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순이 언니 - 개정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837816356

 

  지금은 듣기 힘든 말이 되어버린 식모’. 어렸을 때 말 안 들으면 식모살이 보낸다하는 말을 얼핏 들었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이 쓰시지는 않았기 때문에 어디에서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당시에 어린 나이에 다른 가족의 집에 들어가 살면서 집안일 하던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나보다. 그들은 지금 어떻게 되어 있을까? 이 책의 봉순이 언니처럼 남자 잘못 만나 자식들을 두고 도망하는 처량한 중년이 되어 있을까, 아니면 언제 그랬냐는 듯 떵떵거리며 살고 있을까?

 

  올 초 싱가포르에 갔을 때 아직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많음을 알게 되었다. 주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부유한 싱가포르 사람들은 저렴한 값에 외국 사람들을 집에 두고 집안일과 육아를 하게 한다는 것이다. 아마 요즘도입주 가사도우미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아직 있겠지만 봉순이는 10대에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짱아네 집에 들어갔다는 것이 안쓰럽다. 학교에 다니는 또래의 아이들을 보며 얼마나 아팠을까? 가족 외식이나 나들이 동안 집을 보고 있어야만 했던 봉순이의 마음이 어땠을까?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프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짱아는 엄마의 품보다 봉순언니의 등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어린 시절 그녀의 첫 사람이 엄마도, 아빠도 아닌 봉순이 언니니 그들의 관계가 얼마나 돈독했는지 알 수 있다. 한때 가난해 남의 집에 세 들어 살던 짱아의 부모는 형편이 나아지자 주인이 되어 세 들어 살던 사람들을 내보낸다. 급기야 봉순이에게 도둑 누명을 씌워 집을 나가게 만든다. 남자 쫓아 간 길이긴 했지만 그날 이후 봉순언니의 인생은 점점 꼬이기 시작한다. 그걸 지켜보는 짱아의 안타깝고도 껄끄러운 이중적인 감정이 잘 표현되어 있다. 너무 일찍 어른들의 세계를 알아버린 짱아의 인생 역시 순탄치는 않았다.

 

  동화는 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지만 우리 인생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읽으면서 세대가 조금 앞서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공지영 작가의 저력을 맛볼 수 있었던 책이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아마 그들의 존재조차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 머리도 크고 키도 어머니보다 커버린 나는 대꾸하곤 했다. "엄마가 집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 사회 활동을 계속하고 싶었던 걸 엄마가 우리 때문에 포기했던 것도 믿어. 하지만 그게 꼭 우리들 때문이었다고는 하지 마. 엄마는 집에 있었지만, 그래 한 번도 우리들을 우리들끼리만 잠들게 하지는 않았지만, 엄마가 그렇다고 내 곁에 있었던 것은 아니니까." 그러므로 그 이후 내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서 어머니는 언제나 부재중이었다. (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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