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 쓰는 글쓰기 - 독자를 넘어 저자로
명로진 지음 / 바다출판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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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주 가던 도서관보다 생긴 지 좀 오래된 도서관에 읽을 책이 훨씬 많은 걸 알고 요즘은 조금 떨어진 곳에 가서 책을 빌린다이 책도 그렇게 만났다오래전에 한 번 빌렸다가 읽지 않고 반납했던 기억이 있다책 고르는 취향이 있어서 빌린 책을 또 빌리는 일이 자주 있다.

 

  영화배우로 알고 있었던 저자가 그동안 책을 여러 권 낸 걸 알았다원래 기자였다가 방송과 연극영화에 출연했다고 한다이후로는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는데 문학적인 책보다는 그야말로 인디라이터(상업적인 도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문예창작과 강의를 들을 때 이런 글을 쓰는 걸 높이 평가하지 않은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 책이든 써 보고 싶다내가 그동안 읽은 책들 중에도 비문학이나 에세이자기 계발 도서가 얼마나 많았던가어설픈 이야기책보다는 에세이가 훨씬 진솔하고 당기는 힘이 세다.

 

  저자는 취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댄스 책을 쓰면서는 받은 계약금으로 댄스의 고장을 찾아 여행을 하고 돌아오기도 했다책의 극히 일부분을 차지하긴 했지만 다녀오기 전과 후 댄스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으리라어떻게 댄스에 대한 책을 쓸 생각을 했을까하긴 교사인 내가 언젠가 태권도 책을 쓸 생각을 갖는 거랑 비슷한 맥락이긴 하다.

 

  저자는 그동안 잘 나가는 책을 쓰기도 하고계속 그런 시절이 올 줄 알고 번듯한 작업실을 얻었다가 있던 책들을 남 주고 맨몸으로 나오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그 모든 경험이 이 책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으니 완전한 실패는 없다책의 뒷부분보다는 앞부분에 가슴 설레는 조언이 많았다. ‘매일 쓰고 많이 읽어야 한다블로그에 글을 쓰고책과 관련된 다방면의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한다기획서는 한 장으로 족하고 제목은 심혈을 기울여 붙인다편집자랑 친하게 지낸다모델북을 정한 다음 끼고 살아야 한다첫 장을 잘 써야 한다는 등 실질적인 도움의 말들이다저자의 모델북 중 하나가 내가 좋아하는 김훈 작가의 <밥벌이의 지겨움>이라는 걸 보고 반가웠다그래서인지 저자의 짧고 담백하면서도 유머 있는 문장들이 김훈 작가의 문체와 닮아 보인다.

 

  뒤쪽에 나오는 출판과 직접 관계된 이야기들은 실제로 출판하게 될 때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맨 뒤에는 저자가 추천하는 책들을 담았다. <황홀한 여행>이나 <낭만적 밥벌이>, <나를 부르는 숲>은 꼭 읽어보고 싶다추천한 책 중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는 내 책장에 꽂혀 있다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너무 좋아서 헌책으로 구입했었다알라딘에 그렇게 팔아도 글쓰기에 관한 책들은 남긴다언젠가부터 글쓰기가 나에게 즐거움이자 절박한 목표가 되었다는 증거인 것이다이 책도 살까 고민 중이다조만간 내 작은 책장 글쓰기 코너에 이 책이 꽂히게 될 것 같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JvZwlPd2Z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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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죄송합니다 - 왜 태어났는지 죽을 만큼 알고 싶었다
전안나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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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도 둘인생도 둘을 살았던 이의 가슴 아프면서도 희망이 있는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받았다독서 에세이라는 말에 끌렸다남에게 말하기 힘든 자신의 이야기를 오랜 시간 동안 멈춰 가며 썼다책을 쓰며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화가 나고 눈물 나는 그녀의 아픈 상처는 고스란히 지금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떨치려 해도 떨쳐낼 수 없는 그녀의 인생인 것이다지금은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아직 과정이긴 하지만 여러 가지 요인으로 그중 특히 책을 읽으며 어느 정도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자신을 낳은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채 고아원에서 살았던 김주영은 입양이 되어 잠시 행복한 듯했지만 사업 실패로 양부모님이 싸움을 시작했고, 교통사고로 아팠던 그녀에게 책을 가져다줄 정도로 그나마 자상한 양아버지에 비해 집안일을 마구 시키고 때리기까지 한 데다가 학비를 주기는커녕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생활비로 뜯어 가면서도 욕을 늘어놓는 양어머니 아래서 결혼하기 전까지 지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고안타깝다다행히 좋은 남편을 만나 두 아이를 키우며 행복하게 지낸다는 것을 알고 가슴을 쓸어내렸다지금은 사회복지사로 많은 이들을 돕고강연을 하는 멋진 여성이 되었다.

