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너의 꿈에 오답은 없다 - 시가 묻고 에세이가 답하다
이하 지음, 고부기 그림 / 문예춘추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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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창기 혁신학교의 선봉이라고 할 수 있는 남한산 초등학교 출신의 한 학생이 일반 학교 출신의 친구들로부터 꿈이 없음을 발견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우리 10대들은 정말 꿈이 없을까? 어떤 꿈을 꾸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을까?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있을까? 아니면 그 꿈 꿀 기회마저 학원이나 디지털 기기에 뺏기고 있을까?

 

  돈키호테에 나오는 명언을 각 장의 제목으로 삼은 아이디어 넘치는 이 책을 읽다 보니 중학생 시절 예쁜 수첩에 여러 작가들의 시를 끼적이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지금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당시의 시들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 중 어느 한 부분이 되었음을 확신한다.

 

  때로 감성을 두드리는 시 한 편이 사람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정말 큰 것 같다. 짝사랑의 설렘도, 외로움의 조각들도 시를 통해 마음에 새기고, 극복해 나갈 힘을 얻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인터넷도 없고, 도서관도 거의 없던 시절에 그 시들을 어디서 베껴 적었는지... 서점에서 문제집 사면서 받은 책갈피에 예쁜 그림과 함께 적혀 있던 시도 적고, 친구들 수첩에 적힌 것도 따라 적은 것 같다. 이 책에 나온 시들 중 여러 편이 이미 그 때 쓰고, 읽고, 외던 시들이라 너무 반갑기도 하고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들이 떠올라 잠깐 동안 미소를 머금기도 했다.

 

  지금의 10대, 학업에의 스트레스와 디지털 기기에 멍든 이 아이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시애’의 기회를 주고 싶다. 이 책을 통해 막힌 정서가 뚫리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룰 수 없는 꿈도 꾸었던 돈키호테처럼 청소년들의 마음에 아름다운 꿈의 샘물이 퐁퐁 솟아오르기를 기대한다.

--- 본문 내용 --- 

 

- 시는 자잘한 일상의 시공간대에서 자신을 섬처럼 떼어 내어 무엇인가를 골똘하게 들여다보는 눈을 갖게 해 줍니다. 어떤 대상을 그 누구보다 오래, 그리고 지극하게 바라보면 어느 순간, 놀랍게도 그 대상이 자기 자신을 보여 주기 마련이지요.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지를 자기 자신이라고 한다면, 시 읽는 일이야말로 최고의 여행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손택수 시인의 추천의 글)

 

-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43쪽)

 

‣ 자, 이제 택할 때예요. 담쟁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누군가처럼 벽 앞에서 굳을지, 아니면 “담쟁이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 최초의 “담쟁이 잎 하나”가 될지. 잊지 마세요. 지금 여러분은 앉은뱅이 꽃이 아닌, 담쟁이라는 것을요. (46쪽)

 

- 시는 이렇듯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하고, 그로 인해 지금, 여기의 삶을 긍정하게 해요. 우리는 종종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말을 합니다.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그저 잠시 멈춰 서는 게 아닐까요. 가속페달을 밟는 게 아니라 캔 커피라도 하나 마시면서 시 한 편 읽을 수 있는 여유, 그것이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큰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요. (94쪽)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기 말라,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옴을 믿으라.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오늘은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한 순간에 지나가는 것,

지나간 것은 또다시 그리워지는 것을. (141쪽)

 

‣ 푸시킨은 사랑하는 아내를 지키고자 연적과 결투를 하다가 38살의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아요. 그래서 그 짧은 삶이 더 아쉽고, 슬프고, 또 아름답게 칭송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45쪽)

 

- 어떤가요? 오늘 가만히 나만의 장례식을 열어 보는 것은? 여기, 흰 머리의 내가 누워 있습니다. 눈을 감은 내 표정은 편안해 보이나요?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그리고 어떤 삶을 살았나요? 어떤 업적을 남겼고, 또 어떤 사랑을 나누어 주었나요? 또 주변에는 어떤 사람들이 울고 있나요? 누가, 왜 슬퍼하고 있나요?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요? 그리고, 묘비명에는 어떤 문구가 적혀 있나요? (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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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나 좀 구해줘 -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꼭 알아야 할 51가지 심리 법칙
폴커 키츠 & 마누엘 투쉬 지음, 김희상 옮김 / 갤리온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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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심리를 알아야 서로 소통할 수 있다.' 과연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을 보고 그의 심리를 알게 된다면 관계를 더 잘 가질 수 있을까?

