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박노해 시집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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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879659740

 

 ‘박해받는 노동자의 해방박노해 시인의 책을 두 번째로 읽는다. 그를 시인이라고 부르기에 너무 대단한 사람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그는 오랜 시간 동안 무기수로 살았던 세월을 보낸다. 그 시간 동안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던 그는 목숨을 걸고 전쟁이 벌어지는 곳에도 있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시로 남겼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들을 했기에 그가 사람들의 칭송을 받고 있나보다.

 

  세월이 지난 후 국가로부터 보상금을 제의 받았을 때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어떻게 그 증서를 찢을 수 있었을까?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돈이 더 이상 무기가 될 수 없다.

 

  강자의 세상이 되어버린 이 땅에서 약자들의 목소리를 널리 알렸던 그의 애절함이 시어에 묻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나는 강자의 모습이 아니었나 돌아보게 한다. 눈과 귀가 어두워져 버린 우리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가? 요즘 떠들썩한 사건들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된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사회의 어느 곳은 썩어 문들어진다는 사실을. 내 배가 부르고 등이 따스울 때라도 헐벗은 이웃이 있음을 절대 잊지 말자.

- 아니다 (34쪽)

억압받지 않으면 진리가 아니다

상처받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다

저항하지 않으면 젊음이 아니다

고독하지 않으면 혁명이 아니다



- 진실 (234쪽)

큰 사람이 되고자 까치발 서지 않았지

키 큰 나무숲을 걷다 보면 내 키가 커졌지



행복을 찾아서 길을 걷지 않았지

옳은 길을 걷다 보니 행복이 깃들었지



사랑을 구하려고 두리번거리지 않았지

사랑으로 살다 보니 사랑이 찾아왔지



좋은 시를 쓰려고 고뇌하지 않았지

시대를 고뇌하다 보니 시가 울려왔지



가슴 뛰는 삶을 찾아 헤매지 않았지

가슴 아픈 이들과 함께하니 가슴이 떨려왔지



- 연필로 생을 쓴다 (252쪽)

밤중에 홀로 앉아 연필을 깎으면

숲의 향기가 방안에 가득하다

사박사박 연필로 글을 써 내려가면

수억 년 어둠 속에 묻힌 나무의 숨결이

흰 종이 검은 글자에 자욱이 어린다



연필로 쓰는 글씨야 지우고 다시 쓸 수 있지만

내 인생의 발자국은 다시는 고쳐 쓸 수 없어라

그래도 쓰고 지우고 다시 고쳐 쓰는 건

오늘 아침만은 곧은 걸음으로 걷고 싶기 때문

검푸른 나무향기 가득한 이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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