 

  힘든 고통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새로이 얻은 가족 덕분이리라물론 시댁 식구들은 편하지 않겠지만 자신을 지지해 주는 남편과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이는 아이들로 인해 상처가 어루만져지고 치유되었을 것이다신앙도 한몫했다고 믿는다역설적이게도 자신을 그렇게 구박하던 어머니가 가졌던 신앙을 물려받았고어머니의 그런 면이 정상적이지 않은 일종의 질환 때문인 걸 받아들였다그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바로 책이다책 속에는 자신보다 어려운 상황을 견뎌낸 인물들이 등장하고그들은 알게 모르게 그녀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었다소개된 책들 중 읽은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책이 많았다그중 보통의 언어들피로사회수전 손택의 말자유론과 같은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그녀에게 다가왔던 부분들이 나에게는 큰 감흥이 없을지도 모른다책이라는 것이 개인의 취향 차이가 크고관심사나 경험에 의해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다고 모두에게 그럴 수는 없지만 읽기에 좋았다는 책들은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들을 겪었던 그녀의 경험은 책이 되었다아마도 이 내용을 책으로 쓰기까지 수많은 갈등이 있었을 것이다누군가에게 아픈 과거를 들려준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하지만 이 책이 또 다른 이에게 용기를 줄지 모른다그런 면에서 이 책은 다른 이에게 큰 선물일 수 있겠다. ‘나도 버텼으니 견디길 바란다는 메시지가 고스란히 전해질지도 모른다이제는 전안나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진 저자가 앞으로는 점점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bG2CkZJbrnM




 * 위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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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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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귀한 책을 받았다지금까지 중독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나도 많은 부분 중독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겠다지은이 애나 렘키는 인문학을 전공한 후 정신의학을 공부했다스탠퍼드 대학교 교수인 그녀는 중독 문제를 가진 여러 사람들을 만나 도움을 주고 있고그 경험의 일부를 이 책에 담았다.

 

  미국의 한 지역에 마약 중독자들이 많이 모여들게 되어 대낮에도 거리 곳곳에 좀비 같은 사람들이 있는 영상을 충격적으로 본 기억이 난다우리나라도 지금은 청정지대가 아니겠지만 약물이 일찍부터 사용되었던 나라들은 지금 중독과의 전쟁을 벌이는 듯하다. 이 책을 통해 책이나 성적인 부분도 중독이 될 수 있음을 알았다나만 해도 커피와 책을 남다르게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까지는 그런 것들을 중독이라 생각하지 못했다없으면 불안하고 의존하고 있는 현상을 일컬어 중독이라 한다면 그것도 중독이 맞긴 하다.

 

  저자는 로맨스 소설에 중독된 적이 있다고 하였다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대단한 결단이 아닐 수 없다책의 초반에 정말 심각한 중독이 많이 나오는데 특히 성적인 중독은 정도가 너무 심해서 괜히 읽었나 싶을 정도였다우리나라에 비해 우울증 약이나 신경안정제를 많이 복용하는 미국은 약에 의존하는 정도가 심각한 것 같다처음 들어보는 약물의 종류도 정말 많았다우리나라도 정신과 상담을 터부시 하던 예전과 다르게 앞으로의 건강을 위해 상담을 받는 분들이 늘고 있다점점 약물에 의존하게 되어 우리나라에서도 곧 약물 오남용 사례가 많아지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중독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몇 가지 제시하고 있는데 냉수욕이 효과가 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고통으로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이다실제로 냉수욕을 하면 도파민이 증가한다고 한다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시도해볼 만한 것 같다운동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운동을 하면 긍정적인 기분 조절과 관련된 신경전달 물질이 증가하고 새로운 뉴런을 생성되며 더 나아가 약물 중독 가능성을 낮추게 된다고 한다.(284하지만 그 좋은 운동도 몸에 무리가 갈 정도로 심하게 하면 안 되겠다.

