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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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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받고 오랫동안 읽었다. 혼자 여행에 데리고 가서 한참을 읽었는데 속도가 느렸다. 시칠리아라는 매력적인 이름의 장소에 대한 인문학 에세이라는 말에 왠지 읽기 편한 가벼운 내용일 줄 알았는데 BC 800년 그리스의 영향권에 있을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2800여 년의 역사를 생생하게 쓴 책이었다. 가볍게 읽으려던 나는 노트와 펜을 들고 적어 가며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지구 반대편 나에게 생소한 이곳의 이야기가 실제적으로 와닿은 것은 어느 정도 현재와 가까운 시기에 접어들면서부터이다. 괴테가 시칠리아에 다녀간 이후 뒤쪽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우리나라도 외세의 침입을 많이 받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시칠리아를 따를 곳이 있을까 싶었다. 슬픔의 땅임을 묘사하고 싶었던 저자는 사진작가 동생이 찍은 시칠리아의 어부 사진을 표지에 담았다. 2800년 동안 14번의 외지인의 침략을 당해 수탈과 압제에 시달린 그야말로 슬픔이 가득한 땅이다. 현재도 정치적으로 외면당하고 경제적으로도 고립되어 있으며 지진과 가뭄, 화산 폭발과 해일의 두려움이 도사린 곳이다. 마피아의 근거지로 착취당하고, 오랫동안 유럽의 곡식창고로 수탈당하던 이곳이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다른 이의 얄팍한 눈물을 믿지 않고 미래에 대한 지나친 희망에 기대지 않은 채 하루하루 묵묵히 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인 이곳은 독일의 문호 괴테가 ‘모든 섬의 여왕’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리스와 로마, 프랑스와 스페인 등 많은 나라의 지배를 받는 동안 만들어진 여러 문화의 자취가 남아 있어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한다. 에트나라는 활화산이 있어 단테는 ‘신곡’에서 시칠리아를 ‘불의 섬’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그리스 이주민이 정착하여 참주 시대를 거치며 헤라 신전, 콘코르디아 신전, 제우스 신전과 같은 도리스 양식의 신전을 남겼다. 페르시아전쟁을 그리스가 승리(영화 300의 주인공 스파르타 왕 레오니다스)했지만 동작 상잔의 비극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발발한다.


히에로니무스의 죽음으로 참주의 역사가 끝나고 로마의 지배를 받는다. 유클리드와 쌍벽을 이루는 ‘유레카’로 유명한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원주율을 발견하기도 한다. 로마 공화정에서 발생한 세 번째 노예전쟁인 스파르타쿠스 전쟁 동안 시칠리아는 로마의 곡물창고가 된다. 사도행전에 바울이 로마에 도착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69년 시칠리아 시라쿠사항구에 정박해서 3일간 머물기도 했다. 468~902년에는 반달, 동고트, 비잔틴의 통치가 이어졌다. 그 후 백여 년 간 이슬람교도인 사라센이 통치했는데 문화의 흔적은 식문화에서 보인다. 파스타가 처음 소개되었고, 쌀, 멜론, 샤프란, 바나나, 귤, 아몬드 등이 처음 소개되었다. 오렌지가 대량 재배되었고 지금까지도 농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시칠리아 특산품인 ‘무어인의 머리’에 대한 이야기가 이때 등장한다.


이후 시칠리아는 프랑스 노르만, 독일 호엔슈타우펜 왕가, 프랑스 카페왕조, 스페인의 아라곤까지 700년간 외세의 통치를 받는다. 그곳은 헤이그회담(1720) 이후 철수하던 스페인군이 불을 지르기도 한다. 400년간 상처를 남기고 떠난 스페인은 20년 후 ‘부르봉 왕조’라는 이름으로 다시 나타난다. 1787년 작가이자 바이마르 공국의 정치가였던 괴테는 부르봉 총독의 초대로 팔레르모에 도착하여 시칠리아의 돌과 흙에 관심을 기울였고 그리스 신전을 찾았다. 그리스어에 능통했고, 그리스 역사에 정통했던 그는 그 땅에서 자라는 각종 식물을 관찰하여 재배방식 등 자세한 설명을 기록했다고 한다.


