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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 김영사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인도 여행 내내 그의 화두였던 말이다. 누구나 행복하게 살려고 태어나는 것이 맞다. 모든 것이 풍성한 우리나라와 노숙자가 20%라는 인도 사람들. 누가 더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이 책에 등장하는 인도 사람들 중에는 가난하지만 우리보다 행복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먹을 게 없어도 시를 쓰는 사람들.. 신과 소통하는 사람들(이 닦을 시간에 신과 소통하느라 46살에 앞니 두 개가 빠져버려도 행복한 고행승 사두)…….
이 책은 나에게 하나의 숙제 같은 것이었다. 저자 류시화씨는 내가 믿는 것과는 조금 다른 믿음을 가지고 계신 분인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새로운 생각들을 많이 발견했다. 내가 늘 생각하는 틀을 깼다고나 할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는 부분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모든 부분이 다 그런 건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계획하지 않은 여행을 그는 늘 즐겼다는 점이 부럽기도 했다. 글을 쓰는 작가의 관점에서 본 인도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말들이 흥미로웠다. 어떤 면에서는 내가 여행에서 느꼈던 것들을 그가 느끼는 것을 보며 공감 가는 부분들도 많이 있었다. 내가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미지의 나라 인도.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위험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 곳은 가기가 꺼려진다. 아직 미지의 인도는 나의 선택을 받지 못했고 한동안은 받기 어려울 것 같다.
인도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여러 번 인도를 찾았던 류시화씨가 긴 머리를 휘날리며 인도의 따가운 햇살에 까맣게 그을려 인도인인지 여행자인지 모를 정도로 동화되어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읽다 보니 책의 마지막이었다. 그의 자조적인 면면에 웃음을 자아내며 읽은 지구별 여행자. 나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여행기를 쓰고 싶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0726/pimg_762781103878935.jpg)
--- 본문 내용 ---
- 당신이 진정한 작가라면, 종이 위에 적어 놓은 메모들이 아니라, 당신의 가슴에 새겨진 자신의 경험들을 갖고 글을 써야만 할 것이요.(102쪽)
- 당신의 영혼 깊이 새겨진 진실한 경험이 아니라면, 그것은 글로 쓸 가치도 없소. 머릿속에 한순간 스쳐지나가고 마는, 그래서 금방 잊어버릴 수도 있는 것들을 갖고 글을 쓴다면, 그것이 어찌 다른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겠소?(103쪽)
- 신은 그 거지 여인을 통해 내게 말하고 있었다. 인간은 서로 만져 주어야 한다는 것을. 시인이든 문둥병 여인이든 누구나 만져 주기를 원한다는 것을. 아무도 만져 주지 않는다면 길에 버려진 망고 열매처럼 영혼이 쪼그라들어 버린다는 것을…….(108쪽)
- 한 블록을 더 가자 셰익스피어 거리라고 이름 붙여진 길이 나타났다. 길거리에서 따라붙는 잡상인들과 걸인들을 물리치며 아닐은 내 주의를 자신에게 집중시키려고 애를 썼다. 여행자 안내소 앞에서는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남자가 두 다리를 가진 목각 인형을 팔고 있었다. 코브라 피리 부는 남자는 내가 나타나자 얼른 바구니 뚜껑을 열었지만 코브라는 도무지 춤을 출 기분이 아니었다. 따귀를 서너 차례 얻어맏고 나서야 코브라는 비틀거리며 몸을 흔들었다.(206쪽)
- 세상 자체가 한 권의 흥미진진한 책이었다. 나는 한 사람의 작가로서 그 책에 적힌 문장들을 종이 위에 그냥 옮겨 적기만 하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