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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높고 쓸쓸한 - 안도현 시집 문학동네 시집 99
안도현 / 문학동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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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도현 시인의 시집을 몇 권 읽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는 많이 울었습니다지금도 시인의 시구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교사였다가 의지와 상관없이 쫓겨났다는 것에 마음이 아파서입니다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것을 가르치고 싶어 참교사가 되기로 한 그는 교사가 노동자라는 말을 했다는 것으로 인해 해직됩니다당시 천 명이 넘는 교사가 해직되었다고 하니 그에 딸린 식구들의 생계가 어떠했을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립니다.
 
  시에 낱낱이 생각을 토해낸 시인의 시들을 읽으며 그의 처절했던 삶을 볼 수 있었습니다돈이 없어서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어서 흘려야 했던 눈물을 시를 통해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먹을 것에 대한 예찬을 했던 앞에 읽은 시집에 비해 이 책에는 어린 시절의 좋고 나쁜 추억들과 교사 시절그리고 해직 이후의 삶에 대해 노래합니다.
 

  막대한 권력을 행사했던 기득권에 정면으로 대치했던 그의 용기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더 이상 할 수 없습니다나보다는 일찍 교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던 그에게 참교사란 어떤 의미였을까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하고 감사하기도 했습니다시인의 바람처럼 가르쳐야 할 것을 가르치고가르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려낼 줄 아는 눈을 가진 교사가 되어야겠습니다태양 아래 알알이 익어가는 마늘처럼 세상을 끌어안고 굳건한 역할들을 해낼 아이들을 키워내야겠습니다.




- 마늘밭 가에서 (24쪽)

비가 뚝 그치자
마늘밭에 햇볕이 내려옵니다
마늘순이 한 뼘씩 쑥쑥 자랍니다
나는 밭 가에 쪼그리고 앉아
땅 속 깊은 곳에서
마늘이 얼마나 통통하게 여물었는지 생각합니다.
때가 오면
혀끝을 알알하게 쏘고 말
삼겹살에도 쌈싸서 먹고
장아찌도 될 마늘들이
세상을 꽉 껴안고 굵어가는 것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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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행 - 13억 중국인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시인 백거이
백거이 지음, 오세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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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926665763

 

  학창 시절 의미 없이 외웠던 시집 이름 비파행. 백거이라는 관리이자 시인은 당시 백성들을 위해 누구나 알기 쉬운 시들을 지어 지금까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어렵게만 쓴 수준 높은 시들만 높이 받들어지던 세상에서 욕을 먹으면서까지 쉬운 시들을 지었던 그의 백성 사랑이 느껴졌다.

 

  임금에게 간하는 시를 썼다가 한직으로 물러나기도 했지만 그곳에서 오히려 부담 없이 좋은 시들을 짓기도 했다니 사실 부귀영화나 권세, 그리고 명예가 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당시에 권세를 누리던 사람들은 이름도 없이 사라졌지만 백거이의 수많은 시들은 지금까지도 사랑을 받고 있으니 시인은 어쩌면 가장 현명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풍유시, 한적시, 잡률시, 감상시와 같은 여러 종류의 시를 썼다. 지금으로 말하면 한 가지에만 능통한 게 아니라 만능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관직에까지 있었다니 인생을 참 멋지게 살았던 사람인 것 같다. 그의 시에서는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세상을 손아귀에 넣고 움켜쥐려고만 하는 사람에게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시다. 그러면서도 참 용감하다. 당시에 감히 귀 막은 임금에게 간언하는 시를 쓸 수 있었다니 말이다.

 

  시는 짧지만 힘이 세다. 사람들은 시집을 많이 사 읽지는 않지만 짧고 강렬하기에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때로는 짧은 싯구 한 줄이 여러 페이지의 산문보다 더 큰 메시지를 주기도 하니까. 드넓은 중국 대륙의 시인이 쓴 시를 읽으니 마음이 넓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 본문 내용 ---



- 속좌우명 (일부-64쪽)

부귀를 바라지 말고

빈천을 근심하지 말라.

