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8
아서 밀러 지음, 강유나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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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두 번인가 빌렸다가 반납한 적이 있다. 희곡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인문학 모임 도서라 다시 빌려왔다. 다른 책 읽느라 이 책을 너무 늦게 빌리는 바람에 만 하루 만에 다 읽었다. 과거 회상과 현재 이야기가 복잡하게 연결되어있긴 하지만 주로 대사인 이 책은 술술 읽히는 편이다.


대공황 이전 미국의 세일즈맨은 큰 인기를 누리던 직업이었다. 평생을 물건 파느라 차로 활발히 방방곡곡을 다녔을 윌리에게 이상한 징후가 생긴 건 그의 저조해진 실적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회사의 중심에서 밀려나는 퇴직을 앞둔 이들의 마음과도 닿아 있다.) 가족이 알아차릴 정도가 되었을 때는 이미 손쓸 수 없을 만큼 진행이 된 상태였다.


그에게는 아내 린다와 비프, 해피(해럴드)라는 두 아들이 있다. 어렸던 시절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자 노력했던 윌리는 아이들의 앞길이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는 것을 지켜보며 좌절한다. 돈을 벌겠다고 멀리 떠났던 버피가 빈손으로 돌아왔을 때 그들의 사이는 이미 어긋날 대로 어긋나 있었다. 비프가 이렇게 된 데는 사실 윌리의 잘못도 있었다. 남편을 사랑하는 린다는 어떻게든 가족을 하나로 다시 묶을 기회를 찾으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과거의 가족이나 되살아난 망령과 이야기를 나누는 윌리를 지켜보는 가족은 걱정이 크다.


이제 은퇴하고 쉴 나이가 되었지만 윌리는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다. 다 큰 아이들은 앞길을 스스로 개척하지 못하고 어려움에 처해 있는 데다 여자를 좋아하는 막내 해피는 아직 철이 없다. 아버지의 허세를 물려받은 비프는 거짓말을 해 보지만 그것마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급기야 회사에서 잘린 윌리에게 새로운 희망이라는 게 있을까? 평생을 돈 버는 기계처럼 일만 했던 윌리는 이제야 집 값을 다 갚았지만 여유는 없다.


이 책의 뒷부분으로 가수록 안타까운 마음이 점점 커져 갔다. 미국의 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로 접근했던 나는 그 안에서 우리나라 가족들의 모습을 보았다. 부모보다 못 사는 첫 세대가 될 거라는 암울한 예견이 있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어둡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저마다 자신의 길을 간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부모라면 모두 알 것이다. 주변에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부모님의 카드를 사용하는 자녀도 있고, 오랜 기간 구직을 바라며 머물고 있는 자녀도 있다. 부모의 입장으로 바라보는 윌리는 먼 남의 나라 이야기 주인공이 아니었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KdRvNmpcm8s&t=1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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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비범한 철학 에세이
김필영 지음 / 스마트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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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받았다. 한동안 철학 입문 책을 읽다가 요즘은 거의 읽지 않고 있던 터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 속 평범한 사람들을 그린 표지도 선택에 한 목 했을 것이다. 표지만 보고 굉장히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일 거라 상상했는데 생각보다는 심오하고 깊이 있는 책이었다.


철학자들의 책이나 영화 또는 철학자 간의 의견을 비교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 접하기에 그리 낯설진 않았다. 이름만 많이 들어 보았지 사실상 저서를 읽어본 일은 없는 비트겐슈타인, 프로이트, 소쉬르, 푸코, 한나 아렌트와 같은 이들 가운데 니체와 카뮈가 반가웠다. 그런가 하면 브랜든 카터, 김한승과 같은 처음 듣는 이들의 주장도 실려 있다.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 무척 많다. 인지 부조화란 현실이 우리가 믿거나 원하는 바와 달라서 마음이 불편해지는 상태(30쪽)라는 것, 인정 욕구가 거부된 사람들이 심한 모욕감 끝에 오히려 갑질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과도한 인정 욕구는 불행을 가져온다. 갈증 날 때 바닷물 마시는 것에 비유된다. (47-49쪽) 요즘 유행하는 ‘아모르파티’는 자신의 운명을 사랑스럽게 만들라(54)는 말이었다. 비록 순간의 기쁨은 금방 사라지고, 미리의 희망이 헛되며, 삶에 의미가 없다고 하더라도 운명 자체를 사랑(59쪽)하라고 한다.


