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의 신기한 카페로 오세요
맥스 루케이도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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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절망도 느끼지만 시간이 지난 후 그런 아픈 일들에 대해 웃으며 이야기할 때가 있다.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신앙이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합력해 선을 이루셨다.'고 말하기도 한다. 나에게도 그런 일들이 있었다. 당시에는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오히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첼시도 어린 시절 겪은 사고와 아버지와의 불화, 우여곡절 끝에 이룬 결혼 생활 중 남편의 외도 등 아픈 기억들을 안고 고향 마을로 돌아와 카페를 물려받아 운영하게 된다. 앞날 창창한 카페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세금을 잔뜩 내야 하는 데다 손님은 없는 애물단지였다. 절망 속에 처분했어야 하지만 그녀에게는 부양해야 할 사랑하는 아들과 딸이 있었다. 일을 그만둔 직원을 대신해 새로운 사람을 뽑고, 카페가 나아갈 방향을 잡고 있을 때 누군가가 설치해 준 라우터로 신비한 블로그와 연결되는 경험을 하는 손님들.. 첼시에게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우리가 기도를 할 때 어떤 때는 막연히 정말 하나님이 듣고 계실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기도하고 기다려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순간에도 늘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호천사와 직통 연락 통로를 보면서 독자들이 혹시나 과거 무당을 찾았던 기복적 신앙 비슷한 것으로 오해할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우화로 받아들이기를.. 사람들이 하나님께 묻고 대답을 듣는 일이 사실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처럼 간단하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하나님은 그렇게 일하지 않으신다. 어떤 때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통해서, 어떤 때는 우리 마음 속에 작은 울림으로 응답하신다. 그런 음성에 민감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늘 그분께 채널을 고정하고 있어야 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잔잔하지만 마지막은 동네 사람들과 교회가 동참하여 멋진 결말로 이어진다. 내게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 아니면 오히려 지루할 정도로 평안한 일상에 늘 감사해야겠다. 지금도 내 곁에서 지켜 주시고 늘 함께 하시는 그분께.

 

- 난 더 나은 마누라를 원했고, 마누라는 더 나은 남편을 원했지. 그러나 하나님은 그보다도 훨씬 더 나은 것을 우리한테 주셨어. 그분 자신을 주셨다고. (179쪽)




- 기도란 것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나님께 부탁하는 게 아니라, 합당한 일을 해주십사고 하나님한테 요청하는 겁니다. (222쪽)




- 첼시의 가장 암울했던 추억조차 모두 하늘나라의 존재에 의해서 밝혀졌다. 장애물은 깨졌다. 추억의 단단하고 고통스러웠던 표면을 벗기고 들어가니 치유의 진실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하나님은 단 한 번도 그녀를 떠난 적이 없었던 것이다. 단 한 순간도. (3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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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탈 한국만화걸작선
허영만 지음 / 거북이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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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441199015 

 

  몇 년 전 배우 주원을 스타로 만들어 준 ‘각시탈’이라는 드라마를 열심히 보았던 기억이 있다. 수많은 일본 경찰과 친일파들을 상대로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주었던 용감한 이강토. 만화가 원작이라는 말을 듣기만 했었는데 파주 출판단지 안에 있는 '지혜의 숲'에 왔다가 허영만 만화가의 만화 <<각시탈>>을 발견해 읽을 수 있었다. 만화에 대한 편견을 깨뜨렸던 <<토지>> 때문일까? 비슷한 시기의 이야기를 그린 각시탈도 낯설지 않았다.

