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다 제주! - 여행작가 최갑수가 직접 먹고 고른 진짜 제주 맛집 79
최갑수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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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437845490


  여행의 반은 음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에 후쿠오카를 여행하면서 먹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맛집을 골라두었다가도 편하게 먹자고 아무 데나 들어갔다가 낭패를 보기도 하고, 꼭 가고 싶은 집을 찾아가 놀라운 맛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제주를 여행했을 때 맛이 좋고 저렴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블로그에 제주 맛집을 치기만 해도 여러 맛집들이 쏟아지겠지만 그 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로 꼽히는 제주에도 얼마나 많은 음식점이 있을까요? 소중한 여행 일정 동안 맛있는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먹을 수 있다면 반은 성공한 거나 다름없을 것입니다.

 

  일본 여행때 느낀 것이지만 섬나라여서 맛있는 해산물이 많고 싱싱했습니다. 제주도 섬이니 해산물이 풍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외로 독특한 요리들도, 이름이 특이한 가게들도 많았습니다. 대륙과 떨어진 곳이라 그곳만의 문화가 형성되었기 때문인가 봅니다.

 

  이 책에는 맛집 외에도 각 지역별로 갈 만한 곳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아직은 제주를 여행할 계획이 없지만 하게 된다면 이 책으로 일정을 짜고, 식당도 고르고 싶습니다. 


  예전에 제주 여행을 하면서 입장료가 저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제주 출신인 분께 여쭤 보니 많은 상업지구가 제주 토박이가 아닌 외부 사람들, 심지어 외국인 소유인 경우가 많아 그렇다고 합니다. 외국만큼이나 여행 비용이 비싸 가기가 꺼려지는 제주가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비용 면(특히 입장료)에서 여러 혜택을 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오히려 더 많은 외국인과 관광객을 맞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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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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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429127535


  이 책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었다이미 지나온 청소년기의 성장소설이라는 것 때문인가 보다도서관에서 다시 만난 책을 뽑아 들었다남자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이 담겨 있었는데 왠지 평범치 않은 이야기였다.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 그냥 학교 잘 나와서 평범하게 어른이 되어 가는 듯 보였는데 사실 청소년기를 지나며 얼마나 많은 갈등과 고민에 빠지는지 겪어 보아서 알 수 있다이 책의 주인공은 굴에서도 살아 보고산사로 출가를 하고전국 방방곡곡을 무전여행하고오징어 배를 타기도 하는 등 보통 사람들이 겪기 어려운 일들을 많이 하고 다닌다하지만 그 내면에서 내가 누구인가 외치는 소리에 대한 고민을 하는 건 누구나 같을 것이다.

 

  생애 최초로 이성과 교제를 시작하고실연도 당하고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살 건지 생각하고그 속에서 좌절도 느끼는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우리는 어떻게 거쳐 오는가이 책의 주인공처럼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지는 않을 것이다아마도 형식적인 틀에 메여 학교에 다니고책만 바라보면서 특별한 고민이라면 입시뿐일지도 모른다자유롭게 내버려 둔다면 오히려 자신의 진로를 잘 선택할 수도 있는데 주변의 간섭이나 고정관념으로 인해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하고 후회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하고극단적인 결정으로 5일 동안 깨지 못하고 있지만 결국 주인공은 베트남으로 파병되어 간다인생을 살다 보면 하고자 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이 있다그걸 뼈저리게 느끼는 시기가 어쩌면 어른이 되어가는 때이기도 하다가정의 보호와 지시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결정하고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하기 때문이다이렇게 중요한 시기를 맞는 우리집 아이들에게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하기 싫고 좋은 것에 대한 분명한 자기 생각을 말하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나만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것은 아마도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하되 그 일에 대한 결과를 이야기해 주고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성장소설이 많지 않았음을 저자의 말에서 지적한다.외국의 <<데미안>>이나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으며 저렇게까지 해야 했을까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그 소설들에 버금가는 이 책에도 만만치 않은 방황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청소년들에게 어떤 파장을 불러올까 생각해 보았다아이들이 이 책을 보면서 무조건 따라하지는 않을 것이다남들도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고좌절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위안을 얻을 수도 있을 것 같다이 책과 같이 어른이 되기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책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그리고 핸드폰에만 빠져 인생의 목표나 의미를 간과하지 않고양서를 읽으며 올바른 선택을 하기를 기대한다.