19세기 중반까지 나뉘어 통치되던 이탈리아는 나폴레옹의 워털루 전투 패배 이후 통일 이탈리아에 대한 꿈을 꾼다. 주세페 마치니와 가리발디는 공화제를 바라며 ‘젊은 이탈리아 당’을 이끌었으나 준비가 덜 된 혁명가들은 꿈을 이루지 못하였다가 시민 저항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가리발디는 다시 마르살라에 상륙(1860년)해 시칠리아를 탈환하고 나폴리로 입성하여 통일 운동의 영웅이 된다. 시칠리아는 1861년 통일 이탈리아 왕국에 최종 병합되어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통치를 받는다. 통일은 되었지만 전쟁으로 인해 경제적 손실이 많았기에 막중한 조세 정책으로 또 한 번 시칠리아는 고통을 겪는다.


경제 침체와 노상강도의 수탈로 고통받던 시칠리아 주민들은 1880년대부터 미국으로 이주했다. 1906년부터는 매년 10만 명 이상 이동했다고 한다. 이탈리아를 떠난 이민자 중 25%가 시칠리아 출신이라고 한다. 마피아와 무솔리니의 파시즘 간 충돌과 2차 세계대전을 겪고 현재는 ‘특별자치주’가 되었다. 영화 ‘대부’의 배경이이라는 내용을 읽으며 그 영화를 보고 싶어졌다. 수많은 세월 동안 외세의 침입을 받으며 공포에 질린 심리상태로 살았을 시칠리아인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시칠리아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이 책을 가져가고 싶다. 저자는 이 책 외에도 세 권의 도시(로마, 베네치아, 피렌체)에 대한 책을 더 썼다. 이 세 도시는 오래전 이탈리아 여행 때 가 본 곳이다. 기회가 된다면 이 책들도 만나보고 싶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dt4g0GblI8I


* 위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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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역사산책 : 한국사편 골목길 역사산책
최석호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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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았다. 제목이 마음에 들었던 것도 있지만 새 학기 초 5학년 동안 배운 역사 내용을 복습하는 수업을 하기 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았다. 걸으며 역사를 되새기는 의미 있는 책이 도착했다. 오돌토돌한 표지와 도톰한 내지, 그리고 책 냄새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표지에 왜 한국사 편이라고 씌어 있는지 궁금했는데 뒤쪽 책날개에 개항도시 편과 서울 편이 더 있었다. 항구 도시와 서울 강북의 흔적들을 담은 게 다른 책이라면 이 책은 대한민국 근대사를 실은 남촌, 고려 역사를 품은 운주사, 조선의 유명인들의 사연을 담은 강릉, 그리고 신라의 역사를 소개한 경주 네 지역의 산책길을 담았다. 그러고 보니 고구려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유적은 많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서울역 광장에 여러 번 가 보았지만 강우규 의사의 동상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암스테르담 중앙 역을 본떠 만든 동경역, 그리고 서울역은 그것을 다시 모방하여 만든 것이라고 한다. 애국계몽운동 단체 서북학회를 창립하고 교육활동을 전개하던 이동휘 선생의 영향을 받은 강우규 의사가 의거하던 날 밤 조선총독부는 불도 켜지 못할 정도로 조선 민중들의 습격을 두려워했다고 한다. (45쪽) 안중근 의사가 검찰관 앞에서 고한 이토 히로부미의 죄들, 마무리하지 못하 채 감옥에서 쓴 동양평화론, 의병의 활약에도 한일합방조약에 서명한 이완용, 안기부 건물, 남산골 한옥마을의 유래와 함께 초계탕과 커피 한약방도 소개되었다. 언젠가 걸어보고 싶은 길이다. 

  고향이 경상도라 그런지도 모르지만 백제는 왠지 나에게 조금은 낯설고 신비로운 역사다. 전라남도 화순군에 위치한 운주사 구름이 머문다는 이곳은 정작 불교와는 관련 없는 이름이라는 것이 재미있다. 본래 불교 유적과 조금 다른 건 고려시대에 크게 일어난 도교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사찰에서 신선놀음을 즐기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역시 일반 사찰에 있는 것과는 다른 은하수 하늘길 마름모문구층 석탑, 동산 석상과 오층 석탑, 동산 칠층 석탑, 원반육층 석탑 등은 내용을 모르고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탑들이다. 일곱 개였다가 현재 네 개만 남은 독특하게 생긴 항아리구층석탑이 원래 구층이었다고 하는 증거가 이제헌이 노래한 ‘구요당’이라는 시 덕분이라는 것도 재미있다. 영국의 스톤헨지나 칠레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을 닮았다는 운주사의 대규모 석상도 보고 싶다.