 

  중독의 문제가 생겼을 때 숨기지 않고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그러기 위해 스스로 심하게 의존하고 있는 게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아무리 좋아하더라도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거나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그리 걱정할 게 없지 않을까어떤 것이든 지나치면 화를 부를 때가 있다저자는 고통을 받아들이라고 한다자신이 의존하고 있는 것을 끊음으로 인해 생기는 고통을 너무 괴로워하지 말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독 극복의 시작인 것이다



* 위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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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은희경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15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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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이 책을 완독했다처음 접한 건 몇 년 전 작가를 만난 후였던 것 같다파주 출판도시에서 책 관련 큰 행사가 있었고하루를 할애했던 그날의 일정 중 은희경 작가와의 만남이 있었다꽤 많은 사람들이 큰 도서관에 모여 있었고사람들의 손에는 새의 선물이 들려 있었다작가와의 만남 이후 사인을 받을 요량이었나 보다젊지 않은 작가의 젊은 면모와 책을 손에 든 젊은 독자층에 놀랐다


  쥐를 바라보는 책의 첫 부분을 작가가 직접 읽어주었다. 장면이 눈 앞에 그려지는 듯 너무 실감났고, 어떻게 이 짧은 순간의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쓸 수 있을까싶을 정도로 심리 묘사가 뛰어나다는 생각을 하며 들었다이후 책을 두 번인가 샀다 팔았고도서관에서도 빌려 읽다 만 적이 있어 앞부분부터 중반까지 친숙했다. 이번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데려왔다. 다시 만난 진희는 안쓰러움이라는 감정으로 다가왔다웃음이 별로 없어 보였던 작가의 표정이 겹치기도 했다.

 

  어머니에 대해 말하기 꺼리는 할머니와 철부지 같은 이모의 틈에서 진희는 삼촌이 두고 간 잡지를 통해 어른들의 세계를 일찍 접한다정신적으로 성숙한 그녀는 12세에 혼자 사전을 찾아가며 아직 몰라도 되는 세상을 일찍 알아버렸다공교롭게도 동네 어른들의 일상은 진희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도 남을 만큼 다채롭다가족이 있음에도 다른 여자를 찾는 광진 테라 아저씨최 선생님과 장군이 엄마의 밀애이모의 남자 친구경자 이모의 배신과 죽음…


  친구 장군이를 똥통에 빠지게 하고우는 아기를 때리기도 하는 진희는 마냥 착하기만 한 건 아니지만 세 들어 사는 남매의 불행을 마음 아파하고아픈 이모를 걱정하기도 하는 남을 잘 이해하는 아이다남을 이해하는 깊이에 비해 자신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진희는 위로받고 이해받아야 할 나이에 그 부분을 다 채우지 못한 채 어른이 된다아마도 어른이 되어 사랑을 하게 되었을 때 마음껏 나눠줄 수 없는 결핍감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그런 부분은 책의 앞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다른 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이 책이 아이의 눈으로 본 세상이고성장 소설에 가깝긴 하지만 아이가 어른 흉내를 내지 않고그래도 아이의 모습으로 남아 있는 것이 이 책의 좋은 점이라 생각한다는 의견이 인상적이었다어른들의 세계에 일찍 관심을 갖지만 너무 빨리 알아버린 것으로 오히려 더 이상 호기심을 가질 수 없게 됨을 고백하는 진희의 독백은 담담하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재치 있는 묘사가 마음에 들었다. 작가가 전라도 시골에서 자라며 들은 어른들의 맛깔스러운 표현들이 책 속에 수없이 녹아 있다내 책이었다면 밑줄 쳤을 부분이 너무나 많았다작가의 다른 책들도 하나씩 읽어보고 싶다.

 

  책을 다 읽은 후에 생각하니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이 떠오른다자신의 뿌리가 희미한 모모는 사랑을 주는 로자 아줌마를 비롯한 동네 사람들을 통해 성장해 간다힘든 상황이 아이를 일찍 어른스럽게 만들지만 천진한 면이 남은 모모는 새의 선물’ 속 진희를 닮았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UagZWngLFy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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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3-31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스러운 천진함. 모모를 연상하신 것도 좋으네요. 오래전 읽은 소설. 링크해 주신 목소리ㅡ리뷰 찾아들어가 봅니다. 조금 있다 이어폰 끼고 들을게요. 기대되어요. 목소리도 고우실 것 같아요 ^^

kelly110 2022-04-14 19:20   좋아요 1 | URL
이제야 답 드려요. 정말 감사합니다*^^*
제대로 읽으니 잘 쓰신 책이더라구요.
오래전 읽으셨군요*^^*
목소리.. 쑥스럽지만 감사합니다!
행복 가득한 밤 보내세요~
 