도리가 어떠한가를 물어야지

어찌 귀하고 천함만을 말하려 하는가.

비방을 들어도 슬퍼하지 말 것이며

칭찬을 들어도 기뻐하지 마라.

스스로 자신의 언행을 되돌아볼 일이니

어찌 남의 비방이나 칭찬을 따지겠는가.



- 시 모으는 관리 (일부 – 181쪽)

간쟁하는 신하는 입 다물고 쓸모 없는 사람이 되었고

간쟁 위한 북은 높이 걸려 있을 뿐 소용없는 도구만 되었다.

홀로 존엄한 황제는 병풍 치고 늘 단정히 앉아 침묵하시고

모든 고관들은 입궐하여 저마다 아첨하고 아부한다.

밤에 시중 드는 관리들의 말도 모두 듣기 좋은 말뿐이고

예약을 맡은 춘관도 상서롭다고만 한다.

임금의 궁궐은 천 리나 멀리 떨어져 있고

임금의 출입문은 아홉 겹으로 굳게 닫혀 있다.

임금의 귀는 오직 당상관의 말만 들을 뿐이고

임금의 눈은 대궐 문 앞의 일도 보지 못한다.

탐관오리들은 거리낌 없이 백성을 해치고

간악한 신하들은 두려움 없이 임금을 가리고 있노라.

임금은 보지 못하시는가,

주나라 여왕과 진나라 호해의 말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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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박노해 시집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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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879659740

 

 ‘박해받는 노동자의 해방박노해 시인의 책을 두 번째로 읽는다. 그를 시인이라고 부르기에 너무 대단한 사람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그는 오랜 시간 동안 무기수로 살았던 세월을 보낸다. 그 시간 동안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던 그는 목숨을 걸고 전쟁이 벌어지는 곳에도 있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시로 남겼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들을 했기에 그가 사람들의 칭송을 받고 있나보다.

 

  세월이 지난 후 국가로부터 보상금을 제의 받았을 때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어떻게 그 증서를 찢을 수 있었을까?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돈이 더 이상 무기가 될 수 없다.

 

  강자의 세상이 되어버린 이 땅에서 약자들의 목소리를 널리 알렸던 그의 애절함이 시어에 묻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나는 강자의 모습이 아니었나 돌아보게 한다. 눈과 귀가 어두워져 버린 우리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가? 요즘 떠들썩한 사건들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된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사회의 어느 곳은 썩어 문들어진다는 사실을. 내 배가 부르고 등이 따스울 때라도 헐벗은 이웃이 있음을 절대 잊지 말자.

- 아니다 (34쪽)

억압받지 않으면 진리가 아니다

상처받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다

저항하지 않으면 젊음이 아니다

고독하지 않으면 혁명이 아니다



- 진실 (234쪽)

큰 사람이 되고자 까치발 서지 않았지

키 큰 나무숲을 걷다 보면 내 키가 커졌지



행복을 찾아서 길을 걷지 않았지

옳은 길을 걷다 보니 행복이 깃들었지



사랑을 구하려고 두리번거리지 않았지

사랑으로 살다 보니 사랑이 찾아왔지



좋은 시를 쓰려고 고뇌하지 않았지

시대를 고뇌하다 보니 시가 울려왔지



가슴 뛰는 삶을 찾아 헤매지 않았지

가슴 아픈 이들과 함께하니 가슴이 떨려왔지



- 연필로 생을 쓴다 (252쪽)

밤중에 홀로 앉아 연필을 깎으면

숲의 향기가 방안에 가득하다

사박사박 연필로 글을 써 내려가면

수억 년 어둠 속에 묻힌 나무의 숨결이

흰 종이 검은 글자에 자욱이 어린다



연필로 쓰는 글씨야 지우고 다시 쓸 수 있지만

내 인생의 발자국은 다시는 고쳐 쓸 수 없어라

그래도 쓰고 지우고 다시 고쳐 쓰는 건

오늘 아침만은 곧은 걸음으로 걷고 싶기 때문

검푸른 나무향기 가득한 이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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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록집 - <청록집> 발간 70주년 기념 시그림집
박목월.조지훈.박두진 지음, 곽효환 엮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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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naver.com/kelly110/220855982496

 

  학창 시절, 국어 시간에 무작정 외웠던 청록파 시인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이들의 순수한 시가 일제 말기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 쓰였다는 것을 믿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말을 사용하는 것도 눈치 봐야 했던 시대에 우리말로 시를 썼던 그들은 어쩌면 용감한 사람들입니다. 세 명의 공통점은 자연을 노래하길 좋아했다는 것입니다.

