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8
헨릭 입센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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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로만 많이 듣던 <<인형의 집>>을 읽게 되었다. 시간이 잠깐 생겼는데 읽고 싶어 들고 다니던 책을 집에 놓고 와서 어찌나 아쉬운지 서점에 잠깐 들러 그전부터 읽고 싶었던 이 책을 구입했다. 페미니즘의 원조 격인 이 책은 씌어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가히 센세이셔널하다.


 

  인형처럼 살아 온 노라의 일생은 간직해 오던 비밀이 탄로 나는 날 180도 달라져 그녀의 아이도, 남편도 모두 버리고 자신을 찾아 집을 뛰쳐나간다. 그 과정이 너무 갑작스럽기도 하고 그녀가 지금까지 살아온 바로 예측할 수 있는 결말이 아니기에 조금은 황당한 느낌도 들었다. 아버지와 남편의 인형으로 살아온 노라가 그것을 깨달은 것이 자신을 감싸줄 줄 알았던 남편이 자신을 나무라는 것 때문이었다니.. 그것도 조금은 억지적이다.

 

  아내를 종달새로 부르며 아끼는 것 같지만 동등한 인격체로 생각하기 보다는 어린아이와 다를 바 없는 존재로 여기는 남편. 그에 동조하며 겉으로는 착한 부인인 것 같지만 자신도 모르게 불법을 저지르고 그것을 감추며 살아온 노라. 그에 대한 불만을 돈 쓰는 것으로 푸는 그녀는 쌓여만 가는 거짓으로부터 벗어나고자 결단을 내린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녀의 결정은 조금 무책임한 면이 있다. 인형으로 살아온 자신의 삶을 돌이키고자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자신의 자식들을 버리고 집을 나갈 생각을 했는지..

 

 

  이 책이 당시에 얼마나 논란거리였을지 짐작이 간다. 사회적 문제들을 즐겨 다루었다는 헨리크 입센의 통찰이 남다르긴 하다. 책 한 권으로 인해 사회적 문제들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이후 운동으로 전개되는 일은 정말 신기하고도 놀라운 일이다. 역사적으로 이런 책들이 한두 권이 아닐 것이다. 나도 그런 책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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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서재 - 경영은 인문정신의 예술이다
한정원 지음, 전영건 사진 / 행성B(행성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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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읽었던 <<지식인의 서재>>를 쓴 한정원 작가가 이번에는 CEO의 서재를 찾아다니며 독서와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큰일들을 이루어낸 분들을 인터뷰한 생생한 내용을 담은 책을 냈다이분들의 공통점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독서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또한 겸손하고 사원들을 비롯한 사람들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소개된 여러 회사들은 기부나 봉사로 사회적 환원을 잘 실천하고 있었다. CEO의 생각이 회사의 철학이 되고그 회사의 앞길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그렇기 때문에 더욱 끊임없는 독서와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고인 물은 썩는 법이니까.

 

  독서와 함께 그들은 메모의 중요성도 알고 실천하고 있었다손닿는 곳곳마다 종이와 펜이 준비되어 있는 분도 있고볼펜을 주머니에 하도 꽂고 다녀서 옷에 잉크가 늘 묻어 있다는 분도 있다왜냐하면 메모는 시간을 정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순간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각 CEO들의 추천도서도 실려 있다읽으면서 관심 가는 책들을 메모하다 보니 수십 권이 되었다그 중 알라딘 중고샵에 들어가 검색해서 19권을 주문했다이 책을 통해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CEO들의 생생한 성공 노하우도 듣고읽고 싶은 책들도 사게 되니 일석이조다앞으로 당분간 CEO들의 추천도서 속에서 헤엄칠 생각을 하니 아직 읽지 않아도 뿌듯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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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 전2권 (한글판 + 영문판)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 영문판) 1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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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자신이 자유를 갈망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책 속에 파묻혀 지내던 젊은 날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쓴 책이다실존 인물 조르바와 갈탄 채굴 사업을 했던 기억을 되살려 60세가 되어서야 <<그리스인 조르바>>를 세상에 내놓고 노벨상 후보에 오른다두 번에 걸쳐 떨어진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자신이 톨스토이처럼 러시아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을 후회할 정도로 큰 실망에 사로잡히기도 했다그의 묘비명에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자유인이라는 것을 남겼지만 그가 그것을 깨닫게 되기까지 평생을 자유에 대해 생각하고 갈망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거북한 부분이 많이 있었다우리가 알고 있는 통념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조르바의 거침없는 대사들 때문이다지나치리만큼 순수한 그는 책 읽는 것을 쓸데없는 것이라 여기며부패한 성직자들을 무시하고성욕에 대해 부끄러움이 없으며음악과 춤으로 기쁨을 느끼는 단순한 인생을 살아간다그와는 완전히 다른 화자는 그런 조르바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급기야 그를 마음 속 선생으로까지 여기게 된다사실 조르바를 만나기 전과 후 화자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원인 모를 공포 속에서 단테를 찾던 그는 조르바를 만난 후 단순한 삶에 대한 동경으로 머릿속 잡념을 하나씩 빼는 느낌이었다.