 

  우리는 흔히 상황 파악을 못하거나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을 눈치 없다고 한다. 이 책에는 적어도 눈치 없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심리학 이론들이 등장한다. 여러 실제 상황을 통해 소개하고 있어서 딱딱할 수 있는 심리학 이론을 재미있게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사람이 왜 그랬을까?’ 하던 의문이 ‘그래서 그랬구나.’하며 풀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이론과 방법도 실제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수학 공식처럼 들어맞는 경우는 별로 없다. 모든 일에는 변수가 있는 법이니 이 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이런 것도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한번쯤 떠올릴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 본문 내용 ---
 

- 도식을 활성화하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점화 효과Priming Effect'라고 하는데, 먼저 제시된 단어가 뒤에 제시된 단어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말한다. (35쪽)

- 심리학의 '사회적 상승 비교' 는 우리가 아무리 아름답고 좋은 것을 가졌다 할지라도 "아니, 저 사람이 나보다 더 가졌잖아!" 라며 비교하는 순간 불행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40쪽)

- 사람들은 자신이 뭔가를 잘못하고 있다고 느끼더라도 스스로를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지금까지 거기에 들인 시간이나 돈을 헛된 것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행동을 계속 밀고 나가는 것이다. (49쪽)
 
- 자기중심주의의 반대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함께 나누는 '공감Empathy'이다. 사랑이 실패로 끝나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공감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모든 것을 자신의 관점과 입장에서만 바라보려는 경향이 있어서 상대방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다. 그러나 나와 마찬가지로 상배당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기 입장만 고집하다 결국 사사건건 상대방과 부딪치게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울부짖는다. "정말 나를 사랑하기는 하는 거야?" (54쪽)
 
- 한 실험에서 학생들을 무작위로 골라 그룹을 만든 다음 그들에게 "너희가 최고다"라고 말해 주었다. 그러자 학기가 끝날 때쯤 그 학생들의 지능 지수는 실제로 몰라보게 향상되었다. 반면 아무런 말을 해 주지 않는 그룹에서는 그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 효과를 처음으로 밝혀낸 사람은 하버드 대 사회심리학과 교수인 로젠탈Rovert Rosenthal인데 그의 이름을 따 '로젠탈 효과Rosenthal Effect'라고 불린다. 이처럼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이 바로 '자기 충족적 예언'이다. 주위의 예언이나 기대가 나에게 영향을 미쳐 결국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81쪽)
 

- 처벌해야 할 때는 제대로 하라. 보상은 될 수 있으면 아끼되 처벌은 일관되게 하라. ... 잘못한 상황에서 눈감고 넘어가는 일이 없어야 보상도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게 된다. ... 학습 심리학은 처벌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찔끔거리는 매질은 항상 당근을 주는 것만큼이나 비효율적인 교육법이다. 혼낼 때는 제대로 혼내야 한다. (166-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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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 지상의 아름다움과 삶의 경이로움에 대하여, 개정증보판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문예춘추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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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아름다운 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헤르만헤세의 삶과 인격이 녹아 있는 이 책에는 ‘숲, 정원, 자연, 음악, 수채화, 책, 시, 여행..’ 등 평소에 내가 관심 갖고 있던 것들이 다 들어있다. 놀라운 건 이 책에 있는 수많은 글들이 한 번에 쓰인 것이 아니라 헤세가 오랜 기간 여기저기에 쓴 글들을 모은 것인데 그 내용이 헤세라는 한 사람 안에서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노년의 헤세는 숲을 낀 마을에 살게 되면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노래하며,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된다. 그는 숲을 산책하고, 바라보며 사색하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많은 이들의 로망을 그는 다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노벨상까지 수상했다.) 자신이 이룬 것들에 싫증내며 또 다른 목표를 세우는 것을 보고 그의 끊임없는 도전정신에 놀라기도 했다.

 

  이 책은 그가 쓴 다른 책들보다 헤세 자신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어 그에 대해 잘 알 수 있게 된 점이 좋았다. 어린 시절 마법사가 되기를 꿈꾸던 그는 어른이 되어 가면서 천진난만함에 머물러 있을 수 없음을 직감하고 서글퍼하기도 했다는 것, 전쟁을 겪은 가장 어려운 시기에 살았던 사람으로 전쟁을 멀리하고 자연에 머물러 있고자 한 것 등 짐작했던 것들을 확인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헤세가 그림을 그렸다는 것은 얼핏 들었지만 프로 화가가 아님에도 자신만의 독특한 수채화들을 그려낸 것들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또한 그는 음악회에 가는 것을 설레어 하며 기다리는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임을 알고 예술과 문학은 같은 뿌리인가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그가 좋아했다는 것을 알게 되니 헤세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만나보고 싶다.

