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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의 고래 ㅣ 모노동화 1
김경주 지음, 유지원 디자인 / 허밍버드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555739243
'동화'라고 하면 어린이의 전유물로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을 위해 씌어진 동화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읽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도 어린이보다 어른에게 어쩌면 더 큰 감동을 주는 책입니다. <<어린 왕자>>는 말할 것도 없지요. 이 책도 어린이들이 보아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치료 받느라 멀리 떠나있는 동안에 쓰나미가 몰려와 동생을 잃은 소녀에게 그 상처는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다시 올 쓰나미가 무서워서일까요?어느 날 그녀는 나무 위에 있는 보트(쓰나미에 밀려왔다 나무에 걸린 것)에서 생활하기 시작합니다. 그냥 재미로만 사는 게 아니라 나무 밑에는 내려오지 않고 아버지로부터 가끔 필수품을 공급 받으며 나무 위에서만 삽니다. 너무 외로울 것 같은데 오히려 그녀는 마음의 문을 열고 여러 등장인물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편지를 전해주는 우체부, 갑자기 나타난 낙하병, 가끔 들르는 아버지, 윤리선생님, 형이상학자, 벌목꾼 등 정말 다양합니다. 심지어 동물이나 나이테와도 이야기를 합니다.
이상한 것은 제가 알기로 인도네시아에 눈이 없는데 이 소녀는 겨울이 되어 너무 춥다고 하고, 눈도 온다고 하는 것입니다. 작가적 상상력인지 오류인지 궁금합니다. 보통 이런 우화적인 소설을 알레고리라고도 하는데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대사들이 계속 등장합니다.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선생님입니다. 윤리교사라고 자처하는 그는 나무를 회초리로 때리며 잘못된 걸 고치는 것을 자신의 의무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너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지요. 교육을 풍자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낙하병은 자신이 누구와 싸우는지도 모르고 전쟁터로 향하던 중 뛰어내립니다. 목적 없는 전쟁, 싸움을 위한 싸움을 비꼬는 의미이겠지요? 이 책 속에는 그런 이야기가 수없이 많이 등장합니다. 이건 무슨 의미일까, 하고 계속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 있었던 쓰나미 이후 정말 나무 위의 보트에서 사는 아이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작가는 그 아이들을 보면서 이 이야기를 떠올렸겠지요?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그 속에서 의미를 발견한다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항상 눈과 귀를 열어 두어야겠습니다.
- "전쟁은 모두를 죄인으로 만들지." … "전쟁은 왜 하는 거죠?" "더 이상 서로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야." (98쪽) - 전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렸어요. 선생님은 제가 사는 나무의 허리를 회초리로 때리기 시작했어요. "어서 내려오지 못해, 이것아! 선생님 말을 안 들으면 평생 빌어먹을 팔자가 된다고." "선생님, 나무는 왜 때리세요?" "이 나무가 문제니까. 원인을 찾아서 치료하는 게 교육이다." (138쪽) - "선생님은 안에 무얼 숨기셨죠?" "죄책감" (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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