 

  조르바와 하던 사업이 완전한 실패로 돌아간 후 그는 완전한 자유를 느끼게 되는 것이 묘했다그간의 노력이 사실은 돈을 위한 것이 아니라 조금은 다른 인생을 살고 싶었던 화자의 욕망 때문이었음을 깨달았음이리라결국 조르바와 헤어지고 각자 다른 길로 가기로 결정했을 때 조르바는 오히려 보스(화자)없이 어떻게 사느냐고 묻는다알게 모르게 서로의 상반된 점을 존중하고 의지해 왔음을 알 수 있었다결국 인생은 모두 죽음에 이르게 된다조르바는 다시 결혼해 아이를 갖게 되지만 보스를 그리워하다 죽음을 맞는다자유를 욕망하던 그들은 마침내 자유를 찾았을까아니면 자유를 찾았다는 착각 속에서 살다가 최후를 맞았을까?

 

  우리는 모두 자유를 갈망한다하지만 정작 우리에게 자유가 주어졌을 때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이 책을 통해 진정한 자유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자유를 찾은 그들이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만은 않은 이유가 뭘까?

--- 본문 내용 ---
- 이 년간 내 안 깊은 곳에서는 하나의 욕망, 한 알의 씨앗이 꿈틀거렸다. 나는 나를 파먹으며 익어 가는 그 씨앗을 내 장기처럼 여겼다. 씨앗은 자라며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밖으로 나오려고 발길질을 시작했다. 나는 그것을 파괴할 용기가 없었다. 정신적인 낙태는 이미 시기를 놓친 것이었다. (14-15쪽)
- 아침 일찍 고르는 단테의 시구가 하루 종일 그 운율을 선물해 줄 거라는 생각에 문고판 단테를 손에 들고 자유를 만끽했다. (15쪽)
- 혼자 있으면서 무서운 예감과 공포를 이기지 못할 때면 어김없이 그가 소리를 지른다. 그 무서운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나는 서둘러 여행 동무인 단테를 꺼냈다. (47쪽)
- 위대한 스승이라면 자신을 뛰어넘는 제자를 만드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라네. (121쪽)
- 나는 인생을 잘못 살고 있는 것 같았다. 타인을 만나는 일은 나 혼자 독백을 하는 것처럼 되어 버렸다. 나는 타락했다. 여자와의 사랑이냐, 책에 대한 사랑이냐 하는 질문에 책을 선택할 정도로 타락했다. (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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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해도 괜찮아 - 똑같은 생각만 강요하는 세상을 색다르게 읽는 인문학 프레임
박신영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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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에 글을 써 출판하게 된 블룩(blog+book)의 예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온라인 상의 글답게 잘 읽히면서도 신선하다. 이야기나 설화, 책, 영화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풀어나간 저자의 입담이 흥미롭다.

 

  건강한 사고방식을 가진 저자는 사회를 보는 우리들의 고정관념에 과감하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배워 온 것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념들이 다가 아님을 말해 준다. 과거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것들이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전환되는 것을 보며 과거에 배운 것에 대해 우리들이 더 이상 배우지 않을 경우 예전의 사고방식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데서 오는 수많은 오류들을 접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러므로 끊임없는 공부와 자기연마가 필요하다. 과거에 배워 미래를 살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이 부분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늘 배우고 공부하는 교사가 되어야겠다.

 

  이 책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관점은 기존 여성에 대한 편견에의 거부이다. 사람으로 변한 웅녀의 이야기부터 방귀쟁이 며느리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여성에 대해 갖고 있는 순종적이고, 나약한 이미지로 살지 말고 당차고 자신의 주장을 펴는 위대한 여성들로 살아가기를 촉구한다.

