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대지 세계문학의 숲 43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윤진 옮김 / 시공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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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그가 남긴 잠언집을 읽고 그의 저서들을 찾아 읽고 싶어졌다.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책들은 종류가 많지 않았는데 그 중 아직 만나보지 못한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실종 비행기와 항공 책임자의 이야기를 다룬 야간비행도 함께 실린 이 책을 읽으며 끊임없는 사고에도 다시 비행기를 조종했던 그의 집념을 읽을 수 있었다.

 

  사고도 잦았던 당시에 비행기를 조종한다는 것은 목숨을 건 위험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계속 비행했던 이유는 그만한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늘 수평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에 비해 위에서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보았던 그는 어쩌면 우리와는 다른 삶의 관점을 지니는 게 당연했을지 모른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어록 같은 그의 멋진 저서다.

 

  불시착으로 물도, 먹을 것도 없이 사막을 헤매었던 동료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상 어느 곳에 불시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비행을 시작했을 사람들은 아마도 살아 돌아왔던 그의 이야기가 영웅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전쟁의 한가운데서 포로가 되었던 사람들, 돌아오지 않는 동료들..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은 특별하다.

 

- 내게 있어 삶의 즐거움이란 향기롭고 뜨거운 첫 한 모금, 우유와 커피 그리고 밀의 혼합으로 모아진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고요한 방목장, 이국적인 열대 농장, 추수와 교감하며, 그리하여 대지 전체와 교감하는 것이다. 저 수많은 별들 가운데 새벽녘의 식사를 위해 그 향기로운 잔을 우리 손이 닿는 곳에 놓아주는 별은 단 하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 비행기와 사람이 사는 대지 사이의 건널 수 없는 그 거리는 더 멀어져만 가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부는 성좌들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먼지 알갱이 하나에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점성술사 네리는 그 알갱이를 찾으려 여전히 별들에게 애걸을 하고 있었다.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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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두앤비 세계 명작 시리즈 L1 11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 두앤비컨텐츠(랜덤하우스코리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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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래 전 너무 유명하다는 생각에 이 책을 읽었습니다. 작가가 직접 그렸다는 그림이 있는 책이었습니다. 그 때는 어린 왕자가 그다지 크게 와 닿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작가에 대해 새로운 면을 알게 되면서 다시 관심이 생겨 영문으로 번역된 책을 골라 읽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문장과 장면들이 마음에 와서 꽂혔습니다.

 

  다른 저작들에서 많이 인용되는 어린왕자의 특별한 장미꽃 이야기, 서로를 길들이는 여우 친구 이야기, 그리고 너무 대단한 나머지 쉴 틈 없는 지리학자와 사업가와 같은 이야기는 수없이 접했으나 마지막 장면은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렸을 때 아마도 끝까지 읽지 않았거나 대충 읽고 치웠었나봅니다.

 

  판타지에 가까운 이 이야기에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열광하는 이유는 나이대별로 특별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늘 비행으로 죽음과 가까이 있었던 작가에게도 어린왕자와의 마지막 순간은 큰 고민거리였을 것입니다.

 

  얼마 전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왔습니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다루었을지 궁금합니다. 읽기 편한 영어로 되어 있는 이 시리즈를 학교 도서관에 신청해야겠습니다. 다 들어오면 한 권씩 한 권씩 모두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들을 영어로 다시 읽고 싶습니다.

 

- "I never really understood her! I should haver judged her by her actions and not by her words. She made my world beautiful. I never should have left! I should have seen the sweetness beneath her foolish games. Flowers are so difficult! But I was too young to know how to love her." (43쪽)



- I said to myself: "What I see here is only a shell. The most important part is hidden from the eyes..." (1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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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5
제임스 미치너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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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873243237

 

  제임스 미치너의 소설 상편을 오래 전에 읽고 하편도 읽어야지, 하는 마음만 가지고 시간이 지난 후 책만 사 두고는 계속 미루다 이번에 책장을 지나다 눈에 띄어 드디어 읽었습니다. 상편은 작가와 편집자의 이야기라 얼른 집어 들었던 반면 나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평론가와 한 독자의 이야기에는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나봅니다. 숙제 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평론가 부분이 생각보다 흥미로웠습니다.

 

  이 책은 어떤 큰 사건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사건에 휘둘리지 않고 네 명의 인물들의 입으로 전해지는 그들의 심리 묘사가 돋보입니다. 사건들이 그들의 심리 상태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소설을 이어가게 하는 건 화자의 생각의 흐름입니다.

 

  칭찬도 있겠지만 소설가를 폄하하고, 작품에 대해 악담을 퍼붓는 글을 쓰는 평론가는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한 사람의 일생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똑똑하고 문학에 조예가 깊지만 스스로 소설을 쓰기에는 부족한 평론가는 어쩌면 자신의 부족함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는지도 모릅니다. 너무 난해해 많은 독자를 가지지 못한 자신의 책에 비해 허술해 보이는 작가 요더의 책은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것을 보고 무조건 박수를 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독자로 편집자와 소설가 부부, 그리고 평론가까지 알고 지내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지만 이 책의 마지막 화자는 그런 관계가 자연스럽고 부유하기까지 합니다. 그녀에게 닥친 슬픈 사건에 대해 너무 담담하게 그려져 있는 것도 조금은 의아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둘러싼 네 명의 입장에 대해 각각 생각해 소설이라는 소설을 남긴 제임스 미치너가 대단해 보였습니다.

