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지음, 마이클 매커디 판화, 김경온 옮김 / 두레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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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 단편영화로 인기를 끌었던 동명의 영화를 얼핏 본 적이 있다. 손으로 다 그려서 만들어 상도 많이 받았다고 했는데 당시에는 별로 감동이 없었다. ‘나무를 심는 게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하는 생각마저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내용을 책으로 다시 보니 묵묵히 나무만 심으며 50대 이후의 삶을 산 주인공 부피에가 성자에 가까운 생활을 한 것 같아 정말 존경스럽고 놀라웠다. 나도 철이 들었나보다.

 

  이 책은 단편이라 사실 내용이 굉장히 짧다. 작가는 일부러 주저리주저리 다 이야기해주지 않고 핵심만 짚어서 들려주기 때문에 오히려 전달이 잘 되는 것 같다. 책의 중반에 이미 이야기가 끝나 이상하다 했더니 편집자의 말과 역자의 말이 굉장히 길었다. 그 부분을 통해 환경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장 지오노의 작가로서의 역량 등을 알게 되어 굉장히 유익했다.

 

  얼마 전 사막에 숲을 만든 중국 여인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읽은 적이 있어 이 책의 내용이 더 각별하게 다가왔다. 다른 사람을 위해 묵묵히 나무를 심는 훌륭한 사람들의 대열에 나도 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환경을 늘 생각하고 작은 것부터 실천하도록 해야겠다. 나무를 심는 것뿐만 아니라 늘 다른 사람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내가 되어야겠다.

  

 

 

--- 본문  내용 --- 

 

- 평화롭고 규칙적인 일, 고산지대의 살아 있는 공기, 소박한 음식,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음의 평화가 이 노인에게 놀라우리만큼 훌륭한 건강을 가져다주었다. (55쪽)

 

- 주인공 부피에는 자신의 체험을 통해 어떤 ‘작은 사람’도 영웅적인 인간의 크기로 드높여질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쳐 준다. 그리고 참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이 세계를 아름답게 바꾸어 놓는 것은 권력이나 부나 인기를 누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남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우쳐주고 있다. -편집자의 말 (55쪽)

 

- 그는 첫 원고를 쓴 후 약 20년 동안에 걸쳐 이 글을 다듬고 또 다듬어 작품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편집자의 말 (78쪽)

 

- 가난 때문에 16세부터 은행에 취직하여 생계를 이어가야 했던 그는 독학으로 많은 고전을 읽으며 작가로서의 습작 기간을 가졌다. 그는 거의 18년 동안 은행원으로 일하면서 시를 먼저 발표하고 시집도 간행했으나, <<언덕(Colline)>>을 발표하면서부터 역량 있는 신예작가로 문단의 주목을 받는다. 특히 앙드레 지드로부터 큰 촉망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전업 작가로 나서서 1970년 75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지칠 줄 모르는 창작열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여 20세기 문단의 최대 작가들 가운데 한사람으로 위치를 굳힌다. -옮긴이의 말 (112쪽)

 

- 책 쓰기에서 존재 이유와 행복해지는 방법을 발견한 사람일 테고, 우리 독자들은 행복한 노래든 불행한 노래든 인간의 영원한 고향인 자연의 노래 소리를 들려주는 지오노의 책읽기에서 행복해지는 방법을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옮긴이의 말 (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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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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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 28을 예약한지 어언 한 달여가 되어 가는 것 같다. 정유정 작가가 쓴 다른 작품도 호평을 받고 있어서 <<7년의 밤>>을 먼저 빌려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녀가 왜 뛰어난 작가로 인정받는지 알게 되었다. 세밀한 묘사와 앞뒤가 딱딱 맞는 탄탄한 구성으로 이 소설은 실제로 있었던 일을 쓴 것처럼 구체적이고 실감났다.