- 내 인생의 대부분이 이런 충족된 시간들이 아니라 제도를 재생산하는 규율의 시간 속에서 영향 받고 형성된다는 것에 저는 놀랐습니다. 이것이 바로 나의 성장기라니요. 어느 책에 보니까 감옥이나 정신병원은 그러한 기구를 통하여 교정하려고 했던 바로 그런 비정상적인 행동을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십 년 이상이나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있다가 거의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던 정신이상자들이 정상적인 환경에 놓인 지 불과 몇 달 만에 대부분이 완치되었다지요. 자연스럽게 그냥 놓아두는 것의 힘을 여기서 보게 됩니다. (88-89쪽)

- 계곡 아래편에서는 피리 소리 비슷한 희미한 소리가 끊길 듯 이어졌다.
누가 저렇게 처량한 피리를 부는 거야?
내가 중얼거렸더니 준이가 곁에서 졸린 음성으로 말했다.
호랑지빠귀야. 아주 볼품없게 생겼어.
꼭 내 꼴이구나. (123쪽)

- 나는 나중에 베트남에 가서 산과 바다의 아름다운 경치가 얼마나 밋밋하고 의미가 없는지 알게 되었다. 어디에서나 기억은 거기 있는 사람과 함께 남는다. 그녀는 배낭을 메고 다시 안개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1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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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인재로 키우는 예술의 힘 - 아이의 창의력과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예술교육
김태희 지음 / 착한책가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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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426895052


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 (24)

-헤르만 헤세

 

  뒤늦게 시작한 바이올린이 너무 좋아 꾸준히 하다가 학교에 다시 들어가 전공하기도 하고학교에서 아이들을 모아 합주부를 운영하기도 하면서 음악이 내 삶을 어떻게 바꾸고 풍요롭게 했는지 체험했습니다어릴 때부터 방학숙제로 고무줄을 이용한 현악기 만드는 걸 좋아했던 것 때문인지 바이올린에 대한 사랑이 식을 줄 몰라서인지 우연히 배우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후 중단하지 않고 계속 하면서 조금씩이라도 실력이 나아지는 것에 희열을 느끼며 재미있게 배우고 있습니다그래서인지 아이들에게 음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그리고 치유의 효과가 있는지 알리고 싶었습니다작년에 만든 합주부가 올해는 제대로 자리 잡고 1학기 동안 짧고 쉽긴 하지만 다섯 곡을 마스터하면서 실력이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습니다예술교육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기 때문입니다대학 시절 미술을 부전공했지만 이후 손을 놓고 있습니다언젠가 다시 넓은 집으로 가게 되면 이젤을 놓고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하지만 아직은 바이올린이 가장 재미있습니다자신에게 맞는 걸 찾아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우리집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예술교육을 많이 시켰으면 좋았을 걸하는 것입니다다른 어떤 것보다 인내심이나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소중한 도구가 예술임을 다시 한 번 느꼈기 때문입니다지금부터라도 음악회미술관 한 번이라도 더 갈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과다한 욕심을 버리고 아이들이 예술을 정복할 대상이 아닌 평생 즐길 친구임을 알도록 하는 것입니다부모의 강요에 의한 예술교육은 오히려 하지 않은 것만 못할지 모릅니다아이들의 마음에 동기부여가 되어 있다면 굳이 부모가 크게 나서지 않아도 아이들 스스로 예술을 즐기게 됩니다그러기 위해서 가정에서 예술을 사랑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예술을 통해 변화된 성미산 마을이나 성남시 엘시스테마 등 예술을 매개로 놀라운 기적을 일으킨 예는 많습니다지금 미국이나 유럽이 예술 교육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그것 때문일 것입니다비단 나라나 마을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바쁜 세상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음악을 들으며그림을 그리며악기를 연주하며 풀 수 있다면 삶이 얼마나 둥글둥글해질까요물론 그런 걸 통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 빨리 다른 것으로 전환해야겠지요?

 

  모든 것을 스폰지처럼 빨아들이고 인생의 자양분으로 삼아 가는 아이들에게야말로 예술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이를 위해 개인뿐 아니라 학교나 사회그리고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우리 아이들이 자라 예술로 더욱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어가기를 기대합니다.

