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이 아이를 아프게 한다
신의진 지음 / 북클라우드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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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음식점에 가면 아이들에게 디지털 기기를 쥐어주고 식사하는 부모를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동안 그걸 보면서 디지털 기기가 발전하면서 생긴 진풍경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심지어 ‘내가 아이들 키울 때 스마트폰 있었으면 덜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 보이기까지 했다.

 

  학교 현장에서 볼 때 과거에 비해 충동 조절이 안 되거나 웃어야할 때 웃지 않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것이 아이들이 자라면서 접한 디지털 기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많이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상관관계를 확실히 알게 되어 '울면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부모님들'께 그걸 알리고픈 마음이 생겼다.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스마트 기기가 발달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부모들이 오히려 발도르프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며 기기와는 무관한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우리나라에서 게임 중독이었다가 미국 유학길에 느린 인터넷 속도 때문에 싹 고쳤다는 저자의 아들 이야기에 공감이 갔다. 너무 발달한 스마트 환경이 아이들을 오히려 아프게 한다는 것이 서글프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상황에서 인터넷을 모두 차단할 수도 없는 일이고, 내 아이만 바르게 키운다고 될 일도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디지털 기기의 부작용을 미리 인식하고 아이들을 '디지털 페어런팅' 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과 합의 하에 규칙을 정해 두고 자제시키며, 부모가 먼저 디지털 기기에 빠져있지 않도록 주의하는 일이다. 디지털 기기를 통한 가짜 성숙에 속지 말고 뛰어노는 것과 독서와 사색을 통한 진정한 성숙에 이르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20년간 진료실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얻어낸 소아청소년 정신건강학과 박사님의 경험과 고견을 접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자녀를 키우고 있는 모든 부모님들께 추천한다.

 

 

 

--- 본문 내용 ---

 

- 요즘 들어서는 짜증과 불안을 주체하지 못하는 아이, 충동 조절이 되지 않는 아이,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 등이 진료실에 넘쳐나는 것을 보면서, 정서발달과 사회성 발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아이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아이들의 손에는 공통적으로 ‘디지털 기기’라는 무시무시한 마약이 들려 있음도 함께 말이다. … 구글, 애플, 야후 등 IT 거대 기업이 모인 미국 실리콘밸리의 부모들은 자녀를 컴퓨터 없는 발도로프 학교에 보낸다고 한다. … 프랑스의 경우에는 초 중등학생에게 교내 휴대폰 사용을 금지시켰고, 독일과 핀란드의 경우에는 아이들에게 휴대폰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서문)

 

- 대부분의 부모가 내 아이는 1군(문제에 닥쳤을 때 스스로 극복하는 힘이 큰 아이들)처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믿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다른 친구가 따돌림을 당할 때 침묵하거나 어느 정도 동조하는 아이들, 적당히 숙제하고 마지못해 독서하는 시늉을 하는 아이들, 매사를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의 행동은 모두 건강하지 못한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 아이가 건강한 마음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이미 마음의 건강을 잃어가고 있는 주변 친구들이 내 아이를 향해 돌직구를 날리며 상처를 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4쪽)

 

- 아이의 표정은 감정을 담고 있는 거울이다. 그러므로 기쁠 때 기쁜 표정을 짓고, 슬플 때 슬픈 표정을 짓고, 화가 나면 화난 표정을 짓는 게 정상이다. … 표정이 감정을 제대로 담지 못한다는 것은 감정발달이 온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래서 표정은 가짜 성숙과도 관계가 깊다. (43쪽)

 

- 자아정체감이란, 내가 누구이며 가정과 사회에서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독일 출신의 미국 정신분석학자 에릭슨(E.Ericson)은 자아정체감을 자아발달의 최종 단계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 상대에 맞게 자아를 유연하게 변화시켜야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자아정체감이다. 자아정체감이 강한 아이는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행동 전환이 빠르기 때문에 주변 환경이 바뀌어도 금세 적응하고 원만하게 지낼 수 있다. (53-54쪽)

 

- 상담 와서까지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면 안 되겠냐고 하는 아이 :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이 아이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보니, 그곳에는 아이가 보채거나 심심해할 때마다 컴퓨터나 휴대폰을 들이밀던 부모가 있었다. 사람이 아닌 기계로부터 위로를 받았던 아이는 성장을 해서도 사람이 아닌 기계를 더 편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조금도 참지 못하고 폭력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디지털 기기에 중독된 아이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79쪽)

 

- 어떤 이유에서든지 10살 미만의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는 것은 마약을 쥐어주는 것과 같다. (107쪽)

 

- 스마트폰을 손에 넣으면 얌전해지는 이유: 아이의 뇌가 자신의 역할을 망각한 채 디지털 기기의 노예가 되어 그것이 시키는 대로 조종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 이런 강한 자극에 자주 노출되다 보면 그만큼 강한 자극이 주어지지 않는 다른 놀이에는 도통 관심을 두지 않게 된다. 아이의 뇌가 어느새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팝콘 브레인은 TV나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에 익숙해진 아이들의 뇌가 화면에 팝콘처럼 튀어오르는 강한 자극에는 반응하지만 그보다 밋밋한 일상 자극에는 반응하지 않고 무감각해져서 자극 추구형 뇌로 변한 것을 일컫는다. … 강한 자극만 추구하는 팝콘 브레인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기억력이 약해지는 부작용을 낳는다. 이것은 아이들의 학습능력에 매우 치명적인 해가 된다. (116-1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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