하이퍼그라피아(hypergraphia)라는 정신 질환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글쓰기에 집착하는 것으로 내면의 흐름에 따라 상징적으로 암호처럼 글을 쓰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카프카도 이런 증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도기숙 교수는 말한다. (90쪽) 언어가 생각을 제한한다는 ‘언어 결정론’(164쪽)도 재미있다. 스페인 궁정화가 벨라스케스의 작품 ‘시녀들’에 대한 해석이 기억에 남는다. 각 시대의 지식을 구성하는 무의식적 인식 체계 중 17세기 유럽은 표상을 지향(19세기는 주체)했다고 한다.(195쪽) ‘시녀들’은 주체는 사라지고 표상만 남은 상태라고 푸코는 말했다. 라캉은 푸코의 해석에 반대한다.


평생 보모 일을 하며 혼자 살면서 15만 장의 사진을 찍어 모았던 비비안 마이어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사후에 포토그래퍼로 인정받은 경우이다. 그녀에게 세상이 ‘티켓을 끊고 들어온 놀이터’(216-224쪽)라고 보는 견해가 재미있다. 양자역학은 언제나 나에게 흥미로우면서도 어려운 면이 있다. 데이비드 봄은 숨겨진 질서와 동시성 현상(255쪽)을 이야기한다. 양자역학이란 두 사건이 시간,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다른 차원에서 보면 숨겨진 질서를 가지고 서로 연결되어있다고 한다. (258쪽) 신기한 세계다.


철학은 늘 어려우면서도 그래서 더 탐구하고픈 마음이 생기는 분야다. 책에 나온 철학자들의 책을 하나씩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어려운 면이 없지 않지만 한 번씩 꺼내 보면 지적인 목마름을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을 만한 책이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eTl9QHghCi8




* 위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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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왕국 서로마 제국이 ‘시시껄렁하게’사라지는 순간 - 프로와 아마의 차이 100페이지 톡톡 인문학
최봉수 지음 / 가디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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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출판사로부터 이 책을 보내주신다는 메일을 받았다. 바쁜 중에도 그동안 생각해 본 적 없던 내용이라 궁금한 마음에 책을 받아 보았다. 처음에 받고 너무 얇은 책 두 개라 놀랐다. 100페이지 톡톡 인문학이라는 말에 걸맞게 표지까지 합하면 100쪽 정도 될 만큼 얇았다. 분량을 100쪽에 맞추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들고 다니며 읽기에 좋은 두께이다. 

두 권의 책으로 왔는데 하나는 서로마 제국의 멸망,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한나라의 몰락에 대한 내용이었다. 서양과 동양의 고대 역사가 현대에 시사하는 점들이 있는지 고찰하는 내용이었고, 문장은 굉장히 캐주얼했다. 입말이나 요즘 회자되는 말들을 넣어 인문학이라는 딱딱함을 한 꺼풀 벗겨낸 느낌이었다.

고백하자면 고등학교 시절 외우는 공부를 무지하게 싫어하던 나는 외우기 싫어서 이과를 선택했고 물리와 화학 중 외울 일이 적은 물리를 택했다. 그래서 한국지리나 역사, 그리고 세계사에 있어서는 문외한에 가깝다. 한국사가 나오는 5학년을 오랜 교사 생활 동안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나이기에 캐주얼한 이 책도 한 번 읽어서는 이해가 안 되어 연달아 두 번을 읽었는데도 아직도 긴가민가하는 부분들이 많다. 특히 들어본 적은 있는 한나라의 인물들에 비해 서로마 제국 편의 등장인물들은 너무나 생소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갔을 때 가이드로부터 훈족을 피해 그곳까지 이동해와 만들어진 도시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훈족의 영웅이었던 아틸라의 이야기로부터 책이 시작된다. 유라시아 대초원에서 유목생활을 하던 흉노족이 바로 훈족이라고 나온다. 무제의 정벌을 피해 서쪽으로 이동하던 이들이 4세기 헝가리를 통해 유럽 대륙으로 들어오며 유럽은 혼란에 빠진다. 점령지를 잔인하게 약탈하던 아틸라는 동로마를 쉽게 함락하고 서로마로 향한다. 설마 천년 제국이 무너질까, 하는 마음으로 로마의 마지막 영웅 아에티우스는 훈족을 맞아 카탈라우눔 전투를 치른다. 아에티우스는 승리하였지만 아틸라에 대한 안이한 판단으로 훈족을 섬멸하지 않은 탓에 1년 뒤 다시 아틸라의 침공을 받는다. 이번에는 바로 밀라노로 치고 들어가 밀라노를 포위하자 교황이 직접 협상하여 아틸라는 물러나고, 얼마 후 세기의 영웅이었던 아틸라도, 아에티우스도 허망한 죽음을 맞게 된다. 이후 리키메르, 오레스테스, 오도아케르에게 권력이 잠시 있었지만 시시하게 끝나고 중세 시대를 맞는다.

