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이스트
스티브 로페즈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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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79374744

 

  영화를 보며 나다니엘의 독특한 삶에 매료되었다. 스티브의 헌신과 열정에도 물론 감명 받았다. 그래서 원작을 만나고 싶었다. 저널리스트가 쓴 나다나엘의 인생 이야기. 위인이 아닌, 아무도 돌아보지 않을 만큼 버려진 그의 인생을 다시 한 번 뜨겁게 조명해 준 놀라운 작품이다. 영화보다 훨씬 구체적인 상황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줄리아드 장학생이었던 그는 원인 모를 정신적 질병을 앓게 되고, 완전히 다른 삶에 뛰어들게 된다. 줄리아드의 버티기 힘든 경쟁적 구조이거나 심성이 약해 심한 압박감을 견디지 못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백인들로 가득한 곳에서 버티기 어려울 만큼 정신적으로 약해졌을 수도 있다.

 

  거리의 노숙자로 살아온 기나긴 나다니엘의 삶에 하나의 희망으로 끼어든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칼럼거리에 목마른 스티브였다. 칼럼 한두 개 건지고자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한 스티브는 나다나엘의 삶에 점점 매료되어 보호자가 아닌 보하자 역할을 자처하게 된다. 칼럼을 읽고 쏟아지는 지원으로 새 악기들과 아파트를 갖게 되지만 그가 가진 유일한 재산인 쇼핑카트와 길거리 생활의 자유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그를 버티게 해준 것은 오직 음악에 대한 열정이다. 스티브는 레슨을 빌미로 정책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지만 그의 조바심과 상관없이 나다니엘은 서서히 변화되기 시작한다.

 

  읽을수록 빠져드는 두 사람의 우정. 정신질병을 앓는 사람을 서슴없이 친구로 대하고 세상에 소개하는 스티브의 용기와 헌신, 그리고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암울한 노숙자 생활에서 음악으로 버틴 나다니엘의 미래도 응원하고 싶다. 예의바르고 음악에 박식하지만 작은 불의에도 불같이 화를 내며 돌변하는 나다니엘이 앞으로도 행복하기를 바란다. 이 칼럼과 책을 통해 마약과 범죄가 난무하는 무질서한 거리들이 바뀌기를 기대해 본다.

 

- 휠캡을 방패 삼고 바이올린 활을 칼처럼 든 채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쓰러져 있는 동안 엄격한 도덕적 규칙과 예술적 규약을 고수하고 있는 나다니엘은 돈키호테 같아 보였다. 그리고 나는 자신의 연약함을 의식하지 못하는 돈키호테의 명예를 보호하는 판초같이 느껴졌다. (200-201쪽)

- 나다니엘은 음악적 천재일지도 몰라요. 솔직히 그만한 소질이 있는 사람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정말 놀라운 것은 근래에 어떤 훈련도 받지 않은 사람이 이렇게 연주를 잘한다는 거죠. (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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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다시 한 번 - 부부가 함께 배우는 잠언사랑법
신언혁 지음, 안소영 그림 / 지식과감성#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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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79358132

 

  부부가 되면 연애할 때보다 사랑이 식을까, 아니면 더 커질까? 부족한 사람들이 만나 그 부족함을 서로 목격하고, 덮어줄 수 있는 것이 부부가 아닐까? 일말의 재능을 찾아내어 서로 격려해 빛나게 하는 것, 아마도 이상적인 부부 상일 것이다.

 

  결혼생활은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완벽한 집에서 준비된 음식을 즐기는 우아한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매일 청소하고, 설거지 하고, 육아의 노고를 나누는 것이므로 달콤할 수만은 없는 삶이다. 혼자 있을 때는 느낄 수 없는 듬직함과 만족이 있기에 그런 것들을 견딜 수 있다. 요즘은 부부가 되기를 원치 않는 사람도, 아이 없이 사는 부부도 많다. 모든 것은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고, 그에 대한 결과도 본인의 몫이겠지만 결혼을 선택했다면 아름다운 결혼생활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가 부부 사이에 지켜야 할 일들을 몰라서 잘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알지만 실천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상대를 바꾸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가족으로 살면서도 아이들이나 남편을 내 뜻대로 바꾼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때때로 오히려 내가 기준으로 삼았던 모습과는 다르지만 훨씬 멋지게 변해가는 것도 또한 느낀다. 그래서 집착을 버리고 신께 모든 것을 맡기라는 말이 나오나보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어렸을 대, 또는 남편에게 해야 할 일들을 게으르게 하며 방관만 하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내가 책임을 다했을 때 훗날 할 말이 있을 테니까.