 

 

  나이가 들수록 책을 읽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버리고 열린 마음을 갖자는 그 기본적인 사상이 나의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이 이 책을 통해 널리 알려지기를 간절히 바래 본다. 책을 아무리 많이 읽고, 여러 곳을 여행해도 자신만의 아집에 갇혀 있으면 아무 것도 얻을 것이 없다는 말에도 동감한다. 열린 마음으로 책과 여행을 통해 세상을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관점을 만들되 굳어지지 않고 유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존 작가가 아닌 블로거의 관점이라 신선하게 다가온 책이다.

 

--- 본문 내용 ---

 

- 방귀쟁이 며느리 이야기는 우리에게 인간의 단점을 어떻게 생각하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냥 지저분한 방귀 이야기나 하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이렇게 우리 옛이야기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재미있는 예를 통해 교훈을 주기 때문에 나는 어떤 현대의 자기계발서보다 옛날이야기 책이 늘 마음에 더 와 닿는다. (40쪽)

 

 

- 인간이 만든 제도라는 것은, 그 제도에 잘 적응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제도가 몸과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지 못한 채, 세상이 말하는 결혼 적령기가 되어 등 떠밀리듯 옆에 있는 적당한 사람과 결혼하는 것은 위험하다. (110쪽)

 

- 자신의 희생을 강조하며 자식에게 죄책감을 불어넣어 끝까지 자식과 자신 사이의 탯줄을 끊지 않으려는 미성숙한 부모, 그들은 자식이 보기에 자신을 잡아먹는 흉포한 호랑이일 뿐이다. … 서로에게 과도한 의무감을 갖거나 집착하지 말 것. … 중요한 것은 당신이 성숙하는 것이 바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것! (142-143쪽)

 

- 부디 여럿 있을 때는 좀 겸손하게, 혼자 있을 때는 마음껏 자만하며 살자. 사람들은 이를 거꾸로 하는 경우가 많다. (164쪽)

 

- 신용카드를 꺼내 들기 전에 먼저 생각하자. 그 물건으로 무엇을 할지를. 그 물건 자체가 아니라, 내가 그 물건으로 어떤 가치 있는 일을 해내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234-235쪽)

 

- 살다 보면 그런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정말 책도 많이 읽은 사람인데 예상외로 무식하고 본질을 보지 못한다. 해외여행도 많이 다녀온 사람인데 인종에 대한 편견이 있다. 사람 많이 만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인데 타인과 사회에 대한 너그러운 마음이 없다. 왜들 이럴까? … 읽은 책들과 보고 듣고 여행한 사람들을 그저 자신의 고루한 베이스가 옳음을 입증하는 데만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이런 사람은 아무리 일 년에 책을 백 권 읽고 평생 백여 개 나라를 여행했어도 우물 안 개구리다. (255쪽)

 

- SNS의 역기능도 자주 거론된다. 남이 좋은 데 놀러 가거나, 비싼 물건 사거나, 맛난 걸 먹거나, 즐거운 모임에 가서 올린 인증 사진을 보면 상대적으로 자신이 불행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는 말이 종종 들린다. … SNS는 혼자 있는 나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좋은 길벗이 아니라 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는 도둑일 수도 있다. (279-280쪽)

 

- 이야기와 책은 자신과 타인을, 사회를, 세상을 이해하게 만들어준다. 타인의 힘든 상황을 이해하고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사람은 스스로 책을 읽은 후, 다른 사람과 세상을 만나야만 자아가 확장되어 타고난 본성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나’ 안에 매몰되어 남에게, 세상에 피해 주는 언행을 하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도 깨닫지 못하게 된다. (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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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길 (반양장) - 박노해 사진 에세이, 티베트에서 인디아까지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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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난의 시간을 보냈던 박노해 시인의 삶.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의 대변인이 되어 살아온 그가 이번엔 아시아의 여러 곳을 다니며 그들의 소박한 삶을 찬양한다.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인도, 티벳, 라오스, 그리고 미얀마 등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들을 찾아다니며 자연과 닮은 그들의 삶을 흑백 카메라에 담았다.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는 우리네 인생은 세상에 나오면서부터 살 곳과 할 것이 정해지고, 거기에 순응하느냐 벗어나느냐는 오직 자신의 선택이다. 가난하지만 마음은 부자인 그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 건 어쩌면 지나친 자만이 아닐까? 실은 그들 속에 더 큰 평화와 행복이 있는데..