 

  박목월님은 수필집이 너무 좋아서 평소에 좋아하던 분이고, 박두진님은 영원의 세계에 대한 소망을 지녔다는 점에서, 그리고 조지훈님은 추억을 되새긴다는 점에서 서정적이고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이들 시에 스며 있는 애잔함은 아마도 당시를 살던 시인으로서 당연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시와 함께 아름다운 그림을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각 시에 헌정된 멋진 그림들은 시를 더욱 돋보이게 해 줍니다. 이번에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소장해 두고 수시로 꺼내 읽기에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 <<청록집>>에 수록된 시편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성을 갖추고 ‘자연’을 공유하면서도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이들이 최고조에 달한 일제 말이라는 식민지 암흑기를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나아가 각각의 시적 세계를 일구어낸 결과로 볼 수 있다. (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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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닭 없이도 끄떡없이 산다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21
이병승 지음 / 실천문학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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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극이냐 비극이냐가 문학으로서의 성패를 가늠할 수도 있음을 요즘 들어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남편과 영화와 원작 책이 서로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영화에는 주인공이 사는데 책은 죽는다고 했더니 책은 죽어야지하는 것이었다. 왜 영화는 해피 엔딩이 먹히는데 책은 비극으로 끝나야 알아주는 걸까?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주인공을 고생시켜야 성공적인 작품이 된다니 작가들은 참 고약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사실 문학적 가치가 높은지는 모르나 적어도 나에게 참 깊이 다가왔다. 어려운 용어를 사용해 자신의 높은 어휘력을 자랑하지도,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심연의 슬픔으로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것도 아닌데 그래, 그렇지 하며 공감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게다가 희망적이고 밝은 게 마음에 들었다. 살다 보면 앞뒤 좌우 모두 꽉 막힌 듯할 때가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헤쳐 나갈 수 있는 게 또 인생이니 자신을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너무 슬픈 시인들이 시를 통해 자신의 슬픔을 조금 덜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슬픔을 읽으며 이 사람도 그랬구나 하고 비슷한 슬픔을 가진 독자가 위로를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아직은 희극이 좋다.

 

  이 시들을 읽다 보면 불꽃같던 청년 시절 사회를 향해 뜨거운 불화살 시위 한 번 제대로 당겨보지 못하고 어느새 평범한 중년을 맞이하는 우리를 발견하게 된다.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보다 어쩌면 현재의 자신에 만족하는 소시민적인 우리들의 모습 말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이상을 향하는 마음을 잊고 싶지 않은 작은 돈키호테로 남고 싶은 시인과 나.

 

- 야생(16-17쪽)
구질구질 비오는 새벽 한시
식당에서 내놓은 쓰레기 봉투를 뒤지던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젖은 털 사이엔 상처가 보이고
새끼를 밴 듯 서럽게 부푼 배
공격이나, 그냥 갈 거냐를 묻는 노란 눈동자
도망칠 것인지 말지를 가늠하는 몸의 자세
경계의 활처럼 휜 등뼈와
가시처럼 뭉쳐진 젖은 털
한 발로 누른 닭 뼈
순간, 물웅덩이는 아프리카 초원의 늪으로 변하고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밤 새워 일할 작정으로 야식거리를 사들고 가던
내 우산 위에는 배고픈 검은 독수리 몇 마리
앉아 있는 듯 묵직한데
튕기는 빗소리 둥둥둥 북소리로 아득한
도시에 겹쳐진 야생의 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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