 

  잠수부의 작업으로부터 댐 직원들의 업무, 그리고 살인사건과 수몰된 마을 등 여러 가지 사건과 이야기들이 긴장감과 속도감 있게 매끄럽게 진행되는 것이 영화를 한 편 보는 듯 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5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인데도 술술 넘어가는 걸 보니 <<화차>> 읽을 때가 떠올랐다.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오명으로 가는 곳마다 쫓겨나 숨어 살다시피 하는 주인공 서원은 일순간 가족과 재산을 잃고 홀로 남겨졌으나 아버지의 동료였던 승환 아저씨와 함께 어려운 시절을 겪는다. 7년의 세월이 흐르고 아버지의 사형 집행이 확정될 즈음 승환 아저씨가 쓴 소설을 읽게 되고, 7년 전 그날 밤의 전모가 드러나게 된다. 그날의 사건은 그걸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야구밖에 모르던 아버지였지만 아들에 대한 사랑은 지극했던 최현수는 순간의 실수로 엄청난 죄책감에 정신이 온전치 않은 시간들을 보낸다. 아내와 자식을 소유물처럼 여기고 잘못할 때마다 교정 하는 영제는 돈은 많으나 인간됨이 바르지 않은 사람의 전형으로 등장하고 있다. 동료의 아들과 그 가족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승환과 같은 인물이 실제로 있을까? 진실을 위해 목숨을 거는 그의 희생은 박수 받을만 했다.

 

  이 책을 읽으니 <<28>>도 빨리 읽고 싶어졌다. 그리고 정유정 작가의 저력이 정말 부러웠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료 조사와 시간 투자를 했을까 생각하니 그녀가 더 대단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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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재황 옮김, 루이스 스카파티 그림 / 문학동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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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도 유명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드디어 읽게 되었다. 헌책방에서 사 둔지 꽤 되었는데 잊고 있다가 찾자마자 그 자리에서 읽어 내려갔다.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의 억울한 사연에 쉼 없이 읽게 되었다.

 

  가장의 역할을 못하게 된 아버지를 대신해 영업사원으로 가족의 생계를 맡고 있던 그레고르는 어느 날 아침 자신이 벌레로 변한 것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는다. 가족들도 그의 변화에 처음에는 안타까워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변신을 동정받기는커녕 관심 갖지도 않게 되었으며 하숙인들에게 나타난 그의 출현으로 인해 오히려 적대감을 갖게 된다. 그에게 먹이도 갖다 주는 등 챙겨주던 여동생 그레테는 그를 없애는데 앞장서기까지 한다. 방에 갇혀 상처 입고, 서서히 약해져 가던 그는 결국 사망하기에 이른다.

 

  그의 변신은 우리에게 들려주는 메시지가 크다. 카프카는 수십 년 전에 이미 가족 간의 소통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우리 사회를 보면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해 가는 가장들에 대한 걱정을 떠올리게 된다. 일벌레로 전락해버린 우리네 가장들은 정작 가정에서 따뜻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소외되며 소통의 부재로 인해 다른 곳에서 만족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 가족 간의 대화와 이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가족에서마저 소외된다면 몸은 점점 약하고 상처 입어 결국 죽음에 이른 그레고르처럼 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의 가족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았다. 다정하던 오빠, 가족을 책임지던 오빠가 어느 날 껍질뿐인 벌레로 전락해버렸다면 견디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 처음에는 동정하고 챙겨 주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돈을 벌어오지도, 사람 구실도 하지 못하는 오빠를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회 구조적 측면에서 가족 구성원들이 일벌레, 돈벌레로 만드는 것에 대해 함께 반성해 볼 필요를 느꼈다. 가정들이 보다 더 따뜻한 곳으로 다시 변화되어 제 기능을 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 본문 내용 ---

 

- 옮긴이의 말

 

  출장 영업사원이라는 주인공 그레고르의 직업은 자본주의 사회의 비인간적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늘 일과 시간에 쫓겨야 하고 식사시간도 불규칙하며 지속적인 인간관계도 맺을 수 없는 그의 직업 생활은 그에게 사적인 영역을 포기하고 오직 회사라는 조직을 위해서만 살아가는 존재가 되기를 요구한다. 그러한 요구에 충실하여 실제로 그는 일벌레가 되고 돈 버는 기계가 된다. 그가 기꺼이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책임감과 무엇보다도 가족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그러나 가족들은 곧 그의 그러한 역할에 익숙해져 그를 돈 벌어오는 존재로만 여길 뿐 가족 간의 따뜻한 교감이나 인간적 대화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은 점점 희미해져가고 삶은 황폐화, 기계화, 비인간화되어갈 뿐이다. 그레고르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일벌레로,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레고르의 변신은 이와 같이 자본주의 아래 소시민적 가정의 물화된 삶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32-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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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이 아이를 아프게 한다
신의진 지음 / 북클라우드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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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음식점에 가면 아이들에게 디지털 기기를 쥐어주고 식사하는 부모를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동안 그걸 보면서 디지털 기기가 발전하면서 생긴 진풍경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심지어 ‘내가 아이들 키울 때 스마트폰 있었으면 덜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 보이기까지 했다.

