에 꼭 따를 필요는 없어요. 자신의 인생에 맞는 결정을 내려요. (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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