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뺑덕
백가흠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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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395684595


  사랑과 복수는 양 날의 칼이어야만 할까? 복수 없는 사랑이야말로 완벽한 사랑일까?

 

  전혀 만나지 못했을 영화와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건 이 책을 쓴 작가를 만났기 때문이다. 얼마 전 디지털 대학교 모임에 강사로 왔던 백가흠 작가를 만나고 <마담 뺑덕>이라는 영화의 원작을 썼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영화가 개봉했을 때 그런 류의 성인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영화를 보지 않았었다. 작가를 만난 후 VOD로 만났다. 청소년이 보면 안 되는 장면들이 있었지만 의외의 재미를 느껴 책으로도 만나보게 되었다.

 

  인기 많은 교수였던 학규는 여학생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인해 교수직을 박탈당하고 시골 마을로 내려간다. 혼자 시골마을에 내려와 문화센터에서 소설 쓰는 법을 가르치게 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술로 세월을 보낸다. 그곳에서 먹고 살기 위해 다방 마담을 하는 여자와 딸이 있었는데 그들의 인생과 얽히게 된다. (영화에서는 장애를 가진 어머니로 등장한다.) 마담의 딸 덕이와 서울에서 온 학규는 서로에게 빠져들게 되지만 그건 또 다른 불행의 시작이었다.

 

  순간의 유희와 이기적인 결말은 복수를 불러오고, 그 복수는 결국 스스로를 파멸에 이르게 한다. 이 책과 영화는 책 제목과 등장인물들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심청전의 모티프를 깔고 있지만 그 이야기와는 다르게 전개된다. 학규가 눈이 멀게 되면서 오히려 나은 사람이 되고 그런 그를 보며 복수의 칼날을 갈았던 덕이의 마음도 서서히 변해간다. 하지만 돌이키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음을 알게 되는 덕이와 학규의 딸 청이는 암울한 미래를 맞게 된다.

 

  시작은 비슷하나 결말은 서로 다른 영화와 책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암울하면서도 멋진 소설의 문장들을 읽는 맛이 있다. 무엇보다 엉망진창인 인생을 살던 학규가 시력을 잃으며 변해가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소설 <롤리타>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 눈을 감으니 잠잠하던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했다. 모두 남 탓이었다. 모든 문제는 자기로부터 시작됐고 커졌지만, 자신 말고는 모든 것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했지만, 그러기에 그는 너무 젊었다. 겨우 서른여섯, 너무 일찍 출세한 그는 자신감이 때론 독이 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늘 당당한 쪽이었다. 잘못을 후회하는 일보다 남을 원망하는 편이 더 속 편하다 여겼던 것이다. (25쪽)

- 그는 책 읽기를 멈추었다. 모두 자신의 지난날들과 겹쳐지며 형체 불분명한 이상한 모멸감 같은 것이 스멀스멀 자기의 몸을 기어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40쪽)

- 그는 자신을 사랑하고 믿고 아끼는 사람들에게만 상처를 주었다. 모든 문제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생겨났고, 자기의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아무런 해결책도 나올 수 없었지만 그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71쪽)

- 지나간 사랑의 다른 이름은 복수다. 그것은 원래 한 몸이어서 변화하는 과정이나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다만 계기가 필요한 것뿐이었다. (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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