 

  학교 현장에서 볼 때 과거에 비해 충동 조절이 안 되거나 웃어야할 때 웃지 않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것이 아이들이 자라면서 접한 디지털 기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많이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상관관계를 확실히 알게 되어 '울면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부모님들'께 그걸 알리고픈 마음이 생겼다.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스마트 기기가 발달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부모들이 오히려 발도르프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며 기기와는 무관한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우리나라에서 게임 중독이었다가 미국 유학길에 느린 인터넷 속도 때문에 싹 고쳤다는 저자의 아들 이야기에 공감이 갔다. 너무 발달한 스마트 환경이 아이들을 오히려 아프게 한다는 것이 서글프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상황에서 인터넷을 모두 차단할 수도 없는 일이고, 내 아이만 바르게 키운다고 될 일도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디지털 기기의 부작용을 미리 인식하고 아이들을 '디지털 페어런팅' 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과 합의 하에 규칙을 정해 두고 자제시키며, 부모가 먼저 디지털 기기에 빠져있지 않도록 주의하는 일이다. 디지털 기기를 통한 가짜 성숙에 속지 말고 뛰어노는 것과 독서와 사색을 통한 진정한 성숙에 이르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20년간 진료실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얻어낸 소아청소년 정신건강학과 박사님의 경험과 고견을 접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자녀를 키우고 있는 모든 부모님들께 추천한다.

 

 

 

--- 본문 내용 ---

 

- 요즘 들어서는 짜증과 불안을 주체하지 못하는 아이, 충동 조절이 되지 않는 아이,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 등이 진료실에 넘쳐나는 것을 보면서, 정서발달과 사회성 발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아이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아이들의 손에는 공통적으로 ‘디지털 기기’라는 무시무시한 마약이 들려 있음도 함께 말이다. … 구글, 애플, 야후 등 IT 거대 기업이 모인 미국 실리콘밸리의 부모들은 자녀를 컴퓨터 없는 발도로프 학교에 보낸다고 한다. … 프랑스의 경우에는 초 중등학생에게 교내 휴대폰 사용을 금지시켰고, 독일과 핀란드의 경우에는 아이들에게 휴대폰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서문)

 

- 대부분의 부모가 내 아이는 1군(문제에 닥쳤을 때 스스로 극복하는 힘이 큰 아이들)처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믿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다른 친구가 따돌림을 당할 때 침묵하거나 어느 정도 동조하는 아이들, 적당히 숙제하고 마지못해 독서하는 시늉을 하는 아이들, 매사를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의 행동은 모두 건강하지 못한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 아이가 건강한 마음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이미 마음의 건강을 잃어가고 있는 주변 친구들이 내 아이를 향해 돌직구를 날리며 상처를 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4쪽)

 

- 아이의 표정은 감정을 담고 있는 거울이다. 그러므로 기쁠 때 기쁜 표정을 짓고, 슬플 때 슬픈 표정을 짓고, 화가 나면 화난 표정을 짓는 게 정상이다. … 표정이 감정을 제대로 담지 못한다는 것은 감정발달이 온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래서 표정은 가짜 성숙과도 관계가 깊다. (43쪽)

 

- 자아정체감이란, 내가 누구이며 가정과 사회에서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독일 출신의 미국 정신분석학자 에릭슨(E.Ericson)은 자아정체감을 자아발달의 최종 단계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 상대에 맞게 자아를 유연하게 변화시켜야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자아정체감이다. 자아정체감이 강한 아이는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행동 전환이 빠르기 때문에 주변 환경이 바뀌어도 금세 적응하고 원만하게 지낼 수 있다. (53-54쪽)

 

- 상담 와서까지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면 안 되겠냐고 하는 아이 :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이 아이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보니, 그곳에는 아이가 보채거나 심심해할 때마다 컴퓨터나 휴대폰을 들이밀던 부모가 있었다. 사람이 아닌 기계로부터 위로를 받았던 아이는 성장을 해서도 사람이 아닌 기계를 더 편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조금도 참지 못하고 폭력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디지털 기기에 중독된 아이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79쪽)

