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른 길 (반양장) - 박노해 사진 에세이, 티베트에서 인디아까지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고난의 시간을 보냈던 박노해 시인의 삶.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의 대변인이 되어 살아온 그가 이번엔 아시아의 여러 곳을 다니며 그들의 소박한 삶을 찬양한다.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인도, 티벳, 라오스, 그리고 미얀마 등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들을 찾아다니며 자연과 닮은 그들의 삶을 흑백 카메라에 담았다.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는 우리네 인생은 세상에 나오면서부터 살 곳과 할 것이 정해지고, 거기에 순응하느냐 벗어나느냐는 오직 자신의 선택이다. 가난하지만 마음은 부자인 그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 건 어쩌면 지나친 자만이 아닐까? 실은 그들 속에 더 큰 평화와 행복이 있는데..
거칠어진 손과 발. 겁먹은 눈빛. 시인의 카메라에 담긴 소외당한 사람들의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동정할 수만은 없는 이들의 생활. 소통과 세계화로 오히려 소외당하는 건 그들이 아니라 우리가 아닐까? 통신 기기 속에 갇혀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하고, 느껴야 할 것을 느끼지 못하는 우리가 오히려 동정 받아야 할 사람은 아닌지..
시인의 눈을 보는 세상. 그의 생각이 너무 멋지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다른 길.
--- 본문 내용 ---
- 세계의 토박이들은 오늘의 도시 문명과 인류의 밥상을 떠받치고 있는 피라미드 밑돌과도 같은 존재이다. 이 지상의 작고 힘없고 가난한 이들이 무너져 내리면 지금 우리가 딛고 선 세계는 여지없이 무너지리라. (29쪽)
- “제 손으로 커피 체리를 딸 때마다 저 안개 너머에 지금 커피잔을 들고 미소짓는 누군가를 떠올리곤 해요.” 내가 마시는 커피를 만드는 최초의 인간, 토박이 커피 농부들에게 경배를! (37쪽)
- 아내와 아이의 배웅을 등에 받으며 맨발로 내딛는 가장의 걸음에는 할 일을 다한 자의 당당함이 실려 있다. (55쪽)
- 돈으로 살 수 있는 능력은 적어도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이 큰 사람들. 창조란 가장 단순한 것으로 가장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내는 것이고 최고의 삶의 기술은 언제나 나쁜 것에서 좋은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59쪽)
- 마을마다 있는 공용지는 아이들의 놀이마당. 나무토막을 모아 자기들만의 오두막을 짓고 진흙으로 살림 도구를 만들고 들꽃을 따다 요리를 하고 지금 막내는 밥을 짓는다고 후우후우 불을 지핀다. 염소도 병아리도 함께 놀고 있다. 이 아이들에겐 TV도 게임도 인터넷도 없지만 심심하게 비워진 흙마당에서 이리저리 궁리하며 날마다 자신들만의 새로운 놀이를 창조해낸다. 너무 재밌어진 세상에서 우리 조금 더 심심해지자. 그래야 친구를 부르고 내 안의 창조성이 발동할 테니. (67쪽)
- “이 의자는 아이가 처음 말하던 날 만든 것이구요 이 목마는 아이가 첫걸음마 하던 날 만든 것이구요 오늘은 대나무를 깎아 새장을 만들어 줄 거예요.” 아빠가 아이에게 주었던 것은 ‘시간의 선물’. 사랑은, 나의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다. (69쪽)
- 탐욕의 그릇이 작아지면 삶의 누림은 커지고 우리 삶은 ‘이만하면 넉넉하다’. (99쪽)
- 미군의 폭음과 홍수가 휩쓸고 간 오지 마을. 영하의 추위에 난로도 외투도 양말도 없고 책걸상도 공책도 칠판도 선생님도 없다. 자습이 끝나자 늘 허기져 눈만 큰 아이들이 품에 싸온 제 몫의 감자 한 알을 나에게 내민다. 아,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지구의 벼랑 끝, 막다른 코너에 몰린 생의 아이들. (113쪽)
- 세계에 가득한 탐욕의 공기가 내 안까지 깊숙이 파고드는 시대.
나는 날마다 원칙과 고독의 가시우리를 단호히 두르리라.
하지만 세계의 햇살과 바람이 자유롭게 드나들게 하리라.
그렇게 ‘참사람의 숲’을 이루어 한 줄기 빛의 통로를 열어가리라. (157쪽)
- 해마다 새로 짓는 나무다리의 역사를 따라 서로의 믿음 또한 시간의 두께로 깊어진다. 오늘도 이 다리를 오가는 다양한 발걸음들은 마치 오선지 위에 어우러진 음표들처럼 가슴 시린 희망의 노래를 연주하고 있다. ‘함께하는 혼자’로 진정한 나를 찾아 좋은 삶 쪽으로 나아가려는 사람에게는 분명, 다른 길이 있다. (244쪽)
- 삶에서 가치 있는 것들은 이렇게 꾸역꾸역 불굴의 걸음으로 밀어가야 한다는 듯이, 쟁기를 잡은 농부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337쪽)
출처: 제 네이버 블로그 '천 권의 약속'
http://blog.naver.com/kelly110/40209785312?copen=1&focusingCommentNo=10870565
제 블로그에 오시면 더 많고 다양한 리뷰를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