 

  이 책을 읽으며 나의 결혼생활을 돌아보았다. 내 작은 재능을 살리고자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가족들에게 소홀했을 텐데도 늘 지지해주는 남편과 아이들이 눈물 나도록 고맙다. 오늘은 꼭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다.

 

- 콤플렉스가 무엇인가? 사람은 누구나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콤플렉스를 다 가지고 있다. 우리가 어릴 적에 부모로부터 의존 욕구가 억압당할 때, 아이가 착한아이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 내면의 욕구를 억압하게 된다. 이런 것 때문에 콤플렉스가 생기는 것이다. 이런 콤플렉스가 해결되지 못한 채로 성장하면 착한 여자나 착한 남자가 된다. 하인즈 피터 로어는 원제 ‘의존에서 벗어나는 방법’에서 ‘착한 딸 콤플렉스’가 의존성 인격장애를 가져온다고 말하고 있다. 의존성 인격 장애를 가진 사람은 자신감이 없고 타인에게 매우 의존적이다. 공감능력이 뛰어나며 죄책감을 잘 느끼는가 하면 인간관계에서 자기를 희생하며 모욕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한테든지 순종이나 맹종을 하면서 관계가 틀어질까 봐 각별한 신경을 쓴다. (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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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4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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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76459260

 

 여성이 만들어낸 괴물 이야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괴물 프랑켄슈타인은 푸른 피부에 얼굴을 꿰매고 몸집이 거대하면서도 어눌하고, 바보 같은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원작에는 이름 없고, 스스로 글을 터득한 지성을 갖춘 괴물로 나옵니다. 원작에서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의 이름이 아니고 괴물을 만든 사람의 이름입니다. 미국에서 만든 영화 이후 원작과는 다른 이미지로 굳어진 것입니다.

 

  연구를 통해 죽은 생명체가 다시 생명을 갖게 된다는 것은 사실 믿을 수 없는 발상이긴 합니다. 당시에 붐이 일었던 자연과학 발달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이런 글을 썼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탄생을 저주하는 괴물,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지만 외모 때문에 그럴 수 없는 자신을 비관한 나머지 살인을 저지르고, 프랑켄슈타인에게 동반자를 만들어 내라고 요구하는 안쓰러우면서도 무시무시한 괴물. 그런 괴물을 만들었다는 자책감과 가족의 생명을 앗아간 것에 대한 분노로 괴물을 쫓는 프랑켄슈타인. 이 둘의 이야기를 누이에게 편지로 전하는 월턴. 이들의 이야기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로 파고듭니다.

 

  당시에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낸 작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규 교육을 받지 않고도, 책을 읽으며 스스로 터득했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이 책 내용 중에 얼핏 등장하기도 합니다. 우스꽝스러운 괴물인 줄로만 알았던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에게 동정심이 생기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그를 만났던 사람들이 따스하게 대해 주었더라면 나쁜 짓을 서슴없이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 같은 안타까움 때문인가 봅니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자신의 탄생을 한탄하는 괴물 아닌 괴물들이 살고 있을지 모릅니다.누구에게든 따스한 마음으로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 내가 인간 세계를 영원히 떠나 무해한 삶을 보낼 것인지, 아니면 인간들을 응징하고 당신을 순식간에 파멸시킬 악마가 될 것인지는, 모두 당신에게 달려 있다. (135쪽)

- 신은 연민을 갖고 자신을 본떠 인간을 아름답고 매혹적으로 창조했다. 그러나 내 모습은 당신의 더러운 투영이고, 닮았기 때문에 더욱 끔찍스럽다. (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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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새벽 세시
오지은 지음 / 이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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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이석원님의 솔직한 글이 좋아 그의 책들을 몇 권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와 비슷한 느낌의 책을 발견했습니다. 이석원님을 선배로 소개하는 저자는 인디가수입니다. 음악을 만들고 글을 쓴다는 것 뿐 아니라 약간은 소심하고, 감성적이며, 예민한 것도 닮아 있습니다.