  커피 거리로 유명해진 강릉에는 율곡 선생이 태어난 오죽헌이 있다. 당시에는 변방 장수들에게 녹봉을 지급하지 않아 농민들이 먹여 살렸다고 하니 농민은 이래저래 고생이 많았겠다. 율곡은 변방 장수들에게 녹봉을 지급하자는 등 군정개혁을 요구한다. 10만을 양병하여 대비하자는 것을 주장한 율곡을 시기한 유성룡은 오히려 화를 자초하는 것이라며 반대했지만 임진란이 일어나자 율곡을 성인으로 추대하기도 하다. 율곡의 육조계가 의미심장하다. 어질고 유능한 사람을 임용하고, 군사와 백성을 양성하고, 국고를 풍족히 하고, 국경을 튼튼히 하고, 전쟁에 쓸 말을 준비하고 백성을 인과 의로 교화하라는 말은 오늘날 정치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허균 허난설헌 기념공원과 경포해변을 걷는 것은 물론 초당두부와 해물로 끓인 짬순이도 꼭 먹어보고 싶다. 

  경주는 수학여행으로 소시적에 여러번 방문했던 곳이다. 교사가 된 후에도 두어 번 다녀왔다. 갈 때마다 늘 그대로인 것 같은데 경주 유적지도 그간 많이 변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시리아 지방에서 만든 유리 제품 로만글라스가 무덤에서 나왔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나의 시조 김알지 이야기와 월성 북쪽 해자에서 나왔다는 소그드 사람 모양 토우가 재미있다. 교역을 위해 비단길로 간 발해 소녀 이야기(나는 비단길로 간다)가 떠올랐다. 월정교와 동궁, 월지는 들러보지 못했던 곳인데 다음에 경주에 가게 된다면 책에 소개된 곳들을 모두 가 보고 싶다.

  책에 있는 역사 내용 중 낯설어 어려운 부분들도 많았지만 사진이 곁들여져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관광지 여행이 아니라 역사여행을 위한 좋은 가이드북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여기에 소개된 곳들 중 강릉은 꼭 가 볼 것이다. 오죽헌과 허균 허난설헌 기념공원과 경포대를 거닐고, 짬순이와 맛난 커피도 먹어보고 싶다.




* 위 글은 출판사가 무상으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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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지켜낸 어머니 - 이순신을 성웅으로 키운 초계 변씨의 삼천지교 윤동한의 역사경영에세이 3
윤동한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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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이 책을 보내주신다는 메일을 받고 바로 감사하다고 했다이순신 장군의 영웅적 일대기에 열광하는 나는 난중일기와 칼의 노래를 눈물 훔치며 읽었다지금까지 생각해보지 못한 그의 어머니에 대해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제목만 보고 이야기처럼 술술 읽히는 책일 줄 알았는데 방대한 역사적 자료를 담은 딱딱하지만 가치가 높은 책이었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이순신의 어린 시절 살았던 서울아산에서의 생활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머문 여수그리고 어머니 변씨 가문의 후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이순신은 서울 건천동에서 태어났다. 1545년생이니 해방 400년 전이다명보아트홀 앞에 이순신 생가터 표지석이 있다고 하니 혹시 근처를 지나게 되면 가서 보고 싶다성장 과정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서애 류성룡과의 만남이다그는 순신의 형 요신의 동갑내기 친구이자 동학 동기였다고 한다순신의 됨됨이를 잘 알았던 그는 이후 그를 정읍현감과 전라좌수사에 적극 천거하였고 임진왜란 중 그의 활약상을 난중일기 임진년 3월 기록 중 순신과 서애의 우정이 그려져 있다.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는 서울을 떠나 아산으로 가게 된 것은 가문이 쇠락하여 순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관직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녹봉을 받지 못하고 살림이 어려워져 서울 생활이 힘들어져 순신의 어머니인 초계 변씨는 친정행을 택한 것이다그녀는 그곳에서 담대하고 과감하며 민첩하고 냉철하게 가문을 지킨다.

