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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 전2권 (한글판 + 영문판) ㅣ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 영문판) 1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자신이 자유를 갈망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책 속에 파묻혀 지내던 젊은 날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쓴 책이다. 실존 인물 조르바와 갈탄 채굴 사업을 했던 기억을 되살려 60세가 되어서야 <<그리스인 조르바>>를 세상에 내놓고 노벨상 후보에 오른다. 두 번에 걸쳐 떨어진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자신이 톨스토이처럼 러시아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을 후회할 정도로 큰 실망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그의 묘비명에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자유인이라는 것을 남겼지만 그가 그것을 깨닫게 되기까지 평생을 자유에 대해 생각하고 갈망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거북한 부분이 많이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통념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조르바의 거침없는 대사들 때문이다. 지나치리만큼 순수한 그는 책 읽는 것을 쓸데없는 것이라 여기며, 부패한 성직자들을 무시하고, 성욕에 대해 부끄러움이 없으며, 음악과 춤으로 기쁨을 느끼는 단순한 인생을 살아간다. 그와는 완전히 다른 화자는 그런 조르바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급기야 그를 마음 속 ‘선생’으로까지 여기게 된다. 사실 조르바를 만나기 전과 후 화자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원인 모를 공포 속에서 단테를 찾던 그는 조르바를 만난 후 단순한 삶에 대한 동경으로 머릿속 잡념을 하나씩 빼는 느낌이었다.
조르바와 하던 사업이 완전한 실패로 돌아간 후 그는 완전한 자유를 느끼게 되는 것이 묘했다. 그간의 노력이 사실은 돈을 위한 것이 아니라 조금은 다른 인생을 살고 싶었던 화자의 욕망 때문이었음을 깨달았음이리라. 결국 조르바와 헤어지고 각자 다른 길로 가기로 결정했을 때 조르바는 오히려 보스(화자)없이 어떻게 사느냐고 묻는다. 알게 모르게 서로의 상반된 점을 존중하고 의지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인생은 모두 죽음에 이르게 된다. 조르바는 다시 결혼해 아이를 갖게 되지만 보스를 그리워하다 죽음을 맞는다. 자유를 욕망하던 그들은 마침내 자유를 찾았을까? 아니면 자유를 찾았다는 착각 속에서 살다가 최후를 맞았을까?
우리는 모두 자유를 갈망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에게 자유가 주어졌을 때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 진정한 자유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자유를 찾은 그들이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만은 않은 이유가 뭘까?
--- 본문 내용 --- - 이 년간 내 안 깊은 곳에서는 하나의 욕망, 한 알의 씨앗이 꿈틀거렸다. 나는 나를 파먹으며 익어 가는 그 씨앗을 내 장기처럼 여겼다. 씨앗은 자라며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밖으로 나오려고 발길질을 시작했다. 나는 그것을 파괴할 용기가 없었다. 정신적인 낙태는 이미 시기를 놓친 것이었다. (14-15쪽) - 아침 일찍 고르는 단테의 시구가 하루 종일 그 운율을 선물해 줄 거라는 생각에 문고판 단테를 손에 들고 자유를 만끽했다. (15쪽) - 혼자 있으면서 무서운 예감과 공포를 이기지 못할 때면 어김없이 그가 소리를 지른다. 그 무서운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나는 서둘러 여행 동무인 단테를 꺼냈다. (47쪽) - 위대한 스승이라면 자신을 뛰어넘는 제자를 만드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라네. (121쪽) - 나는 인생을 잘못 살고 있는 것 같았다. 타인을 만나는 일은 나 혼자 독백을 하는 것처럼 되어 버렸다. 나는 타락했다. 여자와의 사랑이냐, 책에 대한 사랑이냐 하는 질문에 책을 선택할 정도로 타락했다. (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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