  

 

- 데블런 교수님은 예술에 대한 나의 태도에 관해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예술가는 항상 어느 정도는 사회에 대항해야 하네. 이미 관습화되어 버린 지식에 대항해서 말일세. 낯선 길을 찾고, 기성의 지혜를 논박하고, 또 새로운 양상들을 받아들이고 도전하여 재구성하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지. 천성적으로 예술가는 반무법자라네. 반 고흐는 우리의 색채 감각을 공격했고, 바그너는 음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뒤흔들어 놓았지. 옛날 케임브리지의 그 젊은 친구들은 삶의 예술가들이었다네. 그 점에선 그들을 능가하는 사람들이 없었어. 삶의 중심 지대를 곧장 가로지른 사람들이라네. (3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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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순이 언니 - 개정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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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837816356

 

  지금은 듣기 힘든 말이 되어버린 식모’. 어렸을 때 말 안 들으면 식모살이 보낸다하는 말을 얼핏 들었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이 쓰시지는 않았기 때문에 어디에서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당시에 어린 나이에 다른 가족의 집에 들어가 살면서 집안일 하던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나보다. 그들은 지금 어떻게 되어 있을까? 이 책의 봉순이 언니처럼 남자 잘못 만나 자식들을 두고 도망하는 처량한 중년이 되어 있을까, 아니면 언제 그랬냐는 듯 떵떵거리며 살고 있을까?

 

  올 초 싱가포르에 갔을 때 아직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많음을 알게 되었다. 주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부유한 싱가포르 사람들은 저렴한 값에 외국 사람들을 집에 두고 집안일과 육아를 하게 한다는 것이다. 아마 요즘도입주 가사도우미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아직 있겠지만 봉순이는 10대에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짱아네 집에 들어갔다는 것이 안쓰럽다. 학교에 다니는 또래의 아이들을 보며 얼마나 아팠을까? 가족 외식이나 나들이 동안 집을 보고 있어야만 했던 봉순이의 마음이 어땠을까?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프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짱아는 엄마의 품보다 봉순언니의 등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어린 시절 그녀의 첫 사람이 엄마도, 아빠도 아닌 봉순이 언니니 그들의 관계가 얼마나 돈독했는지 알 수 있다. 한때 가난해 남의 집에 세 들어 살던 짱아의 부모는 형편이 나아지자 주인이 되어 세 들어 살던 사람들을 내보낸다. 급기야 봉순이에게 도둑 누명을 씌워 집을 나가게 만든다. 남자 쫓아 간 길이긴 했지만 그날 이후 봉순언니의 인생은 점점 꼬이기 시작한다. 그걸 지켜보는 짱아의 안타깝고도 껄끄러운 이중적인 감정이 잘 표현되어 있다. 너무 일찍 어른들의 세계를 알아버린 짱아의 인생 역시 순탄치는 않았다.

 

  동화는 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지만 우리 인생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읽으면서 세대가 조금 앞서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공지영 작가의 저력을 맛볼 수 있었던 책이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아마 그들의 존재조차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 머리도 크고 키도 어머니보다 커버린 나는 대꾸하곤 했다. "엄마가 집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 사회 활동을 계속하고 싶었던 걸 엄마가 우리 때문에 포기했던 것도 믿어. 하지만 그게 꼭 우리들 때문이었다고는 하지 마. 엄마는 집에 있었지만, 그래 한 번도 우리들을 우리들끼리만 잠들게 하지는 않았지만, 엄마가 그렇다고 내 곁에 있었던 것은 아니니까." 그러므로 그 이후 내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서 어머니는 언제나 부재중이었다. (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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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먹는 염소
진주현 지음 / 더시드컴퍼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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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818284277

 

  참 재미있는 책인데 다른 책 읽느라 오랫동안 읽었습니다. 첫부분을 읽으며 놀랐습니다. 철학책인가 할 정도로 철학적이고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 멋있었습니다.

 

  베일에 쌓인 듯한 저자와 닮았을 것 같은 주인공 유리는 이름처럼 깨지기 쉬워 보이는 인물입니다. 언젠가부터 찾아오는 안개와 유리창을 닦을 때마다 빠져드는 잠, 그리고 염소 꿈. 마냥 자기도 모르게 한참을 자다가 깬다는 건 무서운 일입니다. 왜 그녀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지 차츰차츰 그녀의 과거가 펼쳐집니다.

 

  거대한 서사가 있다거나 사건이 꼬이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 사람이 겪는 상실감과 그로 인한 아픈 기억은 어쩌면 평생 동안 발목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그녀에게 가족이 그랬습니다. 사라지고 싶었던 그녀가 자신의 물건을 하나씩 처분하는 장면이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책과 음악 CD를 하나씩 없애는 그녀는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하지만 유리에게는 희망이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그녀의 과거를 알고도 사랑해주는 남편과 잊혀졌던 기억 속 아이 봄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분히 환상적이기도 한 이 소설에는 멋진 문장들이 많습니다. 이야기가 독특하게 펼쳐져 마지막이 궁금했던 이 책은 지적이고 따뜻한 모습이 좋습니다. 유리창을 매일 닦고 의미도 모르는 물리 책을 필사하는 독특한 주인공의 내면이 매력적입니다.

 

- 나는 줄이 끊어진 바이올린 같다. 너무 낡아 조율이 불가능한 피아노 같다. 단조로만 이뤄진 악보를 받고 온 힘을 다해 연주하는, 아무도 모르는 미쳐 버린 천재 같다. (42쪽)



- 더 커진 무기력은 두툼한 솜이불이 되어 나를 덮었다. 무언의 시간을 어떤 소리로도 채우지 못하고 잠 속으로 도망치지 못하고 그저 방속의 방으로, 소수처럼, 식물처럼 생존한다. (119쪽)



- 나는 방 안을 둘러본다. 내가 소유한 것들을 응시하고 탐색한다. 방 안에는 무수한 내가 있다. 한 인간이 존재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물건들이 필요한 건지 거부감이 구역질처럼 왈칵 치밀어 오른다. (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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