 

--- 본문 내용 ---

 

- 나에게는 인간의 정신세계가 야기하는 모든 의문점들보다도 더 이상야릇하고, 이해할 수 없으면서 매혹적인 것이 있었다. 그것은 산들이 어떻게 하늘을 향해 솟아 있고, 공기가 어떻게 소리도 없이 골짜기 속에 머물러 있으며, 노란 배나무 잎사귀들이 어떻게 가지에서 자연스럽게 떨어질까, 또 한 무리의 새들은 어떻게 푸른 하늘을 날아가는 것일까, 하는 것들이었다. 이런 질문은 평소 같았으면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아는 체 하기 좋아하던 사람들의 교만한 마음도 수그러들게 만든다. (53쪽)

 

- 나무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운 사람은 더 이상 나무가 되려고 발버둥 치지 않는다. 그는 자신 이외의 다른 무엇이 되려 하지도 않는다. 바로 그것이 고향이며 행복이다. (59쪽)

 

- 나는 현재에만 머물러 있는 그런 것들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었다. 어른들의 삶이 나를 덫에 치이게 했다. 처음에는 겨우 머리카락 하나, 손가락 하나 정도만 붙들었으나, 이내 나를 완전히 낚아채어 확고하게 붙들 것이었다. 목표를 향해 가는 삶, 수치를 따라가는 삶, 질서와 관직이 있는 삶, 직업과 시험들로 점철된 삶……. 얼마 안 있으면 나에게도 시간의 종이 울릴 것이다. 나도 곧 대학생이 되고, 대학 졸업 시험을 앞두게 될 것이다. 그런 다음에 목사나 교수가 될 것이다. 실크 중절모자를 머리에 쓰고 가죽 장갑을 끼고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어린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부러워하게 될 것이다. (157쪽)

 

- 내가 소망했던 많은 것들이 삶에서 이루어졌다. 시인이 되고 싶었는데 시인이 되었으며 집을 한 채 가지고 싶었는데 결국 집을 지었다. 아내와 아이들을 가지고 싶었던 소망도 이루어졌다.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그들의 삶에 좋은 영향을 주고 싶었던 꿈들도 이루었다. 하지만 그렇게 이루어진 모든 소망은 너무도 쉽게 싫증이 났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시를 쓰는 일조차 내게 기쁨을 주지 못했다. 집은 너무나 좁게 느껴졌고, 내가 이룬 목표들은 어느 것도 진정으로 원했던 것들이 아니었다. 나는 가던 모든 길에서 되돌아와야 했으며 모든 휴식의 끝에는 또 다른 동경이 남을 뿐이었다. … 나에게는 아직도 환하게 불타오르는 빛이 있다. 꿈꾸고 소망하는 것을 바라보며 강한 애착을 간직한 별들이 발산하는 찬란한 빛이. (184-185쪽)

 

- 나는 대단한 화가는 아니다. 그저 아마추어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드넓은 골짜기 안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사람들의 얼굴을, 지나간 날들과 시간들의 얼굴을,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다리 난간이 가진 주름의 모습을, 강기슭의 모양과 녹음 속에 뻗어 있는 다정한 길들을 나만큼 잘 알고 사랑하며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229쪽)

- 진정한 언어는 누구에게나, 특히 언어에 재능이 있는 사람에게는 개인적이고 유일한 방식으로 느껴지고 체험된다. 비록 그가 그것에 대해서 모르더라도. (287-288쪽)

 

- 책 속에서는 늘 새로운 것들이 우리를 마법처럼 유혹하고 늘 새로운 색채로 빛난다. … 진정한 독자라면 누구나 책 속에 발견해 내는 무한한 세계가 각자 다르게 보인다. 그 안에서는 자신의 이상을 추구하고 체험할 수 있다. (2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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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이 아이를 아프게 한다
신의진 지음 / 북클라우드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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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음식점에 가면 아이들에게 디지털 기기를 쥐어주고 식사하는 부모를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동안 그걸 보면서 디지털 기기가 발전하면서 생긴 진풍경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심지어 ‘내가 아이들 키울 때 스마트폰 있었으면 덜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 보이기까지 했다.

