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너의 꿈에 오답은 없다 - 시가 묻고 에세이가 답하다
이하 지음, 고부기 그림 / 문예춘추사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초창기 혁신학교의 선봉이라고 할 수 있는 남한산 초등학교 출신의 한 학생이 일반 학교 출신의 친구들로부터 꿈이 없음을 발견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우리 10대들은 정말 꿈이 없을까? 어떤 꿈을 꾸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을까?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있을까? 아니면 그 꿈 꿀 기회마저 학원이나 디지털 기기에 뺏기고 있을까?

 

  돈키호테에 나오는 명언을 각 장의 제목으로 삼은 아이디어 넘치는 이 책을 읽다 보니 중학생 시절 예쁜 수첩에 여러 작가들의 시를 끼적이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지금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당시의 시들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 중 어느 한 부분이 되었음을 확신한다.

 

  때로 감성을 두드리는 시 한 편이 사람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정말 큰 것 같다. 짝사랑의 설렘도, 외로움의 조각들도 시를 통해 마음에 새기고, 극복해 나갈 힘을 얻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인터넷도 없고, 도서관도 거의 없던 시절에 그 시들을 어디서 베껴 적었는지... 서점에서 문제집 사면서 받은 책갈피에 예쁜 그림과 함께 적혀 있던 시도 적고, 친구들 수첩에 적힌 것도 따라 적은 것 같다. 이 책에 나온 시들 중 여러 편이 이미 그 때 쓰고, 읽고, 외던 시들이라 너무 반갑기도 하고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들이 떠올라 잠깐 동안 미소를 머금기도 했다.

 

  지금의 10대, 학업에의 스트레스와 디지털 기기에 멍든 이 아이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시애’의 기회를 주고 싶다. 이 책을 통해 막힌 정서가 뚫리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룰 수 없는 꿈도 꾸었던 돈키호테처럼 청소년들의 마음에 아름다운 꿈의 샘물이 퐁퐁 솟아오르기를 기대한다.

--- 본문 내용 --- 

 

- 시는 자잘한 일상의 시공간대에서 자신을 섬처럼 떼어 내어 무엇인가를 골똘하게 들여다보는 눈을 갖게 해 줍니다. 어떤 대상을 그 누구보다 오래, 그리고 지극하게 바라보면 어느 순간, 놀랍게도 그 대상이 자기 자신을 보여 주기 마련이지요.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지를 자기 자신이라고 한다면, 시 읽는 일이야말로 최고의 여행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손택수 시인의 추천의 글)

 

-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43쪽)

 

‣ 자, 이제 택할 때예요. 담쟁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누군가처럼 벽 앞에서 굳을지, 아니면 “담쟁이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 최초의 “담쟁이 잎 하나”가 될지. 잊지 마세요. 지금 여러분은 앉은뱅이 꽃이 아닌, 담쟁이라는 것을요. (46쪽)

 

- 시는 이렇듯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하고, 그로 인해 지금, 여기의 삶을 긍정하게 해요. 우리는 종종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말을 합니다.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그저 잠시 멈춰 서는 게 아닐까요. 가속페달을 밟는 게 아니라 캔 커피라도 하나 마시면서 시 한 편 읽을 수 있는 여유, 그것이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큰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요. (94쪽)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기 말라,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옴을 믿으라.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오늘은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한 순간에 지나가는 것,

지나간 것은 또다시 그리워지는 것을. (141쪽)

 

‣ 푸시킨은 사랑하는 아내를 지키고자 연적과 결투를 하다가 38살의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아요. 그래서 그 짧은 삶이 더 아쉽고, 슬프고, 또 아름답게 칭송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45쪽)

 

- 어떤가요? 오늘 가만히 나만의 장례식을 열어 보는 것은? 여기, 흰 머리의 내가 누워 있습니다. 눈을 감은 내 표정은 편안해 보이나요?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그리고 어떤 삶을 살았나요? 어떤 업적을 남겼고, 또 어떤 사랑을 나누어 주었나요? 또 주변에는 어떤 사람들이 울고 있나요? 누가, 왜 슬퍼하고 있나요?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요? 그리고, 묘비명에는 어떤 문구가 적혀 있나요? (159쪽)

 

제 네이버 블로그에 오시면 더 많은 리뷰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kelly1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