   드라마와 기본적인 컨셉은 비슷했다. 친일파인 자신이 각시탈을 쫓다가 자신의 형을 죽이는 것이 드라마와 같다. 이후 자신이 각시탈을 쓰고 다니며 일본 경찰과 헌병을 혼내주는 장면들이 계속 나오기도 한다. 만화에서 친구였다가 헌병으로 등장하는 '사까다'는 드라마에서 '기무라 슌지'라는 인물로, 각시탈과 한 판 대결을 벌이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여자 주인공 '오목단'을 비롯한 많은 인물들이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허영만 만화가가 데뷔 한 후 네 번째 작품인 각시탈이 만약 성공하지 않았으면 <<식객>>을 비롯해 더 이상 이 만화가의 작품들을 보지 못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작품의 성공으로 그는 유명세를 누리며 일약 스타 만화가가 되었다. 우리 민족에게 공통으로 심겨 있는 조국애를 우울하지만 않도록 코믹하게 그려진 것을 보고 이 책이 인기를 누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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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토지 1~17 세트 - 전17권 (컬러판) - 박경리 원작
박경리 원작, 오세영.박명운 그림 / 마로니에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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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438842206


  몇 년 전 토지 드라마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서희가 유명하다는 것만 알았지제대로 드라마를 본 적이 없었다도서관에 꽂힌 원작 소설도 읽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10권이라 시도를 못 해 보고 있었다.그러던 차에 만화 토지 전권을 보내 주신다는 마로니에 북스의 메일을 받고 기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비싼 책을 무료로 보내주신다니 꼼꼼히 잘 읽고 리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수많은 인물들이 얽히고설킨 이야기 구성이 복잡하기도 하지만 그 마을에 함께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도록 생생했다서희가 주인공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오히려 어린 시절의 서희 이야기인 1(1-7)에 서희의 비중은 미미하다.

 

  이야기는 먼저 서희 할머니의 대궐 같은 집 안에 사는 사람들과 마을 사람들로 나뉘어 진행된다마님의 과거에 얽힌 사연과 마을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끈끈하게 연결되어 사람들 간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가 진행되어 나간다철저한 신분 제도 때문에 결혼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마음에 없는 결혼을 해 불행하게 사는 이용은 끊임없이 여자들 때문에 갈등을 겪기도 한다평화롭던 마을에 마을 전체에 전염병이 돌아 몇 명의 사람들이 죽어 나가기도 하고서울에서 온 먼 친척 조준구 때문에 서희네 집안은 몰락하기까지 한다.

 

  일제 강점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동학운동과 일제 강점 초기를 보내는 하동의 작은 마을만석꾼이었던 최씨 일가의 몰락고아처럼 남겨진 서희의 고난마을 사람들 간의 다툼동학과 독립운동의 시초가장 우여곡절 많았던 그 시기를 생생하게 담아낸 만화 토지를 읽으며 소설 토지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8권부터는 그림의 스타일이 달라진다.방대한 양이라 한 명의 만화가가 모두 그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다개인적으로 1(1-7)의 그림과 글이 뒤편보다 재미있었다.

 

  어린 시절 늘 들었던 증조할머니의 말씨 같은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계속 읽는 동안 할머니 생각도 많이 났다토지의 배경이 되었던 곳에 기념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언제 기회가 되면 그 곳에도 가보고 싶다수없이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산발적으로 등장하며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이 만화를 읽으며 다음 편이 궁금한 마음에 손에서 놓기가 어려웠다고등학교 교과서에 몇 장이 실려 있다는 이야기를 아들에게 들었다아들도 1부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중간에 19금인 장면이 가끔 있는 것이 조금 걸렸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 중 무조건 나쁘기만 한 사람도무조건 착하기만 한 사람도 있지만 때에 따라 변해 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나온다.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의 욕심질투동정 등의 감정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 공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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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창비시선 237
김태정 지음 / 창비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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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 가는 버스에서 만난 시집, 시인의 고독과 가난이 뚝뚝 떨어지는 안쓰러운 마음 가득한 시집이다. 그가 쓴 슬픈 시처럼, 많지 않은 나이에 지병으로 저 세상으로 가셨다. 따스한 방에서 다리 뻗고 자 봤을까, 이 시인은……

 

  호마이카 식탁에서 시를 쓰고, 소박한 밥을 먹고, 고뇌하던 그녀의 작고 소중한 작업실. 시상이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쥐어뜯다가도 마감 일이 다가오면 술술 풀려나오는 시어들을 엮으며 상쾌한 비명을 지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고 있을 것 같은 그 식탁을 이제는 버려야 할 것 같다고 한 이유가 무엇일까? 밥벌이 수단으로 사용하는 286 컴퓨터에 얽힌 사연은 귀엽고도 애처롭다. 왜 시인은 가난하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생활고에 시달리며 부업으로 연명하면서도 시를 놓지 못했던 시인의 삶.