 

  하루키의 책이 좋아 원어로 읽고 싶어 일본어를 배우고 일본에서 유학을 한 그녀는 일본을 다시 찾는 여행을 합니다. 세월이 흐른 후 다시 읽는 20대 때 읽었던 책들은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게 합니다. 생일을 강원도 외딴 곳에서 혼자 기념하기도 하고, 정신과 상담을 받기도 하는 등 약간은 엉뚱한 면도 지니고 있습니다.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긴 머리를 일본의 한 샵에서 싹둑 자르기도 하고, 추억의 음식점을 찾아가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런 사소하면서도 재미난 일상을 묶은 이 책에는 저자의 소박한 귀여움이 묻어 있습니다.

 

  새벽 세 시가 익숙하다는 그녀는 잠을 못 이루는 밤이 많은가봅니다.우리나라에 불면을 호소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고 하니 안타깝기도 합니다. 어차피 못 이룰 잠이면 그 시간에 저자처럼 글을 쓰는 것도 멋질 것 같습니다.

 

- 절름발이 ( 67쪽)
씩씩한 걸음걸이는 이미 사라졌는데
노련한 걸음걸이는 아직 배우지 못했네.

- 겁쟁이 (74쪽)
드디어 싸리눈을 보았네.
지금 금각사가 정말 아름답겠지만
용기가 없는 나는 상상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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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을 살아보니
김형석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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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74822419

 

  내가 좋아하는 책 중에 박목월님의 <<밤에 쓰는 인생론>>이 있습니다.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배우고 익힌 지혜와 지식이 녹아 있는 책입니다.그 책을 통해 그분이 삶을 사는 모습을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 책에서도 그 책에 버금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한 세기를 살아오신 분은 역사적 사건들을 많이도 겪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얻은 경험과 지혜는 책이나 역사 공부로는 가질 수 없는 놀라운 것입니. 물론 오래 사신 분들이 모두 그렇지는 않을지 모릅니다. 고향을 등 뒤로 하고 살아남기 위해 남한으로 내려온 그는 미국으로 가서 공부를 하고 대학 교수가 됩니다. 그 후로 오랜 시간 한 학교에서 교수 생활을 하고, 이후로도 관계를 계속 맺고 있다는 것이 대단합니다. 권력을 바라지도, 인기를 바라지도 않고 묵묵히 다른 사람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살아온 평생, 보다 나은 자신이 되고자 끊임없이 노력한 그에게 노년기는 아직 찾아오지 않았는지 모릅니다. 몸은 나이가 들었을지 모르지만 꿈이 있는 사람은 쉽게 늙지 않는 모양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아직 참 젊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을 떠올리면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것입니다. 30대에도 이미 늦었다고 포기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50에 새롭게 배움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누가 더 정신적으로 젊게 사는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나이 들수록 주의할 것은 욕심을 버리는 것입니다. 철학자는 권력에 대한 욕심, 재물에 대한 욕심이 사람을 추하게 만들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젊은 시절부터 읽어온 간디나 슈바이처의 자서전, 그리고 기독교적 배경으로 인한 감사 생활이 어쩌면 그가 일생을 욕심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했던 정신적 원동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 책을 읽으니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더 용기 있게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많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 모든 학교 교육은 입학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 전락했다. 교육은 지식 전달로 끝나는 성적 올리기의 방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좋은 학생을 키운다는 것은 낮은 위치에 있는 학생을 높은 위치로 올려주도록 돕는 것이다. 우수한 학생을 평범한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108쪽)

- 버스를 타고 내릴 때는 기사에게 인사말을 한다. "고맙습니다"라든지 어떤 때는 "수고하십니다"라는 인사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는 것이 습관이 되면 전연 어색하지도 않고 부담이 되지도 않는다. 나는 그러는 동안에 그분들이 맡은 직업의 소중함을 깨달아주길 바란다. 자기 직업이 천박하지만 할 수 없이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만큼 불행한 일은 없다. (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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