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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행 - 13억 중국인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시인 백거이
백거이 지음, 오세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926665763
학창 시절 의미 없이 외웠던 시집 이름 비파행. 백거이라는 관리이자 시인은 당시 백성들을 위해 누구나 알기 쉬운 시들을 지어 지금까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어렵게만 쓴 수준 높은 시들만 높이 받들어지던 세상에서 욕을 먹으면서까지 쉬운 시들을 지었던 그의 백성 사랑이 느껴졌다.
임금에게 간하는 시를 썼다가 한직으로 물러나기도 했지만 그곳에서 오히려 부담 없이 좋은 시들을 짓기도 했다니 사실 부귀영화나 권세, 그리고 명예가 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당시에 권세를 누리던 사람들은 이름도 없이 사라졌지만 백거이의 수많은 시들은 지금까지도 사랑을 받고 있으니 시인은 어쩌면 가장 현명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풍유시, 한적시, 잡률시, 감상시와 같은 여러 종류의 시를 썼다. 지금으로 말하면 한 가지에만 능통한 게 아니라 만능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관직에까지 있었다니 인생을 참 멋지게 살았던 사람인 것 같다. 그의 시에서는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세상을 손아귀에 넣고 움켜쥐려고만 하는 사람에게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시다. 그러면서도 참 용감하다. 당시에 감히 귀 막은 임금에게 간언하는 시를 쓸 수 있었다니 말이다.
시는 짧지만 힘이 세다. 사람들은 시집을 많이 사 읽지는 않지만 짧고 강렬하기에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때로는 짧은 싯구 한 줄이 여러 페이지의 산문보다 더 큰 메시지를 주기도 하니까. 드넓은 중국 대륙의 시인이 쓴 시를 읽으니 마음이 넓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 본문 내용 ---
- 속좌우명 (일부-64쪽)
부귀를 바라지 말고
빈천을 근심하지 말라.
도리가 어떠한가를 물어야지
어찌 귀하고 천함만을 말하려 하는가.
비방을 들어도 슬퍼하지 말 것이며
칭찬을 들어도 기뻐하지 마라.
스스로 자신의 언행을 되돌아볼 일이니
어찌 남의 비방이나 칭찬을 따지겠는가.
- 시 모으는 관리 (일부 – 181쪽)
간쟁하는 신하는 입 다물고 쓸모 없는 사람이 되었고
간쟁 위한 북은 높이 걸려 있을 뿐 소용없는 도구만 되었다.
홀로 존엄한 황제는 병풍 치고 늘 단정히 앉아 침묵하시고
모든 고관들은 입궐하여 저마다 아첨하고 아부한다.
밤에 시중 드는 관리들의 말도 모두 듣기 좋은 말뿐이고
예약을 맡은 춘관도 상서롭다고만 한다.
임금의 궁궐은 천 리나 멀리 떨어져 있고
임금의 출입문은 아홉 겹으로 굳게 닫혀 있다.
임금의 귀는 오직 당상관의 말만 들을 뿐이고
임금의 눈은 대궐 문 앞의 일도 보지 못한다.
탐관오리들은 거리낌 없이 백성을 해치고
간악한 신하들은 두려움 없이 임금을 가리고 있노라.
임금은 보지 못하시는가,
주나라 여왕과 진나라 호해의 말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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