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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 필독서 50 - 셰익스피어에서 하루키까지 세계 문학 명저 50권을 한 권에 ㅣ 필독서 시리즈 14
박균호 지음 / 센시오 / 2024년 3월
평점 :
오래전, 영화 <워크 투 리멤버>의 여자 주인공이 학교 안 도서관에서 빌린 명작을 번호순으로 읽는 장면을 인상 깊게 보았다. 세계 명작은 제목을 하도 많이 들어 자신이 읽은 것으로 착각할 수 있는 책들이다. 운이 좋게도 10여 년 전 인문학 모임 멤버로 매달 책을 한 권씩 정해 읽으면서 이 책에 소개된 책들 중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읽은 책은 읽은 책대로, 읽지 않은 건 읽지 않은 대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읽은 책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찾아보는 재미로, 읽지 않은 책은 새롭고 신비로운 이야기의 세계로 의미가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얼마나 책들을 검색하고 장바구니에 담았는지 모른다. 한 곳에서 구입할 수 있으면 좋은데 각각의 중고 매장에서 사려니 망설여지기도 했다. 요즘 새로 책장을 구입해 밑줄을 그어 가며 읽는 재미에 빠지면서 그동안 그토록 빌려 읽었던 도서관 책들보다 내 책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 자꾸 생겨 헌책으로라도 구입하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사실 세계 명작이라고 해서 모두 내 취향인 것은 아니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 중 생각보다 큰 의미가 없었던 책도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찾아낸 저자의 탁월한 통찰력에 감탄하며.
이 책에는 세계적인 명작이지만 분량이 너무 많은 것보다는 보편적으로 읽기 좋은 책들이 선별되어 있다. 어느 것 하나 꺼내 들어도 실패하지 않을 법한 책들이다. 아직 읽지 않은 레미제라블, 신곡, 개구리, 허클베리 핀의 모험, 고리오 영감, 채털리 부인의 연인, 해변의 카프카, 명인,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아베 일족, 가면의 고백, 허영의 시장, 등대로, 예브게니 오네긴을 읽어보고 싶다. 아쉽게도 이 책에 간단한 줄거리가 친절하게 나와 있어 스포 당하는 느낌이긴 했다. 하지만 나는 나의 탁월한 망각실력을 믿는다. 내가 이 책들을 읽을 쯤이면 아마도 줄거리를 다 잊었을 테다.
읽다가 만 책들, 적과 흑, 오만과 편견, 걸리버 여행기(시리즈 중 한 권만 읽었다.), 그리고 읽었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책,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인간 실격, 인간의 굴레에서는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 읽었던 책들도 저자의 견해와는 다른 부분이 있거나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있어 다시 읽고 싶어진 것도 많았다. 이 책에 소개된 50권의 책만 읽어도 웬만한 명작은 섭렵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다 읽지 않고 이 책만 읽었더라도 그 책들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그 책을 쓴 작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앞으로 여기에 소개된 책들을 구입하거나 빌려와 읽을 경우 해당 부분을 다시 읽고 이 책의 저자와 생각을 비교하며 읽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
50권의 각 책은 작가 소개로 시작된다. 목사나 의사, 변호사 자녀들이 많았다. 안정적인 직장을 권하는 부모님에 맞서 작가의 길을 걸었던 그들은 평범한 이들과는 다른 생을 살았다. 독특한 애정관을 지녔거나 시대를 앞서가는 생각으로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한 이들도 많았다.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실험정신으로 미래의 독자들을 위해 작품을 쓴 그들의 용기를 본받고 싶다. 현재 인정받지 못함을 괴로워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6WrxKomSrV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