 

  처음에 시인이 남자인 줄 알았다.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보다는 고군분투하는 삶의 전쟁을 감정을 절제하여 표현한 문장들 때문이다. 그러다 ‘언니’라는 단어가 나오는 걸 보고 여자라는 걸 알았다. 김태정 시인을 검색하니 환하게 웃는 사진이 나왔다. 암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녀의 삶이 애달프다. 그 사실을 알고 다시 시를 읽으니 처음 읽을 때는 또 다른 느낌이다.



- 멸치 (76쪽)
네 뼈로 내 뼈를 세우리
네 살로 내 살을 보태리
네 몸을 이루는 바다로
삶의 부력을 완성하리
은빛 비늘의 눈부심으로
무디어진 내 눈물을 벼리리
어느날 문득 육지를 보아버린
네 그리움으로
메마른 서정을 적시리

그리하여 어느 궁핍한 저녁
한소끔 들끓어오르는 국냄비
생의 한때 격정이 지나
꽃잎처럼 여려지는 그 살과 뼈는
고즈넉한 비린내로 한세상이 가득하여,

두 손 모아 네 몸엣것을 받으리
뼈라고 할 것도 없는 그 뼈와
살이라고 할 것도 없는 그 살과
차마 내지르지 못하여 삼켜버린 비명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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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 창비시선 385
문인수 지음 / 창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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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433284864


  창비 시선집이 좋다. 내가 익히 들어보지도 못한 시인들의 마음이 담긴 385편의 시집을 하나씩 읽으면 각 시인마다 지닌 정서가 얼마나 서로 다른지 알 수 있다. 바로 앞번에 읽었던 김태정 시인의 시집은 애처롭고 안타깝기만 했다면 문인수 시인은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개구쟁이 같은 장난기가 느껴진다.

 

  전주에서 올라오는 기차에서 곱씹어 읽으며 시를 읽는 재미에 빠졌다. 풍성한 말놀음에 세상을 오래 산 이의 허허로운 삶의 자세가 느껴져 좋았다. 먼저 보낸 친구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있지만 혼자 버스를 타고 아무 곳이나 내려 여행하는 객기도 지니고 있다.

 

  쓸쓸히 교정을 지키는 폐교의 나무를 보고도 시를 쓰고, 폭탄 맞은 레바논 아이에 대해서도 시를 짓는다. 시인은 세상을 보는 스펙트럼이 촘촘한가보다. 삶이 아무리 고달파도 자조적인 마음으로 시를 쓰는 사람은 마음이 부자다. 나이가 들수록 움켜잡기보다는 내려놓을 줄 알고, 아픔도 시로 녹여내어 허허 웃을 줄 아는 여유를 갖고 싶다.



- 죽도시장 비린내 (16-17쪽)
이곳은 참 복잡하다.
시장 입구에서부터 물씬, 낯설다.

포항 죽도공동어시장 고기들은 살았거나 죽었거나 아직 싱싱하다. 붉은 고무 다라이에 들어 우왕좌왕 설치는 놈들은 활어라 부르고, 좌판 위에 차곡차곡 진열된 놈들은 생선이라 부르고……

죽도시장엔 사람 반, 고기 반으로 붐빈다. ‘어류’와 ‘인류’가 한데 몰려 쉴 새 없이 소란소란 바쁜데, 후각을 자극하는 이 파장이 참 좋다.

사람들도 그 누구나 죽은 이들을 닮았으리.

아무튼 나는 죽도시장에만 오면 마음이 놓인다. 이것저것 속상할 틈도 없이 나도 금세 왁자지껄 섞인다.

여긴 비린내 아닌 시간이 없어,
그것이 참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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