골목길 역사산책 : 한국사편 골목길 역사산책
최석호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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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았다. 제목이 마음에 들었던 것도 있지만 새 학기 초 5학년 동안 배운 역사 내용을 복습하는 수업을 하기 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았다. 걸으며 역사를 되새기는 의미 있는 책이 도착했다. 오돌토돌한 표지와 도톰한 내지, 그리고 책 냄새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표지에 왜 한국사 편이라고 씌어 있는지 궁금했는데 뒤쪽 책날개에 개항도시 편과 서울 편이 더 있었다. 항구 도시와 서울 강북의 흔적들을 담은 게 다른 책이라면 이 책은 대한민국 근대사를 실은 남촌, 고려 역사를 품은 운주사, 조선의 유명인들의 사연을 담은 강릉, 그리고 신라의 역사를 소개한 경주 네 지역의 산책길을 담았다. 그러고 보니 고구려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유적은 많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서울역 광장에 여러 번 가 보았지만 강우규 의사의 동상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암스테르담 중앙 역을 본떠 만든 동경역, 그리고 서울역은 그것을 다시 모방하여 만든 것이라고 한다. 애국계몽운동 단체 서북학회를 창립하고 교육활동을 전개하던 이동휘 선생의 영향을 받은 강우규 의사가 의거하던 날 밤 조선총독부는 불도 켜지 못할 정도로 조선 민중들의 습격을 두려워했다고 한다. (45쪽) 안중근 의사가 검찰관 앞에서 고한 이토 히로부미의 죄들, 마무리하지 못하 채 감옥에서 쓴 동양평화론, 의병의 활약에도 한일합방조약에 서명한 이완용, 안기부 건물, 남산골 한옥마을의 유래와 함께 초계탕과 커피 한약방도 소개되었다. 언젠가 걸어보고 싶은 길이다. 

  고향이 경상도라 그런지도 모르지만 백제는 왠지 나에게 조금은 낯설고 신비로운 역사다. 전라남도 화순군에 위치한 운주사 구름이 머문다는 이곳은 정작 불교와는 관련 없는 이름이라는 것이 재미있다. 본래 불교 유적과 조금 다른 건 고려시대에 크게 일어난 도교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사찰에서 신선놀음을 즐기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역시 일반 사찰에 있는 것과는 다른 은하수 하늘길 마름모문구층 석탑, 동산 석상과 오층 석탑, 동산 칠층 석탑, 원반육층 석탑 등은 내용을 모르고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탑들이다. 일곱 개였다가 현재 네 개만 남은 독특하게 생긴 항아리구층석탑이 원래 구층이었다고 하는 증거가 이제헌이 노래한 ‘구요당’이라는 시 덕분이라는 것도 재미있다. 영국의 스톤헨지나 칠레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을 닮았다는 운주사의 대규모 석상도 보고 싶다.

  커피 거리로 유명해진 강릉에는 율곡 선생이 태어난 오죽헌이 있다. 당시에는 변방 장수들에게 녹봉을 지급하지 않아 농민들이 먹여 살렸다고 하니 농민은 이래저래 고생이 많았겠다. 율곡은 변방 장수들에게 녹봉을 지급하자는 등 군정개혁을 요구한다. 10만을 양병하여 대비하자는 것을 주장한 율곡을 시기한 유성룡은 오히려 화를 자초하는 것이라며 반대했지만 임진란이 일어나자 율곡을 성인으로 추대하기도 하다. 율곡의 육조계가 의미심장하다. 어질고 유능한 사람을 임용하고, 군사와 백성을 양성하고, 국고를 풍족히 하고, 국경을 튼튼히 하고, 전쟁에 쓸 말을 준비하고 백성을 인과 의로 교화하라는 말은 오늘날 정치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허균 허난설헌 기념공원과 경포해변을 걷는 것은 물론 초당두부와 해물로 끓인 짬순이도 꼭 먹어보고 싶다. 

  경주는 수학여행으로 소시적에 여러번 방문했던 곳이다. 교사가 된 후에도 두어 번 다녀왔다. 갈 때마다 늘 그대로인 것 같은데 경주 유적지도 그간 많이 변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시리아 지방에서 만든 유리 제품 로만글라스가 무덤에서 나왔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나의 시조 김알지 이야기와 월성 북쪽 해자에서 나왔다는 소그드 사람 모양 토우가 재미있다. 교역을 위해 비단길로 간 발해 소녀 이야기(나는 비단길로 간다)가 떠올랐다. 월정교와 동궁, 월지는 들러보지 못했던 곳인데 다음에 경주에 가게 된다면 책에 소개된 곳들을 모두 가 보고 싶다.

  책에 있는 역사 내용 중 낯설어 어려운 부분들도 많았지만 사진이 곁들여져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관광지 여행이 아니라 역사여행을 위한 좋은 가이드북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여기에 소개된 곳들 중 강릉은 꼭 가 볼 것이다. 오죽헌과 허균 허난설헌 기념공원과 경포대를 거닐고, 짬순이와 맛난 커피도 먹어보고 싶다.




* 위 글은 출판사가 무상으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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