초한지로부터 삼국지에 이르기까지 약 500년 간 한이 중국의 고대사 후반부를 채운다. 400년 이상 분열의 시대를 누비던 왕망, 동탁, 조조, 사마의, 이름 자를 따 ‘망탁조의’라 묶어 불리는 이들의 이야기가 다음 권에 나온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사마에 두 번(39세, 45세) 오른 왕망은 처음과 다음 너무나 대조적인 면모를 보인다. 원칙적인 삶을 살며 재야 유자로부터 존경받던 유자였던 첫 시기에 비해 다음 대사마에서는 황제를 시해하고 스스로 황제에 올라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혹정을 펼쳤다. 이에 비해 위를 세운 조조와 위를 장악한 사마의는 자기 검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황제에 오를 대의명분을 찾다 결국 황제가 되지 못했다. 최고의 독설가인 예형, 입바른 소리 잘하던 공자의 20대손 공륭, 조조의 양자였지만 조조를 무시했던 하안, 그리고 부패하고 타락한 정권에 등을 돌린 죽림칠현(산도, 완적, 유영, 혜강, 향수, 완함, 왕융)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수박 겉핥기였지만 이렇게라도 동서양의 고대사를 조금이나마 접한 것이 보람되다. 이들의 이름이 다른 어디에선가 나온다면 반가울 것 같다. 참고서 읽듯 밑줄 그으며 반복해서 읽으면 외울 수 있게 될까? 다시 학창 시절로 되돌아가 그때 게을러 하지 못한 공부를 하는 느낌이다. 이렇게 요약된 내용이 아닌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접할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OLlaTEia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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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디즈니 애니메이션 70주년 특별 에디션 고급 벨벳 양장본)
루이스 캐럴 지음, 디즈니 그림, 공민희 옮김, 양윤정 해설 / 아르누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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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를 처음 접한 것이 아마 이 디즈니 만화영화가 아닌가 싶다. 어렴풋하지만 어렸을 때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것 같다.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괴팍한 여왕과 트럼프 카드 병정, 커지고 작아지는 앨리스를 보며 신기해했던 일이 떠오른다. 이 책으로 철학하는 책을 읽은 후 원작이 궁금해 읽었던 적이 있는데 그 후 다시 접한 앨리스 역시 신선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70주년 특별 에디션을 보내주신 출판사 덕분에 다시 만나게 되어 즐거웠고(내용이 유쾌하진 않지만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곳을 캐럴이 환상적이라 표현한 것과 같은 의미로), 말속에 담긴 뉘앙스와 발음이 비슷한 단어로 만든 비유들이 궁금해 책을 덮으면서 원서를 구입했다.

질서정연하게 보이는 정상 세계와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는 신기한 세계를 연결하는 문은 늦었다며 시계를 보고 사라진 토끼를 따라 들어간 토끼굴이다. 끝을 알 수 없이 아래로 떨어진 후 신기한 일들을 겪는데 사실은 굴에 들어가기 전 말을 하는 토끼를 만났는데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음을 자각하는 것으로 보아 토끼와의 만남이 이상한 일의 시작이다. 앨리스는 병 속 음료나 케이크, 버섯 등을 먹으며 커지거나 작아진다. 앨리스의 의지가 커진 마지막에는 그런 게 필요 없지만. 역자의 말을 빌리면 아이들에게 있어 크기는 힘의 상징이므로 커졌다 작아지며 모험을 하는 앨리스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대리만족하는지도 모른다.