 

  학교 현장에서 볼 때 과거에 비해 충동 조절이 안 되거나 웃어야할 때 웃지 않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것이 아이들이 자라면서 접한 디지털 기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많이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상관관계를 확실히 알게 되어 '울면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부모님들'께 그걸 알리고픈 마음이 생겼다.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스마트 기기가 발달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부모들이 오히려 발도르프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며 기기와는 무관한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우리나라에서 게임 중독이었다가 미국 유학길에 느린 인터넷 속도 때문에 싹 고쳤다는 저자의 아들 이야기에 공감이 갔다. 너무 발달한 스마트 환경이 아이들을 오히려 아프게 한다는 것이 서글프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상황에서 인터넷을 모두 차단할 수도 없는 일이고, 내 아이만 바르게 키운다고 될 일도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디지털 기기의 부작용을 미리 인식하고 아이들을 '디지털 페어런팅' 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과 합의 하에 규칙을 정해 두고 자제시키며, 부모가 먼저 디지털 기기에 빠져있지 않도록 주의하는 일이다. 디지털 기기를 통한 가짜 성숙에 속지 말고 뛰어노는 것과 독서와 사색을 통한 진정한 성숙에 이르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20년간 진료실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얻어낸 소아청소년 정신건강학과 박사님의 경험과 고견을 접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자녀를 키우고 있는 모든 부모님들께 추천한다.

 

 

 

--- 본문 내용 ---

 

- 요즘 들어서는 짜증과 불안을 주체하지 못하는 아이, 충동 조절이 되지 않는 아이,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 등이 진료실에 넘쳐나는 것을 보면서, 정서발달과 사회성 발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아이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아이들의 손에는 공통적으로 ‘디지털 기기’라는 무시무시한 마약이 들려 있음도 함께 말이다. … 구글, 애플, 야후 등 IT 거대 기업이 모인 미국 실리콘밸리의 부모들은 자녀를 컴퓨터 없는 발도로프 학교에 보낸다고 한다. … 프랑스의 경우에는 초 중등학생에게 교내 휴대폰 사용을 금지시켰고, 독일과 핀란드의 경우에는 아이들에게 휴대폰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서문)

 

- 대부분의 부모가 내 아이는 1군(문제에 닥쳤을 때 스스로 극복하는 힘이 큰 아이들)처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믿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다른 친구가 따돌림을 당할 때 침묵하거나 어느 정도 동조하는 아이들, 적당히 숙제하고 마지못해 독서하는 시늉을 하는 아이들, 매사를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의 행동은 모두 건강하지 못한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 아이가 건강한 마음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이미 마음의 건강을 잃어가고 있는 주변 친구들이 내 아이를 향해 돌직구를 날리며 상처를 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4쪽)

 

- 아이의 표정은 감정을 담고 있는 거울이다. 그러므로 기쁠 때 기쁜 표정을 짓고, 슬플 때 슬픈 표정을 짓고, 화가 나면 화난 표정을 짓는 게 정상이다. … 표정이 감정을 제대로 담지 못한다는 것은 감정발달이 온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래서 표정은 가짜 성숙과도 관계가 깊다. (43쪽)

 

- 자아정체감이란, 내가 누구이며 가정과 사회에서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독일 출신의 미국 정신분석학자 에릭슨(E.Ericson)은 자아정체감을 자아발달의 최종 단계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 상대에 맞게 자아를 유연하게 변화시켜야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자아정체감이다. 자아정체감이 강한 아이는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행동 전환이 빠르기 때문에 주변 환경이 바뀌어도 금세 적응하고 원만하게 지낼 수 있다. (53-54쪽)

 

- 상담 와서까지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면 안 되겠냐고 하는 아이 :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이 아이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보니, 그곳에는 아이가 보채거나 심심해할 때마다 컴퓨터나 휴대폰을 들이밀던 부모가 있었다. 사람이 아닌 기계로부터 위로를 받았던 아이는 성장을 해서도 사람이 아닌 기계를 더 편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조금도 참지 못하고 폭력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디지털 기기에 중독된 아이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79쪽)

 

- 어떤 이유에서든지 10살 미만의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는 것은 마약을 쥐어주는 것과 같다. (107쪽)

 