 

  3장에서는 아들과 어머니의 정을 절절히 느낄 수 있다난리 중에도 어머니와의 서신 교환을 수없이 하고 짬이 날 때마다 어머니를 찾아뵈었던 아들의 사랑과 노쇠한 몸을 이끌고 아들에게 향하다 배에서 병사하신 어머니의 애절함이 눈물겹다사랑하는 아들을 곁에 두기보다 나라의 치욕을 크게 씻으라는 말로 전쟁터로 보낸 어머니의 결기에 마음이 찢어진다이순신과 권율 같은 위대한 장수 뒤에는 눈물로 뒷바라지하던 어머니가 있었다는 것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눈물로 기도하는 어머니의 자녀들 중에는 위대한 인물이 많은 것 같다.

 

  어머니의 사망 후에도 변씨 가문의 많은 청장년이 이순신과 함께 출전하여 죽음을 무릅쓰고 싸웠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이름 없이 죽어간 수많은 이들 덕분에 우리는 이 땅에 주인으로 살고 있음을 감사해야겠다많은 자료를 모아 책으로 쓴 저자의 노고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 위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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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 지옥의 전쟁, 그리고 반성의 기록, 개정증보판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2
유성룡 지음, 김흥식 옮김 / 서해문집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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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 모임 이달의 도서라 아주 오래전 눈물 흘리며 읽었던 이 책을 다시 만났다. 우리에게 쓰라린 역사인 임진왜란을 그린 책이다웬만한 전쟁 영화보다 재미있는 당시의 기록은 실제이기에 더 애통하기도통쾌하기도 했다유성룡은 원래 문과에 급제하여 관직을 얻었다임진왜란으로 인해 좌의정과 병조판서를 겸했고도체찰사와 영의정에 임명되기도 했다하지만 평양에 도착해서는 반대파의 탄핵으로 파직당했다다시 서울에 들어간 후 영의정으로 복직되었고선조가 서울로 돌아온 후 훈련도감의 제조를 맡아 나라를 튼튼하게 하는 인재 양성과 군비 강화에 힘을 썼다정유재란 이후 다시 탄핵되어 고향에서 저술 활동에 힘썼다이 책도 그 시기에 썼다고 한다.

 

  임진왜란을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겪으며 지휘했던 그는 당시의 기억을 되새기며 이 책을 썼을 것이다아마도 그때그때 메모를 했을지도 모른다본문 중간에 그가 사람들의 이름을 기록했던 공책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사람의 이름과 지명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메모가 틀림없이 있었을 것 같다이 책은 현재 국보 제132호로 지정되어 있다서책으로서는 드물다고 한다전쟁을 가장 직접적으로 겪은 그가 다음에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대비하는 의미로 기록한 이 책 속에는 이순신 장군도 때때로 등장한다이번에도 장군의 활약을 읽으며 또 눈시울을 붉혔다나라만을 생각했던 그의 뛰어난 지략은 언제 읽어도 감동적이다.

 

  책의 초중반은 계속 패하는 이야기라 맥이 빠진다미리 대비하지 않은 우리의 군사들은 바람에 날리는 겨와 같이 우수수 패하고 도망하고 죽임을 당한다그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는 나의 마음도 답답하고 힘들지만 결국 왜구를 몰아냈음을 알기에 그렇게 이어져 온 역사 때문에 희망을 가지고 계속 읽었다하지만 승리의 역사는 그렇게 길게 기록되어 있지는 않다그 중 결정적인 사건들만을 담았기 때문이리라.

 

