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429127535


  이 책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었다이미 지나온 청소년기의 성장소설이라는 것 때문인가 보다도서관에서 다시 만난 책을 뽑아 들었다남자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이 담겨 있었는데 왠지 평범치 않은 이야기였다.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 그냥 학교 잘 나와서 평범하게 어른이 되어 가는 듯 보였는데 사실 청소년기를 지나며 얼마나 많은 갈등과 고민에 빠지는지 겪어 보아서 알 수 있다이 책의 주인공은 굴에서도 살아 보고산사로 출가를 하고전국 방방곡곡을 무전여행하고오징어 배를 타기도 하는 등 보통 사람들이 겪기 어려운 일들을 많이 하고 다닌다하지만 그 내면에서 내가 누구인가 외치는 소리에 대한 고민을 하는 건 누구나 같을 것이다.

 

  생애 최초로 이성과 교제를 시작하고실연도 당하고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살 건지 생각하고그 속에서 좌절도 느끼는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우리는 어떻게 거쳐 오는가이 책의 주인공처럼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지는 않을 것이다아마도 형식적인 틀에 메여 학교에 다니고책만 바라보면서 특별한 고민이라면 입시뿐일지도 모른다자유롭게 내버려 둔다면 오히려 자신의 진로를 잘 선택할 수도 있는데 주변의 간섭이나 고정관념으로 인해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하고 후회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하고극단적인 결정으로 5일 동안 깨지 못하고 있지만 결국 주인공은 베트남으로 파병되어 간다인생을 살다 보면 하고자 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이 있다그걸 뼈저리게 느끼는 시기가 어쩌면 어른이 되어가는 때이기도 하다가정의 보호와 지시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결정하고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하기 때문이다이렇게 중요한 시기를 맞는 우리집 아이들에게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하기 싫고 좋은 것에 대한 분명한 자기 생각을 말하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나만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것은 아마도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하되 그 일에 대한 결과를 이야기해 주고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성장소설이 많지 않았음을 저자의 말에서 지적한다.외국의 <<데미안>>이나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으며 저렇게까지 해야 했을까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그 소설들에 버금가는 이 책에도 만만치 않은 방황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청소년들에게 어떤 파장을 불러올까 생각해 보았다아이들이 이 책을 보면서 무조건 따라하지는 않을 것이다남들도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고좌절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위안을 얻을 수도 있을 것 같다이 책과 같이 어른이 되기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책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그리고 핸드폰에만 빠져 인생의 목표나 의미를 간과하지 않고양서를 읽으며 올바른 선택을 하기를 기대한다.




- 내 인생의 대부분이 이런 충족된 시간들이 아니라 제도를 재생산하는 규율의 시간 속에서 영향 받고 형성된다는 것에 저는 놀랐습니다. 이것이 바로 나의 성장기라니요. 어느 책에 보니까 감옥이나 정신병원은 그러한 기구를 통하여 교정하려고 했던 바로 그런 비정상적인 행동을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십 년 이상이나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있다가 거의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던 정신이상자들이 정상적인 환경에 놓인 지 불과 몇 달 만에 대부분이 완치되었다지요. 자연스럽게 그냥 놓아두는 것의 힘을 여기서 보게 됩니다. (88-89쪽)

- 계곡 아래편에서는 피리 소리 비슷한 희미한 소리가 끊길 듯 이어졌다.
누가 저렇게 처량한 피리를 부는 거야?
내가 중얼거렸더니 준이가 곁에서 졸린 음성으로 말했다.
호랑지빠귀야. 아주 볼품없게 생겼어.
꼭 내 꼴이구나. (123쪽)

- 나는 나중에 베트남에 가서 산과 바다의 아름다운 경치가 얼마나 밋밋하고 의미가 없는지 알게 되었다. 어디에서나 기억은 거기 있는 사람과 함께 남는다. 그녀는 배낭을 메고 다시 안개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1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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