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재황 옮김, 루이스 스카파티 그림 / 문학동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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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도 유명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드디어 읽게 되었다. 헌책방에서 사 둔지 꽤 되었는데 잊고 있다가 찾자마자 그 자리에서 읽어 내려갔다.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의 억울한 사연에 쉼 없이 읽게 되었다.

 

  가장의 역할을 못하게 된 아버지를 대신해 영업사원으로 가족의 생계를 맡고 있던 그레고르는 어느 날 아침 자신이 벌레로 변한 것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는다. 가족들도 그의 변화에 처음에는 안타까워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변신을 동정받기는커녕 관심 갖지도 않게 되었으며 하숙인들에게 나타난 그의 출현으로 인해 오히려 적대감을 갖게 된다. 그에게 먹이도 갖다 주는 등 챙겨주던 여동생 그레테는 그를 없애는데 앞장서기까지 한다. 방에 갇혀 상처 입고, 서서히 약해져 가던 그는 결국 사망하기에 이른다.

 

  그의 변신은 우리에게 들려주는 메시지가 크다. 카프카는 수십 년 전에 이미 가족 간의 소통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우리 사회를 보면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해 가는 가장들에 대한 걱정을 떠올리게 된다. 일벌레로 전락해버린 우리네 가장들은 정작 가정에서 따뜻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소외되며 소통의 부재로 인해 다른 곳에서 만족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 가족 간의 대화와 이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가족에서마저 소외된다면 몸은 점점 약하고 상처 입어 결국 죽음에 이른 그레고르처럼 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의 가족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았다. 다정하던 오빠, 가족을 책임지던 오빠가 어느 날 껍질뿐인 벌레로 전락해버렸다면 견디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 처음에는 동정하고 챙겨 주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돈을 벌어오지도, 사람 구실도 하지 못하는 오빠를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회 구조적 측면에서 가족 구성원들이 일벌레, 돈벌레로 만드는 것에 대해 함께 반성해 볼 필요를 느꼈다. 가정들이 보다 더 따뜻한 곳으로 다시 변화되어 제 기능을 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 본문 내용 ---

 

- 옮긴이의 말

 

  출장 영업사원이라는 주인공 그레고르의 직업은 자본주의 사회의 비인간적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늘 일과 시간에 쫓겨야 하고 식사시간도 불규칙하며 지속적인 인간관계도 맺을 수 없는 그의 직업 생활은 그에게 사적인 영역을 포기하고 오직 회사라는 조직을 위해서만 살아가는 존재가 되기를 요구한다. 그러한 요구에 충실하여 실제로 그는 일벌레가 되고 돈 버는 기계가 된다. 그가 기꺼이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책임감과 무엇보다도 가족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그러나 가족들은 곧 그의 그러한 역할에 익숙해져 그를 돈 벌어오는 존재로만 여길 뿐 가족 간의 따뜻한 교감이나 인간적 대화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은 점점 희미해져가고 삶은 황폐화, 기계화, 비인간화되어갈 뿐이다. 그레고르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일벌레로,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레고르의 변신은 이와 같이 자본주의 아래 소시민적 가정의 물화된 삶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32-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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