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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해도 괜찮아 - 똑같은 생각만 강요하는 세상을 색다르게 읽는 인문학 프레임
박신영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블로그에 글을 써 출판하게 된 블룩(blog+book)의 예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온라인 상의 글답게 잘 읽히면서도 신선하다. 이야기나 설화, 책, 영화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풀어나간 저자의 입담이 흥미롭다.
건강한 사고방식을 가진 저자는 사회를 보는 우리들의 고정관념에 과감하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배워 온 것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념들이 다가 아님을 말해 준다. 과거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것들이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전환되는 것을 보며 과거에 배운 것에 대해 우리들이 더 이상 배우지 않을 경우 예전의 사고방식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데서 오는 수많은 오류들을 접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러므로 끊임없는 공부와 자기연마가 필요하다. 과거에 배워 미래를 살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이 부분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늘 배우고 공부하는 교사가 되어야겠다.
이 책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관점은 기존 여성에 대한 편견에의 거부이다. 사람으로 변한 웅녀의 이야기부터 방귀쟁이 며느리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여성에 대해 갖고 있는 순종적이고, 나약한 이미지로 살지 말고 당차고 자신의 주장을 펴는 위대한 여성들로 살아가기를 촉구한다.
나이가 들수록 책을 읽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버리고 열린 마음을 갖자는 그 기본적인 사상이 나의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이 이 책을 통해 널리 알려지기를 간절히 바래 본다. 책을 아무리 많이 읽고, 여러 곳을 여행해도 자신만의 아집에 갇혀 있으면 아무 것도 얻을 것이 없다는 말에도 동감한다. 열린 마음으로 책과 여행을 통해 세상을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관점을 만들되 굳어지지 않고 유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존 작가가 아닌 블로거의 관점이라 신선하게 다가온 책이다.
--- 본문 내용 ---
- 방귀쟁이 며느리 이야기는 우리에게 인간의 단점을 어떻게 생각하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냥 지저분한 방귀 이야기나 하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이렇게 우리 옛이야기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재미있는 예를 통해 교훈을 주기 때문에 나는 어떤 현대의 자기계발서보다 옛날이야기 책이 늘 마음에 더 와 닿는다. (40쪽)
- 인간이 만든 제도라는 것은, 그 제도에 잘 적응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제도가 몸과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지 못한 채, 세상이 말하는 결혼 적령기가 되어 등 떠밀리듯 옆에 있는 적당한 사람과 결혼하는 것은 위험하다. (110쪽)
- 자신의 희생을 강조하며 자식에게 죄책감을 불어넣어 끝까지 자식과 자신 사이의 탯줄을 끊지 않으려는 미성숙한 부모, 그들은 자식이 보기에 자신을 잡아먹는 흉포한 호랑이일 뿐이다. … 서로에게 과도한 의무감을 갖거나 집착하지 말 것. … 중요한 것은 당신이 성숙하는 것이 바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것! (142-143쪽)
- 부디 여럿 있을 때는 좀 겸손하게, 혼자 있을 때는 마음껏 자만하며 살자. 사람들은 이를 거꾸로 하는 경우가 많다. (164쪽)
- 신용카드를 꺼내 들기 전에 먼저 생각하자. 그 물건으로 무엇을 할지를. 그 물건 자체가 아니라, 내가 그 물건으로 어떤 가치 있는 일을 해내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234-235쪽)
- 살다 보면 그런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정말 책도 많이 읽은 사람인데 예상외로 무식하고 본질을 보지 못한다. 해외여행도 많이 다녀온 사람인데 인종에 대한 편견이 있다. 사람 많이 만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인데 타인과 사회에 대한 너그러운 마음이 없다. 왜들 이럴까? … 읽은 책들과 보고 듣고 여행한 사람들을 그저 자신의 고루한 베이스가 옳음을 입증하는 데만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이런 사람은 아무리 일 년에 책을 백 권 읽고 평생 백여 개 나라를 여행했어도 우물 안 개구리다. (255쪽)
- SNS의 역기능도 자주 거론된다. 남이 좋은 데 놀러 가거나, 비싼 물건 사거나, 맛난 걸 먹거나, 즐거운 모임에 가서 올린 인증 사진을 보면 상대적으로 자신이 불행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는 말이 종종 들린다. … SNS는 혼자 있는 나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좋은 길벗이 아니라 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는 도둑일 수도 있다. (279-280쪽)
- 이야기와 책은 자신과 타인을, 사회를, 세상을 이해하게 만들어준다. 타인의 힘든 상황을 이해하고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사람은 스스로 책을 읽은 후, 다른 사람과 세상을 만나야만 자아가 확장되어 타고난 본성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나’ 안에 매몰되어 남에게, 세상에 피해 주는 언행을 하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도 깨닫지 못하게 된다. (2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