이상하다 못해 잔인하기까지 한 일들, 아기를 던지고, 접시를 깨고, 동물로 경기를 하고, 사소한 일에 목을 베라는 명령을 하고, 시간과 공간 그리고 상식을 깨는 대화를 나누는 이야기들은 당시(영국 빅토리아 중기) 사회를 풍자한다. 장면들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일 것이다. 앨리스가 외우는 <아버지 윌리엄>이라는 시나 라임을 이용한 모자 장수의 노래, 시를 풍자한 앨리스의 암송, 재판정의 잭의 편지와 같이 삽입된 시나 노래들이 근사하고 절묘하다.

수많은 동명의 책이 있겠지만 이 책은 사랑스럽고 코믹한 삽화가 특징이다. 아마도 나처럼 어린 시절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이 이야기를 접한 적 있는 분들은 향수를 느낄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을 다시 한번 만나 보고 싶다.


* 전에 읽고 쓴 다른 버전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리뷰
https://m.blog.naver.com/kelly110/40206301373

* 원문

https://m.blog.naver.com/kelly110/222654277419

* 위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보내주신 책을 읽고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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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창비세계문학 7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강은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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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누구나 죽지만 사는 동안 그에 대해 생각해 보는 날이 얼마나 될까?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건 얼마 전 작가 이반 일리치의 책을 찾을 때였는데 죽음에 관한 이야기여서인지 빌려 두고 읽지 않은 채 반납한 후 팟캐스트에서 이 책 소개하는 걸 듣고 다시 빌려 읽어보았다. 번역하신 분의 말처럼 얇은 책이지만 느리게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죽은 이를 애도하는 것보다 남은 사람들이 더 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는 적나라한 모습에서 우리들 스스로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죽음을 앞두고 그걸 지켜보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가족의 모습도, 그럼에도 짜증 부리는 환자에게 마냥 친절할 수 없는 것도, 우리 자신의 미래를 비춰볼 수 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법률학교를 함께 다녔던 가까운 친구도, 남겨진 가족도 자신에 대한 생각만 하는 것을 나무랄 수 없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 라는 말이 떠오른다. 어쨌든 아팠던 친구와 동료의 집이 멀다는 핑계로 한 번, 혹은 가 보지 못했던 그들은 자기 나름의 삶을 사느라 바쁘다.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그 옛날 톨스토이는 현재 우리에게도 들어맞는 인간의 내면 심리를 기록함으로써 시대를 지나도록 사랑받는 걸작을 남긴 것이다. 


  이반 일리치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갑작스런 승진과 이사로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대수롭지 않았던 옆구리 통증이 죽음을 불러올 줄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우리의 마지막도 어떨지 살아보지 않고서는 짐작할 수 없는 것과 닮아 있다. 영원히 살 것처럼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이반 일리치의 말처럼 죽음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고통이 심하고, 나아질 기미 없이 죽음이 목전에 있다면 수많은 후회와 회한이 떠오를 것이다. 원망할 동안에는 결코 행복할 수 없었던 그는 최후의 순간에 태도를 바꾼다. 아픈 동안 얼마나 많은 외로움과 서글픔, 그리고 원망이 쌓이고 쌓였을까? 자신은 이렇게나 아픈데 옆에 있는 이들은 건강해 보이고, 행복해 보이는 것만으로도 속이 상했을지 모른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마음이다. 내가 그 상황이라면 무조건 다른 이의 말과 태도를 받아들이며 서운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마도 그건 결코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 건강해 보이는 주변 인물도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죽는다는 걸 생각하면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이다. 


  매일 한 번은 자신의 최후에 대해 생각해 보라는 말이 떠오른다. 얼마 전 다른 책에서 읽은 시의 일부분이다. 하루 한 번씩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지를 생각하며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하루하루는 왠지 다를 것 같다. 절절한 고통과 죽음에 직면한 이반 일리치의 생의 마지막을 읽으며 마음은 아팠지만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https://www.podty.me/episode/15710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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