 


- 아이가 자라서 나가야 할 세상에서 더욱 필요한 것은, 전쟁터 같은 삶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전투 기술이나 생존 전략이 아니라 풍부한 예술경험을 통해 얻는 안정된 정서와 창의적 능력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거라 할 수 있습니다. (23쪽)

- 최근에는 IQ와 EQ에 이어 RQ(Resilient Quotient) 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RQ란 문제 상황이나 좌절, 어려움을 겪을 때 폭력이나 중독, 도피나 자살 등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극복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회복탄력성’을 뜻합니다. 이 회복탄력성을 갖기 위해서는 자신의 좌절된 감정을 인지하고 표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합니다. (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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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k Back 룩백 : 뒤돌아보게 만드는 힘
이민영 지음 / 라이스메이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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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426118920


  당신은 매력적인 사람인가요? 취업난이 심각한 요즘 세상에 면접관을 사로잡을 만큼 매력이 가득한 사람이라면 다른 이들보다 뽑힐 확률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누구나 노력해서 비슷하게 갖춘 실력이라면 당연히 마음이 끌리는 사람을 고를 것입니다.

 

  그럼 매력을 갖춘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이 책에서는 뛰어난 외모나 번뜩이는 지성만을 매력의 필수 요소로 꼽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 작은 관심, 도덕적 판단력 등 사람으로서의 올바른 기본적인 도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착하거나 겸손해서 자신의 색깔을 잃고, 자신의 뜻을 내세우지 않아서는 안 됩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편하고 좋은 것이 있습니다. 그런 성향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네 부류로 나누고 있습니다. 30개의 문항에 대한 답으로 자신이 독재자형, 만담가형, 연구가형, 수도자형인지 테스트 해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은 수가 나온 것이 자신의 성향이라는 것에 근거한다면 필자는 수도자형입니다. 하지만 그 성향이 좀 더 많다는 것이지 독재자형이나 만담가, 연구가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 골고루 조금씩 갖추고 있습니다.

 

  넬슨 만델라나 간디와 같이 함께 있으면 편하지만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서는 지나치리만치 뜻을 굽히지 않는 사람과 비슷하다면 그건 영광이겠습니다. 하지만 평소에는 존재감이 적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기보다는 남들의 의견에 따르기를 좋아한다고 하니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리면 자신의 매력을 돋보이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다 보니 다른 사람들은 어떤 형에 속할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주변분들 중 만담가형이나 연구가형도 있지만 가끔은 독재자형도 있습니다. 독재자형은 리더십이 있어 사람들이 많이 따르는 좋은 점이 있지만 내실이 없고, 도덕적 판단력이 흐리다면 나쁜 길로 가기도 할 것 같습니다. 자신이 어떤 성향인지 알고, 그에 맞는 매력을 찾아내는 건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읽으며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 매력이란, 부분적인 요소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삶 전반에서 배어나는 것이다. 자기 자리에 맞는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살아간다면 이미 생겨난 안 좋은 이미지마저 뒤집어버릴 수 있다. (48-49쪽)

- 지나친 겸손이나 착해야 한다는 강박은 고이 접어두고 자기만의 자랑거리를 찾아 드러내보는 것은 어떨까? 수많은 인간관계로 얽혀 있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매력만 한 무기는 없다. 내세울 게 없다는 핑계는 대지 말자. 악녀마저 매력을 어필하는 세상이 아닌가! (61쪽)

- 백화점처럼 점원이 고객을 부담스럽게 따라다니지 않도록 하는 유니클로의 방침은 젊은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너무 집요한 판매행위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다. 호객을 심하게 하는 식당에 들어가기 싫은 것과 같은 이치다. … 이제는 ‘광고인 듯 광고 아닌’ 광고가 각광받는다. 저돌적이기보다는 우회적인 접근을 사람들은 더 편안하게 여긴다. (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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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5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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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424031590


  책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 동안 논란에 휩싸이기도 하고,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한 <<롤리타>>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포르노 그라피 정도로 취급했던 이 책을 의외로 고상한 사람들이 필독서로 읽고 있음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던 차에 인문학 모임에서 이달의 책으로 선정해 함께 읽어보기로 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소설의 시작에서 존 레이 주니어 박사를 내세워 수기의 형식으로 쓴 험버트의 이 이야기를 공개하면서 그는 ‘정신병자’이고 ‘비정상’임을 주장하면서 자신이 지금부터 할 이야기에 대해 자신을 욕하지 말아 달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만큼이나 주인공의 행적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다. 자신의 딸 벌 되는 나이의 어린 소녀들, 그것도 여성스럽기보다는 중성에 가까운 매력적인 소녀들을 보며 침 흘리는 그의 진술들을 읽으며 누가 ‘잘 했다’고 하겠는가?

