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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죄송합니다 - 왜 태어났는지 죽을 만큼 알고 싶었다
전안나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이름도 둘, 인생도 둘을 살았던 이의 가슴 아프면서도 희망이 있는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받았다. 독서 에세이라는 말에 끌렸다. 남에게 말하기 힘든 자신의 이야기를 오랜 시간 동안 멈춰 가며 썼다. 책을 쓰며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화가 나고 눈물 나는 그녀의 아픈 상처는 고스란히 지금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떨치려 해도 떨쳐낼 수 없는 그녀의 인생인 것이다. 지금은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아직 과정이긴 하지만 여러 가지 요인으로 그중 특히 책을 읽으며 어느 정도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자신을 낳은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채 고아원에서 살았던 김주영은 입양이 되어 잠시 행복한 듯했지만 사업 실패로 양부모님이 싸움을 시작했고, 교통사고로 아팠던 그녀에게 책을 가져다줄 정도로 그나마 자상한 양아버지에 비해 집안일을 마구 시키고 때리기까지 한 데다가 학비를 주기는커녕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생활비로 뜯어 가면서도 욕을 늘어놓는 양어머니 아래서 결혼하기 전까지 지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고, 안타깝다. 다행히 좋은 남편을 만나 두 아이를 키우며 행복하게 지낸다는 것을 알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금은 사회복지사로 많은 이들을 돕고, 강연을 하는 멋진 여성이 되었다.
힘든 고통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새로이 얻은 가족 덕분이리라. 물론 시댁 식구들은 편하지 않겠지만 자신을 지지해 주는 남편과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이는 아이들로 인해 상처가 어루만져지고 치유되었을 것이다. 신앙도 한몫했다고 믿는다. 역설적이게도 자신을 그렇게 구박하던 어머니가 가졌던 신앙을 물려받았고, 어머니의 그런 면이 정상적이지 않은 일종의 질환 때문인 걸 받아들였다. 그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바로 책이다. 책 속에는 자신보다 어려운 상황을 견뎌낸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알게 모르게 그녀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었다. 소개된 책들 중 읽은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책이 많았다. 그중 보통의 언어들, 피로사회, 수전 손택의 말, 자유론과 같은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 그녀에게 다가왔던 부분들이 나에게는 큰 감흥이 없을지도 모른다. 책이라는 것이 개인의 취향 차이가 크고, 관심사나 경험에 의해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다고 모두에게 그럴 수는 없지만 읽기에 좋았다는 책들은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들을 겪었던 그녀의 경험은 책이 되었다. 아마도 이 내용을 책으로 쓰기까지 수많은 갈등이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아픈 과거를 들려준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 책이 또 다른 이에게 용기를 줄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다른 이에게 큰 선물일 수 있겠다. ‘나도 버텼으니 견디길 바란다’는 메시지가 고스란히 전해질지도 모른다. 이제는 전안나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진 저자가 앞으로는 점점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bG2CkZJbr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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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