  명나라에 도움을 요청하고 기다리는 안타까운 장면과 이웃 나라의 전쟁에 힘을 다했던 장수와 군인들그리고 그들을 도왔던 저자의 눈물겨운 투혼이 감동적이다이순신을 비롯한 수군의 승리로 보급과 군사 지원이 끊어지고의병과 명나라 지원군으로 패색이 짙은 일본이었지만 돌아가면서도 진주성을 함락시키고 부산에 오래 머무르는 등 전쟁은 쉽지 않았다치질에 걸려 누워 지냈음에도 사신을 맞이하고 전국을 돌며 전쟁에 대비했던 유성룡의 노력과 애국심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그가 애씀을 통해 많은 이들이 힘을 얻고마음을 모았으리라전쟁이나 난리로 영웅이 탄생하기도 한다수많은 의병장들과 이름 없이 죽어간 조상들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다다시 또 이런 외침이 있지 않도록 수백 년 전에 기록으로 남긴 저자의 경고를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임진왜란 이전 두 개로 나뉘어 서로 다툼을 하며전쟁의 위험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도 안일하게 대처했던 것이 큰 화를 불렀다지금도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지 모른다외세는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고 있고나라는 분열되어 있다서로를 헐뜯기 바쁜 이때 조상이 경고한 메시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술잔을 기울이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아 귀신 장군이라는 말을 들었던 이순신 장군처럼 태평성대에 안일해지지 말고 늘 대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1633년 처음 출간된 후 일본에도 그 가치가 알려져 1695년 일본 교토에서도 간행되었고, 1712년 조선 조정에서 일본 수출을 엄금하는 명을 내리기도 했던 소중한 우리의 보물을 자랑스럽게 여겨야겠다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 나도 중국 병사들과 함께 들어갔는데 성 안의 백성들은 백에 하나도 남아 있질 않았는데, 살아있는 사람들조차 모두 굶주리고 병들어 있어 얼굴빛이 귀신같았다. 날씨마저 더워서 성 안이 죽은 사람과 죽은 말 썩는 냄새로 가득했는데 코를 막지 않고는 한 걸음도 떼기가 힘들었다. 건물은 관청과 개인 집을 막론하고 모두 없어져 버렸고, 왜적들이 거처하던 숭례문에서 남산 밑에 이르는 지역만 조금 남아 있었다. 종묘와 세 대궐, 종류, 각 사, 관학 등 대로 북쪽에 자리잡은 모든 것은 하나도 남김없이 재로 변해 있었는데, 소공주 댁은 왜장 히데이에가 머물던 곳이라 건재했다. 나는 먼저 종묘를 찾은 다음 엎드려 통곡하였다. (173-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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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살의 용기 - 클로뎃 콜빈, 정의 없는 세상에 맞서다 생각하는 돌 1
필립 후즈 지음, 김민석 옮김, 엄기호 해제 / 돌베개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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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유관순 열사처럼 부당한 대우에 대한 저항을 했던 청소년들 중 숨겨져 있던 클로뎃은 얼마 전 다시 언론의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틴 루터 킹이 활동했던 당시 함께 흑인 분리 정책에 대항했던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으로 15살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용기로 버스에서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말에 불복종하고 체포된 전력이 있다.

 

  얼마 전 헬프라는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인종 간의 평등이 이루어진지 오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당시에 그런 주장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도 깨달았다. 이 책에 나오는 몽고메리 시의 이야기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수위가 더 높았다. 백인 우월주의자 단체인 KKK단은 흑인들이 다니는 교회에 폭탄 테러를 하기도 하고, 흑인을 지지하는 백인들에게 협박을 일삼기도 했다. 흑인 목사들은 협박과 테러에 시달리고, 심지어 경찰들까지 저항하는 흑인들에게 불법적인 폭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내가 당시에 살았던 흑인이라면 이들처럼 용기 내어 불법에 저항할 수 있었을까? 목숨을 건 그들의 용기가 새삼 존경스러웠다.

 

  요즘도 간간히 뉴스에서 흑인들이 아직도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내용을 접하기도 한다. 공식적으로는 인종분리법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회적으로 남아 있는 차별적 분위기가 바뀌기 위해서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수많은 다문화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나라도 많은 인종이 함께 살면서도 평화를 누리는 싱가포르처럼 인종 간의 갈등이 없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어느 한 쪽에 치우치거나 부당하게 대우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온 다문화인을 배려하느라 중국 동포를 외면하는 일은 없는지, 모두가 평등하게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정책 연구에 힘을 쏟아야겠다.

 

- 클로뎃은 영리함이 나름대로 큰 자산이긴 하지만 부커 T. 워싱턴 고등학교에서 인기를 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흰 피부와 곧은 머리카락이라는 걸 금방 알아차렸다. 많은 여학생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 전기 빗으로 머리카락을 펴느라 몇 시간씩 허비하면서 ‘거의 백인처럼’ 보이려고 발버둥 쳤다. 하지만 클로뎃은 전기 빗으로 아무리 오래 누르고 있어도 머리카락이 펴지지 않았고 피부색도 아주 가무잡잡한 편이었다. (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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