 

  유럽에서 온 신사이자 하숙인에게 집 주인은 한없이 친절하다. 나이 많은 남편을 잃고 사춘기의 딸을 가진 그녀에게 소심해 보이는 험버트는 아마도 새로운 남편감으로 여겨졌으리라. 천방지축 딸과 험버트의 묘한 관계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채 딸을 캠프에 보내 놓고 그들은 조용히 결혼을 한다. 험버트가 그녀와 결혼한 이유는 오직 아름다운 소녀 롤리타와 가까이 있고 싶어서였다. 롤리타와의 관계에서 걸림돌로 여겼던 전 집주인이자 아내 샬롯을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 하던 차에 그의 속셈을 알게 된 아내는 얼떨결에 뛰쳐나가다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이제 남은 건 오직 아빠와 딸이 되어버린 그들뿐이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그들의 애정행각은 역겨움 자체였다. 돌로레스(롤리타)에 대한 집착, 그의 집착에 대한 부담감으로 그들의 관계는 삐걱대기 시작하고, 급기야 험버트는 누군가 따라 다닌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들에게 밝은 미래가 있을까?

 

  어린 연인을 ‘롤리타’라고 부르며 과도한 사랑을 퍼부은 중년 남성을 정상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죄책감을 예술혼으로 덮으려 한다. 소수의 성적 취향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까? 책을 읽는 동안 계속 그 생각을 했다. 소녀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빼앗고 상처를 준 험버트의 행위는 박수 받을 일은 아님이 확실하다. 아마도 사춘기 자녀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이라 더 화가 났는지도 모른다. 읽는 내내 어떻게 험버트를 벌줄까 하는 궁리를 했으니 말이다.

 

  이 책을 통해 교훈을 주려고 했다는 책 시작 부분의 존 레이 주니어 박사의 변명과는 다르게 작가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소설을 통해 교훈을 주려는 마음이 없음을 ‘저자의 글’에서 밝히고 있다. 오직 소설은 예술이라는 생각을 가진 그는 러시아 출신임에도 외국어였던 영어를 정말 맛깔나게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두꺼운 책을 완성했다. 각운과 신조어 만드는 기법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교훈을 찾는다. 자신의 성적 취향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비정상적인 행위의 결말이 행복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썼느냐는 물음에 마술 설명을 위한 또 다른 마술을 들먹이며 자신의 의도를 교묘히 감춘 작가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한 것이 과연 무엇일지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 섣불리 이들을 흉내내고자 하는 사람이 없기만을 바란다.


- 결혼식만 끝나면 적당한 때를 노려 부리나케 그녀를 데려오리라. 시인이라면 ‘무덤에 바친 오렌지꽃(신부를 상징)이 미처 시들기 전에’라고 표현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시인이 아니다. 대단히 성실한 기록자일 뿐이다. (119쪽)

- 유타 주의 포플러 셰이드라는 모텔에서는 그녀가 뜬금없이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답답한 모텔 방을 전전하며 더러운 짓을 해야 하느냐,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아갈 수는 없느냐고 따지는 바람에 싸웠다. (253쪽)

- 그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너처럼 바람난 계집애들은 모든 것을, 모든 것을 잊어버리지만 나처럼 늙은 연인들은 너희의 님펫 시절을 한순간도 잊지 않고 소중히 간직한단다. (354쪽)

- 나의 개인적 비극은, 물론 남들의 관심사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되겠지만, 내가 타고난 모국어, 즉 자유롭고 풍요로우며 한없이 다루기 편한 러시아어를 포기하고 내게는 두 번째 언어에 불과한 영어로 갈아타야 했다는 사실이다. - 작가의 말 중 (5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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