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역사산책 : 한국사편 골목길 역사산책
최석호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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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았다. 제목이 마음에 들었던 것도 있지만 새 학기 초 5학년 동안 배운 역사 내용을 복습하는 수업을 하기 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았다. 걸으며 역사를 되새기는 의미 있는 책이 도착했다. 오돌토돌한 표지와 도톰한 내지, 그리고 책 냄새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표지에 왜 한국사 편이라고 씌어 있는지 궁금했는데 뒤쪽 책날개에 개항도시 편과 서울 편이 더 있었다. 항구 도시와 서울 강북의 흔적들을 담은 게 다른 책이라면 이 책은 대한민국 근대사를 실은 남촌, 고려 역사를 품은 운주사, 조선의 유명인들의 사연을 담은 강릉, 그리고 신라의 역사를 소개한 경주 네 지역의 산책길을 담았다. 그러고 보니 고구려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유적은 많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서울역 광장에 여러 번 가 보았지만 강우규 의사의 동상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암스테르담 중앙 역을 본떠 만든 동경역, 그리고 서울역은 그것을 다시 모방하여 만든 것이라고 한다. 애국계몽운동 단체 서북학회를 창립하고 교육활동을 전개하던 이동휘 선생의 영향을 받은 강우규 의사가 의거하던 날 밤 조선총독부는 불도 켜지 못할 정도로 조선 민중들의 습격을 두려워했다고 한다. (45쪽) 안중근 의사가 검찰관 앞에서 고한 이토 히로부미의 죄들, 마무리하지 못하 채 감옥에서 쓴 동양평화론, 의병의 활약에도 한일합방조약에 서명한 이완용, 안기부 건물, 남산골 한옥마을의 유래와 함께 초계탕과 커피 한약방도 소개되었다. 언젠가 걸어보고 싶은 길이다. 

  고향이 경상도라 그런지도 모르지만 백제는 왠지 나에게 조금은 낯설고 신비로운 역사다. 전라남도 화순군에 위치한 운주사 구름이 머문다는 이곳은 정작 불교와는 관련 없는 이름이라는 것이 재미있다. 본래 불교 유적과 조금 다른 건 고려시대에 크게 일어난 도교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사찰에서 신선놀음을 즐기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역시 일반 사찰에 있는 것과는 다른 은하수 하늘길 마름모문구층 석탑, 동산 석상과 오층 석탑, 동산 칠층 석탑, 원반육층 석탑 등은 내용을 모르고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탑들이다. 일곱 개였다가 현재 네 개만 남은 독특하게 생긴 항아리구층석탑이 원래 구층이었다고 하는 증거가 이제헌이 노래한 ‘구요당’이라는 시 덕분이라는 것도 재미있다. 영국의 스톤헨지나 칠레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을 닮았다는 운주사의 대규모 석상도 보고 싶다.

  커피 거리로 유명해진 강릉에는 율곡 선생이 태어난 오죽헌이 있다. 당시에는 변방 장수들에게 녹봉을 지급하지 않아 농민들이 먹여 살렸다고 하니 농민은 이래저래 고생이 많았겠다. 율곡은 변방 장수들에게 녹봉을 지급하자는 등 군정개혁을 요구한다. 10만을 양병하여 대비하자는 것을 주장한 율곡을 시기한 유성룡은 오히려 화를 자초하는 것이라며 반대했지만 임진란이 일어나자 율곡을 성인으로 추대하기도 하다. 율곡의 육조계가 의미심장하다. 어질고 유능한 사람을 임용하고, 군사와 백성을 양성하고, 국고를 풍족히 하고, 국경을 튼튼히 하고, 전쟁에 쓸 말을 준비하고 백성을 인과 의로 교화하라는 말은 오늘날 정치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허균 허난설헌 기념공원과 경포해변을 걷는 것은 물론 초당두부와 해물로 끓인 짬순이도 꼭 먹어보고 싶다. 

  경주는 수학여행으로 소시적에 여러번 방문했던 곳이다. 교사가 된 후에도 두어 번 다녀왔다. 갈 때마다 늘 그대로인 것 같은데 경주 유적지도 그간 많이 변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시리아 지방에서 만든 유리 제품 로만글라스가 무덤에서 나왔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나의 시조 김알지 이야기와 월성 북쪽 해자에서 나왔다는 소그드 사람 모양 토우가 재미있다. 교역을 위해 비단길로 간 발해 소녀 이야기(나는 비단길로 간다)가 떠올랐다. 월정교와 동궁, 월지는 들러보지 못했던 곳인데 다음에 경주에 가게 된다면 책에 소개된 곳들을 모두 가 보고 싶다.

  책에 있는 역사 내용 중 낯설어 어려운 부분들도 많았지만 사진이 곁들여져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관광지 여행이 아니라 역사여행을 위한 좋은 가이드북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여기에 소개된 곳들 중 강릉은 꼭 가 볼 것이다. 오죽헌과 허균 허난설헌 기념공원과 경포대를 거닐고, 짬순이와 맛난 커피도 먹어보고 싶다.




* 위 글은 출판사가 무상으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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