- 스마트폰을 손에 넣으면 얌전해지는 이유: 아이의 뇌가 자신의 역할을 망각한 채 디지털 기기의 노예가 되어 그것이 시키는 대로 조종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 이런 강한 자극에 자주 노출되다 보면 그만큼 강한 자극이 주어지지 않는 다른 놀이에는 도통 관심을 두지 않게 된다. 아이의 뇌가 어느새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팝콘 브레인은 TV나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에 익숙해진 아이들의 뇌가 화면에 팝콘처럼 튀어오르는 강한 자극에는 반응하지만 그보다 밋밋한 일상 자극에는 반응하지 않고 무감각해져서 자극 추구형 뇌로 변한 것을 일컫는다. … 강한 자극만 추구하는 팝콘 브레인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기억력이 약해지는 부작용을 낳는다. 이것은 아이들의 학습능력에 매우 치명적인 해가 된다. (116-1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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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 김영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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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여행 내내 그의 화두였던 말이다. 누구나 행복하게 살려고 태어나는 것이 맞다. 모든 것이 풍성한 우리나라와 노숙자가 20%라는 인도 사람들. 누가 더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이 책에 등장하는 인도 사람들 중에는 가난하지만 우리보다 행복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먹을 게 없어도 시를 쓰는 사람들.. 신과 소통하는 사람들(이 닦을 시간에 신과 소통하느라 46살에 앞니 두 개가 빠져버려도 행복한 고행승 사두)…….

 

  이 책은 나에게 하나의 숙제 같은 것이었다. 저자 류시화씨는 내가 믿는 것과는 조금 다른 믿음을 가지고 계신 분인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새로운 생각들을 많이 발견했다. 내가 늘 생각하는 틀을 깼다고나 할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는 부분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모든 부분이 다 그런 건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계획하지 않은 여행을 그는 늘 즐겼다는 점이 부럽기도 했다. 글을 쓰는 작가의 관점에서 본 인도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말들이 흥미로웠다. 어떤 면에서는 내가 여행에서 느꼈던 것들을 그가 느끼는 것을 보며 공감 가는 부분들도 많이 있었다. 내가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미지의 나라 인도.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위험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 곳은 가기가 꺼려진다. 아직 미지의 인도는 나의 선택을 받지 못했고 한동안은 받기 어려울 것 같다.

 

  인도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여러 번 인도를 찾았던 류시화씨가 긴 머리를 휘날리며 인도의 따가운 햇살에 까맣게 그을려 인도인인지 여행자인지 모를 정도로 동화되어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읽다 보니 책의 마지막이었다. 그의 자조적인 면면에 웃음을 자아내며 읽은 지구별 여행자. 나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여행기를 쓰고 싶다.

 

 

 

--- 본문 내용 ---

 

- 당신이 진정한 작가라면, 종이 위에 적어 놓은 메모들이 아니라, 당신의 가슴에 새겨진 자신의 경험들을 갖고 글을 써야만 할 것이요.(102)

 

- 당신의 영혼 깊이 새겨진 진실한 경험이 아니라면, 그것은 글로 쓸 가치도 없소. 머릿속에 한순간 스쳐지나가고 마는, 그래서 금방 잊어버릴 수도 있는 것들을 갖고 글을 쓴다면, 그것이 어찌 다른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겠소?(103)

 

- 신은 그 거지 여인을 통해 내게 말하고 있었다. 인간은 서로 만져 주어야 한다는 것을. 시인이든 문둥병 여인이든 누구나 만져 주기를 원한다는 것을. 아무도 만져 주지 않는다면 길에 버려진 망고 열매처럼 영혼이 쪼그라들어 버린다는 것을…….(108)

 

- 한 블록을 더 가자 셰익스피어 거리라고 이름 붙여진 길이 나타났다. 길거리에서 따라붙는 잡상인들과 걸인들을 물리치며 아닐은 내 주의를 자신에게 집중시키려고 애를 썼다. 여행자 안내소 앞에서는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남자가 두 다리를 가진 목각 인형을 팔고 있었다. 코브라 피리 부는 남자는 내가 나타나자 얼른 바구니 뚜껑을 열었지만 코브라는 도무지 춤을 출 기분이 아니었다. 따귀를 서너 차례 얻어맏고 나서야 코브라는 비틀거리며 몸을 흔들었다.(206)

 

- 세상 자체가 한 권의 흥미진진한 책이었다. 나는 한 사람의 작가로서 그 책에 적힌 문장들을 종이 위에 그냥 옮겨 적기만 하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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