 

  거칠어진 손과 발. 겁먹은 눈빛. 시인의 카메라에 담긴 소외당한 사람들의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동정할 수만은 없는 이들의 생활. 소통과 세계화로 오히려 소외당하는 건 그들이 아니라 우리가 아닐까? 통신 기기 속에 갇혀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하고, 느껴야 할 것을 느끼지 못하는 우리가 오히려 동정 받아야 할 사람은 아닌지..

 

  시인의 눈을 보는 세상. 그의 생각이 너무 멋지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다른 길.

 


--- 본문 내용 ---

 

- 세계의 토박이들은 오늘의 도시 문명과 인류의 밥상을 떠받치고 있는 피라미드 밑돌과도 같은 존재이다. 이 지상의 작고 힘없고 가난한 이들이 무너져 내리면 지금 우리가 딛고 선 세계는 여지없이 무너지리라. (29쪽)

 

- “제 손으로 커피 체리를 딸 때마다 저 안개 너머에 지금 커피잔을 들고 미소짓는 누군가를 떠올리곤 해요.” 내가 마시는 커피를 만드는 최초의 인간, 토박이 커피 농부들에게 경배를! (37쪽)

 

- 아내와 아이의 배웅을 등에 받으며 맨발로 내딛는 가장의 걸음에는 할 일을 다한 자의 당당함이 실려 있다. (55쪽)

 

- 돈으로 살 수 있는 능력은 적어도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이 큰 사람들. 창조란 가장 단순한 것으로 가장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내는 것이고 최고의 삶의 기술은 언제나 나쁜 것에서 좋은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59쪽)

 

- 마을마다 있는 공용지는 아이들의 놀이마당. 나무토막을 모아 자기들만의 오두막을 짓고 진흙으로 살림 도구를 만들고 들꽃을 따다 요리를 하고 지금 막내는 밥을 짓는다고 후우후우 불을 지핀다. 염소도 병아리도 함께 놀고 있다. 이 아이들에겐 TV도 게임도 인터넷도 없지만 심심하게 비워진 흙마당에서 이리저리 궁리하며 날마다 자신들만의 새로운 놀이를 창조해낸다. 너무 재밌어진 세상에서 우리 조금 더 심심해지자. 그래야 친구를 부르고 내 안의 창조성이 발동할 테니. (67쪽)

 

- “이 의자는 아이가 처음 말하던 날 만든 것이구요 이 목마는 아이가 첫걸음마 하던 날 만든 것이구요 오늘은 대나무를 깎아 새장을 만들어 줄 거예요.” 아빠가 아이에게 주었던 것은 ‘시간의 선물’. 사랑은, 나의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다. (69쪽)

 

- 탐욕의 그릇이 작아지면 삶의 누림은 커지고 우리 삶은 ‘이만하면 넉넉하다’. (99쪽)

 

- 미군의 폭음과 홍수가 휩쓸고 간 오지 마을. 영하의 추위에 난로도 외투도 양말도 없고 책걸상도 공책도 칠판도 선생님도 없다. 자습이 끝나자 늘 허기져 눈만 큰 아이들이 품에 싸온 제 몫의 감자 한 알을 나에게 내민다. 아,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지구의 벼랑 끝, 막다른 코너에 몰린 생의 아이들. (113쪽)

 

- 세계에 가득한 탐욕의 공기가 내 안까지 깊숙이 파고드는 시대.

나는 날마다 원칙과 고독의 가시우리를 단호히 두르리라.

하지만 세계의 햇살과 바람이 자유롭게 드나들게 하리라.

그렇게 ‘참사람의 숲’을 이루어 한 줄기 빛의 통로를 열어가리라. (157쪽)

 

- 해마다 새로 짓는 나무다리의 역사를 따라 서로의 믿음 또한 시간의 두께로 깊어진다. 오늘도 이 다리를 오가는 다양한 발걸음들은 마치 오선지 위에 어우러진 음표들처럼 가슴 시린 희망의 노래를 연주하고 있다. ‘함께하는 혼자’로 진정한 나를 찾아 좋은 삶 쪽으로 나아가려는 사람에게는 분명, 다른 길이 있다. (244쪽)

 

- 삶에서 가치 있는 것들은 이렇게 꾸역꾸역 불굴의 걸음으로 밀어가야 한다는 듯이, 쟁기를 잡은 농부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337쪽)



출처: 제 네이버 블로그 '천 권의 약속'

http://blog.naver.com/kelly110/40209785312?copen=1&focusingCommentNo=10870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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