 

- 어떤 이유에서든지 10살 미만의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는 것은 마약을 쥐어주는 것과 같다. (107쪽)

 

- 스마트폰을 손에 넣으면 얌전해지는 이유: 아이의 뇌가 자신의 역할을 망각한 채 디지털 기기의 노예가 되어 그것이 시키는 대로 조종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 이런 강한 자극에 자주 노출되다 보면 그만큼 강한 자극이 주어지지 않는 다른 놀이에는 도통 관심을 두지 않게 된다. 아이의 뇌가 어느새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팝콘 브레인은 TV나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에 익숙해진 아이들의 뇌가 화면에 팝콘처럼 튀어오르는 강한 자극에는 반응하지만 그보다 밋밋한 일상 자극에는 반응하지 않고 무감각해져서 자극 추구형 뇌로 변한 것을 일컫는다. … 강한 자극만 추구하는 팝콘 브레인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기억력이 약해지는 부작용을 낳는다. 이것은 아이들의 학습능력에 매우 치명적인 해가 된다. (116-117쪽)

 

 

제 블로그에 오시면 더 많은 리뷰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kelly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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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진 1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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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진은 백 년 전 살다 간 실존 인물이라고 한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망설였다. 그냥 어떤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 이겠거니 하며 그냥 스치려고 하다가 표지 한 장을 넘기다 글을 쓰고 있는 여인의 모습 그림을 보게 되었다. 내용을 들춰 보니 현재형 이야기가 아니라 100년 전에 살았던 개화기 시절의 어느 똑똑했던 여자의 이야기였다. 흥미로울 것 같기도 하고 당시의 생활이 궁금하기도 해서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눈물로 읽었던 엄마를 부탁해로 이미 그 내공을 알게 된 신경숙님의 책이라는 것도 무시하지 못할 이유였겠지만.

 

  처음에 그녀는 고아이긴 했지만 아름답고 잘나가는 궁중 무희이자 나인이었다. 게다가 함께 자란 강연과 형제 이상의 끈끈함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콜랭이라는 프랑스 대사의 구애를 받으며 그녀의 인생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1권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당시 당당하게 살았던 어느 여성의 해피앤딩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2권을 빌리러 들른 도서관에서 사서가 나의 재미있다는 말에 너무 슬프죠?’라고 해서 그 결말을 예상해버리고 말았다. 1권은 무대가 당시 조선이다. 그녀가 콜랭의 사랑을 받아들이기까지 왕과 왕비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과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2권에서는 콜랭을 따라 가게 되는 프랑스가 무대가 되었다가 거기서 아이를 유산한 후부터 급격히 그녀의 인생은 하강곡선을 그리게 되며 상처 입은 모습으로 다시 조선으로 오게 된다. 그 하강의 끝은 결국 명성황후의 시해사건을 목격하는 것을 정점으로 그녀의 자살과 그녀를 평생 사랑하다 손가락을 잃은 말 못하는 궁중악사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슬프게 끝을 맺는다.

 

  슬픈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 되도록 읽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 작품은 거부할 수가 없었다. 꿈에 부푼 한 똑똑한 여인에게 불어 닥치는 암울한 시대상황과 그로 인해 무너져 내리는 가녀린 리진의 애처로운 인생에 애착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이 책에는 [여자의 일생]을 지은 모파상도 나오는데 그의 말년을 비춰 줌으로 어느 정도 사건 전개를 예고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던 조선 여인 리진. 결국은 그 영특함으로 인해 자신을 얽매이게 한 사건들이 아타까움으로 다가왔다.

 

  사실 이 책을 다 익을 때까지도 이 여인이 실존 인물인지 아닌지 궁금했다. 책의 말미에 제시된 작가노트를 보고 A4용지 한 장 반에 기록된 실제 내용을 가지고 책 두 권의 분량을 만들어 냈다는 것을 알고,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과 부지런한 자료 연구가 놀랍게 느껴졌다. 역사와 허구 속에서 독자를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든 그녀의 능력도 대단하다. 곳곳에 나오는 작가의 뛰어난 표현력도 읽는 재미중의 하나였다. 단순한 사랑이야기인 줄 알았던 이 책 속에 많은 메시지가 담겨있다. 리진은 내 뇌리 속에 정말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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